프랜차이즈 갓 583화
146장 랩터 킬러 (2)
랩터 킬러의 성능을 보고받은 록히 드마틴 본사는 심각해졌다.
마를렌 휴즈 회장은 영상을 보고 난 뒤 임원들을 돌아보며 물었다.
"우리 신형 정찰 드론이 저런 것도 할 줄 알았던가?"
"……."
임원들은 얼이 빠져서 얼른 대답을 하지 못했다.
랩터 킬러가 보인 퍼포먼스는 그들의 상상 이상이었다.
"소프트웨어는 아예 우리 것이 아닌 독자적인 것을 탑재했다고 들었습니다."
"그래, 수천만 달러를 들여서 구축한 소프트웨어팀보다는 낫군. 안 그런가?"
"……."
"심지어 사람이 원격으로 조정하는 게 아니라 시스템이 스스로 사고해서 자율적으로 보인 움직임이라는 거야. 그게 더 대단해."
록히드마틴의 정찰 드론은 작고, 날렵하며, 적 기지를 낱낱이 탐지할 수 있다.
하지만 결국 사람이 조종을 한다.
드론이 보내오는 원격 영상을 파일럿이 보고 판단하고, 드론을 실시간으로 조작하는 방식을 벗어날 수 없다.
"우리가 꿈꾸던 완벽한 정찰 드론이 바로 저기 있다고 생각되는데."
"개조한 광학센서 모듈값만 200만 달러는 될 겁니다. 소형화한 레이저발사모듈도 상당한 가격이고요."
그렇지 않아도 드론 자체 가격이 눈 튀어나오게 비싼데, 개조비를 생각하면 미군이 과연 도입할 수 있을지 주저된다.
자칫하면 과도한 비용 때문에 더 이상 생산을 중지한 F-22처럼 될 것이다.
같은 무게의 금보다도 비싸다는 최신형 스텔스 전투기.
"이번에도 에릭인가?"
"네, 미스터 하수영이 그 이름을 언급했습니다."
"정말 알 수가 없는 인물이군. 프리덤 같은 AI를 제작한 것도 놀라 운데, 드론 제조에도 첨단 지식과 기술을 갖고 있을 줄이야."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저런 최첨단 개조를 별다른 전문공장도 없이 해내다니요."
"누구는 동굴에서 망치질로 소형 원자로도 만들었는데, 못 할 게 뭐가 있겠나?"
"……."
물론 마를렌 휴즈 회장도 농담으로한 말이었다.
그 역시 어떻게 저런 말도 안 되는 개조를 했는지, 기반시설부터 설계능력까지 의구심을 품고 있었다.
미스터 에릭.
미국의 실리콘밸리와 군수 산업체에서 은밀하게 알려진 이름이다.
아무도 그의 정체를 알지 못한다.
다만 그가 하수영과 깊은 관계를 맺고 있으며, 프리덤, 수영농장 로봇, 반도체파운드리 핵심기술, 청담스코프를 제작했다는 것은 알고 있다.
'정말 외계인이 아닐까?'
이해할 수 없는 것은 그로 인한 이익은 모조리 하수영이 취하고 있다는 점.
'어쩌면 미스터 하수영은 그를 대리해서 자산을 관리해 주고 있는 건지도 모르지.'
그리고 정체불명의 천재과학자 에릭은 이번에도 대단한 물건을 만들어냈다.
"회장님, 미군에서 랩터 킬러 도입을 진지하게 요청하고 있습니다."
"내가 미군 사령관이라도 눈독 들일 거 같은데."
"수영농장과 협력해서 랩터 킬러를 양산하는 게 어떻습니까?"
군수 산업체가 다른 데도 아닌, 농장과 합자사업이라니.
너무 어이가 없어서 웃음도 나오지 않는다.
'도대체 수영농장은 정체가 뭐지?'
진짜 외계인이 지어준 농장이기라도 한 건가?
마를렌 휴즈 사장은 용맹하게 장수말벌을 잡고 다니는 랩터 킬러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움직임 하나하나가 매끄럽고 아름다웠다.
"랩터 킬러라…… 정말 이름도 잘지었군."
***
미국의 아몬드, 양파, 당근의 올해 생산량은 처참한 결과가 결정되었다.
셋 모두 꿀벌 사태가 원인인 것은 동일하다.
다만 공급 부족의 전개 형태는 다소 달랐다.
"양파와 당근은 종자 확보가 계속 안 돼서 종잣값이 올라가고 양도 부족해졌지. 당연히 비용이나 여러 가지가 부담된 농가들이 업종을 전환하면서, 경작량 자체가 줄어든 게 이번에 크게 터진 거야."
반면 아몬드는 조금 달랐다.
"아몬드는 씨앗을 먹는 거라, 꽃이 피었을 때 꿀벌들이 수분을 해줘야 올해 생산량이 나와. 근데 꽃가루를 옮겨줄 꿀벌이 없어."
당근과 양파는 꿀벌 사태 피해가 다음 해로 차곡차곡 넘어간다면, 아몬드는 그 피해가 올해 바로 나타난다.
"특히 올해는 작년보다 랩터가 훨씬 더 많이 기승을 부리고 있어."
매년 증가하던 랩터 피해가 올해 정점을 찍었다는 것.
"이게 정점이라고? 글쎄, 내가 보기에는 정점이 아니라 중간점인 거 같은데?"
이미 아몬드 개화 시기는 지났고, 아몬드 공급 부족은 결정되었다.
전 세계 생산량의 7, 80%를 담당하는 미국 아몬드 농사가 크게 망했으니.
3, 4년 전 생산량에 비해 90% 이상 감소한 미국 농가가 한둘이 아니었다.
"랩터 저거 퇴치 못 하면 내년 아몬드 농사는 희망이 없다."
"나도 확 아몬드 나무 다 잘라 버리고 옥수수나 심을까?"
"이미 시중에서는 아몬드 가격이 다이아몬드 수준이라고."
"당근 양파 농가는 해외에서 종자라도 사올 수 있지, 아몬드는 그냥 나무가 아예 열매를 못 만든다고!"
말벌피해를 가장 크게 느끼는 것은 바로 아몬드 농가였다.
외부에서 종자라도 사올 수 있는 당근 양파 농가와는 달랐으니.
양파, 당근 농가보다 작물 전환도 훨씬 힘들었다.
그래서 아몬드 농가는 주정부로 달렸다.
저마다 시위 피켓을 들고.
"랩터를 퇴치해라!"
"전 세계 식탁에서 아몬드가 사라져도 좋단 말이냐!"
"내년에는 랩터 피해가 더 클 거다! 이대로는 안 된다! 당장 해결책을 내놔야 한다!"
당근, 양파 등 충매화 작물 재배농가들도 시위에 참여를 했지만.
무엇보다 아몬드 농가들이 가장 열정적으로 시위를 주도했다.
그리고 밀이나 벼, 보리 등 풍매화작물 재배농가들은 강 건너 불구경중이었다.
***
나노소프트 요식업 프랜차이즈 사업부는 진지한 고민을 안고 있었다.
"결국 랩터 퇴치 문제는 손을 봐야 합니다."
"우리 사업부에서 식자재의 안정적인 확보를 위해 종자 사업과 경작사업에도 투자를 하기로 했습니다만, 랩터 퇴치가 병행되지 않으면 무의미한 짓입니다."
"수영농장 본사에서 랩터 킬러라는 퇴치 드론을 만들었습니다. 한 번 보시죠."
"본사에서요?"
임원들은 흥미로운 표정으로 영상을 관람했다.
영상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다들 탁자를 내리치며 눈을 부릅뜨고 놀라워했다.
"맙소사! 대단합니다!"
"저런 게 있다면 당장 도입을 해야지요!"
"지금 당장 도입하면 내년에 쓸 양파 당근 종자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가격입니다. 이 작은 드론하나가 개당 수백만 불은 할 겁니다."
"우리 사업부 저번 달 매출이 얼마였나요?"
"80억? 90억 불 정도였나요?"
"그럼 본사에 이번 달 수익 지급하고 남는 걸로 충분하겠군요."
수영레스토랑 북미 가맹점은 나노소프트 하나다.
북미 전역의 매장들은 모두 나노소프트가 직영으로 관리한다.
무조건 성공할 게 뻔한데, 돈이 없는 것도 아닌데, 뭐 하러 가맹점을 또 신청받아서 이익을 나누겠는가.
매장 운영비, 식자재 구입비, 본사(한국 수영레스토랑)가 가져갈 수익을 제외하면, 약 15% 정도가 나노소프트의 수익이다.
재무팀장이 조용히 중얼거렸다.
"뭔가 우리 사업부가 돈을 많이 벌긴 했는데……."
돈을 쌓아둘 때마다 뭉텅뭉텅 빠져나가는 이벤트가 발생한다고 해야 하나?
얼마 전까지 가득 쌓여 있던 현금은 종자 사업, 경작 사업에 대대적인 투자를 했다.
그래서 지금 통장은 텅 비어 있다.
다시 돈이 모이려고 하니까 이번에는 값비싼 랩터 퇴치 드론을 도입해야 한다.
"차라리 다른 방식으로 랩터를 퇴치하는 게 낫지 않을까요? 비용면에서 너무 손해입니다."
"가성비보다는 확실한 성능, 효능, 결과가 중요합니다."
"……."
"그리고 가성비에서 손해 좀 보면 어떻습니까? 어차피 우리 본사에서 사오는 거잖아요."
"그, 그렇긴 하지만……."
"본사가 우리를 기특하게 여겨서 식자재 공급가에서 배려를 해줄지 누가 압니까?"
이야기가 그렇게 되나?
"어차피 우리가 북미 전역에 랩터킬러를 쫙 깔 것도 아니고, 우리 영향 아래 있는 농가에서만 운용하면 됩니다."
궁극적인 목적은 나노소프트가 필요로 하는 식자재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것이므로, 미안하지만 관련 없는 농가들까지 신경 써줄 수는 없다.
"본사와 연락해서 도입을 추진합시다."
"록히드마틴과 연계하면 더 수월할 겁니다. 동체 기종을 록히드마틴이 제공하고 있으니까요."
***
나노소프트는 그렇게 번갯불에 콩볶아먹듯이 움직였다.
록히드마틴은 당연히 신이 났다.
값비싼 신형 드론을 추가로 납품할 수 있게 되었으니까.
하수영도 군말 없이 수락했다.
"몇 기나 도입하실 거죠?"
"100기 정도는 도입해야 안정적으로 운용할 수 있을 듯합니다. 경작지 예상 면적이 상당하다 보니……."
"100기면 빠듯하겠네요. 미국은 땅덩어리가 워낙 크잖아요."
"네, 그래서 외부 농가에 지원을 해주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드론이 남아돈다면 다른 농가에 지원을 해줄 수도 있으리라.
하지만 나노소프트는 딱 필요한 수량만 살 생각이었다.
성능은 최고지만 가성비는 극악 아닌가.
일부러 넉넉하게 사서 외부에 지원을 해줘야 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돈 아껴야지.
그렇게 해서 나노소프트는 라면 팔아서 번 돈을 또다시 크게 인출했다.
***
개조를 마친 랩터 킬러를 실은 항공기가 도착하는 날.
공항까지 마중을 나간 발머 스틴은 마침 저 멀리서 들어오는 군용 화물기를 보았다.
귀중한 드론이다 보니 미군의 협조까지 받아서 수송한 것이다.
"랩터 킬러 개조에도 프리덤 개발자가 관여했다고 했던가?"
"예, 그렇다고 합니다."
"서진파운드리 반도체 공정에도 관여를 했다고 들은 거 같은데…… 정말 대단하군."
촉망받는 천재 과학자 정서진과 프리덤 개발자의 합작.
그것이 실리콘밸리에서 서진파운드리를 바라보는 시각이었다.
프리덤 개발자의 존재를 인지하는 것만으로도, 미국의 초대형 기업이라는 증거다.
어느덧 화물기가 멈추고, 차례차례 화물들이 나오고 있었다.
"라면만 잘 팔면 끝인 줄 알았는 데, 생각보다 발이 넓어지고 있어."
"규모가 커지니까 어쩔 수 없는 거 아니겠습니까."
"빌 고든 회장은 우리 나노소프트가 종자 사업과 경작 사업까지 진출할 줄 전혀 몰랐을 거야."
빌 고든, 나노소프트의 창업주이자 일선에서 물러난 전 회장.
그는 지금 유명한 자선사업가로 열정적인 활동을 하고 있다.
"빌 고든 회장도 랩터 킬러에 흥미를 보이고 있습니다."
"랩터 킬러에? 이제 와서 IT로 다시 돌아올 것은 아니겠고……."
"네, 랩터 퇴치와 그로 인한 농가 피해 감소에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잘하면 빌 재단에서 다른 농가들한테 랩터를 지원해 줄 수도 있겠는데."
"그거 때문에 랩터의 실전 효용을 알고 싶어 하는 모양입니다. 빌 재단에서도 적극적으로 연락이 오고 있고요."
"협력해 줘. 우리야 우리 쓸 것만 샀지만, 빌 재단이 나서주면 다른 농가들도 어느 정도는 피해를 줄일수 있겠지."
물론 빌 재단에서 북미 전역에 랩터 킬러를 지원해 주진 못할 것이다.
재단에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재단이 돈을 써야 할 곳이 넘쳐나기 때문이다.
발머 스틴은 조용히 중얼거렸다.
"농사 하나 짓자고 이런 값비싼 첨단 장비가 필요하다니……."
"아몬드 농가는 이미 완전 무인화가 되어 있어서, 사람이 하는 일은 개화기에 벌통 갖다 놔주는 정도라고 합니다."
"농사 어려워. 참 어려워."
"저도 이렇게 돈이 많이 들 줄 몰랐습니다. 라면 팔아서 번 수익, 모두 탕진하게 생겼습니다."
"정부만 신이 나겠군. 큰돈이 건전하게 돌고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