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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갓-581화 (581/1,270)

프랜차이즈 갓 581화

145장 조짐은 언제나 모르는 사이에 (2)

"랩터 말벌의 DNA를 분석하여 만는 이 표적살충제는 따른 곤충은 건드리지 않고, 오로지 랩터 말벌에만 작용하여……."

화이자의 발표는 미국 농가의 들끓는 분위기를 다소 식혀줄 수 있었다.

"랩터 말벌을 죽이지는 못하지만 수면을 강하게 유도하고 기력을 빼앗는 효과가… 따라서 꿀벌들이 훨씬 더 적은 피해로 랩터 말벌을 물리칠 수 있게끔 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사용법도 간단했다.

자동화된 살충제 분무기를 양봉가 벌통 옆에 설치하기만 하면 된다.

분무기는 미리 설정된, 장수말벌이 활동하는 시간대에 지속적으로 약을 내뿜는다.

농장주가 할 일은 며칠에 한 번씩 약을 채워주기만 하면 된다.

화이자의 발표에 미국 농가의 반응이 극명하게 갈렸다.

"역시 화이자야. 위기의 순간에 언제나 기적 같은 약을 내놓네."

"근데 아무리 곤충이라지만 DNA 분석은 언제 하고, 또 거기에 맞춤형 살충제는 언제 개발한 거야?"

"음모론의 냄새가 나는데? 혹시 랩터 말벌 자체가 화이자의 작품은 아닐까?"

"그러고 보니 랩터 말벌들이 고향보다 훨씬 덩치도 커지고 활동량이 늘어났다는 사실이 갑자기 수상쩍은데?"

음모론이 제기되었고, 반론도 제기 되었다.

"화이자는 살충제 연구도 오래전부터 꾸준히 해온 기업이야."

"몇 년 전부터 장수말벌 조심해야 한다고 양봉 농가에서 그렇게 외칠 때, 화이자는 백악관보다 더 진지하게 귀를 기울였다고."

"음모론도 좀 가려가면서 제기해라. 무슨 신약만 나왔다 하면 죄다 약 팔아먹으려고 병을 만들어서 뿌렸다는 개소리가 붙는지, 원."

양봉 농가의 반응은 둘로 나뉘었다.

"음…… 그럼 한 번 믿고 다시 양봉을 해볼까? 그래도 평생 해온 게 벌통 치는 거라서 다른 일을 하려니 영 익숙하지가 않네."

"랩터 말벌들이 나중에 약에 내성이라도 생기면 어떡하려고? 난 다시는 양봉 안 한다. 한 번 발 뺐으면 뒤도 돌아보지 말아야지."

농사를 망쳤다가 옥수수나 밀 등 풍매화(바람에 꽃가루 수분을 의존하는) 작물로 갈아탄 농민들은 당연히 강 건너 불구경이었다.

다행히 백악관은 화이자와 농가의 요구에 보조를 맞추었다.

값비싼 랩터 말벌 표적살충제의 구매비용을 지원하기로 한 것이다.

양봉업자라면 누구나 벌통 등 양봉규모에 맞춘 살충제를 지원받을 수 있었다.

양봉업자뿐만 아니라 아몬드 등 꿀벌 수준 의존성이 높은 농가도 지원받을 수 있었다.

이 조치가 당장 양파 파동을 해결해줄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내년에 파종할 종자량은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었으니.

하지만 미국 농가는 다시 한번 희망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당근 양파 가격 폭등에 시달렸던 전 세계 나라들도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미국은 땅 넓고 돈 많고 기술도 좋으니까 금방 복구할 수 있을 거야."

"언제 그랬냐는 듯이 이제 다시 자기네 양파와 당근, 아몬드를 사가라고 '진짜 랩터'를 띄워서 협박하고 다닐걸?"

"원래 연예인 걱정, 재벌 걱정, 미국 걱정은 하는 게 아니랬다."

***

서락산.

하수영이 최초로 농지를 꾸몄던 산이다.

부사장 정서희와의 인연이 맺어진 곳이기도 했다.

원래 산주인이 정서희의 외할머니였으니.

이름 모를 조선시대 대부호 수집가가 모은 대량의 문화재가 발견된 이후, 하수영은 서락산을 잠시 떠났었다.

그리고 문화재 발굴이 모두 끝난 지금, 서락산에는 고층 원통 빌딩이 들어서고 있었다.

JS건설이 열심히 짓고 있는 이 빌딩은 바로 테라리움 2호기였다.

"하루 3교대로 밤낮 구분 없이 열심히 현장을 돌리고 있습니다. 예상공기보다 훨씬 더 단축할 수 있을 겁니다."

안전모를 쓴 JS건설 조진웅 사장이 열심히 설명했다.

"무엇보다 안전문제에 가장 큰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덕분에 공사비용이 예상보다 더 많이 나가긴 하지만……."

"공사에서 비용은 중요한 게 아닙니다. 안전과 속도와 품질, 이것들이 중요하죠."

조진웅 사장은 쓴웃음을 지었다.

건설계에 오래 몸을 담았지만, 어떤 건축주도 비용을 후 순위에 두지 않는다.

"내년에는 돌릴 수 있겠죠?"

"그럴 것으로 생각됩니다."

"추가 빌딩도 연달아서 지을 겁니다. 농사빌딩을 지속적으로 확장할 거니까 알고 있으세요."

"네, 알겠습니다."

다수의 복합층으로 이뤄진 원통형 테라리움 2.0은 단위 토지면적에서 기존보다 훨씬 더 많은 생산량을 기대할 수 있다.

'2.0 버전만 완성되면 지금처럼 갑자기 생산량 딸려서 허덕이는 일은 없겠지.'

수영농장의 기적적인 생산량에 놀라워하는 이들이 들었다가는 어처구니없어 할 것이다.

"슬슬 레스토랑 가맹점들 식자재공급망 통일도 준비해야 할 거 같고."

수영레스토랑은 주요 식재로는 본사에서 일괄 공급한다.

황비버섯 등 주요 식재료를 가맹점이 직접 구매하면 절대 그 가격을 맞출 수가 없다.

수영레스토랑의 강점은 재료비 시중가보다 라면 요리를 저렴하게 제공한다는 것에 있으니.

물론 주요 식재료를 제외한 부수재료는 가맹점들이 알아서 개별 구매한다.

특히 미국의 수영레스토랑은 한국가맹점들보다 자율적으로 구매하는 식재료의 종류가 많다.

하수영은 언젠가는 본사가 가맹점에 모든 식재료를 100% 공급하는 형태를 구축할 생각이었다.

"미국 장수말벌 사태가 만약에 진정이 안 될 경우도 생각해야지."

미국 수영레스토랑에 안정적으로 식재료를 공급해 줘야 한다.

또한 미국의 충매화 작물 싹쓸이 쇼핑에 대비해, 국내 시장에도 언제든지 다양한 식재료 공급을 할 수 있게끔 해야 한다.

"테라리움 2.0만 완성되면 나노소프트하고 국내 시장 정도는 충분히 커버할 수 있겠지."

***

국내 '당근 양파 파동'은 완전히 잠잠해졌다.

수영농장에서 '급히 찍어낸' 물량이 뉴월드마트, 하우스플러스 등을 통해 풀리면서 소비자들도 안정을 되찾았다.

더 이상 고깃집에서 양파가 없어서 난감해하는 일은 이제 없어졌다.

맥날드, KCF 같은 미국 푸드업체들이 도매공급을 애원하는 바람에 거절하느라 귀찮아지긴 했어도.

그리고 하수영은 나노소프트를 통해 원하던 선물을 받았다.

"이게 장수말벌인가? 휘유, 정말 크구만."

하수영의 청담동 저택에는 간만에 다양한 사람이 모였다.

최우석 부의장, 전성렬, 정서희, 프랜차이즈 사업 책임자 주희도.

그들은 커다란 투명 용기에 갇힌 채 움직이지 않는 말벌을 신기한 듯이 바라보았다.

"네, 큰 게 일벌이고, 작은 게 여왕벌입니다."

"일벌이 정말 크네요. 근데 여왕벌은 왜 이렇게 작은 거죠? 보통은 여왕벌이 훨씬 크지 않나요?"

"이 여왕벌만 유달리 작은 겁니다. 미국의 다른 여왕 장수말벌들은 일벌보다 훨씬 큽니다. 우리나라 여왕벌보다 1.5배 정도라고 하네요."

"그럼 왜 이 여왕벌만 일벌보다 더 작은 거죠?"

"그건 저도 모르죠. 나노소프트도 신기하다고 하더군요."

정서희는 의아함을 품은 채 밀폐용기 안에서 움직이지 않는 벌들을 이리저리 둘러보았다.

"지금 죽은 거 맞죠?"

"네, 살아있는 채로 국내에 반입할 수가 없거든요. 방부제 처리까지 해서 들여온 겁니다."

"우리나라 장수말벌이 물 건너 그 먼 땅까지 가서 이렇게 덩치가 커져서 돌아오다니."

전성렬은 신기한 듯이 박제된 장수말벌들을 이리저리 둘러보았다.

"양파 파동이 결국 이놈들 때문이었다. 이거지?"

"근본 원인은 그렇죠."

"그래도 이제 미국에서 말벌 퇴치를 한다니까 곧 해결이 될 거야. 요즘에는 양팟값 올라서 죽겠다는 말은 안 들리고 있으니."

"글쎄요. 곤충 퇴치라는 게 그리 만만치 않은 작업이라서요. 전 억눌렀다가 강한 반동이 튀어나오는 일을 걱정하고 있습니다."

"강한 반동?"

"약에 내성이 생길 수도 있고, 약이 통하지 않는 다른 말벌종이 나올 수도 있고, 대비는 해야지요."

"우리나라에 역으로 들어올 것을 걱정하고 있구먼."

"배 타고 물 건너서 미국으로 갔다면, 배 타고 다시 돌아올 수도 있는 거죠."

"근데 미국 장수말벌이 우리나라 장수말벌이라는 근거는 없지 않나? 아시아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건데."

"중국 장수말벌일 가능성이 더 높죠. 우리보다 훨씬 땅도 크고 곤충도 많을 테니까요."

"자네, 거의 확신하듯이 말하는데?"

"그냥 감입니다."

물론 감 따위가 아니었다.

통찰안(주신의 지식보고 접근 권한)을 통해 알 수 있었다.

장수말벌의 근원지를.

'원래 중국 벌이구나.'

물론 일벌은 미국에서 태어났다.

하지만 여왕벌은 4년 전 중국에서 태어났다.

아마도 선박에서 겨울을 날다가 얼떨결에 미국으로 건너갔을지도 모른다.

'운이 좋았네.'

장수말벌 피해가 최초로 보고된 지 역 위주로 여왕벌 수색을 의뢰한 보람이 있었다.

중국에서 태어난 여왕벌을 결국 확인했으니.

몸집이 상대적으로 작은 여왕벌이 있으면 보내달라고 했는데, 이렇게 성과를 거둔 것이다.

'원래는 보통 장수말벌이었는데, 미국에 정착하면서 몸집이 더욱 커지고 공격력도 높아진 거군.'

더 자세한 정보를 알 수 있으면 좋겠지만, 통찰안의 레벨이 낮은 관계로 그 이상은 무리였다.

'중국에서 건너간 게 원인이라고 말을 해도 믿을 사람도 없겠지. 그게 중요한 것도 아니고.'

"그런데 죽은 말벌은 왜 보내달라고 한 건가? 돈이 꽤 들었을 텐데."

"업데이트하려고요."

"업데이트?"

"언젠가 이 말들이 역으로 우리나라에 들어올 수도 있잖아요? 그때를 생각해서 미리 대비를 해두려고 그 럽니다."

"오, 역시 하 사장. 준비성이 철저해."

"잘하면 미국에 대비책을 수출할 수도 있겠네요."

"그런데 대비책이라는 게 뭡니까, 사장님?"

마지막 주희도의 질문에 하수영은 어깨를 으쓱했다.

"로봇입니다. 킬러 로봇이요."

"킬러 로봇?"

***

국내 당근 양파 파동은 완전히 잡혔고, 미국도 안정세를 기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예전처럼 미국 장수말벌 사태를 걱정하는 분위기는 이제 없다.

"평화를 원하거든 전쟁을 대비하라는 말이 있지. 심지어 이미 평화는 한 번 깨졌어.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프리덤?"

-전쟁을 준비해야 합니다.

"그러니까 어떻게 전쟁을 준비해야 할까?"

-…….

"답은 군비 증강이다, 인마. 이렇게 쉬운 것도 모르냐?"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전쟁을 대비하실 생각이십니까?

프리덤도, 하수영도 모두 진지했다.

해충 따위와의 전쟁이라고 결코 가볍게 임하지 않는다.

농사가 생업이기에 오히려 해충에 대해 태도가 남다르다.

장수말벌의 천적은 벌통 잃고 분노한 양봉업자 사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심지어 수영농장도 이제 양봉을 하고 있다.

장수말벌 피해 방지는 남 일이 아니었다.

"드론이지."

-드론이라고요?

"그래, 초소형 드론으로 해결한다. 살충제 따위는 결국 내성이 생기거나 아니면 다른 곤충까지 해를 끼칠수 있어. 인체에 생각지도 못한 부작용을 끼칠 수도 있고."

언젠가 더욱 강력해진 미국 장수말벌이 역으로 건너올지도 모른다.

상황이 닥치고 대비하면 늦다.

가장 평화로울 때, 가장 치열한 전쟁을 대비해야 하는 법.

"물리적 폭력은 모든 걸 해결해 주지. 가장 간단하면서도 부작용 없는 방법이야. 물리력을 써서 장수말벌을 정확히 제거하는 게 가장 탈이 없어."

-합리적인 말씀입니다.

지금도 수영농장에서는 작물에 붙는 벌레들을 로봇들이 일일이 물리력으로 제거한다.

덕분에 수영농장산 작물은 농약을 전혀 쓰지 않은 무공해 청정 작물로 인정받는다.

"이름은 랩터 킬러로 하자. 괜찮지?"

-랩터 킬러, 최적화된 네이밍입니다.

"좋아. 그럼 간단하게 상비군으로 랩터 킬러 100기 정도만 갖추자. 일단 발주부터 넣어야겠는데."

-록히드마틴에서 만든 초소형 정찰드론이 요즘 핫합니다. 완전 신상입니다.

"신상 좋지. 발주 준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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