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랜차이즈 갓-580화 (580/1,270)

프랜차이즈 갓 580화

145장 조짐은 언제나 모르는 사이에(1)

하수영은 일반 농가의 밥그릇을 위협할 만한 일은 최대한 삼가왔다.

꼭 필요한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나섰다.

쌀 판매는 수해 때문에 당장 국내에 쌀이 없을 때 했던 것이고, 황비버섯이나 송이버섯은 그거 하나로 전적으로 먹고사는 농가 자체가 없다시피 했었다.

밀, 고추 등 그 밖의 작물은 농산물 유통이 아니라 프랜차이즈 요식 업에 쓰기 위해서 재배한다.

웬만해서는 일반 농가와 직접 경쟁하는 일이 없었다는 뜻이다.

"비상 상황이니 한 번 더 나서줘야겠네."

나노소프트가 화물기까지 동원해서 당근 양파를 긁어갔다는 이야기를 들은 후, 하수영은 프리덤에 새로운 지시를 내렸다.

"프리덤, 당근 양파 재배 시작해라. 국내 가격은 일단 잡아야겠다."

-알겠습니다. 마스터.

지시를 받은 프리덤은 지체 없이 당근 양파 재배를 시작했다.

수영농장은 100% 풀가동 중이기에, 벼농사 구역의 일부를 당근 양파 농사에 할당했다.

구할 수 있는 종자량은 터무니없이 적었다.

하지만 1차 재배로 얻은 종자를 다시금 전량 파종하고, 2차 재배, 3차, 4차 재배에서도 같은 작업을 반복했다.

엘릭서 덕분에 파종을 하고 이틀 정도면 수확이 가능했기에, 하루하루가 지날수록 확보한 종자 포대가 무시무시하게 쌓여갔다.

-국내 수요 감당에 필요한 종자량은 충분히 확보했습니다.

"값이 올랐으니 분명 사재기하려고 나오는 업자들도 있을 거야. 그 수요까지 계산했지?"

-물론입니다. 여유분을 넉넉하게 잡았습니다.

"좋아, 종자는 다 모았으니 그럼 오늘 생산 들어간 것들 내일부터 출하하자."

-알겠습니다.

당근 양파 가격 폭등의 근본 원인은 아메리카에 상륙한 장수말벌.

최종 원인은 미국 요식업 관련 업체들이 전 세계적으로 긁어모으기 시작한 것.

그래서 하수영은 국내 수요만큼 당근 양파를 넉넉하게 공급하기로 했다.

일단은 한시적인 결정이었다.

수해 정비가 끝나고 당근 양파 농가들이 정상 농업을 시작하면, 공급 안정화를 유지하며 서서히 물러날계획이었다.

-마스터, 유통 관련에서 가격으로 장난을 치는 업자들이 발견되었습니다.

"응, 사재기 고발 넣어. 지금 온 나라가 난리인데 어디서 사재기 따위야."

수영농장에서 물량을 풀자 기다렸다는 듯이 유통업자들이 나섰다.

그들은 물량을 내놓는 족족 쓸어 담아 창고에 넣어두었고, 금 같은 가격을 유지하면서 이익 극대화를 노렸다.

프리덤은 그걸 예상하면서도 물량을 풀었다.

온 나라가 난리일 때 유통으로 장난치는 업자들을 이참에 걸러내기 위해서였다.

-이 정도면 유통업자들은 충분히 파악한 거 같습니다. 이제부터 직접 소매를 실시합니다.

"사재기에 참여 안 한 정상 유통자 들한테는 물량 충분히 공급해 주고."

-예, 마스터.

가격 장난질 없이, 물량 들어오는 대로 시중에 푼 양심적인 유통업자들은 그렇게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살아남았다.

그런 양심적인 업자들 숫자가 절반 미만이라는 점이 아쉽지만.

필터링을 마친 뒤, 뉴월드마트와 하우스플러스에서 당근 양파를 팔기 시작했다.

1인 구매량에 제한을 걸었기에, 가격 장난질을 노린 업자가 끼어들 틈이 없었다.

어떻게든 파고들려는 이들은 프리 덤의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걸러졌다.

***

-수영농장에서 당근 양파 풀었다.

-가격이 열 배 이상 떨어졌어. 예전보다는 2, 3배 수준이지만, 그래도 이게 어디냐.

-수영농장은 대체 안 키우는 작물이 뭐냐? 언제부터 당근 양파도 다뤘어?

-데메테르 하수영께서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식물을 관장하신다. 그분이 다루지 않는 작물을 찾다니, 참으로 어리석은 질문이로다.

-데메테르는 여신이잖아?

-성별이 중요한가. 곡물과 수확의 신이라는 것이 중요하지.

수영농장에서 푸는 물량은 한국의 수요를 충분히 커버할 수 있는 양이었다.

미국 수출로 돌린다면 국내 판매보다 더 큰 이익을 남길 수도 있었다.

그걸 노린 유통업자들이 어떻게든 물량을 확보하려고 발버둥 쳤다.

지금도 맥날드, KCF, 버거킹, 나노소프트 등등 당근 양파를 원하는 미국 업체들이 넘쳐나고 있었으니.

하지만 국내 1, 2위의 종합소매업체인 뉴월드마트와 하우스플러스의 틈을 파고들 수는 없었다.

수영농장산 당근 양파는 중간 장난 없이 착실하게 일반 소비자들에게 공급되었다.

뉴월드마트와 하우스플러스는 웃돈을 얹어주겠다는 미국 업체들의 요구를 단칼에 거절했다.

"수출은 생각 없습니다."

"하지만 부장님, 미국에 팔면 국내유통하는 것보다 더 많은 돈을 벌수 있습니다."

"누가 그걸 모릅니까? 그런데 우리는 수출업체가 아니라 종합소매업체입니다. 다수의 일반 소비자들을 상대로 먹고사는 기업이라고요."

"그렇지만 이 좋은 기회를……."

"국내 사정을 잘 모르시는군요. 수영농장은 우리 회사 최대주주입니다."

"예?"

거래를 위해 미국에서 직접 날아온 맥날드 한국계 책임자가 그 말에 당황했다.

"지금 당근 양파 생산자가 우리 회사 오너라는 뜻입니다."

"그런……."

"미국 수출로 한몫 챙길 거였으면 애초에 우리 회사에 물량을 주지 않고, 수출업체와 직접 거래를 했을 겁니다."

먼 길을 날아온 맥날드 담당자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뉴월드마트 부장은 조곤조곤 설명했다.

"최대주주인 수영농장주께서는 소비자의 불만 안정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하십니다. 소비자가 없으면 기업도 없다고 생각하시죠."

"어떻게 방법이 없겠습니까?"

"유감입니다. 이건 지시라서요."

당근 양파 물량에 쾌재를 부르며 달려왔던 수출 담당자들은 그렇게 연달아 헛걸음을 돌려야 했다.

나노소프트 요식업 프랜차이즈 사업부에서는 아무도 찾아오지 않았다.

"그래도 나노소프트가 눈치는 있네요."

"한국에서는 더 이상 물량 싹쓸이를 안 하더랍니다. 아차 싶었던 거죠."

"그놈들도 가격 폭등을 노리고 한 것은 아닐 겁니다. 전 세계에서 물량 긁어모으다 보니까 그렇게 된 거지."

나노소프트 수영레스토랑은 '본가'를 헤집어놓을 마음은 없었다.

급한 대로 부족한 식재료를 사 모으다 보니, 한국에서도 화물기까지 동원했을 뿐.

하수영이 국내 시장 안정을 위해 푼 물량에 손을 댈 만큼 막 나가지는 않았다.

대신 발머 스틴이 직접 하수영한테 연락을 취했다.

-사장님, 일반 식재료 부족이 본사책임은 아니지만 결국 프랜차이즈가맹점이 잘되어야 본사의 이익도 극대화되는 거 아니겠습니까.

미국 수영레스토랑이 잘되는 족족 그 이익은 하수영한테 돌아간다.

발머 스틴은 그 점에 적극 호소했다.

-지금 가맹점들이 양파가 없어서 레시피를 제대로 지키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나노소프트에서 필요한 물량을 보내주면 그만큼 따로 보내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덕분에 살았습니다.

물량 가지고 유통장사하면 안 된다는 경고는 굳이 하지 않았다.

발머 스틴은 그렇게 확보한 식재료를 전량 가맹점 장사에 돌릴 게 분명하니까.

내친김에 앞으로의 일도 논의했다.

-일단 내년까지는 본사에서 양파도 공급을 해주셔야 할 거 같습니다.

"하루 이틀에 끝날 일이 아닌가 보네요.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알고 보니 양봉업계와 아몬드 업계에서는 재작년부터 이미 꾸준히 이야기가 나온 모양입니다. 그게 이번에 크게 터진 거지요.

"그럼 내년에는 더 심해지겠군요."

-네, 그렇습니다. 지금 프랑스에서는 양파 수출에 제한을 둬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는 모양입니다.

"프랑스에서요?"

하수영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축복받은 비옥한 농지를 자랑하는 국가, 프랑스, 식량 자급자족률 300%가 넘어가는 그 풍요로운 나라에서 수출 제한까지 고려한다고?

-프랑스산 양파도 우리 미국 요식 업체들이 전부 긁어오는 바람에 프랑스 국민들이 피해를 좀 입은 모양입니다.

"제한이 좀 걸리시겠네요. 아무래도 식량안보는 정부로서도 민감하니까."

-그래서 외교적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입니다.

"외교적이라……."

신사적으로 표현했지만, 결국 정부가 앞잡이질을 해서 식량을 억지로 사갈 수도 있다는 의미 아닌가.

"격세지감이네요. 늘 식량을 사가라고 동맹국을 쪼기만 했던 미국이 식량을 팔라고 쏘는 날이 기어이 오는군요."

-하하…….

발머 스틴은 멋쩍게 웃기만 했다.

"가맹점 돌리는 데 문제없도록 식재료 공급에는 저도 신경 쓰겠습니다. 그럼 장수말벌 문제는 어떻게 되어가나요?"

-백악관은 아직 별다른 논평이 없습니다. 곤충으로 인한 국가 안보위기를 선뜻 받아들이기 어려운 모양입니다.

"민간에서는요?"

-우리 나노소프트가 주축이 되어서 요식업체들과 이야기 중입니다. 장기적으로는 인공수분 기술 발전과 보급화에 투자하고, 단기적으로는 랩터 말벌 퇴치에 공을 들여야지요.

"건투를 빕니다."

전화를 끊은 뒤 하수영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말벌 피해라… 우리나라 꿀벌들을 한 번 수출해 볼까?"

꿀벌들은 말벌 한 마리를 여러 마리가 에워싸서 몸의 열을 올려서 쩌죽인다.

토종 꿀벌은 물론이고, 양봉을 위해 해외에서 들여온 꿀벌들도 그 방법을 학습했다.

피해가 극심하지만 대응책은 있단 소리다.

하지만 장수말벌을 처음 본 아메리카 꿀벌들은 제대로 대응을 못 하는 모양이다.

"꿀벌 역수출도 진지하게 생각해 봐야겠네. 프리덤, 내년까지 나노소프트 수요까지 고려해서 농사 계획보완해라."

-추가 농지 확보가 필요합니다. 지금 테라리움 규모로는 감당하기 힘듭니다.

황비버섯, 송이버섯, 밀, 벼, 고추등등 생산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으니,

"에휴, JS건설이 테라리움 2.0을 하루빨리 완공하든가 해야지, 지금 사이즈로는 너무 작아서 못 해먹겠네."

오죽하면 금맥이 터진 게 차라리 잘 되었다는 생각이 순간 들기도 했다.

덕분에 테라리움 2.0 건설을 일찍 추진했으니.

-아니면 엘릭서 농도를 더 높여서 성장 촉진 속도를 올리는 방법도 있습니다.

"그건 안 돼. 지금 송이버섯 엘릭서 드링크도 건강 증진 효과가 섞여서 범죄 조직에서 마약에 섞고 그러는 판인데."

엘릭서는 딱 음식으로서의 효능을 높이는 수준까지만.

애초에 비료로 사용하고 있으니, 목적도 그 수준에 맞게 달성해야 한다.

"귀농이 참 힘들구나. 내 맘대로 잘 되는 듯하다가도 이렇게 생각지도 못한 게 터지네."

하수영은 오래전의 전생을 떠올렸다.

-폐하! 귀농이시라니요! 농사라는 게 얼마나 힘든 건지 아시면 그런 말씀 못 하십니다!

-요즘 사직서 내고 귀농한다는 귀족들이 토착민들 배척심리 때문에 줄줄이 마음의 상처를 입고 다시 올라오는 걸 모르십니까!

-귀농을 생각할 시간에 적 행성을 한 개라도 더 점령할 방법을 구상하셔야지요.

"농사 참 힘들다. 내 마음대로 잘 안 되냐."

***

수영라면 한 그릇에 들어가는 양파 양은 그리 많지 않다.

북미 시장의 워낙 커서 소비량이 무시무시한 것뿐.

다행히 나노소프트는 수영농장에서 양파 물량을 공급받으면서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물론 맥날드 등 다른 대형 요식업기업들은 사활을 걸고 전 세계에서 박박 긁어모으는 중이지만, 한국 당근 양파 시장도 안정되었고, 북미 수영레스토랑도 평시 분위기로 돌아갔다.

그러나 미국의 장수말벌 문제는 아직 끝나지 않은 상태였다.

그러는 와중에 말벌 특효살충제 발표가 터졌다.

[화이자! 말벌 특효살충제 발표!]

[말벌의 DNA 분석, 오직 특정 말벌류에만 작용하는 표적 살충제!]

[백악관, 랩터 말벌 전격 퇴치 시행 명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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