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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갓-579화 (579/1,270)

프랜차이즈 갓 579화

144장 양파가 죽었어 (3)

수영레스토랑은 조리를 위해 다양한 식재료를 듬뿍 사용한다.

국물 맛의 최강자이자 끝판왕인 황비버섯.

그 외에도 송이버섯, 양파, 콩나물, 각종 해산물이 들어간다.

북미의 기대 매출만 연 800억 달러이다 보니, 소비하는 식재료의 양이 무지막지한 수준.

요식업 프랜차이즈 사업부 책임자 발머 스틴은 양파 부족 사태에 누구보다 민감하고, 과감하게 반응했다.

"전 세계에서 닥치는 대로 양파를 긁어모은다. 가격은 신경 쓰지 마!! 한순간도 쉬지 않고 라면을 만들어야만 한다!"

그는 경쟁업체인 맥날드와 KCF, 버거킹 등이 이미 양파 확보전에 들어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사장님, 캘리포니아 매장들이 양파 부족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이미 미국에서는 충분한 양파를 구하는 게 불가능합니다!"

"그럼 해외에서 수입해야지."

"하지만 시간을 맞추기에는 터무니없이……."

"그럼 배가 아니라 화물기를 띄우면 되지."

"네? 항공 수송을 쓰자고요?"

임원들은 어이가 없어서 입을 떡벌렸다.

세상에 값비싼 반도체 부품도 아니고, 겨우 식재료 따위를 비행기에 실어서 운반하자고?

"중요한 것은 소비자의 신뢰다. 우리는 어떤 경우에도 흔들림 없이 정상적인 영업을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거야."

"그래도 항공 수송은 비용이……."

"그동안 번 돈, 이런 데다가 써야지. 아니면 어디다가 쓰려고?"

그나마 다행인 것은, 양파와 함께 부족해진 당근의 비중이 수영레스토랑에서는 높지 않았다는 것.

물론 양파보다는 비중이 낮지만, 사업 규모가 원체 크다 보니 필요로 하는 양이 엄청났다.

"A380이든 B747이든 가리지 않고 항공기를 수배해서 띄워!"

"알겠습니다."

"모조리 긁어모은다. 모조리."

그렇게 발머 스틴은 간만에 기업가로서의 투지를 불태웠다.

***

나노소프트의 시장지배력은 무시무시했다.

대륙, 국적을 가리지 않고 닥치는 대로 통양파와 통당근을 긁어모으기 시작한 것이다.

비단 거기에 그치지 않았다.

"당근씨앗, 양파씨앗도 모조리 사들인다."

"예? 설마 농업까지 손대시려는 것은 아니겠죠?"

발머 스틴의 발언에 임원들은 기함했다.

식재료가 부족하다면 직접 재배해서 조리하겠다, 뭐 그런 발상인가?

"통계를 봤는데 올해 당근 양파 파동은 작년부터 이미 진행 중이었네. 불은 이미 붙어 있었고, 올해 들어와서 급격하게 폭발을 일으킨 거지."

"……."

"몬산테의 내년 씨앗 출하량은 더 처참할 거야. 가격도 폭등할 테고. 그러니 가능한 많은 씨앗을 확보해 둬야 한다."

대재난에는 사전 조짐이 존재한다.

다만 당시에는 그게 조짐이라는 것을 모르고 지나칠 뿐이다.

그리고 일이 크게 터진 뒤에야 깨닫게 된다.

아, 그게 모두 조짐이었구나, 하고 말이다.

"양파와 당근뿐만이 아닐세. 우리가 쓰는 식재료 중에서 충매화 작물은 종류를 가리지 않고 부지런히 씨앗을 확보해서 쌓아둬야만 해."

충매화.

꽃가루 수정을 주로 곤충에 의존하는 식물꽃을 말한다. 양파와 당근처럼.

"우리가 직접 농사는 짓지 않더라도, 농가에 위탁은 할 수 있지 않겠나?"

씨앗을 대량으로 보관했다가 농가와 재배계약을 맺어 안정적인 물량확보를 꾀한다는 것.

"몬산테와 제휴도 추진해. 앞으로의 요식사업은 종자 확보 능력이 필수다."

자그마한 요식업 프랜차이즈 브랜드라면 모를까.

북미 연간 매출 1,000억 달러를 바라보는 나노소프트는 농업 시장의 변동에 직격으로 영향을 받게 된다.

발머 스틴은 이번의 당근 양파 파동으로 그 사실을 뼈저리게 깨달았다.

농사가 남의 일이 아니라는 것.

농사가 잘못되면 누구보다 자신들이 가장 큰 영향을 받는다는 것.

'황비버섯, 수영파우더(엘릭서 고춧가루) 같은 주요재료는 한국 본사에서 공급받지만, 그 외는 결국 우리 힘으로 해결해야 한다.'

"알겠습니다. 특히 인공수분 기술 투자를 중점적으로 몬산테와 협의를 해보겠습니다."

"단순히 돈만 투자할 게 아니라 인수까지도 고려를 해봐. 종묘회사뿐만 아니라 농업법인까지도."

"예, 사장님."

***

한국 시중에서 당근과 양파가 자취를 감췄다.

유통을 위해 시중에 풀려 있던 물량을 미국 대형 푸드업체들이 깡그리 긁어간 것이다.

심지어 하반기, 내년 농사를 위해 농가에서 비축해 놓은 씨앗까지도 웃돈을 주고 사갔다.

농가에서는 구입 가격에 웃돈까지 더 쳐준다고 하니 군말 없이 사놨던 씨앗들을 되팔았다.

"어차피 올해 농사도 수해 때문에 망했어."

"이렇게라도 수익 보전해야지."

양팟값이 올랐으니 키워서 팔아볼까 생각도 했지만, 웃돈을 워낙 많이 쳐준 덕분이다.

그때 가서 양팟값이 어떻게 될지 모르니, 지금 당장 웃돈 받고 파는 게 낫다고 판단한 농가가 많았다.

이렇게 되자 가장 큰 피해를 본것은 요식업체와 소비자들이었다.

특히 고깃집에서는 더 이상 양파를 찾아볼 수조차 없게 되었다.

"아니, 왜 양파를 안 줍니까? 양파 없이 삼겹살을 무슨 맛으로 먹으라고요?"

"죄송합니다, 손님. 양파를 도저히 구할 수가 없어서요."

"저번에는 양팟값만 원가로 딱 받고 추가로 얼마든지 주셨잖아요?"

"그땐 물량이라도 있었는데, 이제는 양파를 구할 수조차 없게 됐습니다. 저희라고 양파를 안 내놓고 싶어서 그러는 게 아니에요. 죄송합니다."

시중에 당근과 양파가 씨가 말랐다.

아몬드도 부족했지만, 당근과 양파의 수요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인터넷 판매몰에서는 양파와 당근은 하나같이 품절 표시가 달려 있었다.

-세상에 맙소사, 이게 무슨 일이야?

-양파 당근을 먹고 싶어도 먹을 수가 없네. 편식 심한 애들은 좋겠다.

-뭐야? 양파 당근 파동이 대체 왜 일어나고 있는 거야?

-미국에서 올해 양파 농사가 별로였나 봐. 몇 년 전부터 장수말벌이 꿀벌들 다 때려잡는 바람에 계속 파종이 시원찮았다더라.

-장수말벌이 꿀벌을 초토화한 거랑 당근 양파 파동이랑 대체 무슨 상관이냐?

-꿀벌이 수분을 시켜줘야 종자 번식이 이뤄지는데 장수말벌이 다 때려잡았으니 그렇지.

-미국 양파 농가들은 이미 진작 예상했을걸? 몬산테 양파 종자 재고가 작년 들어와서 마침내 바닥 쳤거든.

-이민 간 삼촌이 미국에서 농사짓는데, 작년까지 양파 농사짓다가 올해부터 결국 옥수수로 전환했음. 찾아보면 양파 당근 농사 포기한 농가들 꽤 많다.

-올해는 수량 확보가 더 힘들 테니까, 내년에는 양팟값이 더 오를 수도 있다.

대중은 이제 상황을 선명하게 인식하고 있었다.

-근데 지금 장수말벌 꿀벌 학살은 미국에서만 난리 난 거잖아? 왜 전 세계가 다 같이 양팟값 폭등을 겪고 있는 건데?

-원래 미국이 기침하면 전 세계에 침이 튀는 거 모르냐?

-농작물 엄청나게 수출하던 나라가 지금 전 세계에서 사들이고 있는 데, 당연히 폭등을 할 수밖에 없지.

-그거 아냐? 미국의 종묘회사들은 양파 당근 파동 해결에 별로 관심 없다.

-아니, 왜?

-가성비가 안 나오거든. 인공수분으로 물량 확보해 봤자 별로 재미못 본다. 양파 당근 없다고 걔들이 난리 나는 것도 아니고.

-지금 잘 알려지지 않아서 그렇지, 곤충에 수분 의존하는 작물들 생산량이 계속 시원치 않다. 올해는 세개가 터졌지만, 내년에는 몇 개가 더 터질지 모른다.

***

한국 소비자들은 아메리카에 상륙한 장수말벌 에피소드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양봉 전문가들은 미국 장수말벌 정보를 접하고 입을 쩍 벌렸다.

"장수말벌들이 왜 이렇게 커진 거야?"

"무슨 일벌 한 마리가 여왕벌보다 더 크네."

"미국으로 건너가서 덩치가 커진 건가?"

"안 그래도 곤충계의 F-22인데 거기에 덩치 키워서 폭장량까지 늘렸으니…… 이건 답이 없다."

"이 정도면 진지하게 미국 정부에서 나서야 하는 거 아니냐?"

"곤충 수분이 시원치 않으면 인공수분이라도 하면 되잖아? 왜 안 하는 거야?"

"미국 농사짓는 사이즈를 봐라. 그게 사람 손으로 될 거 같아? 거기는 농약도 비행기로 날아다니면서 뿌린다고."

"꽃가루도 그렇게 뿌리면 되잖아?"

"그 꽃가루는 어디서 모으는데?"

"아, 그렇네."

사람들의 관심은 인공수분 확대가 아닌, 근본 원인으로 몰리기 시작했다.

"장수말벌을 때려잡지 않으면 아무것도 해결이 안 되겠는데."

***

아몬드 농가에서는 양봉업자들을 모시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쳤다.

하지만 무의미한 경쟁이었다.

-무슨 소리요? 나 작년에 양봉 완전히 접고 지금 전혀 다른 일 하는데.

"예? 양봉을 완전히 접으셨다고요?"

-재작년에 랩터 때문에 피해 입고 겨우겨우 복구하나 싶었는데, 작년에 모든 벌통이 다 박살 났거든.

"……."

-평생 꿀만 따다가 다른 일 하려니 힘들어 죽겠지만, 별수 있나. 랩터 그놈들 전멸시키기 전에 이 나라에서는 양봉 못 해.

오랫동안 양봉에 종사해 온 업자들 대부분이 업종을 전환해 버렸다.

여기저기 전화를 돌려서 고생고생연락이 닿은 양봉업자도 있었지만…….

-아아, 수분 때문에 밭에 벌통이 필요하시다고?

"네, 부탁드립니다."

-알았어요. 내가 오늘 방문하지.

"정말 감사합니다! 덕분에 내년을 기약할 수 있게 됐습니다!"

-다행입니다. 그래도 귀 농가에서는 내년을 기약할 수 있으니.

"예? 설마……."

-벌통은 내가 놓고 갈 테니까 나중에 알아서 치우든가 풀어주든가 해요.

"미스터?"

-어차피 산에다가 풀어주려던 벌통인데, 귀댁 농가에 풀어주면 마지막으로 좋은 일은 하는 거네.

"미스터? 미스터? 설마 양봉 접습니까?"

미국 양봉농가.

충매화 작물을 주력으로 키우는 미국 농가.

그들은 진작부터 랩터로 인한 피해를 몸으로 겪고 있었다.

그 피해는 이제 그들 업계에만 머무르지 않고, 전 지구를 강타한 것이다.

***

"진작 옥수수나 키울 걸 그랬어. 랩터 때문에 맘 졸일 필요도 없고 말이야."

"카이덴 아저씨는 밀로 전환하기로 했대요. 아몬드는 다시는 쳐다도 안보신다고 하시네요."

"바람이 완전히 멎을 일은 없으니까. 옥수수라면 안심이지."

원래 아몬드를 키우다가 미리 옥수수나 밀로 전환한 농민들은 천하태평이었다.

강 바깥에서 불타고 있는 배를 구경하듯이 평온한 마음이었다.

"불과 재작년까지만 해도 우리도 저 배에 타고 있었는데 말이야."

"아버지 말대로 일찍 탈출하길 잘했어요."

"옥수수야 곰팡이병만 걱정하면 되니까."

"그래서 수확량이 좀 적어도 내성종자로 쓰고 있잖아요."

"랩터로 겪어보니까 자연재해라는 게 내 뜻대로 안 오고 그러는 게 아니더라고, 그냥 평소에 착실하게 대비하는 게 낫지. 정부라는 것은 어차피 도움이 안 돼."

아몬드 농가에서는 진작부터 랩터퇴지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정부 차원이 아니라 연방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백악관은 들은 체도 하지 않았다.

고작해야 말벌종 따위가 미국 농가 생태계를 교란할 거라고는 생각을 못 한 것이다.

넓게 펼쳐진 옥수수밭.

백인 농부는 재작년까지 이곳을 가득 뒤덮었던 아몬드 나무밭을 떠올렸다.

이제 다시는 볼 수 없는, 추억 속의 풍경이 되어버린 과거.

"랩터(전투기)로 남의 나라 실컷 터느라고, 정작 자기들 본진이 랩터(말벌)에 털리는 건 전혀 모르는 멍청한 놈들. 백악관에 머저리만 모아 놨나."

"스텔스라서 늦게 발견되는 거죠,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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