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랜차이즈 갓-572화 (572/1,270)

프랜차이즈 갓 572화

142장 들어올 땐 마음대로였지? (4)

나노소프트 요식업 프랜차이즈 사업부의 사업 참여 의사.

기사를 본 하수영의 첫 반응은 이 랬다.

"이것들이 왜 초를 치려고 이러지?"

진짜 목적은 청담 스코프 양산 성공이 아니다.

멋대로 엉덩이 들썩인 대가로 '물리게' 만드는 것이었지.

안살린의 1조 달러 투자야 정부를 곤란하게 만드는 촉매제가 되었으니 좋다.

그런데 여기에 나노소프트까지 나선다?

돌아가는 상황만 지켜보던 돈 많은 자본가들이 얼씨구나 하고 뛰어들 것이다.

그리고 섣불리 그들의 투자를 받아주기라도 하면?

"그럼 정부가 부담해야 할 돈이 줄어들 구실이 생기잖아."

어림도 없다.

"라면 팔아서 돈 잘 버니까 딴생각이 나는 거야, 뭐야."

하수영은 혀를 쯧쯧 찼다.

왕세경과 통화를 한 그는 자신이 품은 우려를 전달했다.

다행히 왕세경은 상황을 완전히 이해하고 있었다.

-걱정 말게. 내가 책임지고 정부가 스코프 코인에 물리게 만들고 말 테니까.

"확실하게 물리게 만드셔야 합니다. 그래야 나중에 겁 없이 간 보는 놈들 안 나옵니다."

-알고 있네. 염려 마시고 맡겨 주시게.

***

청담 스코프의 핵심은 하수영이 만든 소프트웨어다.

디지털 영상 정보를 뇌가 해석할 수 있는 시각 정보로 가다듬어 전송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이 소프트웨어는 보안칩에 암호화되어 청담 스코프 본체에 내장된다.

다른 회사에서 청담 스코프 하드웨어를 그대로 만들어봤자, 1,520억짜리 3D 캠코더로 전락할 뿐이다.

캠코더로 영상 찍는 걸 누가 못하나?

그걸 잘 편집해서 뇌에 다이렉트로 쏴주는 게 바로 중요한데.

"미군도 당황하고 있을걸? 비싸기만 하고 쓸모없는 근거리 기절 장치가 이런 식으로 활용될 줄 알았겠어?"

"근데 왜 미국은 청담 스코프로 만들 생각을 못 했대?"

"전자기파로 뇌세포를 기절시킬 줄만 알았지, 소통하는 법은 몰랐으니까."

미군이 그저 시끄럽게 소리를 지르는 스피커를 만들었다면.

청담 스코프는 그 스피커를 이용해서 장엄한 오케스트라를 연주하는 방법을 알아냈다.

"근데 투자하겠다는 기업들이 엄청 나네."

"나노소프트, ADM, 록히드마틴, 윈텔, 헤슬라, 래플, TSMC……."

하나같이 쟁쟁한 이름을 가진 기업들이 청담 스코프 양산 사업에 투자를 하겠다고 나섰다.

내로라하는 석유 머니도 투자 의사를 밝혀왔다.

사우디와 아부다비에서도 국가 차원의 투자 의사를 전달했다.

이리되자 정부와 국회도 좀 더 적극적으로 국가투자를 밀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정부도, 국회도, 국민도, 해외자본과 과실을 나누는 것을 반기지 않았다.

"보십시오! 이렇게 쟁쟁한 기업과 국가에서 청담 스코프 양산사업에 제발 자기 돈을 써달라고 매달리고 있습니다!"

"무조건 크게 성공할 수밖에 없는 이런 기적을 왜 타국과 나눠야 합니까? 우리나라가 모두 가져야 합니다!"

"일단 시작하기만 하면 그 뒤는 어떻게든 알아서 굴러가게 되어 있습니다!"

너도나도 돈을 싸들고 와서 제발 투자하게 해달라고 애원하는 상황.

재벌의 지원을 받은 대형 언론사들이 지원 사격을 퍼붓고 있지만, 민심을 되돌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특히 세경그룹 마케팅 부서에서 정성 들여 만든 바이럴 자료가 인터넷에 범람하며, 국민들의 마음을 흔들어 놓고 있었다.

[만약 청담 스코프가 200만 원대로 가격이 떨어지게 된다면?]

팩트1 : 30년 뒤에는 전 세계 시각장애인 숫자가 1억 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매출만 200조원.

팩트2 : 저시력자(안경, 돋보기 사용자)들은 시력교정수술이나 일반안경보다는, 월등히 해상도가 높은 청담 스코프를 선호하게 될 것이다. (시각장애인 매출보다 수십, 수백배 이상으로 예상)

팩트3 : HUD를 도입한 청담 스코프만 있으면 길도 쉽게 찾을 수 있고, 사물 정보도 실시간으로 쉽게 얻을 수 있다. 일상생활의 편의성이 극대화 됨.

팩트4 : 외과의사, 명품장인, 미세정밀작업 엔지니어들이 앞다투어 청담 스코프를 쓸 것이다.

……후략…….

이런 식으로 세경그룹에서 만든 장밋빛 미래 바이럴 자료가 온 포털과 SNS를 뒤덮었다.

보랏빛 환상을 꿈꾸게 된 대중은 무조건 이 사업을 밀어붙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불을 붙이기라도 하듯이, 청담수영병원에서 대국민 이벤트를 준비했다.

"일반인을 위한 청담 스코프 체험의 기회를 드립니다!"

아부다비 왕가를 위한 15세트를 제작하면서, 따로 10세트를 추가로 더 만든 것이다.

사우디 국왕의 숙부와 안살린이 기부한 돈 덕분에 여유분 세트 제작은 어렵지 않았다.

여유분 세트는 홍보 마케팅용으로 사용하기로 했으며, 안경 형태로 제조되었다.

재단 홈페이지에서 일반인 체험 신청을 받았으며, 체험 행사 기간은 무기한이었다.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매일 체험행사를 열기로 한 것이다.

삼성동 초대형 전시회관을 대관해서 진행한 행사 오픈 일에 1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체험 시간은 한 사람당 1시간입니다. 이는 충분한 경험을 안겨드리기 위함이니,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1회 체험 시간을 짧게 하면 더 많은 사람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재단은 양보다는 질로 승부하기로 했다.

체험자들이 청담 스코프의 장점을 충분히 온몸으로 느끼고, 그것을 적극 홍보하는 선순환을 노린 것이다.

***

체험자 1호부터 10호까지는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기다렸다.

추첨 결과, 그들은 처음으로 청담스코프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청담스코프를 장착하고, 보안 요원들의 경호를 받으며 자유로이 돌아다닐 수 있게 된다.

"처음에는 다소 어지러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곧 적응될 테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어지럽다고요?"

"네, 풍경 해상도가 갑자기 올라가기 때문에 일어나는 자연스러운 반응입니다. 평생 25인치 FHD 티비만 보시다가 120인치 16K 티비로 갑자기 갈아타는 겁니다."

진행 요원의 친절한 설명이었다.

"당연히 어지러울 수밖에 없죠. 그래도 곧 괜찮아질 겁니다."

"하하, 25인치 FHD에서 120인치 16K라니…… 그거 정말 기대되네요."

그리고 10인의 체험자들은 청담스코프가 구동하는 순간, 해상도의 기적에 빠져들었다.

"……!"

"말도 안 돼!"

"맙소사!"

순식간에 눈앞의 풍경이 변했다.

시야가 압도적으로 넓어지고, 색채가 풍부해졌으며, 사물의 선명도가 증가했다.

그저 시력이 증가했다. 라고 말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25인치 FHD에서 120인치 16K로 TV 교체.

진행요원의 그 비유는 차라리 겸손한 수준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너, 너무 잘 보여요."

"세상이 너무 맑고 깨끗합니다. 말도 안 돼요. 이럴 수가 없어……."

"이, 이런 걸 한 번 경험해 버리면 어떻게 예전처럼 살라고요."

진행자는 체험자 및 온, 오프라인 관람객들을 위해서 차근차근 설명했다.

"지금 설정한 시력은 2.5 정도 수준입니다. 지나치게 먼 거리의 작은 사물까지 식별이 가능하게 되면 뇌의 부담이 커지기 때문입니다."

체험자와 온, 오프라인 관람객들에게 동시에 전해지는 설명이었다.

"위험한 것은 아닙니다. 그저 쉽게 지쳐서 졸리게 되는 거죠."

"시력 2.5인 사람들은 정말 매일 이런 풍경을 보고 산다는 거예요?"

"절대 아닙니다. 시력은 거리에 따른 초점 스펙일 뿐이죠. 청담 스코프는 일반 안구에 비해 훨씬 더 넓고 깨끗한 풍경을 시각 데이터화해서 뇌에 전달해 줍니다."

체험자들은 눈을 감은 채 안경형 청담 스코프를 쓰고 전시관을 나왔다.

넓은 거리로 나오니, 청담 스코프가 보여주는 풍경이 더욱 풍부해졌다.

"청담 스코프가 일반 안구보다 뛰어난 점은 데이터 전송 능력에 있습니다. 스코프의 고유 동기화 파동은, 시신경 세포들이 마구잡이로 보내는 감각정보보다 깔끔하게 정리된 형태로 뇌에 전송합니다."

같은 양의 데이터라도 얼마나 잘정리했느냐에 따라 손실률, 시간 대비 전달률이 달라진다.

살아 있는 시신경 세포는 할 수 없는, 초고도 정밀 컴퓨터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자, 그럼 마지막으로 서울 풍경을 한 번 보시겠습니다."

닥터헬기 1기가 체험자들을 위해 대기 중이었다.

10인의 체험자들은 닥터 헬기에 올랐고, 헬기는 곧 하늘 높이 상승했다.

서울 최고 고층건물인 라테월드타워보다 훨씬 높은 고도에서 내려다.

본 서울의 풍경에, 일부 체험자들은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청담 스코프로 낼 수 있는 최대치 풍경을 보여드립니다. 아, 이것은 기기의 상한선이 아니라 뇌 처리 능력의 상한선을 고려하여 설정된 값입니다."

그리고 창공의 발아래 펼쳐진 풍경이 갑작스레 변했다.

줌인과 줌아웃이 동시에 일어났다.

그렇게밖에 설명할 수 없었다.

전체적인 풍경이 한꺼번에 더 잘 들어오며, 동시에 작은 부분들이 크게 확대되었다.

서울 외곽도로 밖에 놓인 도시들이 눈에 한 번에 확 들어오며, 동시에 개미처럼 작은 빌딩들 하나하나가 선명하게 보였다.

"우욱!"

광활함과 미세함이 한꺼번에 정신을 두드리자 현기증과 구역질이 밀려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체험자들은 억지로 참으면서, 이 풍경을 좀 더 머릿속에 박아두려고 애썼다.

진행자는 아까 TV 업그레이드에 비유했다.

하지만 지금 이 경험은 고작 그런 것에 비유할 게 아니었다.

평생 25인치 컬러 TV만이 전부인 줄 알던 노인이, 처음으로 3D IMAX 영화관으로 영화를 체험한 것에 비할 수 있을까?

바로 그 순간, 모든 풍경이 꺼지며 어둠이 찾아왔다.

"체험은 모두 끝났습니다. 이제 스코프를 벗어주시기 바랍니다."

그제야 체험자들은 시간이 끝났음을 깨달았다.

하지만 그들은 누구도 쉽게 눈을 뜨지 못했다.

지금 눈을 떴다가는, 방금 전 보았던 그 장엄한 해상도에 대한 감각을 영원히 잊어버릴 것만 같아서.

그러나 순간이 영원할 수는 없는법.

체험자들은 이제 한 명 두 명씩, 앞으로 다시 못 볼지도 모르는 그 장엄한 해상도의 추억에서 빠져나와야만 했다.

"……."

"……."

진행요원들이 청담 스코프를 차례 차례 수거하는 동안, 쥐 죽은 듯한 정적만이 흘렀다.

그때 1호 체험자가 다급히 물었다.

"저기, 저기! 청담 스코프는 언제 정식으로 발매되는 건가요? 그러니까 일반인들도 쉽게 구매할 수 있는 가격으로요!"

"그것은 모든 모듈에 들어가는 부품들 양산화가 얼마나 빠르게 이뤄지느냐에 달렸습니다."

"6조 달러가 하루라도 빨리 모여야 더 빨리 그 날이 당겨지겠죠?"

"물론입니다."

체험 첫날 행사가 무사히 종료되고,첫날 체험자들이 SNS에 올린 글들이 활발하게 인터넷 여론을 뒤덮었다.

-25인치 FHD에서 120인치 16K를 첫경험한다는 말, 절대 과장이 아니었다.

-시력 1.5인 내 눈을 파버리고 대신 이걸 넣고 싶다는 생각을 정말 진지하게 품었다. 지금도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고 있다.

-잠깐이지만 최대치 해상도까지 올려주었을 땐, 내가 신이라도 된 듯한 느낌이었다.

-넓은 모래사장 전체를 감상하며, 동시에 구석에 떨어진 바늘 하나까지 동시에 찾아낼 수 있을 듯한 그런 느낌이었다.

-젠장, 청담수영병원은 정말 잔인하다. 이런 걸 보여줘 버리면 앞으로 남은 생을 어떻게 살라고…….

-절대 체험하지 않기를 추천한다. 그냥 25인치 FHD나 평생 보고 살아! 한 번 120인치 16K를 봐버리면 다시는 지금 네 방 TV를 볼 수 없게 된다고!

-진짜 절대로 체험하지 않기를 추천한다. 난 지금 하루하루 우울해. 시력을 상실이라도 한 것 같은 느낌이야…….

-신의 눈을 잠깐 경험하게 해주고 다시 인간의 눈으로 살아가라니, 너무 잔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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