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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갓-559화 (559/1,270)

프랜차이즈 갓 559화

139장 협회는 즐거워 (6)

연회장이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대한외식업중앙회 임직원 참석자들은 주효정의 발언 뜻을 이해하기 위해 애를 쓰며 머리를 굴렸다.

"저 아가씨가 효원식품 경영자라는 거야?"

"말도 안 돼. 저렇게 젊은 나이에 어떻게 그런 큰 회사 경영진이 되나."

"하지만 계약을 했다고 했잖아?"

"서류 실무 작업만 했다는 소리겠지. 저 나이에 경영진 하려면 오너 일가여야 한다는데, 그게 말이 되나?"

중앙회 임직원들은 혼란에 빠진 채 좀처럼 벗어나지 못했다.

"수영농장에서 황비버섯 동남아 유통권은 처음부터 끝까지 제가 주도 했습니다. 단언드리건대, 우리 효원식품은 국내 유통을 할 수가 없어요. 애초에 권한이 없습니다."

"저 아가씨, 지금 꼭 자기가 효원식품을 대표하는 것처럼 말하고 있지 않아?"

"그러고 보니 효원식품에서 참가한다는 이야기는 전혀 못 들었는데?"

"당연하지. 효원식품에서 우리 중앙회 세미나에 왜 참석을 해? 겹치는 영역이 있다지만 달라도 너무 다른데."

전국의 많은 식당들이 효원식품에서 제조했거나 유통하는 제품을 쓴다.

향신료, 조미료, 가공김치 등등.

대한외식업중앙회와 아주 연관이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굳이 이런 모임까지 찾아올 정도는 아닌 것이다.

다들 주효정의 정체를 놓고 고민에 빠져 있을 때, 젊은 직원들은 슬그머니 자신의 상사를 향해 말했다.

"저, 이사님. 아무래도 영화배우 주효정 씨가 맞는 거 같습니다."

"아까 이름 듣고 설마 했거든요. 저 비율 좀 보세요. 포스도 장난 아니잖아요."

"정장을 너무 커리어하게 입었고 장소도 장소다 보니 긴가민가 했는 데, 효원식품 이름 듣고는 딱 알겠더라고요."

늙은 상사들은 젊은 부하들의 말에 어리둥절했다.

"그게 무슨 말이야?"

"영화배우 주효정? 그 친구는 나도 아는데, 연예인이 여기를 왜 와?"

"누가 연예인 행사 초청이라도 했어? 아니잖아?"

부장 이상급 인물들은 아직도 정확한 상황 파악을 못 했다.

젊은 직원들은 답답함을 참아가면서 빠르게 설명했다.

"영화배우 주효정이 효원그룹 딸이에요. 얼마 전에 효원식품 물려받았다고 연예계에 파다하게 퍼졌습니다. 효원그룹에서도 인정한 오피셜이구요."

"뭐야? 그럼 정말 영화배우 주효정이라는 거야?"

"어쩐지, 얼굴 사이즈나 키가 일반인 비율이 아니다 싶었더니……."

"정말 효원식품 사장이라고?"

주효정을 바라보는 눈빛이 대번에 변했다.

아까까지는 그저 무척 예뻐서 눈이 가는 일반 회원이었다면, 이제는 어엿한 식품재벌 3세를 보는 시선이다.

사실 중앙회 입장에서는 서해전자보다 효원식품이 더 크고 무섭게 느껴지는 법.

서해전자가 먼 아마존 강의 악어라면, 효원식품은 같은 호수에 있는 가물치니까.

하수영은 자신이 나설 때라고 판단하고, 앞으로 성큼 나섰다.

주효정은 기꺼이 그에게 마이크를 넘겨주었고, 하수영은 차분히 주위를 둘러보았다.

"저 친구는 또 누구지? 처음 보는 얼굴인데?"

"우리 중앙회 소속 맞긴 한 건가? 난 본 적이 없어."

"누구 저 친구 아는 사람?"

"어? 저분, 수영레스토랑 하수영사장님 아닌가요? 명찰에도 하수영이라고 되어 있어요!"

"뭐? 하수영 사장?"

"아니, 그런 사람이 왔는데 왜 아무런 공지도 없었던 거야! 대체 일처리를 무슨 이딴 식으로 하는 거냐고!"

분위기가 삽시간에 뒤집혔다.

효원식품이 같은 호수의 가물치라면, 하수영은 크고 아름다운 낚싯배를 타고 나타난 강태공이다.

다들 유도 낚싯바늘에 쫓기는 붕어 떼처럼 패닉에 빠진 채 어쩔 줄 몰라 했다.

"아니, 얼굴을 모르는 것도 아니면서 여태 몰라봤다는 게 말이 되나!"

"죄, 죄송 다. 사 사진으로만 본 거고 실물은 처음이라 그냥 좀 닮았구나 했습니다."

"이름 같고 얼굴 닮았으면 그게 당사자지, 그럼 전혀 제3자가 얼굴 닮고 이름까지 똑같다는 게 있을 수 있는 일이냐고!"

"그, 그게 아까는 명찰을 제대로 보지 못해서……."

하수영이 의도적으로 명찰의 이름이 잘 보이지 않게끔 돌려놨다는 것을 알 리가 없었다.

지금이야 앞으로 나서는 타이밍이니 아주 잘 보이게끔 단정하게 목에 걸었지만,

"안녕하십니까. 경기도에서 작은 텃밭을 가꾸는 젊은 촌부, 하수영입니다."

하수영의 음성이 스피커를 통해 울리자, 다들 쥐 죽은 듯이 고요해졌다.

"먼저 효원식품 주효정 사장님의 말씀은 사실입니다. 효원식품은 현재 황비버섯 동남아 수출 유통권만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국내 유통을 할 수 없습니다."

하수영은 차분하게 발언을 시작했다.

"그럼 국내 유통은 왜 하지 않느냐는 의문이 생기실 수 있을 텐데요. 청담동에 있는 수영마트에서 황비버섯만 판매하고 있다는 사실, 혹시 알고 계십니까?"

"아, 알고 있습니다!"

어느 직원 한 명이 용기를 내어 대답했다.

하수영은 만족스러워하며 시선을 차분히 돌렸다.

"자, 황비버섯 직접유통을 왜 청담수영마트에서만 하는지 의문이 드실 겁니다. 그런데 아십니까? 황비버섯은 그냥 황비라면 사서 뜯어서 꺼내 쓰는 게 가장 쌉니다."

"……!"

"저, 저게 무슨 소리야?"

"맞는 말씀이세요. 수영마트에서 사는 것보다는 그냥 황비라면 뜯어서 꺼내 쓰는 게 더 싸요."

"아니, 그럼 어떤 멍청이가 수영마트에서 그걸 사겠냐고?"

"청담동이잖아요."

"……아."

순간 일었던 혼란은 어이없게도 그 한 마디에 진정되었다.

"라면 일일이 뜯어서 쓰면 필요 없는 라면들이 너무 많이 나오잖아요. 그게 싫은 청담동 며느리들, 가정부들은 그냥 마트 가서 사오는 거지요."

"……라면에서 꺼내 쓰는 게 더 싸다니……. 그건 몰랐네."

다들 납득하는 눈치이자 하수영은 미소를 머금으며 말을 이었다.

"황비버섯만 국내 유통을 하려면 필연적으로 황비라면 가격 조정을 고려해야 합니다. 자칫 라면 매출에 타격을 줄 수 있죠. 소비자들도 책정된 버섯 가격에 만족하지 못할 테고요. 알다시피 라면에서 꺼내 쓰는 게 가장 싸니까요."

손은 많이 가는데 욕은 먹기 십상이라는 뜻이다.

"그런 이유에서 황비버섯 국내 유통은 미뤄두고 있었습니다. 그 대신 동남아에서 해외유통을 시험 삼아 진행 중이었죠."

어느새 연회장은 하수영의 개인발표 같은 분위기로 변했다.

"수영목장의 한우 국내 유통, 이것도 말하는 건 쉽습니다. 책상물림만 하던 분들이 세상 돌아가는 눈이 어두워서 이상한 망상을 대책이랍시고 내놓은 거예요."

웃으면서 친근하게 먹인다는 게 바로 이런 것인가?

몇몇 임원들의 얼굴이 수치심과 노여움으로 붉으락푸르락하게 변했다.

"수영한우가 국내 유통되면 우리나라 소농가들 다 말라죽습니다. 전 그래서 애초에 국내 유통은 생각하지도 않고, 100% 해외 수출만 고려 해서 목장을 갖춘 겁니다. 외화벌이용으로 시작한 사업입니다."

마치 처음부터 하수영이 행사를 주최한 것처럼 자연스러운 분위기였다.

"농식품부하고도 약속을 했죠. 만약 국내 유통을 하게 되면 다른 한우보다 무조건 비싸게 팔겠다고."

"하지만 한우 물량 자체가 품귀라면 수영목장산 한우도 국내에 풀어야 하는 거 아닙니까?"

"한우 물량이 적은 거지, 소고기 자체가 부족한 것은 아닙니다. 수입산 소고기도 괜찮습니다. 지금 뉴월드마트와 하우스플러스에서 할인도 많이 하고 있어서 다들 수입산 많이 드시지 않나요?"

인당 몇천 원 수준이면 배터지게 먹을 수 있는 수준이니까.

그렇다고 수입산 고기 질이 낮은 것도 아니다.

"정작 일선 식당에서는 싼 수입산소고기를 주력 식재료로 쓰면서 오히려 이익을 많이 남기고 있는데, 그건 모르시나요?"

"……."

"……"

다들 처음 듣는다는 표정으로 멍청하게 바라보기만 할 뿐이었다.

"제가 오늘 행사 내용을 들으면서 속으로 한숨 많이 쉬었습니다. 해변가에 일광욕하러 온다는 기분으로 왔는데, 웬 작은 우물에 갇혀서 태양이 머리 위로 지나가기만 멍하니 기다리는 기분이었어요."

주효정은 그 말을 들으며 속으로 생각했다.

'저거 지금 의도적으로 맥이는 걸까, 진심으로 한탄스러워서 하는 말일까?'

진지한 표정과 눈빛, 어투를 보면 일부러 하는 것처럼은 안 보인다.

하지만 텍스트만 놓고 보면 의도가 있는 게 분명한데?

"다들 책상 앞에만 앉아 있지 마시고 먹자골목으로 좀 나오세요. 일선 식당 자영업자들이 어떻게 영업하고, 무엇을 바라보고, 뭘 원하는지 좀 캐고 다니세요. 그게 대한외식업중앙회의 존재 목적이 아닌가요?"

일부 인사들은 수치심에 아예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상태였다.

"아무리 대한민국의 흔한 협회 중 하나라지만, 요식업만큼은 그러면 안 되죠."

다른 수영장에서는 소변을 보든 말든 알 바 아니지만, 내가 헤엄치는 수영장에서는 절대 안 된다.

"협회 돌아가는 모양새 보니 안 되겠습니다. 이번에 감사 선출이 있죠? 제가 우리 요식업계를 위해서 기꺼이 출사표를 던지겠습니다!"

"으, 으어억!"

"아, 안 돼!"

여기저기서 작은 비명이 터졌다.

물론 그 비명은 아주 작아서, 하수영한테 전달되지 않고 각자 입안에서만 맴돌았을 뿐이다.

"제가 다른 건 몰라도 감시하고 캐고 딴지 거는 건 정말 기가 막히게 잘합니다. 우리 중앙회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는지 아닌지, 항상 두 눈을 부릅뜨고 감시하겠습니다. 절 밀어주십시오! 한 표 부탁드립니다!"

하수영은 차례차례 사방을 둘러보며 허리를 꾸벅 숙였다.

겸손하게 숙이는 참정치인의 모습이 그 위에 오버랩되자, 그래도 아직은 때가 덜 묻은 이들이 속으로 깊은 감동을 받았다.

"하수영 감사님, 만세!"

"잘 부탁드립니다! 꼭 감사 되셔서 우리 중앙회를 위해 힘써 주십시오!"

"아이고, 자격이 충분하십니다! 하수영 감사님 같은 분이 아니면 누가 감사 자리를 맡을 수 있단 말입니까!"

여기저기서 축하가 터졌다.

물론 진심으로 건네는 축하는 일부뿐이었다.

대부분은 눈에 엇나가지 않기 위해 속이 쓰리면서고 억지웃음을 짓는 것이었다.

"감사합니다! 감사로서 성실히 임무를 수행하며 단 1원이라도 허투루빠져나가지 않도록 철저히 회계감사를 행하겠습니다! 전국 요식업 생태계의 발전을 제대로 도모하는지도, 눈에 HUD를 달고 언제나 지켜보겠습니다!"

이미 벌써 감사에 선임이라도 된 듯한 분위기다.

주효정은 어이가 없다는 눈으로 바라보다가 피식 웃었다.

"효주는 좋겠다. 심심할 날은 없겠구나."

***

대한외식업중앙회 박정빈 회장 일파는 하수영이 감사로 선출되는 것을 필사적으로 막으려 했다.

연회장에 느닷없이 나타나서 했던 발언 하나하나가 예사롭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뿐만 아니라 중앙회 수뇌부 대다 수는 하수영이 감사로 들어오는 것을 결코 반기지 않았다.

하지만 상위기관인 식약처 입장은 달랐다.

"만약 하수영 농민회장이 감사 선임이 되지 못한다면, 감사원과 국세청에 의뢰해서 전면적인 감사가 실시될 겁니다."

"아니, 국장님,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처장님 입장은 명확합니다. 하수영 농민회장님이야말로 대한외식업중앙회 감사로서 한 치의 손실도 없으신 분입니다."

"그분이 감사가 되면 우리는 다 죽습니다. 연회장에서 무슨 말씀을 하셨는지 모르십니까? 아예 회 자체를 공중분해될 때까지 들쑤실 기세란 말입니다!"

"그럼 어디 처장님의 뜻을 거역해 보시던가요."

"……."

그렇게 해서 하수영은 별 탈 없이 대한외식업중앙회 감사로 정식으로 선임되었다.

***

"새로운 타이틀은 언제나 환영이지. 첫 출근일이 벌써부터 기대되네."

답답한 사람이 논밭을 갈아야지 별수 있나.

어엿한 요식업자로서, 관련 협회조직의 일탈을 더 이상은 두고 볼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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