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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갓-557화 (557/1,270)

프랜차이즈 갓 557화

139장 협회는 즐거워(4)

"그, 그것은……."

"다름이 아니라 제가 정말 아껴두고 있는 매물이 있는데……."

"호, 혹시 경기도 신도시 계획에 투자하실 마음은 없으신가 해서……."

"정말 확실한 물건입니다! 다만 초기 투자 자본이 상당히 큽니다!"

"너끈히 감당하실 분이 의원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분명 후회하지 않으실 겁니다!"

횡설수설, 우왕좌왕, 아수라장.

김말중 협회장이 늘어놓는 말들이 그러했다.

두서가 없고, 열정과 욕심만 꽉 찬 채 순서 없이 마구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그렇게 만나고 싶어 했던 하수영을 이런 상황에서 맞닥뜨렸다는 것이 뇌에 패닉을 일으킨 모양이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금색 패션이란 말인가!'

아까는 어디서 부자 흉내질이라며 버럭했던 복장을 두고 속으로 그렇게 감동도 받아가면서.

김말중은 그렇게 하수영 앞에서 열심히 자신이 준비했던 쓸모를 어필했다.

'…….'

우형신은 그런 김말중의 모습이 몹시 애처롭고 한심해 보였다.

항상 거들먹거리던 모습만 보이던 그가 다른 사람 앞에서 저렇게 비굴하다니.

이럴 줄 알았으면 하수영과의 자리를 만들어줄 걸 그랬나, 하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다.

"부동산 투자관리에 관해서는 우리 우형신 사장님이 전적으로 맡아주고 계셔서요."

"그, 그건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러니 우 사장님 통해서 진행을 할 겁니다. 그렇게 알고 계세요."

"우 사장을 통해서요?"

김말중의 눈이 희미한 불안함을 품은 채 우형신을 향해 돌아갔다.

하수영은 당연하다는 듯이 못을 박았다.

"네, 그러니 앞으로 우형신 중개사님을 저 대하듯이 대해주세요. 저를 대리하시는 분입니다."

"그, 그럼 의원님과의 비즈니스 미팅을 제가 어떻게……."

"제가 직접 이야기해야 합니까? 그 정도예요?"

하수영은 정말 그러냐는 듯이 반문했고, 김말중은 순간 몸이 오그라들었다.

-거래 규모가 내가 직접 나서야 할 급인가?

마치 그렇게 확인하는 듯한 눈빛이었다.

"자, 그럼 돌아가 보세요."

"네! 알겠습니다! 우 사장, 내가 연락 기다리고 있겠네! 아니, 아니지! 우 사장님! 내가 연락 기다릴테니 언제고 편할 때 연락 줘요!"

"오, 그런 즉각적인 피드백. 아주 좋습니다."

"의원님을 대하듯이 우 사장을 대하라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늙었어도 배우는 속도만큼은 젊은이 못지 않습니다. 허허."

그렇게 김말중은 싱글벙글 웃으면서 돌아갔다.

그제야 우형신이 하수영을 돌아보며 말했다.

"사장님, 정말로 협회장과 비즈니스를 하실 생각은 없으신 거지요?"

"좋은 투자처 있으니 돈 좀 풀어봐달라는 사람들, 제가 한두 번 만나봤겠어요?"

"물론 그런 걱정을 한 건 아닙니다. 다만 너무 그릇이 변변찮아서 어떤 식으로든 연결이 되면 두고두고 골치가 아픈 사람이라……."

"제 이름 한 번 팔았으니 앞으로 우 사장님 귀찮게 못 할 겁니다. 적당한 선에서 상대해 주세요."

"감사합니다. 덕분에 이제 예전처럼 시달리지는 않겠군요."

그동안 김말중은 협회의 힘을 내세워서 우형신을 압박했다.

강남의 부동산 큰손인 하수영을 자기 인맥으로 뺏어오기 위해서.

하지만 오늘 우형신을 향한 하수영의 신임을 확인했으니, 이제는 알아서 길 것이다.

"그리고 보니까 저 양반 안 되겠어요."

"네?"

"비리투성이라면서요? 회계 조사해서 증거 나오면 털 건 털고 협회장에서 끌어내리고 그래야겠습니다. 한번 해보시죠."

"협회장을 터신다고요?"

우형신은 조금 어리둥절했다.

중개사협회는 하수영과 하등 상관이 없을 텐데, 왜 굳이 손을 담그겠다는 건지.

"길거리에 쓰레기가 떨어져 있잖아요. 못 봤다면 모를까, 제가 봤으니 일단 치워야지요. 그냥 모른 체 넘어가면 두고두고 찝찝해서요."

"그런……."

"딱 해 먹은 것에다가 배상 이자만 붙여서 토해내도 만족하겠네요. 이 참에 협회도 우 사장님이 장악하시는 게 어떨까요?"

"저는 중개사협회 일에는 별로 관심이 없습니다."

"에이, 제가 임대인협회 삼킬 건데 우 사장님이 중개사협회를 맡아주셔야 서로서로 재미나게 놀 거 아닙니까."

"……."

"임대인협회하고 중개사협회가 친하게 지내는 관계라면서요? 바늘 가는 데 실도 따라오셔야죠."

"……알겠습니다. 협회장 선거에 한번 출마해 보겠습니다."

"혹시 검찰 쪽 힘이 필요하면 말씀하세요. 제가 친하게 지내는 검사둘이 있잖아요. 나름 둘 다 정의로운 편이고요. 아, 부정청탁은 안 됩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우형신은 불현듯 생각했다.

그냥 가벼운 마음으로 참가한 협회모임이 생각보다 큰 돌풍을 불어올것 같다.

임대인협회 연회장으로 돌아왔을 때는 공기가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

"……."

하수영은 자신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아까와는 전혀 달라진 것을 느꼈다.

원인이 뭘까 하고 둘러보던 그는 잔뜩 상기된 표정의 배수홍을 보았다.

실소가 나왔다.

'협회장 그 양반이 그새 떠벌렸나 보네.'

아마 중개사협회 연회장으로 가서 자랑하듯이 썰을 풀었을 것이다.

배수홍은 그것을 듣고 눈이 휘둥그레져서 임대인협회에 와서, 또 살을 붙여서 썰을 풀었을 테고, 과연 배수홍이 상기된 안색으로 다가와서 아부처럼 말을 늘어놓았다.

"의원님, 몰라 뵈서 죄송합니다. 아, 처음부터 당연히 알아차렸어야 했는데. 이런 큰 호텔을 가질 만한 '개인'이라면 당연히 한 분밖에 없죠."

"김말중 협회장님이 그새 말씀하셨나 보군요."

"네, 제가 어떻게든 소문을 막아보려고 했는데 발 없는 말이 구만리 전력 질주 하는 것을 한낱 인간인 제가 어떻게 막겠습니까."

"오히려 적극 퍼 나르신 것은 아니 고요?"

"아닙니다! 제가 말하기도 전에 이미 임대인협회분들 다 알고 계셨습니다! 저 말고도 중개사협회 회원들과 친하게 지내는 임대인협회 회원분들 많으시거든요."

배수홍은 다시 처음처럼 깍듯한 존대로 말투가 되돌아와 있었다.

그저 돈 많은 호텔 오너 임대인협회원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구의원이다.

기초의원이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장래 유망한 정치인에게 어떻게 말을 편하게 할 수 있겠나.

임대인협회에서 가장 큰 부자인 김정주 노인이 헛기침을 하며 말을 걸었다.

"이야기는 들었소. 하수영 구의원 이시라면서요? 이 호텔 오너이기도 하고."

"네, 그렇습니다."

"난 또 그 좋은 풀코스 요리들이 나와서 생각 없이 기뻐하기만 했네. 덕분에 잘 먹었소. 다른 회원들도 모두 고마워합디다."

"입에 맞으셨다니 다행입니다."

"미안하게 됐구려. 우리 협회가 젊은 의원님이 생각했던 것만큼 그리 대단한 단체가 아니라."

"괜찮습니다. 저도 즐거웠습니다."

"아, 이럴 줄 알았으면 진작 협회관리 좀 제대로 하는 건데."

김정주는 멋쩍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한 명이라도 좋은 사람 끌어들여서 다들 늙어가는 이야기 좀 하자는 욕심 때문에 좋은 게 좋은 거다, 식으로 운영했더니 말만 임대인협회지 그냥 동네 상가 주인 친목 놀이터가 돼버렸으니."

"저도 결국 임차인한테 월세 받는 상가 주인인데요. 뭘 그러십니까."

하수영과 편안하게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보고 용기를 낸 다른 중년회원이 물었다.

"거, 의원님. 듣자니까 수영라면이 의원님 거라고 하던데……. 맞습니까?"

"수영라면 제조사가 제 회사이긴 합니다. 경영은 제가 하지 않지만요. 대신 필수 재료인 황비버섯은 제 농장에서 전량 공급하고 있죠."

"오, 농장? 농사도 지으시오?"

"네, 이것저것 키워서 팝니다. 수출도 하고 있어요."

회원 대부분은 수영라면을 알고 있을 뿐, 프라임컴퍼니나 수영농장의 존재까지는 잘 알지 못했다.

래플폰을 쓴다고 해서 래플폰이 대만의 회사에서 생산된다는 것까지 모두 아는 것은 아니듯이.

연회장 분위기는 어느덧 하수영을 중심으로 뭉쳐서 흐르기 시작했다.

하수영은 능숙하게 분위기를 주도 했다.

한 명도 소외되지 않게끔 말을 걸고, 대화의 흐름을 유지했다.

김정주는 그런 모습을 흐뭇하게 구경했다.

"수홍아. 내가 뭐라고 했냐? 먹성 보아하니 큰일을 할 만한 사람이라고 하지 않았냐?"

"아니, 어르신. 가장 먼저 진가를 알아본 건 바로 저입니다. 처음 봤을 때 옷차림부터가 범상치 않다고 딱! 생각을 했다 아닙니까."

"무슨 헛소리야! 어디서 졸부 흉내내는 거냐고 속으로 비웃은 거 다 알고 있다!"

"제가 언제 그랬습니까? 제 마음속에 들어왔다 나가신 것도 아니면서 어떻게 아십니까?"

"다 아는 수가 있어!"

양측 협회 모임은 거의 동시에 파했다.

중개사협회장 김말중은 하수영의 얼굴을 한번 보기 위해 조심스럽게 찾았다.

그러나 하수영은 이미 연회장을 떠난 뒤였다.

"다음 협회 모임이 있다고 하시던데?"

"또 협회 모임이 있다고? 오늘? 무슨 모임인가?"

"무슨 요식업체 협회 뭐 그런 거라고 들은 거 같았네만."

"장소가……. 아니지. 어차피 쫓아 간다고 해도 좋게 보지 않으실 테니까."

김말중은 그렇게 아쉬움을 달래며 발길을 돌렸다.

한편 우형신은 곧바로 귀가하지 않고, 김말중 몰래 협회원들한테 연락을 돌렸다.

연락을 받은 회원들은 2차 장소로 모였다.

그곳은 대규모 단체 손님을 수월히 받을 수 있는 큰 고깃집이었다.

"오늘은 제가 사겠습니다. 모두 허리띠 풀고 편안하게 드셔주십시오."

"오, 정말 우 사장님이 전부 사는 겁니까?"

"아이고, 잘 먹겠습니다."

"우 사장님 요즘 그분 덕분에 돈많이 벌었다고 하더니 인심이 아주 후하시네. 역시 인심은 곳간에서 나는 법이라니까."

술과 고기가 들어가며 분위기가 적당히 달궈졌을 때, 우형신이 일어서서 폭탄선언을 했다.

"저 우형신이가 다음 협회장 선거에 나가기로 했습니다. 제가 협회장이 되면 그간 협회에 만연했던 비리를 모두 척결할 겁니다."

"오, 정말입니까?"

"우 사장님이 협회장이 된다면 우리는 모두 찬성입니다! 팍팍 밀어드리겠습니다!"

"김말중 사장이 그동안 처먹은 돈좀 다 토해내게 해봐요! 내가 그 꼴보기 눈이 시려서 진짜 못 참겠습니다!"

"우형신! 우형신!"

사실 회원들은 어느 정도 직감하고 있었다.

지금 이 자리에 초대받은 이들은 전부 협회장과 사이가 안 좋거나, 데면데면한 사람들뿐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우형신 사장이면 인품으로 보나 능력으로 보나 가장 낫지.'

'하수영 의원님 오른팔이나 마찬가지니까, 저런 친구가 협회장이 되어야 해. 그래야 우리 모두가 살아.'

"제가 리더의 자질을 지녔다고 자만하진 않습니다. 다만 김말중 협회장이 15년이 넘게 저지른 부정부패를 모두 청산하겠다는 것만큼은 확실하게 약속드리겠습니다. 절 밀어 주십시오!"

그의 출마를 진심으로 환영하는 박수 소리가 고깃집을 뒤덮었다.

시끌시끌한 분위기였지만 주인은 아무 불만이 없었다.

워낙 숫자가 많다 보니, 다른 손님은 일절 없이 가게를 통째로 빌린 상황이었으니.

뜨거운 환호 속에서 우형신은 자신도 몰랐던 불꽃이 타오르는 걸 느꼈다.

'협회장 자리……. 생각보다 나쁘지 않은 거 같은데?'

자신의 말 한마디, 손짓 하나하나에 환호하는 사람들.

이런 게 바로 권력의 맛인가 싶었다.

***

대한외식업중앙회.

식약처 산하의 사단법인으로, 국민영양, 보건, 식품위생 수준, 요식업자들의 복리 및 권익, 그리고 식문화 향상을 위해 설립된 곳이다.

오늘 오후 5시에 서울 W호텔에서 일반 회원을 대상으로 하는 비정기 모임이 열리기로 되어 있었다.

"쯧…… 일반 식당 주인들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안 보이네. 죄다 중앙회 소속 임직원들뿐이잖아."

임대인협회 때와는 달리 심플한 세미 정장 차림으로 들어선 하수영은 접수 담당 직원 앞에 섰다.

"초대장은 없습니다. 일반 회원입니다."

일반 회원, 요식업 자영업자라는 뜻이다.

직원은 살짝 당황했다.

"일반 회원이시라고요? 아, 그럼……."

"네, 식당 하는 자영업자인데요. 초대장이 없어도 참석은 상관없다고 하던데요."

"물론 그렇습니다. 잠시만요. 성함이 어떻게 되시죠?"

"하수영입니다."

"네, 알겠습니다. 하수영 사장님."

직원은 즉석에서 부랴부랴 목에 거는 명찰을 만들어서 주었다.

일단 식당업주들이 얼마나 참석을 안 하는지 알 수 있는 모습이었다.

"전국 요식업자들을 위한 모임인데, 정작 당사자들한테는 초대장을 안 돌리는 건가요?"

"그, 초대장을 직접 발송하진 않고 따로 단체 공고로 모임 개최를 알려 드리고 있습니다."

"시간을 보세요. 오후 5시입니다. 장사하기 바쁜 사람들이 올 엄두나 내겠어요? 하루라도 문 닫으면 매출타격이 얼마인데."

"죄송합니다. 상부에 전달해서 회원님의 소중한 의사가 적극 반영되도록 하겠습니다."

"이건 아무리 봐도 일반 회원들은 참석도 하지 말라고 고의적으로 정한 게 분명하다니까. 이 말도 잊지 말고 꼭 올려주세요."

"네, 죄송합니다."

"괜찮아요. 회장과 부회장이 죄지, 일반 직원들이 무슨 죄겠습니까. 전달만 잘해주시면 됩니다."

하수영은 성큼 걸음을 떼어서 연회장 안으로 입장했다.

마치 기업 창립 축하연을 여는 듯한 호화로운 분위기의 연회장이 그를 맞이했다.

임대인협회 모임에 간다고 했을 때, 왕세경 회장은 이렇게 말했었다.

-멸치들 노는데 범고래가 뭐 볼일있다고 거길 가시나?

"지가 정어리인 줄 설쳐대는 멸치들 구경 좀 해야겠네."

[식재료 공급 독과점으로 인한 시장 경쟁성 저하에 관한 건.]

[수입 육류의 시장 점유율 증가가 향후 국민 식단에 끼칠 영향 분석및 예측에 관한 건.]

[국내 육류의 경쟁성 활성화에 관한 건.]

"무슨 죄다 나 저격하는 거 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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