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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갓-552화 (552/1,270)

프랜차이즈 갓 552화

138장 아무도 못 데려간다 (3)

차사들은 부르르 떨었다.

저 커다란 병원 자체가 성주신의 영기를 담은 신체, 성주단지라니.

특히 천 년 이상 망자를 인도한 선배 차사들은 옛 성주신들을 떠올리고 경련했다.

'그 작은 성주단지에 깃든 성주신들을 뚫는 것도 그리 힘들었는 데…….'

아예 병원 전체가 성주단지라고?

"대왕님, 그럼 저 병원을 파괴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저렇게 강한 힘을 성주신이니만큼, 이승과 저승의 법도를 더욱 크게 어지럽힐 것입니다."

저승의 대왕은 한심하다는 듯이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병원을 파괴하면, 그 안에 있는 다른 이들은 어떻게 할 텐가?"

"……아."

차사는 멍청한 얼굴로 신음했다.

수명이 남은 이를 일찍 데려오는 것도 저승의 법도로서 안 될 일이다.

병원을 파괴할 수 있다고 해도, 그렇게 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그전에 병원 자체를 송두리째 비우지 않는 한.

"수석차사."

"예, 대왕님."

"차사들에게 일러, 위험하니 병원안으로 들어가지 않도록 하여라. 지금까지는 괜찮았다 해도 그것은 성주신의 배려일 뿐음을 잊지 말도록."

"예, 대왕님."

"차사들은 들어라."

저승의 대왕은 뒤를 돌아보며 근엄히 말을 이었다.

"살아 있는 몸으로 성주신이 된 전대미문의 존재다. 절대 섣불리 다투려 하지 말아라. 자칫 차사들의 존재가 소멸할 수도 있다."

"예, 대왕님."

차사들은 일제히 고개를 읊조렸다.

성주신과 몇 번 조우했던 몇몇 차사들은 등줄기에서 식은땀마저 흘리고 있었다.

"저승을 너무 오래 비웠다. 이만 돌아가자."

***

언젠가부터 망자들이 또렷이 보이기 시작했다.

야외 벤치에 앉아서 거리를 내려다 보고 있으면, 이따금씩 망자들이 걸어가는 게 보인다.

대부분은 얼마 지나지 않아 차사들이 나타나 데려가지만, 몇 날 며칠이 지나도록 차사들이 보이지 않는 망자들도 있었다.

"에잉, 저승에서도 잊힌 불쌍한 친구들 같으니라고……."

가엾지만, 그들을 안으로 들일 마음은 없었다.

본능적으로 병원 환자들에게 그들이 해악이 될 것임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구급차 이송 중 사망했던 조성희와는 전혀 경우가 달랐다.

"그건 이치가 아니지. 아니야……."

병원부지를 한 발짝만 벗어나도 그런 망자들의 모습은 순식간에 사라져 버린다.

다시 병원부지 안으로 들어오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선명하게 보인다.

혼령을 보는 힘.

그는 병원의 터로 인해 얻은 것이라고 믿었다.

자신이 얻은 능력은, 그저 혼령을 보고 접촉할 수 있는 힘이라고.

성주신이라는 실체보다 한참 겸손하게 받아들인 것이지만, 어쨌든 미지의 영역을 접하게 된 왕세경은 큰 내면의 변화를 겪었다.

조급함이 사라지고 물질에 대한 소유욕도 소멸했다.

통장에 적힌 예금은 그저 숫자일 뿐이었다.

각종 주식, 채권, 부동산들은 이 세상에 잠시 머물기 위한 지출에 지나지 않았다.

"왜 그렇게 많이 가지려고 아등바등하고 그랬었는지……. 허허, 어리석다. 어리석어."

왕세경은 VIP 병실 서재를 부이사장 집무실로 깔끔하게 꾸몄다.

60평대 아파트에 비견할 넓이를 가진 VIP 병실은 그 정도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는 지금 하수영과 통화 중이었다.

"어, 이사장. 지금 구로에 병원 하나가 나와서 말인데, 이걸 인수해서 청담수영병원 구로분원으로 꾸몄으면 해서 말이야."

청담수영병원은 강원도, 세종시, 전라도, 경상도에 총 4개의 분원이 있다.

그리고 지금도 추가적으로 분원을 짓는 중이다.

종합병원이라기보다는 대형전문응급센터에 가까운 성질을 갖고 있다.

"지금 청담수영병원 본원과 대등한 규모로 꾸몄으면 하는데. 분원처럼 의료진이 교대로 파견 나가서 운영하는 게 아니라 독립된 본원처럼 운영하려고 말일세."

-우리 부이사장님 하고 싶은 대로 다 하세요. 그런 거 저한테 안 물어보셔도 됩니다.

"집행할 예산이 워낙 커서, 그래도 확인은 받아야 할 거 같아서 말이야."

-그런데 이유가 궁금하군요.

"일산, 김포, 인부천, 안산시에서도 찾아오는 환자들이 많은데, 청담동은 너무 멀지 않은가. 그래서 서울서부 지역에 본원 같은 분원 하나 설치하면 괜찮을 거 같아서 말이지."

-그럼 서울서부가 아니라 차라리 부천에 설치하는 게 낫지 않을까요? 그쪽은 매물이 없나요?

"아예 안 알아봤어. 구로가 마지노선이야. 그 이상 넘어가면 지금 수영병원 교수들 분산 못 시켜."

-아, 우리 병원 교수님들 대부분 집이 병원에서 20분 거리였죠??

"인력 수급 생각하면 타협을 봐야지. 서울 살던 양반들한테 서울 밖으로 출퇴근하라고 하면 다들 싫어 할걸세."

-그런 뜻이 있었네요. 알겠습니다.

"병원이 작아서 병상은 얼마 안돼. 한 300개나 될까?"

-정말 작네요.

"그래도 이 정도가 어딘가. 인수하자마자 설비만 증설하면 바로 병원으로 돌릴 수 있으니. 재단 명의로 구매하겠네."

-알겠습니다. 인수 끝나면 제가 '영역표시' 한번 하러 갈게요.

"그래주시게나."

왕세경은 '영역표시'를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였다.

하수영이 자기 소유 부동산에 일일이 설치하는 성역선포라는 것도 모른 채…….

***

"이제 퇴원해도 좋을 거 같습니다."

김윤정을 확인한 하수영이 그렇게 말하자, 왕세경도 수긍한다는 듯이 끄덕였다.

"이사장이 그런 말 할 줄 알았어."

"어떻게 아셨습니까?"

"그냥 윤정이 보고 느낌이 그랬네. 아, 이제는 여기를 나가도 괜찮을 것 같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

"오……."

"그냥 감일세. 위약 효과 뭐 그런 거지."

왕세경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지만, 하수영은 달랐다.

'성주신이 되니까 그런 감각도 넓어지시는군.'

"그 감이 그냥 웃고 지나갈 것은 아닐 겁니다."

"응?"

"부이사장님의 감각이라는 게 오늘은 로또가 당첨될 거 같다, 그런 막 연한 게 아니라 노련한 뱃사람이 날씨를 예측하는 것에 가깝다는 거죠."

"……."

"한번 그 감에 의존해서 환자들을 자세히 살펴보시죠. 아마 이전과는 다른 세상이 보일 수도 있습니다."

"……알겠네."

왕세경은 진지한 얼굴로 끄덕였다.

김윤정은 완치 이후에도 병실 생활을 보냈지만, 지루해하지 않았다.

왕세경의 VIP실에는 즐길거리가 많았기 때문이다.

오히려 더 놀지 못하고 병원을 나가야 하는 것을, 김윤정은 아쉬워했다.

'윤정이 운명은 이제 변했다.'

설명하긴 힘들지만, 왕세경은 그 사실을 직감할 수 있었다.

여기에 하수영의 단언이 한층 신뢰를 굳게 다져 주었다.

'내 감이 근본 없는 헛소리가 아니라고 했지.'

왕세경은 그때부터 환자들을 더욱 자세히 살피게 되었다.

특히 그는 원인불명의 심정지 같은 환자들을 더욱 자세히 살폈다.

'뭔가 다르다!'

환자들의 얼굴을 볼 때, 예전과는 다른 감각이 느껴졌다.

구체적으로 설명할 순 없지만, 왠지 이 환자는 지금 내보내면 안될 것 같은 느낌?

조금 더 붙들어두고 있어야 할 것 같은 느낌?

반대로, 이 환자는 이제 퇴원시켜도 마음이 가벼운 느낌?

그런 상반된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그것은 환자가 입원한 질환, 중증도, 현재 상태와는 크게 상관이 없었다.

의료진이 지금 즉시 퇴원해도 괜찮다고 웃으며 장담을 한 환자한테, 지금 내보내면 큰일이 벌어질 것 같다는 느낌이 들기도 했으니까.

"김 교수님, 그 조철휘 그 환자분은 조금 더 병원에 있게 합시다."

"네? 부이사장님, 하지만 그 환자 분은 이제 모든 고비는 다 넘겼습니다."

"내가 느낌이 좋지 않아서 그래요. 저승차사가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듯한 느낌입니다."

"저승차사라니, 부이사장님도 참……."

"요단강 몇 번이고 넘어갔다가 돌아온 늙은이 주책이라고 생각해도 좋습니다. 조금만 더 병원에 있게 하십시다."

교수는 더 이상 반대할 수 없었다.

안 그래도 얼마 전 김윤정 환자가 멀쩡함에도 불구하고 다시 병원으로 데려와서 강제로 입원시켰던 전적이 있으니.

'돌발사 위기를 몇 번이나 넘기신 분이 간곡히 하시는 말씀이라서 나도 참…….'

"환자는 내가 설득할게요."

"아닙니다. 제가 설득하겠습니다. 혹시 모르니 조금 더 지켜보자고 하면 됩니다."

"고맙습니다."

"아이구, 별말씀을요."

그렇게 스무 명이 넘어가는 환자들을 골라낸 뒤, 얼굴에서 불길한 기색이 완전히 지워질 때까지 병원을 나가지 못하게 했다.

'우준형이 같은 일이 또 있어서는 안 돼. 적어도 이 병원에서는.'

그렇게 퇴원을 지연시켰다가 집으로 돌려보낸 환자들.

5일이 넘어서 소식을 알아보니 다들 건강히 잘 지내고 있다고 했다.

그의 감을 증명할 만한 요소는 아니었다.

하지만 왕세경은 자신의 판단이 분명 틀리지 않았다는 확신을 얻을 수 있었다.

왜 그러냐면은…….

"거기서 뭐 하시나? 이리 들어와서 나와 바둑 한판 두지 않겠는가?"

"……."

병원부지 출입선 밖에서 자신을 죽일 듯이 노려보는 수십 명의 차사들 덕분이다.

억지로 붙들었던 환자들을 퇴원시킬 때마다 그런 차사들이 한 명씩 늘어났다.

마치 자신들이 데려갈 망자의 운명을 바꾼 것을 원망하는 것처럼.

'누가 알아주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참 뿌듯하군.'

죽을 운명을 비껴간 사람들은 아무것도 모른다.

그저 혹시 모를 돌발 사태를 대비하기 위해 입원이 좀 더 연장되었다고만 여길 뿐이다.

하수영을 제외하면 아무도 알아봐주지 않지만, 그래도 왕세경은 보람이 넘쳤다.

"적어도 차사 자네들은 내 수고를 알아봐 주니 기분이 참 좋네그려, 허허."

차사들은 이제 더 이상 병원 안으로 한 걸음도 들이지 않는다.

***

어느 날씨 좋은 오전.

오늘도 왕세경은 야외벤치에 앉아서 밖을 서성거리는 차사들이 없나 보고 있었다.

"오늘따라 차사들이 얼씬도 안 하는군. 거리의 망자들도 보이지 않고 말이야."

이런 게 좋은 거지.

왕세경은 모처럼의 평화로움을 만끽하며 기분 좋은 바람을 느끼고 있었다.

"혹시 세경그룹 왕세경 회장님 아니십니까?"

"맞소만, 누구시오?"

낯선 목소리에 왕세경은 고개를 들었다.

흰색 바탕의 개량 한복을 입은, 길고 흰 수염을 기른 노인이 있었다.

"죽을 위기에 처한 사람을 기가 막 히게 알아보는 용한 눈을 가지셨다고 들었습니다."

"허허, 말도 안 되는 헛소문이올시다."

"이미 죽음을 넘긴 이들 사이에서 소문이 파다합니다. 그래서 제가 부탁이 있어 왔습니다."

"부탁?"

"제가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딸애가 손주를 가졌어요. 손주 태어나는 것까지만 꼭 한 번 보고 가고 싶은데……."

"저런… 소문은 말도 안 되는 거지만 우리 병원이 아주 용한 건 사실입니다. 내가 그래도 이 병원 VIP 환자이자 부이사장이니만큼……."

눈을 들어 무심코 노인의 얼굴을 바라본 왕세경은 소름이 쭈뼛 솟구쳤다.

'보이지 않는다?'

언뜻 보기에는 틀림없이 평범한 노인이다.

하지만 병원의 환자들을 보면서 느꼈던 길조, 흉조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저승차사?"

차사들한테 한 번도 두려움을 느낀 적이 없다.

그러나 지금은 달랐다.

마음속이 얼어붙는 듯한 느낌이, 눈앞의 '노인 차사'로부터 뿜어져 나온다.

"허허, 역시 성주신답게 눈치가 빠르시군. 그런데 저승을 다스리는 이 나를, 고작해야 차사로 생각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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