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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갓-551화 (551/1,270)

프랜차이즈 갓 551화

138장 아무도 못 데려간다(2)

왕세경은 더 이상 생각할 것도 없이 다급히 손을 내밀며 외쳤다.

"얘야! 이리 오거라! 어서! 괜찮으니까 어서 이리 오거라!"

피투성이 소녀는 움직이지 않았다.

딱 병원부지 밖에서 서성이면서, 자신이 타고 왔던 구급차만 기웃기웃 바라볼 뿐이었다.

"어서 이리 오래도!"

왕세경이 부르짖는 순간, 갑자기 무언가가 빨아들이듯이 피투성이 소녀를 강하게 잡아당겼다.

피투성이 소녀를 품에 안은 왕세경은 기뻐서 외쳤다.

"장하다! 잘했어, 잘했어!"

소녀를 품에 안은 채 왕세경은 서둘러 응급실로 뛰어갔다.

"방금 들어온 그 어린 여아 응급환자, 지금 어느 수술실에 있나?"

"5번방 수술실에 있습니다, 부이사장님. 에크모 들어갔대요."

간호사들이 얼른 알려 주었고, 왕세경은 5번방 수술실을 향해 뛰어갔다.

그것을 보고 간호사들이 수군거렸다.

"부이사장님이 왜 저러시지?"

"몰라. 근데 방금 포즈가 이상하시지 않았어? 꼭 뭔가를 품에 안은 것처럼 두 팔을 이렇게 하고 계시는데……."

"몰라. 무서워. 말하지 마."

타병원에서 이전해 온 레지던트는 숨을 죽이며 처치를 돕고 있었다.

"정말 에크모 들어갑니까?"

많은 의미가 담긴 말이었다.

아무리 봐도 이 응급환자는 이미 죽었다.

사망 판정을 내려도 전혀 문제가 없는데, 에크모를 달고 수혈팩을 꽂고 응급수술까지 동시에 들어가고 있다.

다른 병원 같았으면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게 다 비용이 얼마야… 공단에서 인정받지도 못하고 병원 적자로만 쌓이는 건데…….'

병원의 적자만 불려줄 무의미한 의료행위.

어느 병원도 이런 행위를 용납하지 않는다.

'이미 죽은 이'를 상대로 더 이상 의료처치를 해서 무엇하겠는가.

"아직까지 우리 병원에서 사망한 환자는 아무도 없다."

"하지만 이미 사망한 상태에서 이송된 거 같은데요?"

누가 봐도 여아는 이송 도중에 사망한 게 분명했으니까.

"그래도 할 수 있는 건 다 해봐야지. 기적이 일어날 수도 있으니까."

"……."

"어차피 장비 좀 썼다고, 적자 좀냈다고 뭐라고 하지도 않으니까 할 수 있는 건 다 해보는 거다."

타병원 출신 레지던트는 속으로 감탄했다.

'역시 종합병원은 돈부터 많아야 한다니까.'

곳간에서 인심 난다는 말을 이렇게 실감하게 될 줄이야.

바로 그때였다.

"심장박동 돌아왔습니다! 자가호흡시작했어요!"

"환자가 살아났어요!"

"하하, 그건 아니지. 살아난 게 아니라 애초에 안 죽었던 거다."

수술실 안은 한순간에 기쁨의 도가니로 바뀌었다.

심전도와 호흡은 불안정하긴 했지만 분명한 생명의 박동을 토해냈다.

집도의는 자신 있게 메스를 건네받으며 기합을 넣었다.

"우리 병원에서 죽은 사람은 여태까지 아무도 없었다! 오늘도 없을 거다!"

5번방 수술실 앞에 도착한 왕세경은 잠시 숨을 골랐다.

그는 머뭇거리는 피투성이 소녀를 향해 괜찮다는 듯이 웃으며 말했다.

"저기 가보거라."

"……."

"저기 가면 네가 있어야 할 곳이 보일 거다. 거기 가서 누우면 돼."

"……."

소녀는 아무 말도 없이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알았다는 듯이 몸을 돌렸다.

굳게 닫힌 수술실 문을 아무것도 없는 듯이 통과했고, 바닥에는 소녀가 흘린 핏자국만 남았다.

왕세경에게만 보이는 핏자국은 복도에 길게 늘어져 있었다.

"이거 옷에도 다 묻었구만."

왕세경은 자신의 환자복을 이리저리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바로 그 순간, 환자복에 묻은 핏자국이 빠르게 사라지기 시작했다.

"뭐야, 이건?"

왕세경은 놀라서 고개를 들었다.

옷뿐만 아니라 바닥에 묻은 핏자국도 원래부터 없었던 것처럼 지워지고 있었다.

멍해 있던 왕세경은 그 의미를 깨닫고 눈빛에 기쁨이 넘쳤다.

"살아났구나! 으하하하, 장하다! 장해!"

5번방 수술실.

소녀를 따라왔던 차사들은 기뻐하는 의사들 사이에서 소녀를 내려다 보고 있었다.

창백한 안색은 진한 분노로 가득했다.

"그 성주신……. 감히 저승의 법도를 이렇게 마구잡이로 짓밟다니!"

"이것은 명백한 질서 교란입니다."

"당연하다. 단지 혼을 데려가지 못하게 방해한 게 아니었으니까."

옛날 옛적, 선배 차사들이 망자의 혼을 데려가기 위해 엄청 고생을 했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를 많이 들어왔다.

가택신을 포함해서 다양한 방해꾼들을 뚫고 망자를 저승으로 인도해야 했으니까.

하지만 지금 이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이미 죽은 자의 몸에 다시 혼을 집어넣어 되살려내다니요……. 이런 일이 가능합니까? 도무지 믿어지지 않습니다."

후임차사는 말도 안 된다는 듯이 주먹을 불끈 쥐었다.

선임차사가 이를 갈면서 대답했다.

"불가능하진 않다. 죽은 지 49일 안…… 그 안에 저승에서 혼을 데려와 육신에 안착시키면 다시 살아날수 있지."

"정말입니까?"

"물론 육신이 계속 살아갈 수 있는 상태이어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일시적인 회광반조에 지나지 않는다."

고도로 발달한 현대의학.

병원이 품고 있는, 생명을 보듬는 신비한 기운.

그리고 성주신의 재빠른 안내.

그 덕분에 원래는 죽었어야 할 소녀가 다시 살아난 것이다.

"게다가 이 아이의 운명이 변했다."

명부를 꺼낸 선임차사는 음울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한 번 죽음을 피한 반작용으로, 수명이 70년 이상 늘어났다."

"그럼 저희는……."

"이번 달 인사고과는 망쳤구나."

"으으윽……."

후임차사가 머리를 쥐어뜯으며 분해했고, 선임차사는 등을 돌렸다.

"돌아가자."

"……예, 선임차사님."

둘은 수술실을 빠져나와 복도에 섰다.

복도에서는 소녀의 부모로 보이는 남녀가 소리 없이 울면서 기원하고 있었다.

그리고 소녀의 부모 몇 미터 뒤에 우뚝 선 채, 이쪽을 노려보고 있는 환자복 차림의 노인.

"……."

"……."

"……."

왕세경과 두 저승차사는 말없이 서로를 계속 노려보았다.

'건방진 성주신 같으니…….'

선임차사는 이를 으드득 갈며, 왕세경을 지나쳐 병원을 나갔다.

수술실을 나왔듯이 로비벽을 통과해서 그대로 병원을 나가려는 순간이었다.

"이보시게, 차사 나으리들."

왕세경이 말을 건 순간, 두 차사는 벽에 부딪쳐서 뒤로 튕겨 나왔다.

둘은 당황해서 서로를 얼떨떨하게 마주 보았다.

'벽이 우리를 막다니? 영체화가 안된다?'

'이, 이게 무슨…….'

"거, 너무하시는 거 아닌가? 아직 열 살도 안 된 어린아이를 일찍 데려가서 뭐 하시려고?"

두 차사는 대답하지 않았다.

"어떤가, 다음에 또 올 텐가? 미리 말을 해줘야 나도 대비할 거 아닌가?"

"……."

선임차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정문으로 향했다.

다른 방문자가 드나들며 열린 틈을 타고 병원을 빠져나갔다.

"밀언차사님께 들었을 때는 반신반의했는데, 정말 만만치 않은 성주신이다."

"성주신은 오래전에 모두 소멸했잖아요. 이승에 다시 성주신이 생겨난 이유가 뭘까요?"

"이승의 인간들이 그만큼 죽기 싫어서 발악을 한다는 것이겠지."

선임차사는 병원 건물을 돌아보며 불쾌한 듯이 중얼거렸다.

"대왕님께서 조속히 손을 써주셔야 할 텐데……. 차사들의 힘으로는 저 성주신을 감당할 수 없다."

***

가끔 사람들이 묻곤 한다.

"병원에만 있으면 갑갑하지 않으세요?"

하지만 왕세경은 한 번도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처음에는 병원에만 있으면 안전하다는 믿음 덕분에 안락함을 느꼈다.

이런저런 사연을 가진 환자들과 교류하면서 인간적인 감성을 되찾았다.

철혈 기업가에서 한 명의 온화한 노인으로 점진적으로 돌아왔던 것이다.

그리고 지금은 병원에 머물러 있는 그 자체가 편안하다.

"전혀 안 갑갑해, 아주 편해. 병원이 꼭 내 몸 같단 말이지. 내가 병원 같고, 병원이 나 자신 같고, 허허……."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정말로 병원이 편했다.

마치 오랜 시간을 보낸 내 방 침실보다 더 친숙한 느낌이었다.

"교수님, 조성희 환자가 부이사장님을 찾는 거 같은데요?"

"조성희 환자? 그 교통사고로 죽다 살아난 여아 환자 말이야?"

"네, 부이사장님을 어떻게 알고 찾아달라고 하고 있습니다."

"이상한 일이네. 부이사장님은 본적도 없을 텐데. 일단 연락드려 봐."

"네, 알겠습니다."

왕세경은 모든 입원 환자와 교류하기에, 그런 연락을 넣는 것쯤은 부담스럽지 않았다.

그렇게 왕세경은 일반병실로 옮겨진 소녀 조성희와 다시 만났다.

"엄마……. 저 할아버지가 그때 나 구해줬어."

"아유, 죄송합니다. 우리 애가 자꾸만 부이사장님을 봤다고 억지를 부려서요."

"진짜야. 저기 저 이름표 봤단 말이야. 부 자, 이 자, 사 자, 장 자할아버지."

왕세경의 좌측 가슴에 부착된 '부이사장'이라는 명찰.

조성희가 그것을 가리키며 말하자 왕세경은 허허 웃었다.

"이건 이름표가 아니라 직함이란다. 내 이름은 부이사장이 아니라 왕세경이란다, 아가야."

왕세경은 조성희가 모든 것을 기억하고 있다는 것에 감동했다.

물론 죽다 살아난 어린아이의 말이다 보니, 부모들은 꿈 이야기처럼 느껴지겠지만.

"왕세경 할아버지 우리 병실 신입 언제 보러 오나 했어요. 왜 이렇게 늦었어요?"

옆 병상의 환자가 장난치듯이 말하자 왕세경도 웃으며 받아쳤다.

"아, 부이사장직 달고 할 게 많아서 바빴다네. 그래도 우리 조성희환자가 건강히 회복돼서 다행입니다. 자, 보호자분, 우리 병원으로 말씀드리자면 이런 혜택들이 있는 데……."

왕세경은 신입 보호자들을 상대로 병원의 주요 혜택을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특히 식당 밥이 아주 맛있으니까, 밖에 나가 사먹지 말고 식당에서 먹어요. 병문안 오는 지인들도 식당에서 같이 먹이고요."

"안 그래도 다른 분들도 다른 데서 먹지 말고 식당밥 먹으라고 하시던데, 그렇게 맛있나요?"

"그 정도 퀄리티와 맛, 돈 주고 먹으려면 인당 30만 원은 넘게 줘야 합니다. 외부인은 못 먹으니까 입원해 있을 동안 많이 먹어요."

그렇게 맛있는 밥인데 인당 식비는 일반 프랜차이즈 식당 수준이다.

물론 병원 관계자, 환자 및 보호자만 누릴 수 있는 혜택이다.

"그렇다니까. 나중에 그 밥맛을 못잊어서 크게 아프지도 않은데도 우리 병원까지 일부러 외래 와서 밥먹고 가는 사람들도 있어요."

"그 정도예요?"

"가벼운 감기 가지고도 식당밥 먹으려고 찾아오는 사람들도 있다니까?"

***

어두운 새벽.

허공이 스르르 열리며, 푸른 빛무리가 뿜어져 나왔다.

그것은 인간의 눈으로는 볼 수 없는, 저승의 차가움이 섞인 영기였다.

크게 열린 허공의 틈을 타고, 키가 큰 백발의 노인이 발을 내디뎠다.

노인은 키가 무척 컸다.

뒤따르고 있는 건장한 저승차사들에 비해서도 거의 두 배 가까이 되었으니.

뒷짐을 진 채 수영병원을 물끄러미 내려다보던 노인, 저승의 대왕이 입을 열었다.

"아직도 성주단지를 못 찾았다고 했느냐?"

"예, 병원 전체를 샅샅이 뒤졌지만 성주단지를 찾지 못했습니다."

저승차사들은 급히 고개를 조아렸다.

성주단지, 겉으로 보기에는 평범한 그릇이지만, 성주신의 신체나 마찬가지인 것.

저 병원을 수호하는 성주신을 제압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차지해서 파괴해야만 한다.

대왕이 혀를 끌끌 찼다.

"어리석은 것들……. 바로 눈앞에 두고 엉뚱한 것을 찾고 있었으니, 그렇게 시간만 낭비하는 게다."

"대왕님,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요……."

"보아라, 성주단지가 바로 저기 있지 않느냐."

대왕은 손가락을 뻗어 아래를 가리겼다.

"저 병원 전체가 바로 성주단지, 그 성주신의 영험을 담은 신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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