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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갓-548화 (548/1,270)

프랜차이즈 갓 548화

137장 병원지기 (3)

통찰안(주신의 지식 보고 접근 권한).

하수영이 멋대로 이름 붙인 권능을 통해 살펴본 김윤정은 수명이 변하고 있었다.

본래라면 소아암으로 인해 진작 죽었어야 했을 운명.

하지만 소아암을 완전히 극복하면서, 아이의 운명도 달라지고 있었다.

'그래도 아직은 저승차사를 더 피해 다녀야 해.'

운명의 변화는 진행형이다.

따라서 완전히 확정되기 전까지는 저승차사들이 본래 수명대로 데려가려고 할 것이다.

"혹시 모르니 두 달 정도만 더 입원을 해봅시다. 선생님, 그렇게 해주세요."

하수영은 주치의를 돌아보며 말했다.

주치의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

김윤정은 이미 완치 판정을 받은 아이였으니까.

"만에 하나를 대비하기 위함입니다. 치료비는 우리 병원에서 전액부담할 테니 걱정 마시고요."

"저희야 이사장님이 그렇게 해주시면 그저 감사할 뿐이죠."

김윤정의 부모는 전혀 토를 달지 않았다.

그들에게 딸을 치료해 준 병원 이사장은 신이나 마찬가지였다.

주치의도 더 반대하지 않고 곧바로 입원 절차를 진행했다.

왕세경이 조용히 나서서 물었다.

"두 달만 입원하면 괜찮아지는 건가?"

"아마 한 달 정도면 될 겁니다. 혹시 몰라서 넉넉하게 두 달로 진행한 거고요."

"대체 어떻게 되어가는 건가? 설명해줄 수 있나?"

"일단 윤정이가 암으로 어제 죽을 운명이었다고 가정해 보죠."

"차사들이 찾아왔으니 그렇겠지."

"그런데 그게 엎질러졌습니다. 명부가 정한 운명이 바뀐 거죠."

"……."

"얼마 동안 조심해서 차사들의 눈을 피하면, 엎질러진 운명을 그대로 고착화시킬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서요."

"차사들이 엎질러진 물을 주워 담기 전에 물병을 들고 도망치자는 거지?"

"예, 물이 다 마를 때까지 말입니다."

"으음……."

왕세경은 불현듯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하수영이 혹시 자신에게 말을 하지 않은 게 있지는 않을까, 하고 말이다.

'이사장이 뭔가 숨기는 거 같은데…….'

하지만 캐물어봤자 굳이 말해주진 않을 것 같다.

어쩌면 자신의 노파심일 수도 있고, 한 가지 확실한 것은, 하수영이 자신의 말을 전부 믿어준다는 것이다.

'팔순 넘은 늙은이가 저승차사를 봤다는 말을 이렇게 진지하게 믿어주는 사람이 또 어디 있겠나.'

"알았네, 하 이사장. 우리 윤정이 내가 잘 좀 부탁함세."

"걱정 마세요, 회장님. 다 잘 될 겁니다."

하수영은 아직도 발동 중인 통찰안으로 왕세경 회장을 지그시 바라보며 웃었다.

***

그날 밤.

왕세경은 마늘과 붉은 팥죽을 든 채, 복도에 의자를 갖다 놓고 앉았다.

그는 눈을 부릅뜬 채 복도 좌우, 김윤정 병실 입구를 번갈아 가며 살폈다.

"왕세경 환자분, 왜 저러시죠?"

"저승차사를 보셨다나 뭐라나. 그래서 지금 경계하시는 거래."

"어머, 저승차사가 자기 데리러 오는 환각 같은 걸 보셨나 보다."

"어쩐지, 저번에 허공에 대고 그렇게 노발대발하시더니."

왕세경이 자기를 데리러 온 저승차사 환각을 봤다.

간호사들은 그렇게 알고 있었다.

"내가 이 병원 최고참이여. 윤정이는 반드시 내가 지킨다. 어디 차사들 따위가 얼씬하려고."

왕세경은 눈을 부릅뜬 채 쉬지 않고 복도를 살폈다.

이따금씩 복도창 밖으로 병원 밖확인하는 것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병원은 내가 지킨다."

***

로한.

하수영의 전생 중 한 삶에서 부하였으며, 양부인 주신의 또 다른 양자.

본래 그는 때가 되면 주신을 찾아 다시 지구를 떠날 예정이었으나, 어느덧 반쯤 눌러앉은 상태였다.

"지구는 참 맛있는 음식이 많군."

그는 오늘은 청담수영병원 식당에서 음식을 맛보고 있었다.

5성 호텔급 다양한 요리를 상시제공하는 수영병원 식당은 의료진 커뮤니티에서도 압도적인 부러움을 자아냈다.

한식, 중식, 양식, 일식, 뷔페 등 다양한 장르를 취급하는 식당이다.

보니, 출근하는 직원들은 반드시 병원에서 밥을 먹는다.

식당이 완전히 자리를 잡은 이후로는 술을 곁들인 회식이 아니면 병원외부에서 밥을 먹는 경우가 없어졌다.(병원 식당에선 술을 안 판다)

"저분 누구죠? 너무 잘생겼다. 모델인데?"

"재단 소속인가 봐요. 이사장님 오른팔인가 뭔가 하는 분이라던데."

"어머, 세상에. 여자 친구는 있을까요?"

"먹는 것도 어쩌면 저렇게 잘 먹는지."

"이 사장님도 식욕 엄청 왕성하시잖아요. 역시 잘나신 분들은 식성이 대단하신 거 같아요."

***

자정이 가까워졌다.

네온빛이 퍼지는 스산한 어둠 사이로, 세 개의 그림자가 나타났다.

"드디어 찾았구나."

"수석차사님,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후배 여성 차사가 조용히 묻자, 수석차사는 차분히 두 후배를 돌아보며 설명했다.

"근래 들어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진작 죽었어야 할 사람이 죽지 않고, 수명이 제멋대로 늘어나는 일이 몇백 건이 넘게 발생했다."

"이 병원이 그 원인이란 말씀이십니까?"

"그렇다. 직접 와보니 알겠구나. 이 병원이 그 모든 어그러짐의 원인이었다는 것을."

수석차사는 뒷짐을 진 채 병원 근처를 맴돌면서 샅샅이 살폈다.

"묘한 기운이 병원 전체를 감싸고 있구나. 절대 평범한 병원은 아니다."

"명부의 기록마저 바꿔 버리는 그런 병원이란 말씀입니까?"

"그렇다. 너희가 망자를 인도하려고 했을 때 튕겨져 나온 것도 결코 무리가 아니다. 수석차사인 나도 두려움이 느껴지는구나."

"지원을 요청해야 하지 않을까요?"

"대왕께서 결정하실 일이다. 일단 우리는 우리의 임무를 수행한다. 들어가자."

세 차사는 병원 정문을 들어섰다.

입구를 통과하는 순간, 두 후배 차사는 저번에는 느끼지 못했던 짜릿한 감각을 느낄 수 있었다.

그것은 낯선 이를 탐색하고, 관찰하는 무형의 기운이었다.

"마냥 우리를 거부하지는 않는구나. 하지만 안심해서는 안 된다."

수석차사는 성큼 걸음을 내딛다가, 불현듯 식당에서 나오는 키가 큰 남자를 발견했다.

그를 보자마자 수석차사의 안색이 흠칫했다.

"이럴 수가……."

"수석차사님, 왜 그러십니까?"

"어서 명부를 확인해라. 저자의 이름과 수명을 지금 봐야겠다."

수석차사가 로한을 가리키며 말하자 여성 차사는 얼른 명부를 뒤졌다.

그녀는 안색이 창백해져서 수석차사를 바라봤다.

"명부에 이름이 없습니다."

"누락자인가?"

"아닙니다. 이름 자체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사람의 모습을 하고 있으되, 사람이 아닌 존재입니다."

"천 년 동안 무수한 영혼을 인도했지만 이런 일은 처음이다."

세 저승차사는 바짝 긴장해서 로한의 걸음걸이를 주시했다.

"……."

갑자기 멈춘 로한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이쪽을 빤히 바라보았다.

"설마 우리가 보이는 것일까요?"

"그건 아닌 듯합니다."

"이질적인 기운을 느낀 것이다. 절대 움직이지 말고 조용히 있어라."

한참을 뚫어져라 바라보던 로한은 어깨를 으쓱하고는 로비를 나섰다.

"대체 무엇일까요?"

"알 수 없구나. 이 일도 대왕님께 보고해야겠다."

"네, 수석차사님."

"서두르자. 김윤정의 운명이 변하기 전에 명부로 데려가야 한다."

세 저승차사는 벽을 뚫고 단숨에 VIP실로 이동하려고 했다.

하지만 천장에 머리가 닿는 순간, 강한 반발력이 그들을 밀쳐냈다.

"차사님? 벽을 통과할 수 없습니다!"

"이 병원이 우리를 지켜보기 시작했다. 그래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다."

"정말 보통 병원이 아니군요."

"할 수 없다. 엘리베이터를 이용하자."

그렇게 세 저승차사는 엘리베이터를 탔다.

탑층으로 올라가던 도중, 엘리베이터가 중간에 한 번 멈춰 섰다.

피곤에 찌든 간호사가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당연히 간호사는 세 저승차사를 인지하지 못했다.

탑층에서 엘리베이터가 멈춰 섰고, 간호사가 먼저 내렸다.

저승차사들도 간호사의 뒤를 따라 복도를 걷기 시작했다.

"어머, 환자분. 아직도 여기를 지키고 계신 거예요?"

"그렇소. 윤정이 잡아가려고 오는 저승차사들을 쫓아내려고 내가 여기를…… 으응?"

"왜 그러세요?"

"이봐요, 간호사 아가씨. 뒤에 그 셋은 어떻게 아는 사람들인가?"

"네? 무슨 말씀이세요? 제 뒤에 누가 있다고……."

흘끗 뒤를 돌아본 간호사는 식은땀을 흘리며 억지로 웃었다.

"아무도 없는데 무섭게 왜 그런 말씀을 하세요."

"……가서 볼일 보시구려."

왕세경은 더 이상 간호사를 보지 않았다.

간호사는 자신의 뒤쪽을 뚫어져라 노려보는 모습에 왠지 섬뜩한 기분이 들었다.

'정말 내 뒤에 저승차사라도 있는 거야? 말도 안 돼!'

섬뜩한 느낌에 휩싸인 간호사는 후다닥 뛰어서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왕세경은 천천히 의자에서 일어나서, 마늘과 팥죽을 든 채로 다가왔다.

"자네들, 다시 찾아왔군. 이번에는 한 명이 더 늘어났어."

여성 차사가 침중하게 중얼거렸다.

"역시, 산 자임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잘 보이는 거 같습니다."

"만월의 기운이 충만한 때도 아닌데, 어찌하여 산 자가 우리를……."

수석차사는 왕세경을 노려보다가 입을 열었다.

"성주신이다."

"예?"

"설마 저자가 인간이 아니라 성주신이란 말씀이십니까?"

성주신.

집을 수호하는, 가장 윗자리를 차지하는 가신.

"기운이 범상치가 않구나. 그래서 가택이 아닌 이런 큰 병원에도 능히 깃들 수 있는 듯하다."

"하지만 명부에 이름이 있습니다!"

명부를 급히 확인한 여성 차사가 외치듯이 말했다.

왕세경의 이름은 여전히 명부에 또렷하게 기록되어 있었으니.

"그러나 이 거대한 기운은 성주신의 그것이 틀림없다. 저자는 이 병원을 수호하는 성주신이다."

"살아 있는 인간의 몸으로 성주신이 될 수 있단 말씀이십니까?"

"천 년 동안 한 번도 그런 경우는 없었다. 그렇지만 지금 눈앞에 있지 않느냐."

"……."

"……."

"지금의 이승에 성주신은 모두 소멸했다고 들었거늘, 이렇게 강건한 성주신이 존재하고 있을 줄이야……."

수석차사는 작게 신음을 흘렸다.

"왕세경."

수석차사가 나지막하게 부르자 왕세경은 불끈 화를 내며 달려들었다.

"네 이노오오옴들! 그 입을 다물라! 이 병원의 누구도 못 데려간다!

썩 병원에서 나가라!"

왕세경이 수석차사의 멱살을 잡는 순간.

갑자기 두 손에서 스파크가 튀며 온 사방을 찢어발길 듯이 뒤흔들었다.

동시에 실내의 모든 등이 합선이 된 것처럼 터져 나갔고, 사방이 캄캄해졌다.

간호사들은 비명을 지르며 휴대용 비상등을 꺼내 서둘러 병실들을 돌아다녔다.

"다행이에요! 인공호흡기는 모두 무사해요! 전등만 나갔습니다!"

"여기도 이상 없습니다! 등만 나갔어요!"

어디서 그런 힘이 났는지, 왕세경은 수석차사를 불끈 들어 올린 채 노려보며 말했다.

"네이놈, 저승차사들! 이 병원에서 썩 꺼져라. 우리 병원 환자는 아무도 못 데려간다!"

***

아무도 하수영의 존재를 인지하지 못했다.

어둠 속에 몸을 숨긴 그는 팔짱을 낀 채, 왕세경을 지그시 바라보고 있었다.

"저기에 저승차사가 있나 보네."

아쉽게도 통찰안을 발동했음에도 저승차사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저 불길한 무언가가 있다는 것만을 시각적인 어둠의 형상화로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을 뿐이다.

통찰안, 주신의 지식 보고 접근 권한의 수준이 아직 최하위 단계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왕세경한테 현재 진행형인 변화를 인지하는 데는 충분했다.

[왕세경]

[청담수영병원 수호자]

[남은 수명 : -000000……(심각한 오류 발생)]

"우리 회장님, 어쩔 수 없이 재단 부이사장 하셔야겠네. 이것도 운명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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