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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갓-545화 (545/1,270)

프랜차이즈 갓 545화

136장 의원님은 중고신입생 (2)

하수영은 강의를 신청한 교수를 찾아갔다.

"교수님, 제가 내일 구의회 중요한 의정 업무가 있어서요. 출석해야 하는 자리입니다."

"어, 하수영 의원, 아니, 하수영 학생. 그런 게 있어요?"

"네, 아무래도 현역 구의원 신분이다 보니."

"다른 것도 아니고 나라를 위해서 일하는 건데 당연히 학교에서 양해를 해드려야지. 예비군 훈련처럼 말이에요."

"나라를 위해 일하는 건 아니고 지역구를 위해 일하는 겁니다만."

"지역구는 우리나라 아니랍니까? 지역구들이 다 모이고 모여서 나라가 되는 거니, 지역구를 위해 일하는 것도 결국 나라를 위해 일하는 겁니다."

어찌 된 게 교수가 더 적극적이었다.

"알았어요. 그럼 출석인정을 해주면 될까요?"

"네. 그리고 앞으로도 제가 아무래도 이런저런 일로 자주 학교를 못나오게 될 거 같아서요."

"이런, 그럼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교수는 속으로 실망했다.

자주 못 나오면 얼굴을 자주 못본다는 것이고, 그럼 관계를 다질 기회도 줄어든다는 뜻 아닌가?

"제가 강의실에 카메라를 설치하고 원격으로 수업을 들어도 될까요?"

교수는 반색했다.

"원격으로요?"

"네, 학교를 나올 수 없는 날에는 저 혼자 원격수업으로 진행하고 싶습니다. 물론 강의 내용은 어디에도 공개하거나 배포하지 않겠습니다."

"의정 활동에도 바쁜데 학구열 역시 대단하군요. 정말 감탄스럽습니다. 좋아요, 얼마든지 그렇게 하세요."

"다른 학우들의 시선도 있으니, 출석하지 못한 만큼 점수는 깎아주세요. 빈말 아니고 진심입니다. 교육은 공정해야 하는 거 아니겠어요?"

"역시 훌륭한 정치인 재목이라 그런지 생각이 반듯하네요.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수영은 강의를 신청한 교수 전원을 찾아다니며 양해를 구하고 허락을 받아냈다.

교수들은 정중한 하수영의 태도에 깊이 감동받으며 기꺼이 승낙해 주었다.

학기당 등록금 10억을 지불하는 학생이다.

매번 정원 미달이 나는 한국대학교 농업대학 입장에서는 귀중하기 그지 없는 자원, 학생 300명에 달하는 등록금을 혼자서 지불하고 있으니.

교수들 사이에서 칭찬이 파다하게 돌았다.

"조금 거만해도 그러려니 할 텐데, 아주 공손하고 깍듯하단 말이야."

"젊은 나이에 모든 걸 다 가졌으니 오만할 법도 한데 전혀 그런 게 없어요. 참 바른 학생, 아니, 바른 인재야."

"심지어 모발도 풍성하지. 다른 건 됐고 그 1/10만 나한테 있었어도……."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샀다는 이야기 듣고 정말 다른 세상 사람이라는 것을 알았어요."

"뭐요?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을 샀다고요? 아니, 왜 그걸 난 몰랐지?"

"얼마 안 됐습니다. 아주 최근이죠. 이상하게 우리나라 언론사들은 하수영 의원 일은 잘 보도를 안 하더라고요."

농업공과대학 교수들은 꿈에 부풀었다.

하수영 같은 든든한 동문을 두었으니, 이제 C대 농대를 넘어서는 것은 시간문제이리라.

벌써부터 학교측에서 농대에 부족한 것은 없는지, 총장이 나서서 신경을 쓰고 있었다.

다음 날.

강의실로 향하던 교수는 저쪽에서 웅성거리는 소음을 들었다.

강의실 근처에서 학생들이 한데 모여 신기하다는 듯이 뭔가를 구경하고 있었다.

"뭐지?"

궁금증에 얼른 다가간 교수는 화들짝 놀라서 뒤로 넘어질 뻔했다.

- 안녕하세요, 교수님.

놀랍게도 그것은 키 1.5미터 정도 되는 인간형 로봇이었다.

두 개의 기계 팔과 다섯 개의 손가락을 가졌고, 온몸이 각진 금속으로 되어 있었다.

하체는 다리 대신 3륜 바퀴로 되어 있어, 아이들이 좋아하는 SF 만화에 나오는 친근한 로봇 이미지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얼굴이 있어야 할 자리에는 네모난 디스플레이 패널이 있었다.

패널에는 하수영의 얼굴이 떠올라 있어, 우스꽝스러운 느낌을 주었다.

"이, 이게 어떻게 된 겁니까?"

-원격수업 허락해 주셨잖아요. 그래서 카메라를 보냈습니다.

"이게 카메라라고요?"

이건 로봇이잖아!

교수는 얼이 빠져서 입이 열리지 않았다.

카메라를 설치한다고 해서 사람을 시켜서 삼각대나 놓을 줄 알았는데, 로봇을 보내다니.

심지어 자기 얼굴이 잘 나오게끔 디스플레이 패널까지 달다니.

-실례합니다. 저 좀 들어가겠습니다.

로봇은 기계음이 섞인 하수영의 목소리로 양해를 구했다.

다들 우와 거리면서 뒤로 물러나서 자리를 비켜 주었다.

로봇은 팔을 뻗어 기계 관절 손가락으로 손잡이를 잡고 태연히 문을 열었다.

"저, 저기요. 바퀴가 좌우로 너무 크게 벌어진 거 같은데, 그러면 입구가 좁아서……."

-괜찮습니다. 이렇게 하면 됩니다.

바퀴에 연결된 구동음 간격이 좁아지면서, 출입문을 충분히 통과할 수 있는 사이즈가 되었다.

-교수님, 저는 여기에 위치하겠습니다.

'로봇 하수영은 가장 맨 앞에 위치했다.'

의자에 앉지 않고, 제일 앞의자와 강단 사이의 공간을 차지한 것이다.

교수는 멍하니 바라보다가 문득 생각했다.

'지금 하수영 학생이 말하고 있는거 맞지?'

로봇이 스스로 말을 하고 있는 건가, 하수영이 원격으로 마이크로 말을 하고 있는 건가?

과연 어느 쪽이 맞는 건지 헷갈렸다.

"저거 대체 뭐야?"

"청강생이 보낸 로봇 같던데. 저번 학기 청강하다가 이번에 입학했다던 그 친구."

"그 조용한 친구는 나도 아는데, 대체 뭐하는 친구인데 저런 로봇을 대시 보내서 수업을 듣는다는 거야?"

"그러게. 아니, 로봇공학수업을 들어야 할 친구 같은데 왜 농대 수업을 듣는 거야?"

농대 학생들은 크게 술렁이고 있었다.

그 술렁거림은 특히 1학년들 사이에서 더욱 강하게 번졌다.

농업과학에는 관심 없고, 그저 한국대 졸업장을 위해서 들어온 이들이다.

1학기 수업을 들으면서 하수영의 얼굴을 몇 번 보기는 했지만, 그뿐이었다.

그런데 이런 충격적인 이벤트를 겪었으니.

"대체 그 학우, 뭐 하는 사람이야?"

교수들은 눈을 초롱초롱하게 뜬 채 바라보는 하수영의 얼굴을 부담스럽게 의식하며 수업했다.

어떻게 내내 다른 곳에 눈길 한번 주지 않고 보드만 바라볼 수 있을까?

'혹시 사진 띄워놓은 거 아닐까?'

하지만 그러기에는 얼굴 표정이라 든가, 눈 깜빡거림과 호흡하는 게 너무 자연스럽다.

아무리 봐도 하수영과 화상회의를 하는 듯한 느낌이다.

'저렇게 집중할 수가 있다니……."

하품 한 번 않고, 눈길 한 번 돌리지 않고 보드에 이렇게 집중할 수 있다니.

'천상 학자를 해야 할 재목이구나.'

교수들은 수업을 하면서 느꼈다.

한국의 농업계를 상위 차원으로 도약해줄 영웅이 등장했음을.

그렇다 보니 자연히 수업을 하는데 더 힘이 들어갔고, 열의도 생겼다.

***

로봇공학박사 차원준 교수.

학부내에 퍼진 소문을 듣고 그는 한달음에 농업대학 건물로 달려왔다.

강의실 밖 복도에서는 소문을 듣고 찾아온 학생들이 잔뜩 서성거리고 있었다.

"어, 나온다! 나와!"

강의가 끝났는지, 교수가 문을 열고 나왔다.

그 다음으로 머리 대신 '얼굴이 나온'사각형 패널을 달고 있는, 3륜로봇이 나왔다.

'……!'

차원준은 로봇을 본 순간, 온몸에서 힘이 빠질 것만 같았다.

'하수영 농장주다…….'

몰라볼 수가 없었다.

로봇의 3륜구동장치는 바로 하수영이 자신을 통해서 구입한 것이었으니.

'농대에 입학을 하셨구나…….'

저번 학기에 하수영이 입학을 고려 해서 청강을 한다는 것은 알았다.

하지만 어느 단과대학에 입학을 했는지는 불분명했는데, 이렇게 밝혀진 것이다.

'이해할 수 없어. 하수영 농장주가 왜 농대 수업을 들으시는 거지?'

오히려 학생들을 상대로 가르쳐야 하는 거 아닌가?

학생, 교수 가릴 것 없이 주변에 잔뜩 몰려서 웅성거리며 로봇을 신기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오늘 날씨가 참 좋군요. 다들 식사는 하셨습니까?

"아, 아니오."

-그럼 제가 학식 한 번 살까요? 원하시는 분은 얼마든지 따라오세요.

"우, 우와! 정말이요?"

-네, 얼마든지 오세요. 제가 앞장을 서지요.

로봇은 주변을 연거푸 돌아보며 괜찮다는 듯이 손짓까지 해보였다.

생긴 것은 모니터헤드를 단 3륜구동 금속 로봇이지만, 움직임이 마치 사람처럼 자연스럽고 매끄럽다.

아무리 봐도 하수영이 원격으로 영상통화하며 로봇을 실시간 제어하는 듯하다.

같이 수업을 들은 학생들은 여전히 반신반의하고 있었다.

'그럼 지금 대체 몇 시간 동안 내내 로봇을 제어하고 있는 거야?'

'중간에 다른 거 아무것도 안 하는거 같은데…… 이럴 거면 그냥 직접 출석하는 게 낫지 않나?'

'알고 보면 지금 본인이 통제하는 게 아니라, 로봇이 본인 흉내를 내고 있는 거 아냐?'

주인의 실시간 원격제어인가, 아니면 로봇의 주인 흉내인가.

내내 수업을 같이 들은 학생들의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 미스터리였다.

홀린 듯이 바라보던 차원준 박사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계단은 어떻게 하려고? 왜 저쪽으로 가지?'

저 3륜장치에는 계단을 오르내리는 기능은 없을 텐데?

걱정은 기우였다.

3륜이 각각 3개의 다리처럼 상하좌우로 움직이면서, 사람처럼 '걸어서' 계단을 내려간 것이다.

말 그대로 3족 보행이었다.

'저렇게 개조했다고?'

다리관절을 움직인 보행 자체야 기술적으로 구현이 되었으니 놀라울게 없지만, 그런 기능이 애초에 없던 모듈을 개조해서 쓰고 있는게 놀라웠다.

모니터 머리를 단 3륜 로봇이 앞장서고, 수많은 사람들이 그 뒤를 따르는 광경.

지나가던 교수와 학생, 직원들도 신기해서 연거푸 쳐다봤다.

'피리 부는 사나이…… 아니, 로봇인가?'

로봇인지 하수영인지, 아무튼 어느덧 학내식당에 도착했다.

-드시고 싶은 거 말씀해주세요.

"저, 저는 제육볶음이요."

"육개장이요."

"함박스테이크 먹을래요."

로봇은 일일이 먹고 싶은 것을 물어본 뒤, 무인주문장치에 일괄 주문을 넣었다.

카드를 꺼내서 계산까지 하는 모습은, 아무리 봐도 철판을 뒤집어쓴 사람이었다.

물론 갓난아기가 아닌 이상, 도저히 사람이 들어갈 만한 몸집은 아니지만…….

그렇게 기괴한 단체 회식인 듯 회식 아닌 회식 같은 광경이 벌어졌다.

차원준도 얼떨결에 끼어들어서 식판을 받아서 로봇 옆에 앉았다.

-오랜만입니다. 차원준 박사님.

"저어…… 제가 뭐라고 불러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니까 지금 직접 화면 보면서 로봇 원격으로 제어하는 거 맞으시죠?"

-네, 계속 보고 있습니다. 움직임 자체는 대략적 지시만 내리고, 세세한 조정은 자율시스템이 행하는 거지만요.

이야기를 나눠보니 분명히 하수영이 틀림없었다.

로봇이 하수영 흉내를 내는 게 아니라, 하수영이 로봇을 원격으로 움직이는 게 맞는 거 같다.

로봇 하수영은 중앙에 앉은 채 유쾌하게 분위기를 이끌었다.

어쩌다 보니 밥 먹는 자리가 아니라 하수영 친목회가 돼버렸지만, 다들 좋아라 했다.

"와, 진짜 수영농장 운영하시는 하수영 농장주님이세요?"

"아까 이름 얼핏 듣고 설마설마했는데, 정말일 줄이야."

"이런 로봇을 일상생활에서 자연스럽게 사용하는 건 처음 봐요. 이런 로봇은 얼마나 해요?"

-부품 구매값으로는 100억 조금 넘게 들었어요. 소프트웨어는 제외고, 따로 사설개조도 했습니다. 여기 차원준 박사님도 부품 제공에 도움을 많이 주셨죠.

"대박. 완전 대박."

"내가 하수영 농장주님과 학과 동문이라니. 정말 가문의 영광이에요."

그렇게 식사는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 끝났다.

***

그날 저녁, 청담동 하수영 본가.

"아버지는 잠깐 자리 비우신다더니 대체 며칠을 안 오시는 거지……. 야, 프리덤. 로한은 어떻게 지내고 있냐?"

-매일 서울 맛집만 순방하고 있습니다. 여기 음식이 마음에 드나 봅니다.

"걔 원래 살던 별이 맛있는 게 별로 없긴 해. 아, 근데 오늘 수업은 잘 들었어?"

-네, 강의 내용 정리해서 서버에 업데이트했습니다. 나중에 확인하시면 됩니다. 그리고 고추밭 관리로봇에 결원이 생긴 만큼, 추가 부품 구매가 필요합니다.

"발주 넣어."

수영로봇의 정체는 바로 고추밭 담당 로봇이었던 것이다.

"교수님과 학우들한테 친절하게 잘대했지?"

-식사도 대접했습니다. 지금은 반도체공학부 대학원생들한테 야식을 대접하는 중입니다.

"내 얼굴에 먹칠하지 말고 친절하게 잘해라. 실수 없도록 해."

-Yes, My lord.

***

한국대 반도체공학부, 아침.

초췌한 몰골로 쪽잠에서 깬 대학원생들은 야외에서 사람들을 데리고 뽈뽈거리며 어딘가로 향하는 '로봇 하수영'을 보고 갸웃거렸다.

"설마 캠퍼스에서 밤새 사람들 만나고 다니신 거야?"

"하수영 학우님은 대체 언제 주무시는 거야?"

아침 강의실에 들어선 학생들은 강단 근처에 있는 '로봇 하수영'을 보고 깜짝 놀랐다.

-오, 일찍들 오셨네요.

"어, 하수영 학우님. 혹시 어제 집에 안 들어가신 건가요?"

"야, 그게 무슨 말이야? 저건 하수영 학우님이 아니라 원격화상통신 로봇이라고, 당연히 하수영 학우님은 집에 들어가셨겠지."

"아, 맞다. 헷갈렸어, 순간."

-맞습니다. 집에서 잘 잤습니다. 이 원격수업 단말기는 굳이 왕복시킬 필요가 없으니 계속 학교에 둘겁니다.

"그, 그렇군요. 근데 지금 뭐하시는 거예요?"

-충전하고 있어요.

"아…… 플러그 꽂혀 있네요."

"그래서 거기에……."

그렇게 수영농장 고추밭에서 이적해 온 '로봇 하수영'은 한국대 관악캠퍼스에 말뚝을 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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