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갓 543화
136장 배달 시장 독과점 (5)
프리덤 배달 기능을 쓰는 매장은 약 61,000여 개.
이는 수영치킨과 수영레스토랑을 합친 숫자다.
이 중에서 수영치킨 매장의 개수가 60,000개가 넘는다.
수영레스토랑은 서울에서만(오프라인 매장은 강남에서만) 장사하지만.
수영치킨은 제주도를 포함해서 전국에서 영업하기 때문이다.
프리덤 배달 앱으로 인해, 실비아컴퍼니는 약 월 50억 원의 추가 수입이 생겼다.
"아직은 소박하군요."
"어디 보자……. 이거 다른 배달음식점들도 전부 뺏어오면 수입이 장난 아니겠는데? 전국에 있는 음식점들이 전부 가입하면 대체 그 수가 얼마야."
"수영치킨 하나만 6만 개가 넘는 데, 와! 우리나라 모든 음식 매장 다 가입하면 장난 아니겠네."
"월 50억이 아니라 5조 원도 받을 수 있는 거 아니에요?"
"아니, 배달 시장이 이렇게나 금덩이 가득한 광맥이었다고?"
한 직원이 혀를 차며 끼어들었다.
"에이, 그러면 배달드라이브가 진작 서해전자도 샀겠죠. 원래 수수료가 9만 원이긴 했는데, 그것도 매달앱 주문량이 일정 이상 되는 매장만 냈어요. 그 매장들 대부분 서울에 몰려 있었죠."
"아, 그래? 뭔가 아쉽네……."
"배달드라이브 매출 6, 7천억 원인가 합니다. 아, 물론 수영치킨 입주전이에요. 배달드라이브는 수영치킨 이전과 이후가 완전히 달라서요."
"배달택시는 정말 황금알을 낳는 거위 배를 가른 셈이군."
"배를 가른 게 아니라, 배를 가르려다가 손모가지 물어뜯기고 짓밟히고 거위까지 놓친 거죠."
"아, 그게 더 알맞겠네."
여기저기서 키득거리는 소리가 터졌다.
"사실 배달 시장이 많이 위축된 건 사실이에요. 소비자들이 배달음식에 쓰는 돈이 늘어났긴 했는데, 그게 대부분 수영치킨과 수영라면에 몰리고 있거든요."
"음, 확실히…… 나도 배달음식에 쓰는 돈이 늘긴 했는데 수영치킨, 수영라면을 압도적으로 많이 먹게 되더라고."
"그래도 소비자들 배달음식에 쓰는 돈이 워낙 늘어나서 다른 음식들이 그렇게 크게 매출이 준 건 아닐 거예요."
수영치킨은 배달음식 시장을 폭발적으로 넓히는 결정적인 트리거 역할을 했다.
매년 7, 8억 마리 도축하던 닭 시장이었는데, 수영치킨 혼자서 월 1억 마리씩 팔리는 걸 보면 명확하다.
"근데 배달서비스 수입은 어떻게 해야 하죠? 이것도 개발자와 9 대 1로 나누는 건가요?"
프리덤 수익 분배는 원래 5:5이지만, 특약에 따라 연 매출이 10조 원이 넘었으므로 개발자가 90%를 가져가고 있다.
아직은 월 50억 정도이지만, 어떻게 커질지 모르는 터이니 미리 교통정리를 해야 했다.
"전부 개발자 몫으로 넘겨. 우리는 단 1원도 챙길 것 없어."
재무팀장이 딱 잘라서 정리하자 팀원들이 의아했다.
"네? 우리 회사도 10% 권리는 있는데요?"
"그거야 프리덤 개인비서 기능에 한해서지. 배달서비스는 원래 해당안 되는 거야."
"아……."
"새로 협의를 할 순 있겠지. 근데 굳이 협의해서 우리 몫 챙겨야 해?
아직 프리덤 계약 기간 갱신 못 했다."
"개발자한테 다 주는 게 낫겠네요."
"아까워하지 말자. 지금도 프리덤 개인비서 서비스 하나로 우리 회사, 달에 2, 3천억 원은 들어오고 있다."
팀원들은 수긍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부러움을 나타냈다.
"프리덤 개발자야말로 진짜 우리나라 최고 부자 아닐까?"
"순수한 개인 자산만 따지면 서해 그룹 회장도 상대가 안 될걸. 비자금 같은 건 제외하고."
"진짜 누군지 얼굴 한 번 보고 싶다. 대체 어떤 사람일까?"
프리덤 개발자의 정체는 실비아컴퍼니 내에서도 아직 극소수만 아는 비밀이었다.
***
-마스터, 배달 앱 서비스를 열어달라는 요청이 누적 159,846건입니다.
"안 돼. 배달택시그룹이 얄밉긴 하지만 내가 손해 본 건 없으니 됐어.
그놈들도 6조 원 허공으로 날렸고."
-정녕 배달 시장에 진출하지 않으실 겁니까? 지금 손을 슬쩍 뻗기만 해도 앉은 자리에서 모두 가질 수 있습니다.
"가질 거면 진작 지구 통째로 가졌다. 처음에 정한 대로 농사, 임대업, 식당, 이렇게 3개 업종에만 집중할 거야."
-엔터테인먼트에도 집중하시지 않습니까?
"그건 비즈니스가 아니라 취미로 하는 거지. 그래서 돈 날릴 거 생각하고 막 쓰잖아."
-정작 막대한 돈을 벌고 있습니다.
"그러게 말이다. 이놈의 재물운은 어째 삶을 반복할수록 더 커지기만 하는 거 같다."
-일단 배달서비스 요청 건에는 거절 의사로 답변하겠습니다.
"그렇게 해."
하수영은 무인농장을 한 차례 둘러본 뒤 시설 밖으로 나섰다.
농장 바깥 저 멀리에서는 JS그룹채굴팀이 한창 땅을 파고 있었다.
"빨리 농장 이사하라고 꼭 시위하는 거 같네."
-그렇지 않습니다. 금 채굴팀은 일부러 천천히 채굴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테라리움 ver2.0이 빨리 지어지는가 해야지, 원, 아니, 여기 묻힌 금이 몇 톤이나 된다고 그거 때문에 농장을 이사 가야 해?"
-600톤입니다. 원화로 30조 원의 가치가 있습니다.
"내 농장에서 만들고, 파생되는 생산가치가 일 년에 30조 원이 안 될 거 같냐?"
-당연히 넘지요.
농장의 올해 예상 소득은 1조 원을 넘길 것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작물 재배 소득이 전부가 아니다.
황비버섯이 라면으로 가공되어 국내 유통, 수출 유통에서 벌어들이는 수입.
국군 장병들과 저소득층 가정에 무상으로 꾸준히 공급하는 쌀, 황비버섯 등 식재료, 가축 사료 재료로 사용되는 곡물과 볏짚.
또 수영치킨과 수영레스토랑도 수영농장 없이는 돌아가지 못한다.
그 모든 것을 종합하면, 30조 원과는 비교도 안 된다.
캠핑카를 타고 돌아가던 중 하수영은 도로에서 낯익은 행인을 만났다.
그는 차를 잠시 세우고 활기차게 인사했다.
"양정봉 사장님, 안녕하세요?"
"오, 하 사장. 안녕하신가?"
"벌통 보고 돌아오시나 봐요?"
"응, 대충 수습하고 지금 돌아가는 중이야. 어휴."
"무슨 일 있나요? 표정이 안 좋으시네요?"
"아, 말벌들이 벌통을 3개나 털어 먹었어. 그래서 속상해."
"저런, 출입가드 달지 않았어요?"
"달면 무슨 소용이야. 꿀벌들이 죄다 밖으로 나와서 싸우다가 죽는데, 여왕벌하고 애벌레만 안 털릴 뿐이야."
양정봉 사장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가뜩이나 저번 달에 낭충봉병 때문에 벌통 3개 날렸는데. 속이 쓰라려."
"낭충봉아부패병이요?"
"그래, 치료약도 없어서 벌통 격리 한답시고 내가 개고생했잖아."
"맞다. 제가 저번에 미국 갔다 왔는데 거기서도 아시아 장수말벌 때문에 난리던데요. 일꾼 말벌이 몸크기가 50m나 되더라고요."
"미국물 먹더니 몸집이 커졌군그래. 에휴, 말벌이 왜 해충 분류가 안 됐는지 몰라."
"양봉 망치긴 해도 산 생태계로 보면 익충이라서 그래요."
"그나저나 하 사장, 이제 농장 이사 가면 얼굴 보긴 힘들겠구만."
"가끔 놀러 오겠습니다. 그리고 땅안 팔아요. 금 다 캐고 나면 여기에 뭐 하나 새로 지을 겁니다. 아직 정하진 않았지만요."
"그때까지 내가 여기서 양봉을 하고 있을지 모르겠어. 요즘 워낙 시원치 않아서……."
"전 이만 서울 올라가 보겠습니다. 힘내십시오."
"그래, 자네도 계속 번창해."
정양봉 사장과 헤어진 하수영은 도로를 시원하게 달리며 중얼거렸다.
"나도 양봉 해볼까? 수영벌꿀이라고 하나 내놓으면 잘 팔릴 거 같은데."
-하우스에 벌들을 가둬놓고 키우기를 추천합니다.
"가둔다고?"
-네. 큰 하우스를 다수 만들고 거기에 유채와 아카시아를 각각 키우는 겁니다. 그럼 순도 99.9%의 유채꿀과 아카시아 꿀을 얻을 수 있을 겁니다.
"아, 그러네. 굳이 벌통을 야외에 풀어놓을 필요가 없구나."
-엘릭서 비료를 이용해서 유채와 아카시아를 키우면 질 좋은 꿀을 대량으로 확보할 수 있습니다.
"해외에 내다 팔면 짭짤하게 재미볼 수 있겠어."
국내 유통은 하순위였다.
하수영은 약자 위주로 형성된 시장에는 가급적 진입을 하지 않으려 하기 때문이다.
수영치킨의 경우도 일반 매장주보다는 프랜차이즈 본사들의 시장을 뺏은 것이다.
그리고 다른 배달음식들의 파이를 마냥 먹어치우기만 한 게 아니라, 시장 자체를 크게 늘렸다.
'양봉하는 사람들 안 그래도 베트남꿀 들어온다고 걱정이 태산인데.
나까지 근심거리를 얹을 순 없지.'
-그럼 바로 유채와 아카시아를 세팅하겠습니다.
"지금 테라리움에 여유 공간은 좀 있어?"
-공간은 됩니다. 하지만 소 100만 마리 확보를 생각하면 확장은 필수입니다.
"걱정 마라. 지금 JS건설에서 열심히 테라리움 2.0 짓고 있다."
***
어느덧 캠핑카는 강남구에 진입했다.
청담동 거리에 들어선 하수영은 신호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었다.
그때 옆 차선에서 웬 2인승 빨간 페라리 한 대가 빵빵거렸다.
"아, 어르신? 페라리 탄 거 보니까 제 의원사무실 다녀오시는 길인가 봐요?"
"응, 하루 종일 자네 사무실에서 놀았지. 오늘은 왜 코빼기도 안 비쳤나?"
청담동 후원회 노인들은 평소에는 편안한 세단 뒷좌석에 앉아 다닌다.
하지만 하수영을 만나러 올 때만큼은 휘황찬란한 2인승 슈퍼카를 탄다.
그게 자기들이 지지하는 '젊은이' 를 돋보여준다고 생각해서다.
해운대 수영펜션 오픈 축하 행사때, 수백 대가 넘는 슈퍼카들이 주변 도로를 점령한 것은 노인들에게도 뿌듯한 기억으로 남아 있었다.
'우리 하 의원 주변을 빛내주려면, 엉덩이하고 관절이 조금 아파도 참아야지. 암.'
이게 후원회 노인들의 마음이다.
"아, 그러고 보니 대학교 청강 끝나고 정식 입학이라고 했지? 그거 때문에 하루 종일 의원 사무실에는 안 온 건가?"
"정식 입학 등교는 내일입니다. 한국대학교가 내일부터 2학기 시작이거든요."
"거기 농대 뭐 별거 없다던데. 한국대 졸업장 때문에 거길 택했나?"
"그냥 C대보다는 가까워서요. 물박사 학위 따기에도 편할 거 같았고요."
"오, 가까운 거 중요하지."
잠시 서로 창문을 열고 잡담을 나누는 사이 신호가 바뀌었다.
페라리는 캠핑카를 졸졸 따라붙은 채 청담동 저택 차고까지 따라왔다.
"최우석 부의장 얼굴이나 보고 가야겠네."
"그러십시오. 뭐 드시고 싶은 거라도 있으신가요?"
"라면이나 한 그릇 줘."
"알겠습니다."
노인이 저택 내부의 한옥에서 최우석과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하수영은 수영라면을 준비해서 가져왔다.
물론 자신이 먹을 것도 포함해서.
"그래? 양봉을 생각 중이라고?"
"네, 벌이 빠져나가지 못하게 완전 밀폐 공간에서 해보려고 합니다. 그럼 질 좋은 꿀을 100% 가까운 순도로 얻을 수 있으니까요."
"하우스에 꽃을 재배해서 그걸로만 양봉을 하겠다는 발상은 처음 들어보는군. 뭐, 하 의원 자네가 하는 거니까 어련히 잘 되겠지."
"나중에 첫 꿀 나오면 나도 한 통주시게."
"알겠습니다. 제가 후원회 어르신 들께 차례로 쫙 돌리죠."
"그나저나 자네 계파 박조휘 의원 말이야. 보면 볼수록 사람이 진국인 거 같애. 왜 그런 인재가 행정직원 따위나 하고 있었는지……."
셋이 그렇게 구의회 근황을 도란도란 이야기하는 사이, 한옥 구석에 있는 50인치 TV에서 마침 해외 토픽이 나오는 중이었다.
-미국에서는 랩터라는 별명을 얻은 아시아 장수말벌로 인한 양봉가의 피해가 급증하고 있어……. 꿀벌에 수정을 100% 의존하는 아몬드의 생산량이 대폭 감소할 것으로 예상…….
해외토픽은 간단히 지나갔고, 셋중 누구도 눈길을 주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