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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갓-542화 (542/1,270)

프랜차이즈 갓 542화

136장 배달 시장 독과점 (4)

"욕심이란 참 희한하단 말이지."

하수영의 중얼거림에 정서희가 슬쩍 물었다.

"뭐가요?"

"배달그룹 말입니다. 기어이 수수료상승을 강행할 줄은 몰랐거든요."

"1%에서 좀 깎지 않았나요?"

"0.05% 깎아줬죠. 그래서 0.95%잖아요."

"어쨌든 1%대는 아니니 점주들이 그래도 수그러들 거라고 생각했나 보네요. 사업을 너무 돈으로만 보는 경영자들은 원래 다 그래요."

실비아컴퍼니가 프리덤을 내세워서 배달시장에 진출했다!

이것이 지금 시중에 퍼진 인식이다.

이런 상황에서라면 당연히 집토끼들을 어르고 달래서 데리고 있어야 한다.

집토끼들이 새로 지은 옆집으로 이사라도 가면 곤란하니까.

"파격적인 대우를 해줄 줄 알았는 데, 욕심이 눈을 가리나 봅니다. 참 신기해요. 한두 번 본 건 아니지만……."

"파격적인 대우이긴 하잖아요."

하수영은 그 말에 피식거렸다.

"참 인간의 욕심이라는 게 보면 볼수록 재밌습니다. 살아봐야 얼마나 산다고 그 물질적인 것에 그리도 집착을 하는지……."

"그러게요. 놓으려 하면 할수록 오히려 더 몰려드는 법인데, 바로 수영 씨처럼요. 그걸 모르는 사람이 많아요."

"무슨 말씀이세요? 전혀 아닙니다."

"아니라고요?"

정서희가 의아한 듯 눈을 크게 떴고, 하수영은 손사래를 치며 부정했다.

"제가 그나마 밀어내고 또 밀어내서 이 정도인 거지, 작정하고 돈 벌려고 했으면 벌써 서울 정도는 상습니다."

"한번 보고 싶다. 수영 씨가 바이 서울 하는 모습. 그다음은 바이 코리아인가요?"

"바이 코리아 잘못하다가는 바이 어스 됩니다. 아우, 상상만 해도 끔찍하네요."

"왜요, 지구를 통째로 사면 인생이 아주 재밌을 거 같은데."

"지구촌에서 벌어지는 모든 전쟁과 기아, 기근, 종교적 역사적 인종적 문화적 갈등이 전부 본인 책임이 될텐데요?"

"아, 그건 좀."

정서희는 부드러운 웃음으로 말을 넘겼다.

진지한 표정을 하고 있지만, 어디까지나 드립을 받아주고 있는 것이었다.

상대가 진심이라는 것은 꿰뚫어 보지 못한 채.

"그럼 바이 어스나 바이 코리아, 바이 서울까지는 아니어도 이 정도는 괜찮죠? 바이 컴퍼니."

"뭐 또 지르시게요?"

"신논현 쪽에 르주블랑 호텔이라고 입지 좋고 큰 호텔이 있는데, 이번에 매물로 나왔거든요."

"오, 호텔입니까?"

부동산 이야기가 나오자 역시 하수영은 단번에 표정이 달라진다.

정서희는 키득 웃음을 머금고 덧붙였다.

"네, 일단 땅이 좋잖아요. 갖고 있기만 해도 이익이 될 거예요. 나중에 정 안 되면 호텔 허물고 새 빌딩 올려도 되구요. 청담동 아니니까 괜찮죠?"

"사세요. 프라임컴퍼니 소유로 매입할 겁니까?"

"네. 아무래도 호텔업은 식품제조업하고는 무관하고 또 덩치 큰 매물이고 하니, 그래도 최대주주 동의는 받아야 할 거 같아서요."

"얼마든지 사세요. 수영레스토랑, 수영참치 들어갈 공간은 비워두시고요."

"가장 좋은 자리로 비워 드릴 테니까 염려하지 마세요. 근데 새로 가맹점 받을 사람 있어요?"

"네, 있습니다."

"어머, 누구지? 귀띔해 줄 수 있나요? 저도 아는 분인가요?"

"서희 씨도 아는 분들이에요."

"분들? 한 명이 아닌가 봐요?"

"네, 세 분입니다. 창립 멤버죠."

"아하."

그제야 정서희는 알겠다는 듯이 웃음을 지었다.

"이제 분가시키는 건가요?"

"때가 됐습니다."

***

이택진, 박달수, 김길진.

수영레스토랑 본점에서 일하는 쉐프이자, 창립 멤버들이다.

특히 이택진 같은 경우는 5성짜리 호텔의 주방장까지 지냈던 훌륭한 이력을 지니고 있다. 다른 세 명도 전부 호텔 요리사 출신.

그들이 자기 가게처럼 정성을 아끼지 않고 일해준 덕분에, 수영레스토랑 본점은 빠르게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사실 평생 라면만 끓이기에는 너무 아까운 고급 인재들이다.

"주방장님, 그래도 라면만 끓이기에는 평생 쌓은 요리 실력이 아깝지 않습니까?"

"에이, 5성 호텔 총주방장 되어봐야 이런 월급 안 줍니다. 제가 여기서 받는 월급이 얼만데요."

연봉 7,200만 원.

요리사 대우가 박한 시장에서 이정도면 압도적인 수준이다.

그보다 더 많이 벌려면 결국 자기 가게를 차려야 한다.

다른 두 쉐프들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우리도 월급 쉐프 말고, 이제 가맹점주 진지하게 생각해도 되지 않을까요?"

"……."

"다른 수영레스토랑 가맹점주들 보세요. 한 달에 몇천씩 벌어요. 우리 연봉이 적은 건 절대 아니지만, 그래도 부럽지 않아요?"

"사장님께 슬쩍 건의드려보죠. 우리도 가맹점주 지원신청 해도 되겠냐고요."

본점의 쉐프 셋은 지금까지 가맹점신청을 받을 때마다 손가락만 빨았다.

당장 자기들이 빠지면 본점이 돌아가지 않기 때문이다.

아예 신청 이야기조차 꺼내지 않았다.

지원 신청을 했다가는 하수영이 안 좋게 바라보지 않을까 하는 두려운 마음도 있었다.

'사장님이 무척 좋으신 분이지만, 그래도 건방지게 가맹점주를 하고 싶다고 하면 어떻게 생각하실지 모르시니…….'

무엇보다 하수영이 자신들에게 실망을 할까 그게 두려웠다.

-지금까지 내가 그렇게 챙겨줬는 데, 욕심이 참 끝이 없군요. 역시 머리 검은 짐승은 거두는 게 아닌가 봅니다.

차가운 눈으로 내려다보면서 저렇게 말하면, 견딜 수 없을 것 같다.

이택진 쉐프가 한숨을 쉬고 말했다.

"두 분, 우리는 수영레스토랑의 창립 멤버입니다. 지금까지 모든 가맹점주들과 매장 요리사들이 전부 우리 손을 거쳐서 교육을 받았죠."

"그거야 저희도 잘 알지요."

"저는 하수영 사장님을 믿습니다. 우리가 원래 호텔요리사 경력자인 것도 아시고요. 분명히 염두에 두시고 뭐라도 챙겨주실 겁니다."

이택진은 피식거리며 덧붙였다.

"사실 지금 받는 대우만 해도 최상급 아닙니까? 우리 쪽에서 더 욕심부리지는 말자고요. 그럼 그분이 실망하실지도 모르잖아요."

"……알겠습니다."

"사실 다른 가맹점주들이 돈 쓸어 담는 거 보고 있으니 저도 너무 부러워서 그만……."

"호텔 요리사로 일하는 동료들, 우리 보고 항상 부러워합니다. 너무 위만 보지 말고, 옆도 돌아보자고요. 하하."

그렇게 분위기를 다독거리고 있는 데, 갑자기 하수영이 매장에 나타났다.

홀매니저이자 창립멤버인 박지현이 얼른 하수영을 반겼다.

"어서 오세요, 사장님."

"아직 마감 중입니까?"

"거의 다 끝났어요. 이제 마지막 정리만 하고 퇴근하면 돼요."

"다들 식사는 하셨나요?"

"아직……."

"그럼 참치 한 마리 썰어볼까요?"

"와, 좋죠! 제가 주방에 얼른 말씀넣을게요!"

쉐프 세 명도 좋아서 나왔다.

일행 다섯은 마감을 마치고, 위층의 수영오세안으로 올라갔다.

영업이 끝난 매장에 불이 들어오고, 하수영이 큼지막한 통참치를 꺼내 왔다.

그리고 서리한!

획! 휘익! 써걱! 스걱!

눈 돌아가는 현란한 칼질이 오가고, 작게 해체된 통참치 옆으로 반듯하게 썰린 참치회 접시들이 놓였다.

"진짜 여기 직장에서 일하면서 참치랑 황비버섯 하나는 원 없이 배터지게 먹는 거 같아요."

"사장님, 감사합니다. 맛있게 먹겠습니다."

시중에서 돈 주고 사 먹으려면 인당 몇십만 원은 줘야 한다.

다만 젓가락질을 하면서도 다들 속으로 조금 의아하긴 했다.

'이 멤버끼리만 회식하는 건 처음 아닌가?'

'웬일이시지. 이런 거 세세하게 고려하시는 분이신데…….'

주방보조, 홀 서버 등 다른 인원들을 빼놓고 회식을 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쉐프 세 분도 이제 분가하셔야죠."

하수영이 입을 떼자 다들 약속이라도 한 듯이 젓가락질이 멈췄다.

"그래도 수영레스토랑에서 가장 오래되신 분들 아닙니까."

그제야 쉐프들은 정신을 차렸다.

설마 했는데, 하수영이 정말 가맹점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저희 아직 3년도 안 되었습니다만."

"시스템은 갖춰졌으니 됐습니다. 무조건 오래 했다고 다 좋은 게 아니에요."

어느덧 하수영은 술병까지 땄다.

"매장 세우고 싶은 위치 정해서 저한테 따로 알려주세요. 돈이 부족하면 제가 투자 형식으로 해서 지원해 드리겠습니다. 어차피 금방 갚으실 겁니다."

"………저어, 뭐라고 말씀을 드려야 할지."

"제 밑에서 가장 고생하신 분들인데 다른 매장들 잘나가는 거 보면서 부러우셨을 거 아닙니까. 여러분들도 분가하실 때 됐습니다."

"그럼 지금 매장은 어떻게……."

"보조 쉐프들 중에서 주방장 맡을만한 분 골라서 추천해 주세요. 그리고 박지현 씨."

"예!"

박지현은 자신을 돌아보자 얼른 씩씩하게 대답했다.

"박지현 씨는 이제부터 우리 본점점장입니다."

"제, 제가요?"

"여기 쉐프님들 나가시면 박지현씨보다 적격인 사람 없어요. 이제 점장이니까 연봉은 1억으로 해드리겠습니다."

"네? 1억이요?"

"이야, 우리 박 점장님 성공하셨네요. 나도 1억은 못 받아봤는데, 대단해요."

이택진 쉐프가 분위기를 살리려는듯이 너스레를 떨었다. 다른 두 쉐프도 맞장구를 치면서 축하해 주었다.

"그때보다 매장 사정도 나아졌으니 올려드려야죠. 아, 맞다. 신논현의 르주블랑 호텔에 수영레스토랑과 수영오세안을 넣을 겁니다."

"……!"

르주블랑 호텔 이름이 나오자 쉐프들의 눈동자가 빛났다.

"아무래도 호텔 매장은 강남 일반상권 매장보다는 매출이 훨씬 안 나올 겁니다. 하지만 특급호텔이라는 럭셔리 브랜드가 있죠. 혹시 하고 싶은 분 계신가요?"

"……."

"……."

다들 눈치를 살피는 와중, 이택진 쉐프가 조용히 손을 들었다.

"제가 르주블랑 호텔지점을 맡아보고 싶습니다."

"그래요. 다른 두 분도 이견은 없으신 거죠?"

"네, 저희는 호텔은 조금 부담스러워서……."

"강남 다른 지역에 지점 내는 게 좋을 거 같습니다."

그렇게 르주블랑 호텔은 이택진이, 다른 두 쉐프는 강남에서, 박지현은 본점 점장을 맡게 되었다.

***

수영치킨 등장 전, 국내 연간 닭도축량은 7, 8억 마리 정도였다.

배달치킨, 가정 요리, 매장 요리 등을 통틀어 국내에서 연간 7, 8억마리가 소모된다는 의미다.

그러나 현재, 수영치킨은 브랜드단독으로 월 1억 마리의 닭을 소모하고 있다.

국민 한 명당 한 달에 2번은 주문을 한다는 의미가 된다.

갓난아기 등 주문을 할 수 없는 연령층도 있으니, 주 소비층이 활발하게 주문을 한다는 뜻이다.

SNS에서는 1일1닭을 고수하며 매일 인증을 하는 사람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칠순 잔치에서 빠지지 않는 음식으로 꼽히는 게 바로 수영치킨이다.

제삿날에도 수영치킨은 반드시 상에 오른다.

값비싼 황비버섯오일로 튀긴 치킨의 맛에 사로잡힌 사람들이 이렇게 많다.

-수영이라는 이름만 붙으면 왜 이렇게 맛을 떠나서 중독성이 심한 거냐?

-내 말이. 수영=중독, 뭐 이런 어원이라도 있는 거냐?

-하, 아침에 수영치킨 뜯고 점심에 수영라면 배달시켜서 먹었는데 저녁에 또 둘 다 먹고 싶어서 미치겠다.

-수영농장은 전 국민을 돼지로 만들 셈인가?

수영치킨이 들어오기 전, 배달드라 이브 월간 거래액은 평균 6,500억원이었다.

그런데 수영치킨, 수영라면이 들어오면서 2조 원 넘게 증가했다.

수영치킨 혼자서 월간 거래액 1.6조 원을 찍어댔는데, 이제 이탈을 해버린 것이다.

"배달택시만 닭 쫓던 개 신세 된 거죠."

"수영치킨 혼자서 배달 앱 3개 다 합친 것보다 더 많이 팔리고 있었는 데, 멍청하게 수수료 인상해서 날린 거지."

"차승진 대표가 가장 현명해. 배달택시에 6조 원에 회사 팔고 런했으니까."

"일본계였지? 외국계 회사가 한 방먹은 거라 별로 안타깝지도 않다."

"비상장 회사여서 망정이지."

증권가에서는 배달택시그룹에 대한 비웃음이 은밀히 오갔다.

"조니 리 사장이 너무 자신만만했어. 배달시장 100% 독점했다고 길들이려다가 송두리째 놓쳐 버렸으니."

"그나저나 실비아컴퍼니가 이제는 배달시장까지 진출하는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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