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랜차이즈 갓-541화 (541/1,270)

프랜차이즈 갓 541화

136장 배달 시장 독과점(3)

수영치킨과 수영레스토랑 주문량이 0이 되었다.

자그마치 사흘 동안 단 한 번도 배달드라이브를 통한 주문이 들어오지 않은 것이다.

조니 리 사장은 정확한 상황은 파악하지 못했다.

하지만 프랜차이즈 본사 차원에서 대대적인 움직임이 있었던 거라고는 확신했다.

"이놈들이 일부러 우리를 배척하는 겁니다. 허허, 그런다고 뭐가 달라질 줄 아나? 이미 배달 앱 시장은 우리가 꽉 잡고 있어요."

"사장님, 혹시 수영치킨과 수영레스토랑에서 자체적인 앱을 만들어서 보급한 게 아닐까요? 맥딜리버리처럼 말입니다."

"정작 소비자들은 맥딜리버리보다는 우리 배달 앱에서 주문하는 게 훨씬 많아요!"

조니 리는 자신만만했다.

3대 배달 앱은 이른바 종합대형마트.

소비자들이 원하는 모든 배달음식을 취급하는 플랫폼이다.

수영치킨과 수영라면이 아무리 1, 2위라고는 하지만, 그 둘만 취급하는 전문앱이 널리 보급될 리가 없다.

"그리고 배달은 어떻게 할 겁니까? 6만 개가 넘는 매장이 이제 와서 일일이 배달 기사를 고용하고, 아니면 자기들이 직접 배달을 하겠다고요?"

"그건 그렇지요."

배달드라이브가 연계해 주는, 매장과 배달 기사 간의 컨택트야말로 이사업의 핵심이다.

주문앱 하나 뚝딱 만든다고 해서 된다면, 다른 대기업들이 진작에 집어삼켰겠지.

"이놈들 지금 어리석은 버티기 하고 있는 겁니다. 두고 보세요. 결국 백기 들고 항복할 테니."

그러나 상황은 전혀 다르게 흘러갔다.

수영치킨과 수영레스토랑 배달점은 여전히 잘나가고 있었다.

배달 기사들이 예전처럼 쉴 새 없이 드나든다는 소식에 조니 리는 깜짝 놀라서 몰래 순찰을 나갔다.

강남의 한 수영치킨 매장을 찾았더니, 과연 쉴 새 없이 배달 기사들이 드나들고 있었다.

"아니! 저 기사들은 대체 뭡니까?"

"아무래도 수영치킨라면 프랜차이즈 본사에서 대대적으로 배달 기사를 도입한 거 같습니다."

"그렇게 크게 도입했으면 우리가 모를 수가 없지 않습니까?"

모집 공시를 하게 되면 배달택시그룹에서도 모를 수가 없다. 자연히 알게 된다.

공시를 하지 않고 조용히 진행하면 단시간 내에 충분한 숫자를 모을 수가 없다.

대관절 어떻게 된 노릇인지, 조니리는 도대체 짐작이 가지 않았다.

그는 마침 담배를 피우며 쉬는 어린 배달 기사 한 명을 잡고 물었다.

"실례하겠습니다. 잠시 물어볼 게 있어서요."

"누구세요?"

"아, 저는 배달드라이브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배달드라이브라는 말에 배달 기사의 경계심이 사라졌다.

"아, 배달드라이브, 네, 그런데요?"

"수영치킨 콜은 대체 어디서 받고 있는 건가 싶어서요."

"수영치킨 콜이요?"

"네, 배달드라이브에는 지금 일체 매장콜이 들어오고 있지 않아서요."

"그거 매장에서 다이렉트로 배달콜들어오던데요?"

"매장에서 다이렉트로요?"

"네, 우리야 프리 라이더니까 배달드라이브에서 주는 콜이든, 매장에서 주는 콜이든 되는 대로 받아서 배달하면 그만이죠."

조니 리 일행은 당황해서 서로의 안색을 살폈다.

"매장에서 배달콜을 넣으려면 전용 앱이 있어야 할 텐데요?"

"그런 거 없어도 돼요. 프리덤이 알아서 연락받아주고 있으니까요."

"프리덤이요?"

"네, 어떻게 하는지는 모르겠는데, 매장에서 프리덤 통해서 배달콜을 줘요. 그거 받아서 배달하면 배달료 계산해서 당일 입금해 주더라고요."

"아, 참. 그거 때문에 배달드라이브전속 라이더 하는 친구들이 불만이 많아요. 서울에서 가장 주문 많은 게 수영치킨과 수영라면인데, 배달드라이브에서는 그 콜을 안 주니까요. 왜 그런 거예요?"

"……감사했습니다."

넘어질 듯 힘없이 돌아선 조니 리는 차에 탑승하자마자 지시했다.

"빨리 알아봐! 인터넷을 뒤지든 뭘 하든 간에 빨리 알아보라고!"

"네!"

그들은 서둘러 인터넷을 뒤졌다.

하지만 수영치킨, 수영라면 주문및 배달 연결을 프리덤이 해준다는 내용은 찾아볼 수 없었다.

무언가 특별히 대단히 보안을 유지 해서가 아니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주문한 음식이 잘 도착하기만 하면 그만이었고, 매장은 프랜차이즈 본사에서 배달기사와 실시간 연계를 해주는 거라고 생각했으니.

그들에게는 인터넷에 떠들썩하게 언급할 필요가 없는, 공기처럼 당연한 현상이었기 때문이다.

조니 리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이럴 수는…… 이럴 수는 없어…… 실비아컴퍼니가 이런 식으로 배달시장에 침투하다니……."

조니 리는 당연히 실비아컴퍼니를 의심했다.

메신저 어플 하나로 시장을 잠식한 그 대기업이 마침내 배달시장 상권까지 침투한 것이라고.

"빌어먹을 대기업 놈들! 이제 하다 못해 배달 같은 골목상권까지 침투하려고 들다니!"

수행원들 역시 하나같이 흙빛이었다.

"사장님, 보통 큰일이 아닙니다."

"맞습니다. 프리덤이 배달주문 기능을 대신한다면 우리로서는 너무 치명적입니다."

"소비자들은 프리덤한테 원하는 배달음식을 말하기만 할 뿐, 어떻게 주문하는지는 사실 신경 안 쓴 지오래됐습니다."

"실비아컴퍼니에서 수영치킨과 수영라면을 가져간 게 틀림없습니다.

그리고 프리덤한테 그 둘을 주문하면 우리를 통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매장에 직통콜을 넣으라고 한 모양입니다."

"다른 매장들에까지 프리덤 배달콜이 번지면 우리는……."

망합니다.

수행원들은 차마 그 말은 잇지 못하고, 그저 목구멍 안으로만 깊이 삼켰다.

***

수영치킨과 수영라면은 그렇게 자체적인 주문배달 시스템을 순식간에 구축했다.

모르는 이가 보면 오래전부터 미리 준비해 두고 있었던 것처럼 후다닥 자리를 잡았다.

당연히 가맹점주들은 무척 만족해 했다.

"역시 우리 프랜차이즈 본사는 일처리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단 말이야."

"그러게. 배달드라이브 수수료 올린다고 해서 눈앞이 캄캄했는데, 자체적인 배달망을 뚝딱 갖춰 버리다니."

"실비아컴퍼니까지 끌어들인 모양인데, 근데 왜 수수료 이야기는 전혀 없지?"

"아, 그거 본사에서 공문 왔어요. 수수료 8만 원 고정으로 운영할 거 라던데요?"

"8만 원이면 배달드라이브에 내던 것보다 더 싸네."

점주들은 정액제 수수료에 아무런 불만이 없었다.

본사에서 실비아컴퍼니를 끌어들인 이상, 그 정도는 지불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오히려 배달드라이브보다 더 쌌다.

"본사 공문이 그게 다는 아니고요.

앞으로도 수수료 5년간은 동결이고, 그 이후에도 매년 2% 이상 인상하지는 않을 거래요."

"2%면 1,600원인가?"

"그래도 물가 상승률보다는 훨씬 싼 거죠."

수영치킨, 수영라면 점주들은 이처럼 만족하는 해피엔딩을 맞이했다.

누군가의 해피엔딩은 누군가에게는 질시의 대상.

3대 배달 앱에 가입한 다른 분야의 음식점주들은 불만이 하늘을 찌르고 있었다.

"수수료 1%? 이 돈 내고 장사할 바엔 차라리 그냥 우리가 직접 배달하고 말겠다!"

"우리가 만 원짜리 요리 하나 팔때 앉은 자리에서 100원씩 꼬박꼬박 걷어가겠다, 이거지?"

"여기에 배달요금은 또 완전히 별개잖아."

"한 달에 하루도 못 쉬고 종일 12시간씩 서서 장사해도 한 달에 190 가져갈까 말까 한데, 앉은 자리에서 2,30만 원을 수수료로 걷어가겠다고?"

"미친놈들! 작작 좀 해먹어라, 제발!"

그러나 매장들이 직접 배달을 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배달 기사를 고용하게 되면 오히려 수수료보다 더 많은 지출이 나간다.

그렇다고 자기들이 직접 배달콜 연계 시스템을 만들 수도 없으니, 목줄이 쥐어 잡힌 채로 그저 답답함만을 토로할 뿐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수영치킨, 수영라면 소식을 들은 점주들은 허탈함을 느꼈다.

"수영치킨 소식 들었어요?"

"들었어요. 와, 프랜차이즈 본사 하나 진짜 끝내주게 잘 만났네."

"우리 프랜차이즈 본사는 대체 왜 이런데요? 이건 비교해도 너무 심하잖아요."

"우리 본사는 신입 가맹점주 상대로 인테리어 장사할 줄만 알았지, 뭐 제대로 된 사업 비전이라는 게 있었나……."

프랜차이즈 본사가 가맹점을 상대로 인테리어를 강요하면서, 부당한 이익을 챙기는 것은 놀랍지도 않은 이야깃거리다.

"가맹점 받을 때 선착순 25,000명인가? 오픈 비용 일체 지원해 줄 때부터 알아봤어. 수영치킨은 철저히 공생을 추구한다니까."

"닭도 아예 자기들이 직접 공수해다가 싸게 넘기고 있잖아. 닭 유통에서 본사가 챙기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던데, 딱 본전치기."

"재료 장사로 얼마든지 재미 볼 수 있을 텐데 그런 것도 안 하고."

"수영치킨 점주들은 망한 매장도 사장이 한 달에 사백, 오백씩은 가져간다잖아요."

"세상에."

배달 앱 수수료는 올랐는데, 정작 자기들 본사는 아무것도 못 해준다.

그런데 수영치킨과 수영라면은 본사에서 실비아컴퍼니와 담판을 지어서 더 좋은 조건의 배달환경을 만들었으니.

사람이라면 부러운 게 당연하다.

"근데 배달택시그룹 이 미친 녀석들, 진짜 수수료 1%로 책정하려는 것은 아니겠지?"

"설마, 아닐 겁니다. 일단 한 번 세게 부른 다음에 우리가 반발하면 깎아주는 척하면서 원래 생각했던 수수료를 적용하겠지요."

블러핑을 크게 치고 양보하는 척하는 것이야말로 협상의 클리셰 아니겠는가.

"그럼 얼마……?"

"정률제로는 안 하고 한 10만 9,000원 정도로 하지 않을까요?"

"10만 9,000원? 왜 하필?"

"그전에 내던 수수료가 9만 원이었잖아요. 배달업체 놈들은 10만 원의 심리적 저항선을 깨고 싶을 거예요."

"일단 자릿수 한 번 깨고 올라오면 그다음에는 올리기 더 쉬우니까?"

"그렇죠."

9만 원에서 10만 원으로 올리는 것이, 10만 원에서 11만 원으로 올리는 것보다 더 어렵다.

똑같은 1만 원 차이인데도 단위에 따른 저항 차이가 나는 것이다.

"바로 11만 원으로 하기는 뭐하니까 9만 원에서 10만 원으로 올라온 것처럼 포장하려고 10만 9,000원정도로 책정할 거 같습니다."

"듣고 보니 그럴듯해. 역시 배달드라이브 놈들은 다 계획이 있구나."

하지만 현실은 상상을 초월하는 법.

[귀사의 번영을 기원합니다.

……중략……

이처럼 중개수수료를 월 0.95%로 최종 고정하오니, 이런 결정 사항을 알려드립니다.

배달드라이브 대표이사 조니 리 올림.]

최종 공문, 아니, 통고서를 받은 가맹점주들은 정신이 멍해졌다.

"10만 9,000원으로 예상한다며?"

"……죄송합니다. 제 예상이 틀렸네요. 이렇게 뒷일 생각 안 하고 당장 입안에 집어삼키기부터 하는 놈들일 줄은……."

"그게 대기업이야."

"……."

"내가 왕년에 괜찮은 강소기업 하나 운영했었다는 건 들었지?"

"알죠. 그럼요."

"왜 지금 피자나 굽고 있겠어? 대기업 놈들한테 마지막 한 방울까지다 쪽쪽 빨려서 이러는 거야."

"……."

"그래도 자네가 하나 맞추긴 했네."

"뭐, 뭐 말입니까?"

"아, 심리적 저항선! 1%로 밀어붙이려니까 우리 점주들 저항이 무서워서 0.95%로 한 거 아니겠어?"

피자가게에서 오랫동안 동고동락한 직원은 힘없이 웃었다.

"그러네요. 하나 맞췄네요. 심리적 저항……."

"1%인 듯 1% 아닌 1% 같은 0.95%일세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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