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갓 540화
136장 배달 시장 독과점 (2)
배달드라이브 CEO로 취임한 조니리 사장은 자신만만했다.
"이제 한국의 음식배달 시장은 우리 회사 것이다."
그는 '배달택시'에서도 핵심에 들어가는 인물이었다.
점유율 50%가 넘는 배달드라이브를 인수하자마자 맡은 것이 바로 증거.
원래 배달드라이브 인수는 계획에 없었다.
철저히 시장을 파고들어 배달드라이브를 무너뜨린 후, 독점 체계를 구축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배달드라이브의 위상은 너무나 막강했다.
"차승진 사장이 워낙 운영을 잘해서 말이지."
전임 사장의 활약뿐만이 아니었다.
수영치킨과 수영레스토랑.
배달드라이브 주문 매출 1, 2위를 든든하게 받쳐주는 2개의 프랜차이 즈 브랜드 때문에, 더욱 버거웠다.
배달택시는 수영치킨과 수영레스토랑을 가맹점으로 받으려고 노력했지만, 번번이 쓴물만 마셨다.
그래서 결국 배달드라이브 인수라는 초강수 카드를 빼 는 것이다.
다행히 '배달택시코리아유한회사'를 설립한 일본계 모기업은 돈이 많았다.
"이제 시장을 완전히 독점했으니, 우리 허락 없이는 음식 배달을 꿈꿀수 없을 거다."
조니 리 사장은 그렇게 자신만만하게 출사표를 던졌다.
그러나 모든 것이 초장부터 박살났다.
"사장님, 수영치킨과 수영레스토랑 주문 매출이 바닥을 치고 있습니다!"
"뭐라고요?"
"배달드라이브 앱을 통해 들어오는 주문 건수가 전월의 1%도 채 안 됩니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사람들이 갑자기 치킨을 안 시킨다? 혹시 조류독감 파동이라도 터진 겁니까?"
양계장에 위험 요소가 생겼나?
조니 리로서는 그렇게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
"그런 건 전혀 없습니다! 이상합니다! 사람들이 갑자기 치킨을 먹지 않고 있습니다!"
"그럴 리가 없어요! 분명 뭔가 있습니다! 그걸 빨리 찾아내세요!"
갑자기 바닥을 치기 시작한 치킨 주문량.
배달드라이브는 사람들이 치킨을 뚝 끊었다고만 생각했다.
그게 아니고서는 이 상황을 설명할 수가 없었으니.
그러나 끊긴 것은 치킨 소비가 아니었다.
끊긴 것은 가맹점 배달콜이었다.
***
프리덤은 일상생활에 파고든 지 오래다.
이제 사람들은 더 이상 프리덤 없이는 생활할 수 없게 되었다.
자신이 직접 처리해야만 하는 것들.
직접 하는 게 재미있고 의미 있는 것들.
그것들을 제외한 모든 잡무를 프리 덤에게 시킨다.
예를 들어 필요한 자료 검색.
중고물품 거래.
온라인 주문.
심지어 모바일은행 업무까지 아예 프리덤한테 위임을 해버리는 경우도 있다.
'아버지한테 용돈 20만 원 송금해 줘.'
이러면 프리덤은 주인을 대리해서 직접 모바일뱅킹에 로그인을 한다.
비밀번호와 인증서 등 단말기에 제 장된 정보로 은행 이용정보로 송금업무를 처리한다.
은행 서버는 이것을 계좌주가 처리한 것으로 인식한다.
그리고 프리덤은 보안, 사생활 보호 등에서 단 한 번도 문제가 터진 적이 없었다.
***
"직통주문?"
-네, 원래 단골매장으로 직통주문을 넣었습니다.
"배달 앱 안 쓰고?"
프리덤은 사용주를 대리해서 단말기 내의 다른 앱을 사용한다.
지금까지는 배달음식을 주문할 때에도 배달 앱을 이용했다.
직통주문이 스스로 가능함에도 그렇게 했다.
-다른 기업들이 이룩한 시장 생태계는 가급적 침투하지 마라. 이쪽에 피해만 안 주면 지들끼리 잘 살게 놔둬라.
하수영의 지침 중 하나였다.
그래서 프리덤은 이용자에게 손해가 나지 않는 한, 기존에 형성된 플랫폼을 사용했다.
굳이 남의 밥그릇 망가뜨리는 짓은 삼갔다.
이용자에게 손해가 나지 않게, 다른 사람들 밥그릇을 가능한 건드리지 않게, 그렇게 개인비서의 역할에 충실해 왔다.
이용자가 외국어 번역을 요구하면 일차적으로 포털의 번역 시스템을 활용한 후에 추가적인 보완을 가하는 식이었다.
하지만 배달드라이브는 개별 이용자가 아닌, 창조주에게 손해를 끼치려고 했다.
-지금 수영치킨에서 직통주문을 할 경우 10% 할인 이벤트를 하고 있어서 그렇게 했습니다.
"오, 그렇구나."
이용자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넘어갔다.
그런 일은 한국 어디에서도 쉽게 볼 수 있었다.
"프리덤, 수영라면 작은 거 한 그릇 먹어야겠다. 배달 좀 시켜봐."
-단말기에 등록된 신용카드 정보를 이용해서 결제하겠습니다.
"응? 알아서 해. 문제 될 거 없지?"
-전혀 없습니다.
서울도.
"프리덤, 수영치킨 레드파이어로 한 마리 시켜."
-계좌이체로 결제하겠습니다.
인천도,
"프리덤. 오늘 학원 끝나고 집에 가서 바로 먹게 치킨 미리 시켜줘."
-핸드폰 결제로 진행하겠습니다.
수원도.
"프리덤. 치킨 한 마리."
-카드결제, 계좌이체, 핸드폰 결제등 일체의 원격결제가 불가능하니 현금을 준비해 주십시오.
부산에서도.
이 모든 게 이용자 입장에서는 이전과 전혀 다를 게 없었다.
평소처럼 프리덤을 시켜서 치킨 주문을 넣었을 뿐이니.
다만 수영치킨과 수영레스토랑 배달점 점주들은 극명하게 변한 상황에 당황하고 있었다.
"뭐야, 어떻게 된 거야?"
"배달드라이브에서 들어오는 주문이 전혀 없는데? 전부 직통주문들뿐이야."
"근데 전화 없이 이렇게 많은 직통주문들이 들어온다고?"
본사에서 설치해 준 매장통합관리 프로그램.
매장 직통주문 및 결제 기능도 있다고는 설명을 들었다.
하지만 수영치킨과 수영레스토랑은 100% 배달드라이브를 통해 주문을 받아 왔다.
"헐, 결제도 아무 이상 없이 쌓이고 있네?"
"그럼 본사 프랜차이즈에서 대충 아무 프로그램이나 줬겠어요? 뭔가 좋으니까 줬겠죠."
"아니, 근데 여보, 이상하잖아. 배달 앱도 안 쓰고 대체 어떻게 알고 이렇게 직통주문들이 들어오는 거야?"
"무슨 상관이에요. 프리덤한테 단골매장에 직통 주문 넣으라고 한마디만 하면 주문부터 결제까지 자기가 알아서 다 해줄 텐데."
"아!"
아내의 말에 수영치킨 점주는 그제야 머리가 씻어지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렇구나! 그럼 프리덤을 통해서 광고하면 배달 앱이 없어도 주문받는 덴 이상 없겠어!"
"그건 안 되죠. 프리덤은 광고 같은 거 안 걸잖아요."
"그, 그런가?"
이 행운이 언제 사그라질지 모른다.
프리덤의 창조주가 하수영임을 모르는 가맹점주들은 기쁘면서도 불안해했다.
***
"배달드라이브, 배달택시, 요깄다. 이 세 개 앱은 앞으로 접근하지 마라."
-알겠습니다, 마스터.
"이번 생 첫 블랙리스트가 배달업체라니…… 이건 나도 상상 못 한 일인데."
하다못해 그로 얽혔던 서해그룹도 프리덤 블랙리스트는 아니었다.
겉으로는 스마일 비즈니스 관계를 유지해왔다.
짓다 만 공장도 사들여서 거액에 되팔았고, 서해건설 계열사도 사들였고, 나중에는 반도체 주문도 받아올 예정이다.
"지금 누가 플랫폼이고 누가 플랫폼 승객인지 그 회사는 구분이 안되나 봐요."
하수영의 냉소에 실비아컴퍼니 사장 오철현은 진땀을 흘리며 웃었다.
"배달택시는 프리덤이 수영 씨 소유라는 것을 모르지 않습니까."
"기업 경쟁 사회에서 모르는 건 죄죠. 그리고 죄를 지었으면 대가를 받아야죠."
"벌이라고는 안 하시는군요."
"벌보다는 대가라는 표현이 더 비즈니스답지 않아요?"
산뜻한 미소가 묘하게 두려운 느낌을 준다.
오철현은 다시 물었다.
"앞으로 배달택시 그룹을 어떻게 하실 겁니까? 수영치킨과 수영레스토랑 배달점만 제외시킬 건가요?"
"글쎄요."
오철현은 누구보다 프리덤이 가진 '플랫폼'으로서의 가능성을 직시하고 있었다.
대부분의 이용자들은 프리덤이 사람보다 더 사람 같은, 매우 똑똑한 인공지능 개인비서 어플로만 알고 있다.
하지만 실비아컴퍼니는 프리덤이야말로 플랫폼의 강자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제대로 활용하기만 하면 배달 앱따위는 감히 비비지도 못하지. 쿠글스토어고 래플 앱스토어도 다 잡아먹을 수 있어.'
사업에서 덩치를 키울수록 궁극적으로는 플랫폼 싸움으로 이어진다.
실톡은 메신저 기능 하나로 페이결제, 쇼핑, 소셜 게임 등 다양한 컨텐츠를 갖춘 플랫폼을 일구었다.
프리덤을 도입하기 전에도 대한민국 스마트폰 유저들은 거의 다 실톡을 썼으니.
그러나 그 실톡조차도 쿠글과 래플로 양분되는 앱스토어 시장이라는 플랫폼의 상품일 뿐이다.
'프리덤은 그 둘을 넘어설 수 있는 새로운 플랫폼이 될 수 있어.'
점유율 100%가 된 배달그룹을 가뿐히 열외시키는 것을 보고, 얼마나 소름이 돋았는지.
"수수료 인상이 수영치킨과 수영레스토랑만 저격했다고 보기에는 애매하네요. 시장 독점했으니 이제 꿀을 빨아야겠다, 그쪽이 더 타당해 보이고요."
"수수료 1% 때문에 피해 보는 업체가 수두룩한 건 사실입니다만."
"일단 제 관리하에 있는 음식 브랜드는 배달택시 그룹에서 완전히 빠지는 정도로만 선을 긋죠. 좀 더 지켜보고 후속 조치를 할지 말지를 생각해야겠어요."
"후속 조치라 하면……."
"프리덤에 배달플랫폼 장사를 시킬 수도 있지요. 지금까지는 할 수 있지만 안 한 거니까요."
"할 수 있지만 안 한 거……."
오철현은 쓰게 웃었다.
할 수 있지만 안 한 게 대관절 얼마나 될까?
'프리덤 프로 기능이야 시스템 자원 부족 때문에 보급하지 않는다고 쳐도…….'
문고리 권력이라는 말이 있다.
최고권력자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문고리를 여닫아주는 최측근을 먼저 통과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리고 프리덤은 바로 5,000만 유저들이 거느리는 문고리 권력이다.
소비자라는 개념은 최고권력 그 자체이고, 프리덤은 소비자들이 가장 신뢰하는 개인비서이므로, 기업들이 무언가 상품을 팔고 싶다면, 프리덤이라는 문고리를 통과해야만 한다.
'지금까지는 그게 눈에 띄지 않았지. 프리덤이 철저히 보이지 않는 손 역할을 하면서 이용자의 소비를 보조했으니.'
프리덤은 특정 기업을 편애하거나 배척하지 않았다.
상품이나 컨텐츠를 고를 때도 철저히 이용자를 위한 선별을 했다.
공정성과 합리성을 기준으로 모든 것을 평가했다.
그렇기에 이용자들은 프리덤의 선택에 만족했고, 기업들도 프리덤이 가진 문고리 권력을 체험하지 못했다.
아니, 그런 인식 자체를 가진 기업들도 거의 없었다.
'그런 프리덤이 배달택시 그룹을 이제 차별하기 시작한다면…….'
아직은 수영치킨, 수영레스토랑만 빠졌을 뿐이다.
하지만 배달 앱에 가입한 다른 가맹점에도 동일한 잣대를 적용한다면?
이용자의 95% 이상이 프리덤한테 주문을 시킨다고 한다.
'배달택시 그룹은 끝이다.'
***
시장의 변화는 배달기사들도 체감하고 있었다.
-배달콜, 수영치킨 XX점, 목적지는 가원로 12입니다.
"어? 프리덤, 왜 네가 콜을 받냐?"
배달기사들은 콜을 눈으로 직접 확인한다.
프리덤을 통해 귀로 듣고 결정하기는 것은 살짝 늦기 때문이다.
-매장 직통주문이라서 3개 배달앱에서는 제공하지 않는 콜입니다. 해당 매장에서 콜을 받아줄 프리 라이더를 찾고 있습니다.
"매장 직통 콜이라고? 아니, 그럼 정산은 어떻게 하고 돈은 어떻게 받아?"
-배달 완료 후 퇴근 시 일괄 입금될 겁니다. 제가 기록을 보관할 테니 속을 염려는 없습니다.
"그 매장이 돈을 안 주면 나만 헛일하는 셈이잖아?"
-걱정 마십시오. 실비아컴퍼니가 이런 사고 위험을 보증합니다.
"그래? 그럼 매장이 돈 안 줘도 실비아컴퍼니가 책임진다 이거지?"
-사고 발생 시 12시간 안으로 배상금을 지급하고 구상권을 청구합니다.
"그럼 콜 받아."
-이미 다른 프리 라이더가 받았습니다. 다음 콜이 들어왔습니다.
"야, 네가 적당히 알아서 받아. 내 배달 반경은 네가 잘 알 거 아니냐."
-알겠습니다.
주문자와 매장, 그리고 배달기사.
프리덤이 그 셋을 중간에서 효율적으로 엮어주며, 진행 과정을 관리 감독하고, 실비아컴퍼니가 자본으로 보증한다.
그런 삼각 구도 덕분에, 수영치킨과 수영라면 매장들은 배달드라이브 도움 없이 변함없는 매출을 찍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