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랜차이즈 갓-539화 (539/1,270)

프랜차이즈 갓 539화

136장 배달 시장 독과점 (1)

배달 앱 시장은 크게 3개의 앱이 지배하고 있었다.

먼저 과반의 점유율을 차지하는 배달드라이브, 한국 기업이다.

나머지 점유율을 '배달택시'와 '요깄다'가 각각 차지하고 있었다.

둘 모두 외국계 기업이다.

요즘 매장에 직접 전화해서 주문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대부분의 소비자는 앱을 이용해서 먹고 싶은 배달 음식을 주문하고, 결제한다.

배달드라이브에서 매출 1위는 수영치킨, 그리고 2위는 수영레스토랑이다.

아무래도 수영레스토랑은 서울에서만 배달을 하기 때문에, 전국구로 운영하는 수영치킨의 매출에는 당해낼 수 없다.

"근데 배달드라이브 지금도 잘나가는데 굳이 경쟁 업체에 매각을 할 필요가 있나요?"

"6조 원을 불렀대."

"꼴랑 그 돈에 매각을 한다고요?"

"꼴랑 그 돈이라니.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눈 뒤집어지는 금액이지. 차승진 대표도 더 이상은 투자자들 설득이 어려운가 봐."

전성렬은 물 한 모금을 마신 뒤 덧붙였다.

"차승진 대표가 그래도 지분 25%는 갖고 있으니까…… 하루아침에 조 단위 자산가가 되는 셈이잖아. 내심 본인도 매각을 원하고 있을걸."

"겉으로는 원하지 않는 척한다는 건가요."

"아무래도 임직원들 사기를 고려하그렇지. 배달택시에서 인수 후에도 5년 정도는 차승진 대표한테 경영을 맡길 예정인가 보더군."

거액에 회사를 판 이후에도 CEO로서 높은 연봉과 성과금까지 챙길수 있으니.

차승진 대표 입장에서는 마다할 이유가 없는 제안이었다.

"하 사장, 자네는 생각 없어?"

"생각 없습니다. 6조 원이나 주고 인수할 바에는 차라리 새로 만들고 말죠. 그래도 1조 원도 안 들 겁니다."

"에이, 1조 원 가지고 배달 시장점유율 과반의 신생 회사를 어떻게 만드나. 그게 됐으면 대기업들이 벌써 달려들었지."

"저는 가능합니다."

하수영은 어깨를 으쓱했다.

"제가 일부러 손을 안 대는 거지, 작정하기만 하면 독점할 수 있는 시장들이 꽤 있어요."

"그런가. 아무튼 하 사장 자네는 흥미 없다고 하니. 뭐, 나도 신경끄면 되겠군."

"배달드라이브 인수가 많이 신경쓰이셨어요?"

"그룹 오너가 애지중지하는 브랜드가 2개나 들어가 있는데, 당연한 거 아닌가?"

"배달드라이브 주인이 바뀐다고 해서 수영치킨과 수영레스토랑이 달라질 건 없습니다."

"알았네. 나도 그럼 신경 끄지."

일본계 기업 배달택시의 배달드라 이브 인수는 무난하게 이뤄졌다.

언론에서는 6조 원짜리 빅딜이라며 온갖 호들갑을 떨고 난리도 아니었다.

다만 차승진 대표가 계속 CEO 직을 맡은 것은 아니었다.

CEO 자리는 배달택시에서 세운 새로운 신임 경영자한테 돌아갔다.

놀라운 것은 인수전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속보! 배달택시, 요깄다도 인수결정 발표!]

[3대 배달 앱, 하나로 통합되나?]

[배달택시, 야심 차게 삼국시대 마감 선언! 이제 천하일통이다!]

기사가 뜨자 배달 앱 가맹주들 단톡방은 난리가 났다.

[이게 무슨 일이죠? 요깄다도 배달택시에 인수된다고요?]

[배달택시가 요깄다 인수도 이미 물밑 계약을 해놓은 상황에서 배달드라이브 인수부터 먼저 터뜨린 겁니다.]

[왜 그렇게 해요?]

[그래야 최대한 안전하게 우리나라 배달 앱 시장을 송두리째 삼킬 수 있으니까요.]

[3등인 요깄다 먼저 먹고 나서 배달드라이브 먹으려고 하면 공정위에서 쉽게 허가를 내주지 않을 테니까요.]

[뒤통수 너무 세게 맞아서 지금 정신이 얼얼.]

[와…… 이렇게 배달 앱 시장이 하나로 통합되면 우리 일반 점주들은 어떻게 되는 거죠?]

[어떻게 되긴요. 플랫폼 횡포에 시달리는 거죠. 수수료든 뭐든 해달라는 대로 해주는 수밖에.]

[이런 미친…… 공정위는 대체 일안 하고 뭐 하는 거냐!]

[이제라도 배달드라이브 인수 취소 시키든가, 아니면 요깄다 인수 못하게 막아야 함.]

[근데 요깄다 인수 계약 이미 마친 상태라는데 그걸 취소할 수가 있어요?]

[어차피 그런 계약은 정부의 합병 승인을 단서로 달기 때문에, 승인 안 나면 그냥 없었던 일로 돌아갈 뿐임.]

[요깄다. 인수 막아봤자 소용없어요. 배달드라이브, 배달택시, 둘이 합쳐서 점유율이 70%가 넘어가는데, 무슨…….]

[요깄다 입장에서는 회사 안 팔리면 그냥 사업 접고 철수하면 그만. 배달택시 입장에서는 어떻게 되든간에 시장 100% 먹는 것은 기정사실.]

[배달드라이브 인수 되돌려야 함. 그 방법만이 배달 시장을 지키는 방법임.]

그러나 배달드라이브 인수는 이미 9부 능선을 넘어 있었다.

배달택시는 광고 마케팅 비용, 로비 비용을 아낌없이 집행했다.

대형 언론사들은 배달택시의 공정한 운영을 강조했고, 배달 시장은 더욱 커지고 윤택해질 것이라고 장밋빛 미래를 늘어놓았다.

이미 로비에 잠식된 공정위는 거의다 된 밥상을 굳이 엎으려 하지 않았다.

[공정위, 합병 승인!]

[삼국 천하 시대의 종결! 진정한 황제로 등극한 배달택시!]

배달드라이브 인수 취소는커녕, 기어이 요깄다도 배달택시에 인수되었다.

수영치킨 가맹점주들은, 다른 가맹점주들보다는 편안한 마음을 갖고 있었다.

"우리 수영치킨을 전부 다 합치면 한 달에 치킨 1억 마리 넘게 팔아. 배달드라이브가 배달택시에 인수되든 말든 상관없어."

"암, 우리가 올려주는 거래액, 매출이 얼만데."

실제로 배달드라이브는 인수 이후에도 정책의 변함 없이 굴러가고 있었다.

마치 인수 자체가 없었던 것처럼, 예전 그대로 운영되고 있었다.

그러나 3대 업체 통합 작업이 완료되고, 어느 정도 내부가 정비된 이후에 일이 시작되었다.

[배달드라이브! 가맹점 수수료 정책 변경!]

[적은 매출의 가맹점주를 보호하고, 높은 매출의 가맹점주를 적극 지원할 필요성 역설.]

[신임 배달드라이브 사장 조니 리, 혁신이 그 무엇보다 중요한 때라며 강조.]

수수료 정책을 변경한다는 발표에 가맹점주들은 긴가민가하는 심정으로 지켜봤다.

"이거 우리한테 좋은 거야, 나쁜 거야?"

"매출 낮은 매장 보호? 매출 높은 매장은 더 적극 지원? 이게 가능한 건가요?"

"가능은 하죠. 대신 그만큼 배달드라이브가 가져가는 몫이 줄겠죠."

"어떻게 되는 건지 모르겠네요……."

그런 불안한 여론 속에서, 마침내 구체적인 변경안이 담긴 공문이 날아왔다.

[귀사의 번영을 기원합니다.

……중략……

이와 같이, 기존의 정액제 수수료에서 정률제 수수료 방침으로 변경하오니, 이 점을 양지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중략……

배달드라이브 대표이사 조니 리 올림.]

가맹점주들은 혼란에 빠졌다.

"이게 뭐야?"

"그러니까 앞으로는 한 달에 9만 원씩 고정으로 내던 수수료를, 매출의 몇 퍼센트로 해서 받겠다. 이 말인 거 같은데요?"

"이게 매장 점주들한테 무슨 이익이라는 거지?"

"퍼센티지가 낮으면 매출이 낮은 매장한테는 이익이겠죠. 하지만 매출 잘 나오는 매장 입장에서는 전혀 달갑지 않은 정책인데요?"

"그 퍼센티지는 그럼 언제 알려주는 건데? 이것들이 왜 이렇게 자꾸만 간을 보는 거지?"

한껏 질질 끈 이후에 드디어 정확한 수수료율 공문이 왔다.

"주문 금액의 1%라고? 0.1%가 아니고 1%? 이거 진짜야?"

"지금 배달 수수료는 별개지? 음식 값에만 1% 때린다는 거지?"

"지금 가맹점 수수료가 월 9만 원인데, 1%면……."

"주문 금액이 월 1,000만 원이면 수수료가 10만 원이네?"

"……."

"……"

전국의 가맹점주들은 입을 모아 욕을 했다.

"에라이! 빌어먹을 대기업 횡포 같으니!"

소상공인과 공생하려는 외국계 대기업의 눈물겨운 인수 따위는 없었다.

수수료 정률제가 도입되면 최소 60% 이상의 매장들은 더 많은 수수료를 지불해야 한다.

특히 배달에 대부분의 매출을 의존하면서, 주문 금액이 많은 매장들의 타격이 클 것이다.

수영치킨 점주들이 모인 단톡방은 일단 난리가 났다.

[아니, 이게 대체 무슨 일이래요?]

[이건 폭리예요. 우리 매장 월 매출이 4,000만 원인데 그럼 수수료로 가져가는 게 한 달에 40만 원? 이게 말이 돼?]

[배달 앱 시장 다 먹으니까 곧바로 본색을 드러내는구나. 웬일로 가맹점주들과 상생을 하나 했다.]

[치킨은 일반 음식점하고 달라서 정말 99.9%가 배달 매출인데…….]

[왜 배달드라이브 이놈들이 우리 수영치킨을 저격한 거라는 생각이 들죠?]

[지금 배달드라이브 신임 사장이 배달택시 사람인데, 배달택시가 우리 수영치킨 입점해 달라고 그렇게나 공을 들였었대요.]

[어, 정말이요? 처음 듣는데?]

배달 앱 가입 관리 등의 절차는 프랜차이즈 본사 사장인 주희도가 모두 컨트롤하고 있었다.

6만 개에 달하는 배달드라이브 가입 역시 주희도가 일괄적으로 진행한 계약이다.

개별 주문을 받는 것은 상관없지만, 배달택시나 요깄다는 점주 마음대로 가입할 수 없다.

[본사 정책이 우리한테 손해는 아니었죠. 그 대신 중개 수수료나 매장 노출에서 유리한 이득을 많이 받았으니까.]

[한마디로 새로 온 점령군이 그걸다 뒤엎었다는 거네요.]

난리가 난 것은 수영치킨만이 아니었다.

서울 위주로 영업하는 수영레스토랑 점주들도 발칵 뒤집어졌다.

특히 홀 영업을 전혀 않는, 100%배달에만 의존하는 10,000짜리 수영라면 전용매장들이 난리가 났다.

"아니, 이대로면 9만 원 하던 수수료가 하루아침에 몇 배, 열 배 이상으로도 늘어난다는 소리잖아?"

"수영치킨 점주들도 난리 났던데."

"지금 배달드라이브 매출 1, 2위가 수영치킨하고 수영레스토랑 아니야?"

"프랜차이즈로 따지면 그렇지. 특히 우리 수영레스토랑 배달점들은 서울에만 있는데도 매출이 무려 2위라고."

"배달택시 이놈들, 돈독이 단단히 올랐구나."

점주들은 걱정이 태산이었다.

이쪽은 배달에 모든 것을 의존하는 데, 상대는 배달 시장 자체를 움켜쥔 독점 황제였다.

유통 플랫폼을 차지한 이를 상대로, 힘없는 점주들이 이길 수 있는 방도는 없어 보였다.

"본사가 나서줘야 하는데……."

"근데 본사라고 방법이 있을까? 10대 재벌 기업도 후발 주자로 뛰어들었다가 실패한 게 바로 배달 앱시장인데."

"그래도 어떻게든 협상해야지, 뭐."

하수영이 청담동 부동산 재벌인 것은 가맹점주들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배달 치킨에 인수당한 배달드라이브를 상대로 이기는 것은 쉽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애초에 서로 전문 영역이 다르지 않은가?

'대기업들도 기득권 배달 앱 업체들은 못 이겼는데…….'

'아무리 하수영 회장님이 청담동부동산 재벌이라고 해도…….'

수영치킨, 수영레스토랑 점주들은 주희도 앞으로 문의를 넣었다.

주희도는 문제점을 인식했으며, 해결책을 찾고 있다는 답문을 곧바로 돌려주었다.

그렇게 오매불망 좋은 소식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을 때, 뜻밖의 상황이 벌어졌다.

"배달드라이브 주문량이 줄었는데?"

"이거 왜 이래? 배달드라이브 주문량이 예전보다 1/10도 안 되잖아?"

"1/10은커녕 1/100도 안 되는 거 같은데? 왜 이렇게 바닥을 치고 있지?"

"근데 전체 주문량은 왜 그대로야?"

프랜차이즈 본사에서 설치해 준 매장 관리 프로그램의 주문 금액을 확인한 점주들은 눈을 비비며 놀라워했다.

"이게 어떻게 된 거야?"

***

"프리덤. 1시간 20분 뒤에 도착하게끔 수영치킨 오리지널 한 마리 주문해 놔. 퇴근하고 집에 들어가자마자 치맥 좀 뜯어야겠다."

-알겠습니다. 결제는 등록하신 실톡페이로 할까요?

"그런 건 알아서 해. 늘 하던 것처럼."

-지금 단골 매장에 직통 주문을 넣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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