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갓 537화
135장 체험 랩터 현장 (2)
장수말벌.
세상에서 제일 큰 말벌로, 미국에서는 아시아 거대 말벌이라고 불린다.
곤충계의 제왕이자 폭군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종이다.
오죽하면 곤충계의 F-22 랩터라는 별명이 붙었을까.
"원래 북미 대륙에는 없었는데 언젠가부터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아무래도 배를 타고 바다를 건너왔나 봅니다."
"인간은 지구에서 가장 활발하고 활동성이 높은 전파자죠."
"저놈들 때문에 양봉업하는 지인들이 지금 골머리를 썩고 있습니다."
하수영은 어깨를 으쓱했다.
"저도 알아요. 장수말벌 한 마리면 꿀벌 몇백 마리도 잡아 죽일 수 있죠. 열 마리만 모여도 벌집 하나 초토화시키는 것은 일도 아니죠."
"랩터에 쏘여서 어린아이가 죽은 일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한바탕 난리가 났었죠. 가만, 이럴 때가 아니군요."
비프스 캘론은 곧바로 전화기를 들어서 어딘가로 신고를 했다.
"바로바로 신고를 하십니까? 벌집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데요?"
"사람이 죽을 수도 있으니 이런 건 바로바로 신고를 해야 합니다. 지금 시에서 랩터 전문퇴치 처리반을 운용하고 있습니다."
과연 얼마 지나지 않아 몇 명의 사람들이 나타나서 자세한 정황을 캐물었다.
장수말벌이 사라진 방향까지 확인한 그들은 서로 자세히 이야기를 주고받더니, 곧바로 수색 작업을 위해 사라졌다.
"우리나라에서는 이 정도까지는 안하는데, 벌집이 발견되면 소방서에서 나와서 퇴치하는 정도가 전부입니다."
"어린아이 셋이 한꺼번에 쏘여 죽은 게 얼마 되지 않아서 시당국이 더 민감합니다."
"저런, 정말 안되었습니다."
"원래 우리 북미 대륙에는 없던 종이라 더 골치가 아픕니다."
장수말벌 이야기를 나누며 둘은 별장 응접실로 들어섰다.
비프스 캘론은 미국의 여러 유통매장 매출 등을 보여주며, 수영목장한우 800마리가 어떻게 판매되었는 지를 설명했다.
"수영한우 반응이 아주 좋습니다. 테스트로 들여온 800마리가 전부 팔렸습니다."
"오, 벌써요?"
"첫날 와서 사갔던 손님이 다음 날 바로 와서 수십㎏을 한꺼번에 사갔던 적도 있었죠. 지금 회사 홈페이지에는 언제 수영한우가 또 들어오느냐는 고객들 목소리로 난리입니다."
비프스 캘론은 헛웃음을 흘리며 말을 이었다.
"솔직히 같은 축산업자로서 질투마저 날 정도입니다."
"에이, 북미 유통책임자께서 그러시면 안 되죠. 제가 미스터 캘론만 믿고 소를 키우고 있는데 말입니다."
"이런, 민망하군요.
"사실이에요. 수영목장은 미국 수출을 위해서 100만 한우를 양병하고 있습니다. 국내유통은 지금으로써는 생각도 하지 않아요."
"국내유통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고요?"
비프스 캘론은 설마 했다.
아무리 수출을 목적으로 목장을 확장한다고 하지만, 육류를 자국에 전혀 유통하지 않을 리는 없을 테니.
"한국은 축산농가들이 취약해서요. 그분들의 생존을 존중하는 차원에서입니다."
"하긴, 그 작은 시장에서 수영한우를 상대할 수 있는 농가는 없을 겁니다."
"그나저나 이렇게 반응이 좋으니, 조금씩이라도 물량을 풀긴 해야 하겠네요?"
그 말에 비프스 캘론이 난처한 미소를 보였다.
"본격적인 유통을 위해 충분한 머릿수를 갖춘다는 계획은 이해합니다. 하지만 이미 수영한우의 맛을 알아버린 소비자들이 있습니다."
"전혀 물량이 들어오지 않는다면 소비자들이 실망하겠지요."
"네, 조금씩이라도 좋으니 꾸준히 물량을 넣어서 소비자들이 잊지 않도록 하는 게 좋을 겁니다."
"브랜드 가치를 유지하려면 해야지요. 알겠습니다. 머릿수 확보도 중요 하지만 미국에 공급할 육류도 조금씩은 확보하겠습니다."
소는 왜 이렇게 성장이 더딘 것일까?
비프스 캘론은 새삼 그 점이 안타까웠다.
몇 주만 키우면 출하가 가능한 닭.
반년만 키우면 출하가 가능한 돼지.
하지만 그에 비해 소는 최소 2년 이상은 키워야 출하가 가능하다.
심지어 송아지도 한 마리밖에 낳지 않는다.
"다행히 먹이가 좋아서인지, 아니면 터가 좋아서인지, 수영목장 암소들이 최소 두 쌍둥이 이상을 낳고 있어서 수가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아니, 그게 정말입니까?"
"네, 지금까지 한 마리만 달랑 태어난 경우는 전혀 없었습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확률적으로 메가밀리언 1등에 당첨될 확률보다 훨씬 낮을 텐데요."
"제가 그런 쪽으로는 운이 타고난 거 같습니다."
비프스 캘론은 하수영을 다시 돌아보게 되었다.
"돼지와 닭은 어떻습니까?"
"돼지는 이제 막 시작한 터라 시간이 좀 더 필요합니다. 닭은 원래 하던 게 있고 또 성장도 빠르니 금방 성과를 볼 수 있을 거 같네요."
"이거 돼지나 소보다도 육계 진출이 더 먼저 이뤄지게 되겠군요, 허허."
"참, 미스터 캘론, 제가 선물이 있습니다."
그제야 비프스 캘론은 하수영이 끌고 온, 성인 남자 여럿이 들어가고도 남을 캐리어에 눈길이 갔다.
거의 웬만한 리어카보다 큰 캐리어였다.
하수영은 캐리어에서 수영향신료통 묶은 박스를 꺼내 내밀었다.
"수영향신료입니다. 음식의 맛을 아주 좋게 만들어주죠. 수영라면에 마법 같은 중독성을 부여하는 비법이기도 합니다."
"오, 그렇습니까?"
"황비버섯과 각종 식재료를 가득 넣은 수영라면은 그 자체로도 맛이 매우 좋지만, 이걸 뿌려줌으로써 주머니를 탈탈 털어서라도 먹게 되는 마약 요리가 되는 거죠."
맛의 순서를 따지자면.
황비버섯라면.
수영라면(다운그레이드).
수영라면(오리지널).
수영라면(오리지널+엘릭서 고춧가루).
이처럼 아래로 갈수록 맛이 좋아진다.
특히 엘릭서 고춧가루를 뿌리기 전까지는 식재료의 월등함만으로 미각을 사로잡지만, 고춧가루를 뿌리게 되면, 엘릭서의 축복을 받아 자란 고추의 마법 같은 매력이 혀를 매료시키게 된다.
"조만간 북미 수영레스토랑에서도 판매하게 될 겁니다."
반독점 소송에서 유리한 상황을 충분히 조성한 다음.
다시 말하자면 고객들을 본고장보다 몇 배는 진한 수영라면에 충분히 길들이고 난 다음이다.
발머 스틴은 본고장보다 더 많은 양을 팍팍 뿌려대고 있으니.
"하지만 미스터 캘론이 원한다면 언제든지 필요한 만큼 드리겠습니다. 제가 나노소프트에 미리 말을 해두지요."
"오, 감사합니다."
***
비프스 캘론은 하수영이 별장에서 푹 쉴 수 있도록 통째로 내주었다.
별장에는 여러 명의 관리직원들이 딸려 있었기에, 하수영은 불편함 없이 쉴 수 있었다.
다음 날 아침, 비프스 캘론은 일찍 별장으로 찾아왔다.
"약속대로 오늘은 제가 운영하는 목장을 보여드리겠습니다."
"기대됩니다."
"어서 가시지요."
비프스 캘론은 비즈니스 개인용 제트기를 갖고 있었다.
때문에 복잡한 절차 없이 바로 제트기를 타고 목장이 있는 펜실베이니아 주로 향했다.
드넓은 목장 울타리 안에서 자유로 이 풀을 뜯으며 산책하는 소들의 모습에, 하수영은 부럽다는 표정을 보였다.
"우리나라에도 이런 넓은 땅이 있으면 좋을 텐데, 이건 확실히 부럽네요."
농업 생산량은 비좁은 토지로도 엘릭서 도움을 받아서 어떻게 해결했다.
하지만 목장만큼은 그게 안 된다.
가축들에 스트레스를 주지 않으려면 충분히 뛰어놀 만한 넓은 공간을 줘야 한다.
한국에서는 그게 현실적으로 어렵다.
당장 100만 두를 확보하기 위해서도, 전국 여러 지역에 다수의 목장을 마련해야 했다.
그래도 수영목장 소들은 미국이나 호주 소들보다는 비좁은 공간에서 생장해야 할 것이다.
"미국 축산업자들이라고 전부 다 이렇게 목장에 풀어놓고 기르는 것은 아닙니다. 좁은 사육장에 가둬서 기르는 업자들도 많습니다."
"사료는 어떻게 하시나요?"
"7할 이상은 배합사료를 줍니다. 소들이 들판에 난 풀을 뜯기도 합니다. 고기성 사료는 일절 주지 않습니다."
목장을 충분히 둘러보고 난 뒤에는, 코류드사(社) 소유의 농장으로 향했다.
비프스 캘론이 운영하는 곡물법인이 코류드다.
"오래전, 옥수수 파동 때문에 소사료값이 폭등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곡물회사를 직접 차리기로 결심을 하셨군요."
"가격이 오른 것도 중요하지만, 돈을 주고도 충분한 사료를 구할 수 없었다는 것에서 경각심을 느꼈습니다."
과거의 기억을 상기하며, 비프스캘론은 입술을 잘근잘근 씹었다.
"그때 깨달았습니다. 내 사업의 목줄은 결국 옥수수 농가에 달려 있구나, 하고 말이죠."
하수영은 팔짱을 낀 채 고개를 크게 끄덕거렸다.
비프스 캘론의 말에 전적으로 동감한다는 것을 여지없이 보여주었다.
"그래서 농지를 사서 곡물 재배를 시작했습니다. 제 소들에 먹이는 사료만큼은 남의 손에 맡기지 말고 내 손으로 재배하기 위해서 말입니다."
"옳은 생각입니다. 내 가축에 먹이는 사료를 남의 손에 맡기는 것은 위험하죠. 그래서 저도 사료를 직접 생산하는 겁니다."
"이렇게 생각이 비슷하니 참 좋습니다."
비프스 캘론은 알면 알수록 그가 마음에 들었다.
수영한우 북미 유통사업도 순탄하게 잘 풀릴 것 같았다.
조금 아쉬운 게 있다면…….
'수영레스토랑을 더 빨리 알았더라면…….'
나노소프트가 공룡기업이라고 하나, IT회사가 식품에 관해서 뭘 알겠는가?
만약 자신이 유통했었더라면 더욱 잘할 자신이 있었다.
나노소프트가 수십억 달러를 자본금으로 쏟아부었다고 하지만, 자본금은 일정 수준만 충족하면 충분하다.
중요한 것은 마케팅과 경험 아니겠는가.
"날씨가 좋아서 그런가, 오늘 꿀벌들이 부지런히 날아다니네요."
"꽃가루를 모으기 위해서겠지요. 옥수수 수정에는 꿀벌이 필요 없지만, 그래도 보기 좋은 풍경입니다."
꽃가루 수정을 바람에 의지하는 옥수수는 꿀벌의 도움이 크게 필요 없다.
흐뭇해서 보고 있던 중 비프스 캘론이 말했다.
"대두밭도 한 번 보러 가시지요."
"잠시만요, 무슨 소리 안 들립니까?"
"소리요?"
인상을 쓰며 귀를 기울이던 비프스캘론은 점점 커져가는 요란한 날갯짓 소 었다.
그의 안색이 변했다.
"이건 랩터 소리 아닙니까! 아니, 하루에 두 번이나! 그놈들이 옥수수밭까지 오다니!"
장수말벌 5마리가 무리를 지어 나타났다.
하수영과 비프스 캘론을 탐색하듯이 빙글빙글 돌면서 지켜보던 중 어디론가 바쁘게 날아갔다.
"아무래도 저놈들 동료가 습격이라도 당한 모양입니다. 저리 무리 지어 날아가는 걸 보니 도와주러 가나 봅니다."
"그런데 제가 아는 장수말벌보다 훨씬 크네요. 보통은 여왕벌은 되어야 50mm 정도 되는데, 저놈들은 여왕벌도 아닌데 60㎜는 되어 보입니다."
비프스 캘론이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
"아몬드와 당근을 주로 재배하는 지인이 있는데, 저놈들 때문에 골치 랍니다."
"꿀벌에 수정을 의존하는 작물들이군요."
"네. 늘어난 랩터 때문에 꿀벌들이 피해를 입어서인지, 작년 수확량이 20% 이상 줄었다고 속상해했습니다."
비프스 캘론은 혀를 찼다.
"그나마 옥수수는 꿀벌과 크게 상관없어서 저는 괜찮습니다만, 랩터수가 너무 늘어나고 있어요."
"변종인가? 아까도 그렇지만 여기 장수말벌들은 덩치가 상당히 크네요."
하수영은 장수말벌들이 사라진 방향을 조용히 응시했다.
그리고 조용히 한국어로 중얼거렸다.
"뭔가 쎄한데…… 에이, 미국 일은 CIA가 알아서 하겠지. F-22 랩터일이잖아."
***
비밀경호 겸 도청 중이던 핸리 요원은 억울해서 펄쩍 뛰었다.
"그런 건 우리 CIA 소관이 아니라고!"
진짜 F-22랩터 관련이라면 모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