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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갓-536화 (536/1,270)

프랜차이즈 갓 536화

135장 체험 랩터 현장 (1)

"우리는 지지 않습니다. 아무것도 걱정하지 마십시오."

발머 스틴은 결연한 의지를 보여주고, 워싱턴 D.C.로 떠났다.

뉴욕주가 제기한 반독점 소송에 대응하기 위해서.

일정이 상당히 길어질 테니, 하수영이 그 끝을 볼 때까지 마냥 집중할 수도 없는 법.

그래서 하수영은 일단 수영레스토랑 독점 소송과 별개로 자기 일정에 집중하기로 했다.

그는 텍사스에 있는 록히드마틴 공장을 찾았다.

닥터헬기 퀸 스텔리온으로 인연을 맺은 코즈펠트 이사가 반갑게 맞이 했다.

"어서 오십시오, 미스터. 록히드마틴에 온 것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미국은 어땠습니까?"

"오랜, 아니, 처음 밟는 미국 땅인데도 마치 오래전부터 살았던 것처럼 편안하고 정겹습니다. 아, 저게 F-22 공장인가요?"

"오, 어떻게 아셨습니까?"

"예전에 몇 번 강탈…… 이 아니고 사진으로 여러 번 봤습니다. 혹시 견학 가능한가요?"

"물론입니다. 필요한 모든 허가는 받아두었습니다."

코즈펠트 이사는 몇몇 수행원과 함께 하수영을 손수 공장 안으로 안내했다.

공장 내부는 대부분 비어 있었고, 몇 기 안 되는 F-22 기체만 보였다.

"F-22는 인도를 모두 마친 터라 현재는 더 이상 생산하지 않습니다."

"여기 있는 것들은 그럼 정비 점검 때문에 온 모양이군요."

"네, 그렇습니다. 정밀 점검과 부품교체가 필요해서 온 기체들이죠."

"저기 저 기체는 다 고쳐진 건가요?"

하수영이 어느 기체를 가리키며 말하자 코즈펠트는 감탄하며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용케 알아보셨습니다."

"한 번 몰아 봐도 되나요?"

"예?"

"추락 안 할 자신 있으니까 한 번 테스트 비행해 보고 싶은데, 안 될까요?"

"미스터, 그것은 곤란합니다. 파일럿 자격증도 없으시지 않습니까?"

"꼭 실제 기체를 말한 것은 아니고, 시뮬레이션 비행이라도 해보고 싶어서 한 말입니다."

"시뮬레이션 비행?"

코즈펠트 이사의 눈빛이 살짝 진지해졌다.

그는 잠시 양해를 구하고는 수행원들과 함께 조용히 논의했다.

"조종 시뮬레이터에 한 번 탑승하게 해드릴까?"

"이륙도 제대로 못 할 텐데, 굳이 그렇게까지 해줄 필요가 있습니까?"

"1,400억짜리 헬기를 30기나 사주신 큰 고객이야. 개인으로서는 최고의 고객이지. 그런 분이 회사를 찾아주셨는데, 조종 시뮬레이터 경험 한 번 시켜드리는 게 뭐가 어때서?"

"……."

그 말에 수행원들은 대번에 입을 다물었다.

코즈펠트 이사의 말에 반박할 말이 없었다.

"그리고 헬기뿐인가? 값비싼 공중 급유기도 무려 3기나 사주셨지. 혹시 아나? 우리가 정성을 들여 접대하면 기분이 좋아져서 통 크게 또 뭘 지르실지 말이야."

"아니, 병원에서 우리 회사 제품중에 필요로 할 만한 게 뭐가 있다고요."

"퀸 스텔리온 30기에 공중 급유기 3기면 이미 충분한 거 같은데요."

수행원들은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조종 시뮬레이터 탑승을 반대하지는 않았다.

공중 급유기 3기, 퀸 스텔리온 30기나 지른 바이어라면 아예 조종 시뮬레이터를 서비스로 끼워 줘도 될 정도이니까.

"미스터, 이쪽으로 오십시오. 조종 시뮬레이터 경험을 시켜드리겠습니다."

"오, 감사합니다."

"마침 제임스 로드 중령이 와 있습니다. 미합중국이 자랑하는, 대단히 우수한 F-22 랩터 파일럿입니다. 그와 함께 비행을 해보시지요."

제임스 로드 중령은 날렵한 체격의 건장한 흑인 남성이었다.

그는 하수영을 보자마자 상급자를 대하듯이 경례를 붙였다.

"함께 비행하게 돼서 영광입니다, 써."

"아, 저는 군인도 아니고 미국인도 아닌데 그런 경례까지 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제가 경의를 표하고 싶어서 그러는 것이니 받아주십시오, 써."

하수영은 처음 보는 미군 파일럿이 왜 저렇게 깍듯한지 몰랐다.

코즈펠트는 이유를 알고 있었다.

-초대형 바이어입니다. 잘 접대해 드려요. 제임스 로드 중령.

-알겠습니다.

VIP의 기분을 맞춰주기 위한 깍듯함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하수영과 제임스 중령은 각각 조종 시뮬레이터에 탑승했다.

"일대일 대전 어때요?"

"네? 일대일 대전이요?"

자신 있게 조종 시뮬레이터에 오르는 걸 보면, 전투기 시뮬레이션 게임을 꽤나 한 모양이다.

그래도 진짜 F-22 조종 시스템을 다루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

당연히 팀을 이루어 적을 섬멸하는 훈련 프로그램을 생각했던 제임스와 코즈펠트는 당황했다.

"기지 간의 거리는 450km, 기지 방호 설비는 AA등급으로 하고, 그 외 출동 가능한 전투기는 전무."

"미스터……."

"먼저 적 기지를 무력화시키는 쪽이 승리하는 것으로 하죠."

어느새 하수영은 프로그램을 능숙히 조작하며 상황 설정까지 끝내 놓은 상태였다.

제임스 중령은 혼란에 빠졌다.

'조종 시뮬레이터는 처음일 텐데? 이건 군사용이라서 민간에서 경험해볼 기회도 없었을 텐데?'

록히드마틴의 배려로 체험 승인을 받아서 망정이지, 일반인은 아예 탑승하지도 못한다.

전투기 조종 시뮬레이터 자체가 얼마나 중요한 군사시설인데.

"자, 해봅시다."

"……알겠습니다."

제임스 중령은 당황스러움을 씻어 내고는, 일단 시뮬레이션에 집중했다.

그의 F-22기가 활주로를 박차고 힘차게 날아올랐다.

얼마 후…….

"미, 미스터?"

"하하, 제임스 중령. 너무 봐준 거 아닙니까?"

"미스터, 정말 대단한 실력이군요. 매우 놀랍습니다."

여기저기서 박수가 터졌고, 제임스중령은 혼이 빠진 표정으로 화면을 보고 있었다.

뭐가 어떻게 된 건지도 모르는 사이에 자신의 기지가 박살이 나버렸다.

"한 게임 더 할까요?"

"조, 좋습니다!"

"제임스 중령, 아무리 민간인이라고 하지만 미 공군의 체면이 걸렸습니다. 너무 심하게 봐주다가 어이없는 패배를 당하면 곤란합니다."

관계자들의 말이 제임스의 이를 악물게 만들었다.

'봐준 적 따위는 없는데……!'

그렇게 2차전이 시작되었다.

이번에는 상대의 무기 수납창이 열린 틈을 타서 포착에 성공, 곧바로 공대공미사일을 날려 격추를 시도했다.

하지만 격추에 실패했고, 또다시 잡힌 레이더 신호에 다시금 미사일을 쏘았다.

그렇게 여러 번을 반복한 끝에 제 임스 중령은 아차 싶었다.

'공대공미사일을 너무 허무하게 낭비해 버렸다!'

민간인한테 허무하게 졌다는 것 때문에 멘탈이 나갔었나 보다.

실제 전장이라면 말도 안 되는 성급한 악수를 저지른 것이다.

제임스 중령은 얼굴이 시뻘게져서 어떻게든 상대를 추적하며 기관총으로 잡아보려고 했다.

하지만 이미 그의 기지는 공대지미사일을 얻어맞은 뒤였다.

"다시 한번 더 하겠습니다!"

세 번째, 제임스는 완전히 침착함을 되찾고 실전이라고 생각하며 전투에 임했다.

이번에는 말도 안 되는 흥분에 넘어가지 않겠다고 굳게 다짐했다.

'으어어!'

상대가 선공을 해왔고, 제임스도 곧바로 반격을 했다.

그런데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기관총 소리가 자신의 뒤에서 따라붙고 있었다.

두두두두! 두두두두!!

바짝 따라붙은 상대는 미처 가속을 할 틈을 주지도 않은 채, 왼쪽 날개에 집중적으로 기관총을 퍼부었다.

"……졌습니다."

"실제 G가 작용된 시뮬레이터라면 제가 한 판도 못 이겼을 겁니다. 아마 애프터버너를 켜자마자 정신을 잃었을 거예요."

하수영은 얼이 빠진 제임스 중령에게 악수를 청하며 그렇게 웃음을 보였다.

코즈펠트 일행의 극찬과 아부를 받으며 유유히 견학을 떠나는 그의 뒷모습을 제임스는 멍하니 바라보았다.

친한 엔지니어가 그의 어깨를 툭쳤다.

"잘했어. 회사 주요 고객이라서 걱정했는데, 아주 자연스러운 접대 비행이었어."

"아니, 첫판은 몰라도 두 번째 세번째는 나도 진지하게 임했어."

"응, 알아. 진지하게 접대 비행에 몰두하던데? 바이어도 깜빡 속아 넘어갔을 거야."

"……."

"역시 자네는 훌륭한 파일럿이야. 어쩜 비행 연기력까지도 그리 완벽 한가?"

"맞아, 제임스 중령. 정말 훌륭한 접대 비행이었어."

방심한 첫판은 몰라도, 두 번째와 세 번째 판은 진짜 실력으로 졌는데.

하지만 아무도 그의 진정성을 믿어 주지 않았다.

***

견학 중에 퀸 스텔리온 핵심 개발업체인 시콜스키 관계자가 찾아왔다.(록히드마틴과 협업한 회사) 시콜스키 관계자는 헬기를 구매해 줘서 감사하다며 하수영 앞에서 몇 번이고 머리를 숙였다.

"저야말로 감사할 일이죠. 퀸 스텔리온 덕분에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을 살렸는데요. 아마 네 자릿수는 거뜬히 될 겁니다."

"만족하셨다니 다행입니다. 퀸 스텔리온은 우리가 정말 자신 있게 최고라고 손꼽을 수 있는 최강의 대형 수송 헬기죠."

"이왕 미국에 온 김에 뭐 하나 사가고 싶은데…… 마땅히 병원에서 쓸 만한 게 없네요. 아, F-22기 한두 기 사 가는 것은 곤란하겠죠?"

미군이 애지중지하는 전략 품목을 마트 소매품처럼 말하는 듯한 어투에 다들 웃음을 지었다.

"F-22는 전략 품목이기 때문에 판매하려면 행정부와 의회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아, 저거 병원 입구 쪽에 세워두면 진짜 비주얼 좋을 텐데. 아쉽네요."

"저희도 유감입니다."

하수영이 농담으로 꺼낸 말이라 생각한 록히드마틴 측은 그렇게 맞장구를 쳤다.

대신 하수영은 전장 길이 3미터로 축소한 정교한 F-22 모형을 받을 수 있었다.

겉모습만 보면 실제 기체와 거의 구분이 가지 않을 정도로 똑같이 생겼다.

"엔지니어들이 만든 건데, 원래는 무기를 대량 구매해 주신 중동 왕족들께만 드리는 선물입니다."

"오, 고맙습니다. 이거는 병원 로비에 장식하면 딱이겠어요. 아니다, 병원은 사람 살리는 곳이니 좀 그렇고, 14호기(휴민트타워) 1층 로비에 갖다 놔야겠다."

록히드마틴 방문을 마친 하수영은 곧바로 뉴욕으로 향했다.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을 찾은 그는 대낮에도 휘황찬란하게 빛나는 레이저 광학 간판을 보고 휘파람을 불었다.

[수영레스토랑]

"역시 홍보는 마천루에서 하는 게 제격이지."

하수영은 미리 예약을 한 엠파이어 스테이트 레스토랑을 찾았다.

로비의 그 누구도 자신이 빌딩 오너라는 것을 알아보지 못했다.

하지만 그게 더 가슴을 뿌듯하게 만드는 묘한 매력이 있다.

레스토랑 VIP룸에 들어서자 먼저 도착한 비프스 캘론이 일어나서 반겼다.

미국의 축산업 재벌이자, 가축 사료를 구하기 위해 만든 곡물 회사가 더 커져 버린 행운의 사나이.

바로 수영목장의 미국 유통 파트너다.

"이렇게 미국에서 또 보니 정말 반갑습니다. 참, 축하드립니다.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을 구매하셨다고요?"

어쩜 이렇게 지배인이 웃는 얼굴로 주문을 받으려고 하는 타이밍에 딱 저런 말을 하다니.

'이 센스쟁이 같으니.'

지배인은 안색이 경직된 게, 금방이라도 동공 지진으로 안면에 균열이 갈 기세였다.

"마침 딱 매물이 나왔기에 얼른 줍줍했습니다."

"줍줍……?"

"냉큼 샀다는 뜻입니다. 한국말이죠. 홍보용 간판도 달았는데 보셨나요?"

"아, 봤습니다. 수영레스토랑이라는 글자가 뉴욕 한복판에서 빛나고 있으니, 제 가슴이 다 자랑스러울 정도입니다."

지배인의 몸짓은 조금의 군더더기 없이 딱딱하게 경직되어 있었다.

'비프스 캘론 사장님이 허튼 말을 할 리는 없을 테고, 정말 이번에 엠파이어 스테이트의 새 주인이 된 분이신가?'

긴장이 극에 달하다 보니 자연히 어깨에 힘이 들어간다.

둘은 지배인을 개의치 않고 대화를 이어나갔다.

"이번에 나노소프트 수영레스토랑을 방문했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본 고장 한국에서 먹었던 것보다 훨씬 더 맛이 강렬하던데요."

"아, 향신료를 적당히 쓰라고 했는데 너무 팍팍 뿌려댔더라고요."

"역시. 혹시 반독점 소송 때문에 소비자들 입맛을 인질로 심으려는 전략은 아닐까요?"

"그런 거 같습니다."

"반독점 소송 때문에 골치 아프시겠습니다."

"나노소프트에서 알아서 할 일이니까 전 팝콘만 뜯으면 됩니다. 질 거라는 생각도 안 들고요."

식사 후 둘은 교외 지역에 있는 비프스 캘론의 별장으로 향했다.

정원에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꽃들 사이로 꿀벌들이 부지런히 날아다니고 있었다.

비프스 캘론은 잠시 멈추고 흐뭇하게 그 광경을 소개했다.

"가축들 먹이려고 곡물을 키우다 보니 수분 작용을 돕는 꿀벌들에 대한 고마움과 소중함을 새삼 느끼게 되더군요."

"근데 이게 무슨 소리죠?"

"예?"

"무슨 전투기 소리 같은 거 안 들리세요?"

"그게 무슨…… 으억! 랩터다, 랩터!"

"랩터……? 어, 저거 장수말벌 아냐?"

커다란 말벌 한 마리가 나타나 순식간에 꿀벌을 낚아채서 어디론가 날아갔다.

비프스 캘론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분명히 사흘 전에 랩터 퇴치를 했는데, 또 나타나다니. 징글징글한 놈들."

"근데 왜 장수말벌을 랩터라고 부르세요?"

"장수말벌? 한국에서는 아시아 거대 말벌을 그렇게 부르나 보군요. 여기서는 간단하게 랩터라고 부릅니다."

"혹시 F-22 랩터를 말하는 건가요?"

"그렇습니다. 곤충계의 F-22라고 해서 랩터라고 부르고 있죠. 아주 징글징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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