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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갓-535화 (535/1,270)

프랜차이즈 갓 535화

134장 반독점 위반? (3)

주정부의 요구는 이익률이 20%이상은 되도록 음식값을 책정하라는것.

납세서류에 나와 있는 이익률은 그 이상이다.

하지만 주정부는 그걸 믿지 않는다.

'너네 다른 부분에서 보상 주고 대신 식재료를 싸게 받아오는 거잖아. 누가 그걸 모를 줄 아느냐? 빨리 전부 정상화해 놔라.'

황비버섯 등 고급 식재료를 이렇게 싸게 가져온다는 것을 믿지 못하는 주정부의 의심이었다.

소명은 어렵지 않다.

하지만 소명은 상대의 공격 1턴을 방어 1턴으로 응하는 것.

얌전히 막고만 있으면, 상대가 이쪽을 얼마나 우습게 보겠는가?

그래서 나노소프트 프랜차이즈 요식사업부는 역공에 나섰다.

***

"지금 뭘 뿌리는 겁니까?"

종업원이 느닷없이 곱게 빻은 붉은 가루를 그릇에 뿌린다.

한창 기대의 눈길로 바라보던 손님은 당황해서 항의했다.

"아, 고객님. 이것은 수영향신료라는 분말인데요, 원래부터 수영라면에 들어가는 재료입니다."

"원래 들어간다고요? 근데 왜 주방에서 안 뿌리고 홀에서 뿌리죠?"

"주방에서는 최소한의 정량만 사용 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본사 레시피죠. 그래서 저희 매장에서 별도로 구매해서 더 뿌려드리는 거랍니다."

"본사 레시피를 따르지 않으면 맛이 이상해지는 거 아닌가요?"

"그렇지 않습니다. 너무 과하면 안되지만 보통은 많이 뿌릴수록 맛이 좋아집니다."

종업원은 수영향신료(엘릭서 고춧가루)를 다 뿌리고 난 뒤 친절하게 설명했다.

"프랜차이즈 레시피는 결국 맛의 통일성, 그리고 보급의 효율성에 중점을 두게 되거든요."

"아하, 통일성. 효율성."

"얼마든지 더 맛있게 할 수 있지만, 북미 전체 프랜차이즈 영업을 하려면 타협을 해야죠."

종업원은 수영향신료 통을 다시 챙겨서 테이블을 떠났다.

호기심이 잔뜩 어린 채 바라보던 손님은 포크를 들어 면발을 건져 올렸다.

"그러고 보니 평소보다 더 빛깔이 맛있어 보이는 것도 같고…… 일단 먹어볼까."

한 입 먹는 순간, 손님의 눈동자가 번쩍 뜨였다.

그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은 채 허겁지겁 라면을 먹기 시작했다.

"뭐야, 그렇게 맛이 달라? 말도 안하고 먹네. 어디 나도…… 허업!"

일행도 눈이 번쩍 뜨인 채 정신없이 면발을 흡입하기 시작했다.

그 모습은 홀 전체에서 볼 수 있었다.

손님들은 평소와 달리 매우 조용하게, 그리고 라면을 먹는 데에만 집중했다.

백여 명이 넘는 손님들이 마치 종교 의식을 치르고 있는 듯한 경건함마저 흘렀다.

지배인과 종업원들은 조용히 그 모습을 바라보며 감탄을 삼켰다.

"그렇게 라면 빨리 내놓으라고 아우성을 치던 고객님들이 한순간에 순한 양이 됐네요."

"예상했던 일이지. 이미 우리가 시식을 해봤잖아?"

"그래도 이 정도로 효과가 좋을 줄은 몰랐어요."

"지금 우리가 뿌려주는 게 보통 레시피 정량의 50배 정도 되는 양이라죠?"

"본국에서는 이게 정량이라던데, 물 건너오면서 향신료 정량을 줄였다고 하던데."

"네? 대체 왜 그랬을까요?"

원래 수영향신료는 농축 육수에 녹인 형태로 제공된다.

미국 매장에서는 물에 라면을 끓이면서 농축 육수를 정량 한 스푼씩 넣는다.

그럼으로써 수영향신료가 첨가되는 것이다.

"향신료 생산량이 부족해서 그랬다고 하더라고. 한국에서도 서울 일부 지역에서만 판매하고 매장 가짓수도 북미 전체에 비하면 수십 분의 1에도 지나지 않는 수준이거든."

"아, 그럼 생산량이 부족할 수도 있겠군요."

"이제 생산량 부족 문제 해결됐으니 북미맛도 본국맛을 따라잡게 된 거야."

***

더즈렌 주지사는 허겁지겁 면발을 먹고 있었다.

심지어 포크가 아니라, 젓가락질을 나름대로 능숙하게 하고 있었다.

라면 맛을 제대로 느끼기 위해서는 젓가락을 사용해야 한다는 한국계 보좌관의 말을 듣고 매일 피나는 연습을 한 것이다.

매일 수영라면을 먹어댔다는 소리다.

주지사뿐만이 아니었다.

보좌관 등, 같이 식당을 온 일행도 정신없이 라면의 맛에 빠져들었다.

마침내 국물 한 방울까지 다 비우고 난 뒤, 주지사는 상기된 표정으로 탄성을 냈다.

"이렇게 맛있을 수가."

"정말 놀라운 맛입니다. 아무리 국물요리의 황제 식재료라는 황비버섯을 아낌없이 쓴 요리라고 해도, 이런 천상의 맛이라니……."

"정말 무슨 마약이라도 타서 만드는 게 아닌지 놀라울 정도입니다."

"마약…… 마약이지. 마약이고말고."

주지사는 다른 테이블을 주시했다.

종업원이 수영향신료를 요리에 뿌려주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엄청 맛있는 요리'에서 '신의 요리로 승격된 것은, 바로 저 마법의 향신료 덕분이다.

붉은 황금가루를 연상케 하는 묘한 광택과 곱게 빻아진 자태.

대체 무엇으로 만든 향신료일까?

'다른 요리에 뿌려서 먹어보면 어떨까? 스테이크나 바베큐, 랍스터, 생선구이 같은 것은 맛이 어떻게 달라질까?'

상상을 품는 주지사의 눈이 가늘어졌다.

그는 지나가던 종업원을 붙잡고 말을 걸었다.

"저 향신료를 따로 구매할 수는 없습니까?"

종업원은 이런 질문이 한두 번이 아니었던 듯, 태연하게 웃으면서 대답했다.

"죄송하지만 이것은 비매품입니다."

"허어, 그래도 어떻게 좀 사고 싶은데."

"죄송합니다. 본사 방침이라서 저희 매장에서 사사로이 판매할 수는 없답니다."

"정말 안 됩니까? 아주 조금만이라도……."

"죄송합니다, 손님, 매장 식재료의 외부 유출은 금지되어 있습니다."

그렇게 종업원은 완만하면서도 끝내 거절했다.

주지사는 결국 입맛을 다시면서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계산을 마치고 현관문을 나서려는 찰나였다.

"더즈렌 주지사다!"

"주지사다! 우리한테 점심을 뺏어간 바로 그 악덕한 주지사다!"

"주지사는 물러가라! 물러가라!"

"우리는 수영라면을 먹고 싶다!"

"주지사 이놈들! 어떻게든 꼬투리를 잡기 위해 여기까지 염탐을 온 거로구나!"

주지사의 얼굴을 알아본 어느 손님의 외침을 시작으로, 식사를 마친 손님들이 몰려들어 항의를 하기 시작했다.

보좌관과 경호원들이 앞을 막는 사이, 주지사는 얼른 빠져나와 의전차 량에 올랐다.

"휴, 하마터면 큰 낭패를 볼 뻔했어."

"주지사님, 당분간은 수영레스토랑을 방문하지 않는 게 좋겠습니다.

주정부를 향한 직장인들의 반감이 보통 아닙니다."

직장인들뿐만 아니라, 주변 다른 식당 운영 측도 불만이 클 것이다.

겉으로는 수영레스토랑을 견제하면서도, 뒤에서는 매일 출근 도장을 찍다시피 하고 있으니.

"이런…… 자네도 저 놀라운 맛을 알지 않은가. 어떻게 저런 천상의 요리를 건너뛴 채 하루를 보낼 수 있단 말인가."

보좌관은 속으로 조용히 생각했다.

그걸 알면서 직장인들의 점심 메뉴에서 수영라면을 박탈했단 말이야, 라고, 물론 영업시간 축소는 나노소프트에서 자체적으로 시행한 것이지, 주지사의 뜻은 아니었지만.

"나 역시 수영라면을 사랑하네. 하지만 그것은 더즈렌이라는 개인으로서일 뿐, 주지사 더즈렌으로서는 여전히 견제해야 한다고 봐."

"……."

"다양성이 훼손되는, 오직 하나의상품만이 독점하는 시장 생태계는 결코 좋지 않네. 우리는 스탠더드오일이 석유 시장을 독점하면서 퍼진 폐단을 통해 이미 경험하지 않았나."

라면하고 석유가 같습니까?

이게 보좌관의 속마음이었지만, 주지사의 눈빛은 진지했다.

"다른 식당들이 전부 죽어나가고 있어. 딱 그것만큼만 막을 수 있는, 그래서 수영라면 외에도 다른 음식들이 존재하는 그런 생태계만 유지 된다면 괜찮다고 보네."

"주지사님."

"오늘 수영향신료를 보고 다시 절감했네. 이대로 두면 수영레스토랑 매장이 들어서는 지역의 반경 10km 이내 식당은 모두 망해 버릴 거야."

그는 나노소프트에 대한 적의는 없었다.

어디까지나 요식업 생태계의 건전한 다양성을 보존하고 싶을 뿐이다.

물론 그로 인한 조치가 나노소프트로서는 달갑지 않겠지만.

"아, 주지사님. 지금 나노소프트에서 소명자료를 제출한 거 같습니다."

"돌아가서 확인해 봐야겠군."

주정부 청사로 돌아간 주지사는 보고서를 확인한 흘렸다.

"이건 국세청에 제출한 납세자료를 한 번 더 정리한 것에 지나지 않은 것 같은데?"

"맞습니다."

"정말 식재료들을 이 가격에 사오는 거라고?"

"나노소프트는 그렇게 소명을 했습니다."

"분명 진짜 식재료 가격에 맞춰서 음식값을 책정하라고 했거늘."

"그에 대한 소명자료가 여기 있습니다. 코리아 서울에서 팔리는 수영라면의 비주얼과 가격입니다."

35,000원에 팔리는 수영라면의 사진과 가격 메뉴가 찍힌 사진이 나타났다.

"이건……."

주지사는 침음성을 삼켰다.

아무리 봐도 35불짜리 수영라면과 동일한 식재료 구성이었다.

"수영라면의 본고장인 코리아 서울에서도 이런 구성, 이런 가격으로 팔리고 있다는 주장입니다."

"거짓은 아니겠지?"

"교차 검증에 들어간 상황이지만, 이 정도까지 소명을 한 것을 보면 거짓은 아닌 거 같습니다."

"정말 그 말도 안 되는 가격으로 그 식재료들을 사온다고?"

주지사는 믿을 수가 없었다.

요리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말했다.

35불짜리 수영라면을 팔려면 적어도 5, 60불 이상은 받아야 본전이 될까 말까 한다고.

그것도 작은 매장은 어림도 없고, 대량 구매로 가격 할인을 볼 수 있는 초대형 프랜차이즈급은 되어야 가능하다고, 보좌관들이 눈치를 보다가 건의했다.

"어떡합니까? 가격을 정상화하라는 요구는 정당성을 잃게 생겼습니다."

소명자료를 보면, 정상적인 가격이었으니.

무턱대고 가격을 올리라고 강요할 수도 없다.

그것이야말로 독과점 못지않은, 시장 질서를 어지럽히는 행위였으니.

'이런…….'

주지사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나노소프트가 잘못한 것은 없다.

그냥 맛있는 음식을 들여와서 소비자들에게 열심히, 친절히 팔았을 뿐이니.

덤핑을 한 것도 아니고, 뭔가를 후려친 것도 아니다.

오히려 본고장과 동일한 조건에서 영업을 하고 있지 않은가.

'그렇다고 이대로 두면 다른 식당들이 전부 망해 버릴 텐데.'

까마득한 절벽 아래에서 올려다보는 기분이다.

도저히 올라갈 수 없고, 돌아서 갈수도 없는,

"주지사님! 뉴욕주에서 연방대법원에 소송을 개시했습니다! 헉! 소송내용이!"

"뭔데 그러나?"

"나노소프트와 프랜차이즈 요식사업부를 분리하라는 내용의 소송입니다. IT와 요식업, 전혀 무관한 두영업이 상호보완하면서 간접적인 덤핑으로 시장을 교란한다는 게 청구취지의 핵심입니다."

"간접 덤핑이라고?"

"뉴욕주에서 수영라면 35불짜리를 20회 이상 먹으면 추첨 응모권을 얻는데, 여기에서 당첨되면 나노소프트 신형 콘솔 게임기를 받을 수 있다고……."

"……."

"그런데 응모자 열에 하나는 추첨에 뽑힐 만큼 당첨률이 높아서 뉴욕주 매출이 엄청나게 올랐다고 합니다. 그래서 뉴욕 주정부에서 간접 덤핑이라고 본 거 같습니다."

"우리 주에서는 하지 않았나?"

"순차적으로 돌아가면서 하는 이벤트입니다. 5일 뒤부터는 우리 주에서도 행사합니다."

"……."

***

발머 스틴은 연방대법원 소송이 걸렸음에도 눈 하나 꿈쩍하지 않았다.

"소송이야 나노소프트 현직 CEO일 때 수도 없이, 일상처럼 시달렸던 일이지. 허허, 겨우 이 정도 가지고 나를 어쩌겠다고."

발머 스틴은 즉각 소송에 대응할 준비를 했다.

나노소프트에는 유능한 법무팀이 갖춰져 있고, 개인적으로도 대정부 소송에 능숙한 변호사 인맥이 상당했으니.

그는 벽에 걸린 거대한 북미 지역지도를 노려보면서 중얼거렸다.

"반독점 소송을 두려워해서는……."

"최고의 기업가가 될 수 없죠."

하수영이 말을 받았다.

정부로부터 반독점 소송이 걸린다는 것.

그것은 달리 말하면, 그 분야의 최강 포식자라는 뜻이기도 하다.

미국에 그것을 두려워하는 기업가는 없다.

나노소프트는 미국 요식업계 최강의 포식자로 등극했다.

뉴욕의 소송은 그것을 확인시켜 주는 세리머니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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