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갓 533화
134장 반독점 위반? (1)
캘리포니아 주의회 청문회.
하수영은 방청객 자격으로 청문회에 참여했다.
방청객 신분이다 보니 눈에 잘 띄지 않는 자리를 얻었다.
출석을 요구받은 것은 사티아 아델 CEO만이 아니었다.
몇몇 중진 임원들도 줄줄이 소환을 받고 청문회장에서 대기 중이었다.
"발머 스틴 씨는 소환을 안 받으셨나요?"
"네, 저는 안 받았습니다."
하수영이 발걸음을 돌렸다는 이야기를 듣고 발머 스틴은 뒤늦게 에스코트하러 왔다.
그는 지금 하수영과 나란히 앉아서 청문회를 지켜보는 중이었다.
"그런데 하드웨어 회사가 식당 프랜차이즈를 한다고 해서 반독점법규제 대상이 됩니까?"
'우리가 하드웨어 회사? 틀린 말은 아니지만…….'
발머 스틴은 그런 생각을 하면서 말을 이었다.
"사내 법률팀이 검토를 해봤는데, 개정된 반독점법에 적용이 될 여지는 있다고 합니다."
"그래요?"
"IT회사가 프랜차이즈 요식업을 했다고 해서 걸린 건 아닙니다."
청문회장 분위기가 슬슬 어수선해 지고 있었다.
"수영레스토랑 때문에 인근 외식 매장들의 매출이 반 토막 이하로 떨어졌다고 합니다. 그게 주정부 심기를 건드린 거 같습니다."
"캘리포니아에 수영레스토랑 매장이 몇 개죠?"
"500개는 넘죠."
참고로 캘리포니아의 면적은 남한의 4배가 넘는다.
"애초에 캘리포니아는 우리가 선제적으로 점유율을 늘린 지역이었습니다. 그래서 다른 주에 비해서 매장이 많습니다."
"경쟁 매장들 매출이 박살 났다고 현직 CEO를 청문회장으로 부르다니."
"요식 시장의 약자들이 대거 죽어 나가는 걸 더 지켜보면 안 되겠다고 판단한 거 같습니다."
"하긴, 보니까 우리 매장은 줄이 서 있는데 다른 가게들은 텅 비어 있더라고요."
"수영레스토랑이 들어선 인근 지역에서는 맥도날드와 던킨도너츠도 파리만 날린다고 합니다."
맥도날드가 파리를 날릴 정도면, 다른 음식 가게들은 볼 것도 없는 수준일 것이다.
"주정부에서 법 적용을 어떻게 할지, 어떤 규제를 할지 우리도 지금으로써는 예측이 분분합니다.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서요."
"그래도 캘리포니아 주정부가 발빠르게 일찍 나서는군요."
"주지사가 부지런하기로 유명하죠. 대통령까지도 꿈꾸고 있을 겁니다."
"그럼 주지사가 주의회에 청문회요청을 한 모양이군요."
"우리가 확인한 사항입니다."
어느덧 주의회 의원들이 모두 출석했다.
진실 선서를 마친 후 사티아 아델부터 차례차례 청문이 시작되었다.
"귀사의 요식업 운영으로 인해 인근 소상공인 요식상권이 박살 남을 알고 있었습니까?"
"IT회사가 굳이 골목상권까지 침투한 이유가 대관절 뭡니까?"
"귀사가 요식업으로 벌어들이는 수익이, B2B 사업으로 버는 수익보다 더 높다는 게 사실입니까?"
"요식업 책임자는 왜 이 자리에 나오지 않았습니까?"
그 말에 하수영은 발머 스틴을 쳐다봤고, 그는 어깨를 으쓱했다.
"출석 요구는 없었습니다. 그냥 막 던지는 질문 같은데요."
주의회 의원들의 날 선 질문은 쉬지 않고 쏟아지고 있었다.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에서 며칠 전부터 귀사의 요식업을 홍보하는 옥외 광고가 나오고 있습니다. 인정합니까?"
"예, 인정합니다."
"그렇다면 귀사는 요식업 프랜차이 즈에 진출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 데, 수십억 달러짜리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까지 구매할 정도로 매출을 올렸다는 이야기로군요."
"……."
"인정합니까?"
"어, 음. 광고가 나가는 것은 사실이지만 빌딩을 구매한 주체는 본사가 아닙니다."
"전월 한 달 동안 정확히 얼마의 매출을 올렸고, 귀사가 얻은 수익은 얼마입니까? 1만 달러 단위까지 말하십시오."
"……매출은 69억 4,521만 달러였습니다. 캘리포니아 한정이 아니라 전체 규모입니다."
순간 발머 스틴이 화들짝 놀랐다.
"아니, 사티아 아델이 어떻게 그걸 정확히 알고 있지?"
요식업 프랜차이즈 사업부의 매출수익 현황을 실시간으로 체크하고 있었던 건가?
매출 규모에 놀란 것은 주의회만이 아니었다.
방청객들도 놀라서 입이 떡 벌어진채 웅성거리고 있었다.
"네놈들 때문에 우리가 다 굶어 죽어가고 있어!"
분을 참지 못한 어느 방청객이 일어나서 손가락질을 하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정숙해 주십시오! 더 이상 소란을 피우는 것은 용납하지 않겠습니다!"
의장이 날카롭게 경고하자, 동료로 보이는 방청객들이 얼른 그를 끌어서 앉혔다.
소란스러운 분위기를 둘러보며 하수영이 말했다.
"이거 수영레스토랑 때문에 매출박살 난 소상공인들이 많이 보러 왔나 본데요."
"우린 지금 적진 한복판에 들어와 있는 셈이군요."
"그러게요."
청문회는 한껏 달아오른 분위기 속에서 속행되었다.
"월 매출이 거의 70억 달러 가까이 된단 말입니까? 그럼 연 매출이 800억 불은 가뿐히 넘는다는 이야기로군요."
"……그럴 것으로 예상됩니다."
"작년, 요식업 프랜차이즈를 제외한 총매출은 얼마였습니까?"
"1,100억 달러 정도였습니다."
"운영체제, 오피스, 하드웨어, 콘솔게임, 클라우드 서비스 같은 B2B 사업을 모두 포함해서 그렇다는 말씀이시죠?"
발머 스틴이 혀를 찼다.
"모든 사업을 다 끌어모아서 1,100억 달러라는 것을 굳이 강조하고 싶은 모양이군요."
"그래야 방청객들 보기에 임팩트가 있을 테니까요."
실제로 효과는 컸다.
무지한 방청객들은 의원의 친절한 질문 덕분에, 나노소프트에서 요식 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무지막지한지 깨달았으니까.
그게 바로 청문한 주의원의 노림수였다.
그 뒤에도 사티아 아델과 임원들은 혼백이 나갈 정도로 탈탈 털렸다.
차라리 IT 관련 질의였다면 좀 나았으리라.
하지만 자신들의 전문 영역과는 전혀 무관한 요식에 관한 질문이었으니.
CEO와 임원들의 눈빛이 금방이라도 죽어버릴 듯한 것은 전혀 이상한 게 아니었다.
"성실히 청문에 임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이상으로 오늘 청문회를 마치겠습니다."
땅. 땅. 땅.
드디어 청문회가 끝났다.
하지만 발머 스틴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이제 진짜 시작이로군요."
"지금까지는 전력만 일단 파악한 거군요."
"그렇습니다. 이제 주정부와 주의회가 자체적으로 조사한 결과에 대조해서 적절한 규제책을 시행할 겁니다."
"그래도 캘리포니아 내에서만 영향력이 있지 않나요?"
"그렇긴 한데, 일단 캘리포니아에서 규제가 시행되면 다른 주에서도 흐름이 따라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우리나라 말에 선빵필승이라는 게 있지요."
"선…… 뭐라고 하셨습니까?"
"일단 쳐라, 그럼 이긴다. 그런 의미입니다."
하수영은 가벼운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래도 간만에 재밌는 구경거리였습니다. 팝콘이 있었으면 더 좋았을 텐데요."
발머 스틴은 어안이 벙벙했다.
주정부의 규제를 받으면 하수영의 이익도 줄어들 텐데, 왜 재미있다는 건지 이해되지 않았다.
"미스터 스틴. 우리가 먼저 행동 들어갑시다. 주정부가 움직이기 전에 말이죠."
"어떻게 말입니까?"
하수영은 유쾌한 웃음을 머금고 말했다.
"셀프 셧다운은 어때요?"
***
더즈렌 주지사는 매디건 주하원의 장, 그리고 몇몇 중진 주하원의원들과 함께 논의 중이었다.
논의의 명제는 바로 나노소프트의 식당 상권 독점 규제였다.
"캘리포니아에서 음식 장사를 하는 사람들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습니다."
"나노소프트가 매장을 차렸다 하면 반경 수km 안의 식당들이 장사가 안됩니다."
"그 라면 하나를 먹겠다고 수십km 이상 차를 끌고 나서는 소비자들이 넘쳐납니다."
"이대로는 식당 상권이 박살 납니다. 몇 년 안에 캘리포니아의 모든 시민들은 선택권 없이 라면 하나로 점심을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습니다."
주정부가 규제를 하려는 것에는 어떤 사욕이나 정치적 탄압 같은 것은 없었다.
공룡 브랜드 하나가 식당 상권을 모조리 박살 내고 있는 생태계의 균형을 유지하려는 것뿐.
"그런데…… 수영라면이 정말 맛있긴 합니다."
"황금비단우산버섯은 국적과 인종, 종교를 가리지 않고 모든 국물 요리에서 사랑받는 식재료죠. 가히 국물요리의 황제라고 할 만합니다."
분위기 전환을 위해 꺼낸 말에 다들 웃으면서 끄덕거렸다.
"사실 이 자리에서 수영라면을 안드셔본 분은 없지요. 그렇지 않습니까?"
다들 조용한 웃음으로 인정했다.
"라면은 원래 좋아하지 않았는데, 황금비단우산버섯이 듬뿍 들어간 수영라면을 먹어보고 그 맛에 한입에 반했습니다."
"우리가 이럴진대, 일반 시민들은 어떻겠습니까. 정말 마약처럼 중독되는 맛입니다."
"사실 그런 식재료를 아낌없이 듬뿍 사용하고도 35달러, 9.9달러밖에 안 된다는 게 정말 놀랍습니다."
"사촌여동생의 남편이 한식집을 운영합니다. 수영라면 구성을 보자마자 이건 말도 안 되는 가격이라며 고개를 젓더군요."
냉정함이 섞인 일침이 분위기의 방향을 원래의 진지함으로 돌려놓았다.
"9.9달러짜리는 아무리 팔아 봤자 손해나 간신히 면할 정도이고, 35달러짜리는 무조건 손해가 날 수밖에 없는 구성이라고 했습니다."
"그렇습니까?"
"그 이야기를 듣고 다른 요리사들한테도 자문을 받아봤습니다. 다들 하나같이 말하더군요. 매번 이런 식재료로 구성한다면, 적자를 보고 팔수밖에 없다면서요."
"적자라……."
주지사는 침음성을 흘리며 생각에 잠겼다.
대기업이 초반에 대량의 자본으로 출혈 손해를 감수하면서 경쟁자들을 도태시킨다.
마침내 모든 경쟁자가 없어지고 홀로 남아 시장을 독점한 뒤, 그 뒤에는 마음껏 가격을 올린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흔히 벌어지는 시도다.
그리고 그런 독점 현상의 예방은 반독점법의 입법 정신이다.
"1차적으로 주정부 행정명령으로 가격 정상화를 요구하는 게 좋겠습니다."
"찬성입니다."
"저 역시 찬성입니다. 그 정도면 적절한 규제 같군요."
"물론 정상적인 가격 책정인지 식재료 매출 내역 및 매장 운영비 등 세세한 내역을 회계감사할 필요는 있습니다."
"그 역시 병행해야지요. 그리고 또……."
주지사와 의원들은 나노소프트에 내려줄 이런저런 규제책을 열심히 구상했다.
대략적인 초안을 잡은 뒤, 실무진에 타당성 검토를 지시했다.
그렇게 결과가 나오기를 기다리는 데, 청문회가 있고 사흘 뒤에 일이 벌어졌다.
나노소프트 캘리포니아 지사에서 깜짝 발표를 한 것이다.
[본사는 근래 주의회 청문회에서 요식업 프랜차이즈 사업이 반독점법적용 대상인지를 가리는 자리를 가진 바 있습니다.]
[본사는 어디까지나 맛있는 메뉴를 고객분들께 제공하는 데에만 집중했을 뿐, 시장 경쟁자들을 고의로 도태시키려고 독점적 수단을 행한 바는 전혀 없습니다.]
[그러나 본사는 주정부와 주의회의 우려를 깊이 이해하며, 뜻을 존중합니다.]
[따라서 캘리포니아 전 지역의 나 노소프트 수영레스토랑 매장은, 내일부로 운영 시간에 자체적인 제한을 둡니다.]
[영업시간 변경]
기존 : 11:00~19:00
이후 : 14:00~19:00
캘리포니아 직장인들은, 더 이상 점심 메뉴로 수영라면을 고를 수 없게 되었다.
"야, 이 하원 놈들아! 우리 점심 돌려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