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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갓-528화 (528/1,270)

프랜차이즈 갓 528화

132장 고기 카르텔(4)

한우 가격이 폭등하고, 시중에 한 우가 씨가 마른 지도 꽤 되었다.

신기하게도 피해를 본 사람이 거의 없었다.

소비자들은 한우는 구하기 어렵지만, 대신 수입산 소고기를 값싼 가격으로 구할 수 있었다.

뉴월드마트와 하우스플러스가 공격적인 마케팅을 벌인 덕분이다.

한우 농가는 예전보다 오히려 매출이 늘었고, 소 출하도 내놓는 족족 이뤄지기에 피해본 게 없었다.

"굳이 따지자면 라테마트 피해만 누적되고 있는 셈입니다."

"지금도 라테마트 매출은 팍팍 줄어들고 있다지요?"

"전국 곳곳에 지점 수가 저리 많은데 매출이 저렇게 줄어들었으니……."

"그래도 모그룹의 현금 유동성이 워낙 빵빵해서 잘 버티고 있군요."

한편 농식품부는 현재의 소고기 파동을 예의주시하고 있었다.

"이러다가 조만간 수영목장의 소가 6만 마리를 넘어설 것 같습니다."

"1만 마리를 넘어선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6만 마리를 목전에 두고 있다고요?"

농식품부 공무원들은 수영목장의 영향력이 커지는 것을 불안에 떨며 지켜보는 중이었다.

"이러다가 정말 몇 년 안에 기어코 100만 마리를 달성할 모양입니다."

"지금도 출산하는 암소마다 송아지를 세쌍둥이씩 낳고 있습니다."

"수영농장산 볏짚이 소한테 정말 좋은 영양원인가 봅니다. 하나같이 성장이 빠르고 병도 안 걸리고 몸집도 유난히 큽니다."

한우 내수유통에 안전장치는 걸어 놨다.

수영목장산 한우를 국내에 유통할 시에는 시장가보다 비싸게 팔아야 한다.

당시에는 이만하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 정도로는 부족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차라리 서해그룹이 축산시장에 진출해도 이보다는 덜 무서울 겁니다."

대기업의 골목상권 잠식이 요즘 한 창 문제가 된다.

하지만 농식품부 관계자들이 보기에, 다른 사례들은 우습지도 않았다.

그리고 불안은 점점 커지고, 구체적으로 변했다.

"수영목장에서 돼지 사육까지 본격적으로 준비하는 모양입니다!"

"뭐? 돼지 사육까지 손을 댔어?"

"네! 돼지용 축사를 새로 확장하고, 있는데 규모가 엄청납니다. 작은 산 하나를 통째로 돼지 축사로 만들 작정인 거 같습니다!"

"산 하나를 통째로?"

"여기 예상 조감도가 있습니다!"

예상 조감도를 확인한 복상익 식량정책국장은 어깨를 부르르 떨었다.

"산을 통째로 축사로 만드는 것으로 모자라, 리프트까지 설치하다니……."

"이 정도 설비면 적어도 50만 마리의 돼지 머릿수를 갖출 수 있을 겁니다."

"그래 보이는군."

"근데 돼지 축사는 이게 전부가 아닙니다. 일부일 뿐입니다."

"이게 일부라고!"

"네, 이것과 같은 개념의 산악 축사를 몇 개 더 짓고 있습니다. 아주 공격적으로 축사를 늘리고 있습니다."

"한돈협회에서 한바탕 난리가 나겠군."

수영목장이 대대적으로 몸집을 키울 때도 그랬다.

소 농가는 정작 가만히 있는데 한우협회에서 난리를 피웠다.

심지어 항의 대상은 하수영이 아니라 농식품부였다.

하수영한테 차마 항의는 못 하니, 애꿎은 농식품부에 와서 핏대를 올린 것이다.

"이번에도 수출용인가?"

"네, 미국 시장을 바라보고 확장하는 거라고 합니다."

"비프스 캘론 그 양반이 얼마 전에 우리나라에 들어왔었다지?"

"예, 신형 도축장과 수영목장 시설을 두루두루 둘러보고 갔습니다."

"그 미국 축산재벌이 직접 한국까지 들어올 정도라면 미국 수출이 성공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건데."

농식품부가 두려워하는 것은 미국진출에 실패해서, 그 물량이 국내시장에 덤핑처럼 쏟아지는 것이다.

해외에서 큰 성공을 거둔다면 더 바랄 게 없다.

양흥명 과장은 복상익 국장의 눈치를 보면서 덧붙였다.

"그리고 최진국 사장 개인이 운영하는 양계장도 규모를 키우고 있습니다."

"양계장까지?"

"네, 하수영 농민으로부터 1,400억원의 투자금을 받아서 양계장 확장에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1,400억 원이라고!"

식량정책국 관계자는 다 같이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일개 양계장에 1,400억을 개인이 투입하다니.

대한민국 축산업에서 전대미문의 사건이다.

최진국이 받은 1,400억 원은 1억마리 납품 계약 나머지 선금이지만, 농식품부는 아직 투자로만 알고 있었다.

"이거, 다른 양계장 주인들은 어디 닭 키울 맛이 나겠나?"

복상익 국장의 신음 같은 한탄이 분위기를 적막하게 만들었다.

"수입산 소고기 유통업자들도 지금 잔뜩 신이 났다지?"

"네, 모두 뉴월드마트와 하우스플러스로 달려가고 있습니다. 그들 시장에는 지금 큰물이 들어온 셈이니까요."

"80% 이상씩 할인을 때려버리니 소비자들도 신이 나서 사들이고 있을 테고 말이야."

"그렇습니다."

"알았어. 나 장관님 좀 뵙고 올게."

"네, 다녀오십시오."

***

이수홍 농식품부 장관은 보고를 다 듣고 난 뒤 천천히 말했다.

"이게 문제가 되나?"

"문제가 됩니다."

복상익 국장은 두말하지 않고 단언했다.

"크게 바라보면, 우리나라 육류 산업에 거대한 독점 카르텔이 생겨나고 있다는 겁니다."

"독점 카르텔?"

이수홍 장관은 살짝 불편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일단 닭고기입니다. 우리나라에서 도축되는 전체 닭의 절반 훨씬 넘게 수영치킨에서 소모합니다."

"수영치킨이 그 정도라고?"

"네, 그 정도입니다."

비로소 장관의 얼굴에도 놀라움이 깃들었다.

일개 치킨 프랜차이즈 브랜드 하나가 절반 훨씬 넘게 닭을 소모하다니.

"양계협회에서 수영목장에 아무 소리도 못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닭 출하량이 몇 배 이상으로 늘어났는데, 그게 전부 수영치킨 덕분이니까요."

"흐음……."

"닭은 이미 독점 카르텔화가 진행된 지 오래입니다. 같은 일이 소고기와 돼지고기에서도 일어나고 있는 겁니다."

"소농가, 돼지 농가들이 그렇게 많은데 설마. 게다가 수출용이라고 하지 않았나?"

복상익은 조금 답답하다는 듯이 목소리에 더욱 힘을 주었다.

"문제는 국내에서는 하수영 농민의 허락 없이는 축산업을 할 수가 없게 된다는 겁니다."

"그게 무슨 말이지?"

"수영사료 없이는 가축들을 키울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수영사료는 이수홍 장관도 알고 있는 이름이었다.

국내의 배합사료제조 업체에, 원료인 콩과 벼 등 곡물을 공급하는 업체.

"수영사료 덕분에 농가의 사육비용이 절감되었습니다. 달리 말하자면, 이제 수영사료 없이는 가격 경쟁력을 갖출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그런……."

"수영사료가 마음만 먹으면 국내의 모든 소, 돼지, 닭고기의 가격을 얼마든지 결정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사료 원료값이 오르면, 최종적으로는 고기 값도 오른다.

"1, 2년만 지나면 소와 돼지 시장도 완전히 종속되고 맙니다."

"……."

"한 개인이 그런 식량 통제권을 거머쥔다는 게 얼마나 위험한지 고려 해 주십시오."

"자네 말을 이해했네. 그럼 수영사료를 어떻게 하잔 말인가?"

"중요한 건 수영사료가 아닙니다. 수영사료는 어차피 중간업체일 뿐이고, 진짜 본체는 바로 수영농가입니다."

"수영농가……."

"로봇들이 일하는 완전무인농장, 그 농장이 우리나라의 먹거리 시장을 지배하게 될 겁니다."

라면 지배는 우습지도 않은 수준이다.

진짜 섬뜩한 것은 수영농장에서 쏟아져 나오는 그 엄청난 곡물들.

수영농장은 쌀 등 사람이 먹는 곡물 시장은 건드리지 않았다.

그러나 '가축의 식량'시장은 이미 완전히 지배했다.

농식품부의 식량정책국은 누구보다 먼저 식량지배구조의 변화를 인지한 것이다.

"사람이 먹는 식량은 아직이지만, 가축이 먹는 식량은 이미 완전히 지배했다?"

"그렇습니다. 한 개인이 쥐기에는 너무 큰 권력이라고 생각됩니다."

"저는 서해그룹의 반도체 독점 따위보다, 이런 가축 식량 독점이 훨씬 무섭습니다."

"……."

"그런데 육류는 수입산으로 견제를 맞출 수 있지 않겠나?"

"해외 시장에서 승리하기 위해 수출을 준비 중이지 않습니까. 시간이 지나면 견제는 어려울 겁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저 현상의 변화를 보고드렸을 뿐입니다."

여기서부터는 정치로 풀어나가야 할 영역.

그래서 복상익 국장은 잘 모른다는 식으로 한 걸음을 뺐다.

'망할…… 별로 싸우고 싶진 않은데.'

이수홍 장관은 아무것도 내키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그는 하수영과 척을 지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었다.

그는 농민들을 많이 도와줬고, 농식품부와 농협에도 여러 가지로 신경을 써줬다.

이리저리 퍼주다 보니까 다들 그에게 의존하게 되었고, 그것이 곧 권력으로 변했다.

'퍼준 게 아니라 하늘에서 융단폭격을 가한 수준이지만…….'

"1,000만 원을 퍼주면 호구가 되지만, 1조 원을 퍼주면 카르텔이 됩니다. 장관님."

***

수영농장이 가축사료판매로 올리는 국내 수익은 매우 낮은 편이다.

사료원료로 공급하는 콩, 벼 등의 곡물은 매우 저렴하다.

골든 트러플 역시 매출은 거의 없다.

백화점 머쉬룸 서비스로 제공하는 골든 트러플은 돈 대신 다른 우대 혜택을 받는다.

골든 트러플의 사치품으로서의 가치 유지를 위해서, 생산량도 일부러 딱 필요한 만큼만 매우 적게 조절한다.

사람이 먹는 쌀도 출하하지만 국군 장병, 저소득층 무상 제공 같은 형식이다.

그래서 이 역시 매출은 없고, 오히려 배송에 비용만 든다.

수영농장의 국내매출에서 가장 큰 무기는 바로 황비버섯과 송이버섯이다.

-마스터, 두 버섯의 국내 월 매출이 2,000억 원을 돌파했습니다.

월 2,000억.

일 년이면 2조 4,000억 원이다.

-그중 절반 이상이 효원식품 덕분에 발생하고 있습니다.

"그 정도야?"

효원식품.

장효주의 친한 여배우 언니인 주효정이 물려받은 식품회사다.

하수영과의 거래로 황비라면과 황비버섯, 송이버섯 등을 동남아시아에 수출하고 있다.

-최근 베트남 매출이 급격히 증가 했습니다. 아무래도 베트남의 내수수요만은 아닌 듯합니다.

"그럼 뭐냐?"

-중국 업체들이 한국 수입이 막히자 베트남에서 우회해서 수입하는 모양입니다.

중국은 한국산 물품 수입을 막았다.

덕분에 한 업체는 황비라면의 수입을 눈물을 머금고 포기하기도 했다.

"그런데 그렇게 해도 괜찮지 않을 텐데. 걸리면 똑같이 사형 아닌가?"

-프라임컴퍼니 공장에서는 황비라 면의 면발과 분말스프, 버섯건더기를 투명 진공비닐로 개별 포장해서 효원식품에 제공합니다.

"아, 그거 가지고 베트남에서 다시 베트남어 찍힌 겉포장으로 감싸는 거네."

-네, 그렇게 베트남산 라면으로 분장시킨 후 중국으로 다시 들여가는거 같습니다.

"흐음, 열심히 머리 쓴다."

-저번에 19억 개의 납품을 포기한 중국 업체가 베트남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월 25억분량의 라면이 만들어지는데, 그중 15억 개가 베트남으로 흘러들어 가고 있습니다.

"국내 수요는 6억 개 정도지?"

-그랬는데 최근에는 많이 줄었습니다. 하우스플러스 19억 개 증정행사 때문으로 추정되며, 조만간 다시 6억 대로 회복될 것으로 보입니다.

효원식품의 마진율은 그리 높지 않을 것이다.

유통이다 보니 1조 원의 매출을 올려도 한 100억 정도나 남을까 싶다.

반면 수영농장의 매출은 곧바로 실수익으로 연결된다.

작물을 팔아서 발생한 매출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농작물이다 보니 소득세도 전혀 없다.

"중국 대단하네. 우리 라면 인기 많다곤 들었지만 한 달에 15억 개나 팔리다니."

심지어 중국에 파는 라면은 가격이 5,000원가량 된다.

-원래 정상거래를 할 때는 이보다 훨씬 많이 팔렸습니다. 무역 단속을 피해서 움직이다 보니 물량이 줄어든 겁니다.

"라면 공장도 더 크게 확장해야겠구나."

-수영레스토랑이 미국에서 잘나가다 보니, 나노소프트가 황비라면 수입에도 기웃거리고 있습니다.

"걔네는 왜 본업 놔두고 부업에만 갸웃거려? 윈드밀 업데이트는 매번 개판으로 하면서."

-그리고 나노소프트 발머 스틴 말입니다.

"아, 은퇴한 전직 CEO였던 그 사람?"

은퇴 이후 사내 매점에서 수영라면의 진가를 발견한 발머 스틴은, 현재 수영레스토랑 사업을 책임지고 있었다.

-이번에 나노소프트 요식프랜차이즈 사업부 총책임자로 승진했습니다.

"전직 CEO잖아? 그런데 그게 왜 승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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