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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갓-527화 (527/1,270)

프랜차이즈 갓 527화

132장 고기 카르텔(3)

수영레스토랑 본점.

업무를 마친 박태규가 조용히 방문했다.

곧 마감인데도 불구하고 빈자리가 없이 꽉 들어차 있다.

'이 정도면 점심, 저녁 시간에는 손님이 얼마나 많은 거야?'

본점 순수익은 대체 얼마나 될까, 하고 머릿속으로 암산하던 중 하수영을 발견했다.

"박 사장님."

"아, 회장님. 박태규입니다."

박태규는 하수영 앞에서 허리를 90도 가까이 접으며 정중히 인사했다.

식사 중이던 손님들 일부가 뭐야, 하는 얼굴로 쳐다본다.

"그렇게 과한 인사는 삼가주세요.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식사는 하셨나요?"

"저녁에 간단하게 했습니다."

"여기 앉아서 잠시만 기다리세요."

"네, 알겠습니다."

구석 테이블 자리에 앉아서 기다렸다.

가만히 보니 손님들은 그릇을 다 비웠는데도 일어날 생각을 않은 채 수다를 떨고 있었다.

'대형 단체 팀이 많이 왔나 본데?'

대부분 대형 단체 손님들인 듯싶었다.

테이블끼리 서로 자유롭게 오가면서 이야기를 하는 걸 보면.

잠시 후 하수영이 서빙복을 벗고 평상복 차림으로 나타나 앞에 앉았다.

"휴, 오늘도 정신이 없었네."

"손님이 정말 많은 거 같습니다."

"아, 전부 한 팀이에요."

"이 많은 손님들이 전부 한 팀이란 말씀이십니까?"

박태규는 화들짝 놀랐다.

적어도 300명은 넘어 보이는데, 이게 전부 한 팀이라니.

"드라마 스태프하고 출연자들이에요. 단역까지 전부 부르니까 숫자가 좀 되죠?"

"아, 드라마 촬영팀이군요."

박태규는 납득했다.

사실 하수영의 설명은 귀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저 사람들이 드라마 촬영팀이든 아니든, 자신이 알 게 뭔가.

"라면 나왔습니다. 맛있게 드세요."

웬 '예쁘장하고' 늘씬한 몸매의 여자가 라면과 김치, 젓가락과 물을 내려주었다.

'역시 수영레스토랑. 알바도 미모가 꽤 되는군.'

박태규는 괜히 자신이 흐뭇했다.

우리 뉴월드마트의 1대 지배주주(오너) 레스토랑이 이렇게 장사가 잘된다니.

그때 예쁘장한 알바가 하수영한테 말을 걸었다.

"수영 씨는 안 먹어요?"

"지금 이택진 주방장님이 제 것 만들고 있습니다."

"그것도 제가 가져올게요."

"무거워서 못 들 거예요. 놔두세요. 주방장님이 직접 가져올 테니까."

"알았어요. 이야기 잘 나눠요. 중요한 손님 같으신데."

"뉴월드마트 사장님이세요."

"어머, 직위가 높으신 분이네요. 사장님, 저도 앞으로 잘 부탁해요."

그러면서 여자는 눈웃음으로 인사했다.

얼떨결에 인사를 받아준 박태규는 속으로는 잔뜩 의아했다.

'알바가 사장님이라고 안 부르고 씨 붙여서 이름을 부른다니, 매장분위기가 참 편안한가 보군. 역시 회장님은 인자하시다.'

"알바생이 회장님을 친근하게 대하는 걸 보니, 가게 분위기가 얼마나 평화로운지 알 것 같습니다."

"네? 저분 직원 아닌데."

"아, 그렇습니까? 라면을 가져다주시기에 알바인 줄 알았습니다."

알바나 직원이 아니라면, 회장님의 지인인가?

"장효주 배우잖아요. 혹시 영화나 드라마 전혀 안 보시나요?"

"자, 장효주라고요!"

박태규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스스로도 황당하고 어처구니가 없었다.

그 역시 장효주를 무척 좋아하는 대한민국의 팬 중 하나다.

그런데 눈앞에서 장효주가 있었음에도, 알바로 오인을 했다니.

'이쁘장하군? 이쁘장하군? 이쁘장하군?'

자신이 코앞에서 그런 생각을 한 줄 알았다면, 장효주도 아마 기가 차지 않을까?

아니, 대한민국 어떤 사람이라도기가 찰 것이다.

눈이 잘못된 거 아니냐고.

'말도 안 돼. 내가 왜 그렇게 생각했지?'

평소에도 장효주가 무척 아름답다.

고 생각했고, 주관이든 객관이든 미모는 인정했다.

그런데 그냥 예쁘장하군, 하고 넘어갔다니.

'……그래! 바로 회장님 때문이었어!'

의아해하는 하수영의 얼굴을 보며, 박태규는 마침내 답을 깨달았다.

하수영이라는 이름의 존재감.

그를 바로 앞에 두고 있으니, 다른 것들이 제대로 보일 리가 없다.

장효주가 지닌 카리스마나 후광 따위도, 회장님 앞에서는 작아 보일 뿐이다.

적어도 자신에게 회장님은 그런 존재였다.

오늘 얼마나 하루 종일 회장님 생각만 하면서 보냈으며, 그런 설레는 마음으로 나온 것인데.

마음이 황금밭에 가 있으니, 다른 것들이 눈에 제대로 보일 리가.

'지금 제게는…… 당신만 보입니다! 회장님!'

아아, 나의 회장님!

톱여배우조차 대충 이쁘장하게 보이게 만드는 존재감이란.

"이야, 우리 박태규 사장님이 눈이 아주 높으시군요. 시야 자체가 일반사람들하고 달라요. 이건 좀 의외인데요?"

"감사합니다."

"자, 어서 들어요. 라면 다 불겠다."

잠시 후 하수영의 라면도 나왔다.

큼지막한 그릇 6개가 앞에 놓였고, 하수영은 아무렇지 않게 젓가락을 들었다.

식사는 하수영 쪽이 오히려 더 빨리 마쳤다.

박태규는 몰랐던 그의 왕성한 식욕에 마음속으로 감탄했다.

'역시 우리 회장님. 저 정도로 왕성하시니 젊은 나이에 그런 큰 성공을…….'

젓가락질 동작 하나하나에도 범상치 않은, 위대한 거인의 동력원이 느껴진다.

하수영이 먼저 말을 꺼냈다.

"농가에서 암소 매입하는 것 때문에 농식품부와 갈등이 좀 있었습니다."

"들었습니다. 한우 유통 물량 때문에 농식품부에서 암소 매입을 견제한다고요."

"나중에 수영목장이 커져서 내수시장 진출하더라도 다른 농가 피해 안가게 가격 올려서 받겠다고도 해줬는데, 바라는 게 너무 많아요."

"원래 정부 관료라는 것들이 다 그렇습니다. 기업가 입장에서는 힘듭니다."

"그래도 수입산 소고기를 대대적으로 풀어준 덕분에 이번에는 출하되는 암소의 90% 이상을 사들일 수 있었습니다."

"90%나요!"

박태규는 자기 일처럼 반색했다.

요즘 하수영은 출하되는 암소의 50% 정도만 사들이고 있다. 농식품부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90%나 쓸어 담았다니.

"참, 저야 소를 쓸어 담아서 좋지만 마트 쪽은 손해를 봤겠어요. 할인행사 하는 것도 다 프로모션 비용이잖아요."

수입산 소고기를 떨이로 팔았으니, 그 손실은 당연히 마트 측이 부담한다.

"회장님께 도움이 돼드렸다면 그 정도 프로모션이야 문제 될 게 없습니다. 부회장님도 그렇게 생각하고 계십니다."

"황태진 부회장님은 한우 물량 부족을 이용해서 새로운 수요를 뚫어 볼 마음만 있었을 텐데요."

하수영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박태규를 지그시 바라봤다.

'결과적으로 농식품부를  견제한건, 네 생각이지 않아?' 라는 의도가 담긴 시선이다.

박태규에게 그 시선은, 다른 어떤 예쁜 여자의 것보다 짜릿하게만 느껴졌다.

"돼지고기, 닭고기 유통에도 조만간 부족현상이 생길 수 있습니다."

하수영의 말에, 박태규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지금 자신은 시장을 좌지우지하는 이가 건네는 고급 정보를 들었다.

"수영목장 덩치를 키우는 이유는 아시죠?"

"네, 미국 수출까지 고려하셔서 먼저 덩치를 키우는 거라고 들었습니다."

"미국 파트너가 돼지고기와 닭고기도 맛보더니 미국에 꼭 수출하고 싶다고 하더군요."

박태규도 그 파트너가 누구인지는 알고 있다.

비프스 캘론,

미국 최고의 축산재벌이자, 동시에 대형 농지를 지닌 곡물업자.

육류와 그 사료를 동시에 쥐고 있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하수영과 비슷하다.

"그래서 이번에 돼지사육도 묶어서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그렇군요. 돼지고기까지…… 그런데 돼지들은 소와는 달리 볏짚을 먹지 않을 텐데요."

수영농장산 볏짚을 먹은 소들의 고기 맛이 뛰어나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러나 돼지는 소와 먹이가 다르다.

무엇이 비프스 캘론의 마음을 사로잡았을까?

"원래 닭 먹이로 콩을 키웠습니다. 수영치킨 맛은 고유의 기름으로 튀기는 것도 있지만, 닭 자체가 좋은 먹이를 먹고 자란 덕도 있죠."

"아, 그 콩으로 돼지를 먹여 키우시려는 거군요."

"네, 계산을 해보니까 생산성은 충분한 거 같더라고요."

돼지와 닭 사육도 확정적이라는 것이다.

결국 인간이 가장 즐겨 먹는 육류셋을 모두 취급한다는 것.

미국 수출이 주목적이라고는 하지만, 결국 국내시장에도 풀리게 될 것이다.

'다른 사람이었다면 국내 다른 농가들이 다 망하겠지. 하지만 하수영회장님이라면…….'

스스로 소고기에 페널티를 부과해서 소 농가들을 배려한 것처럼.

돼지축산업자와 양계업자들도 어떤 식으로든 배려를 해줄 것이다.

"미국 수출이야 비프스 캘론이 한다지만, 국내 유통은 따로 맡아줄 사람이 필요해요."

"……!"

박태규는 가슴이 세차게 쿵쿵거렸다.

바보가 아닌 이상, 이제부터 하수영이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알 수 있었다.

"원래 프라임유통에 맡기려고 했었는데, 거기는 이미 수영농장 작물을 운송하는 것에 특화돼 있어서요. 업무를 더 확장하기에는 과부하도 심하고요."

"그럼 수영마트에……."

"수영마트는 지점 하나만 있는 일개 마트죠. 육류 유통을 본격적으로 하기에는 성격이 안 맞습니다."

박태규가 몰라서 꺼낸 말이 아니었다.

바로 뉴월드마트란 이름을 언급하기가 민망하니, 모기업인 수영마트를 꺼낸 것이다.

(뉴월드마트의 51%를 수영마트가, 수영마트의 100%를 하수영이 갖고 있음)

"육류 유통 전문 업체를 하나 새로 만들어서 진행을 했으면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그 정도는 하우스플러스 유통부서 급에서도 핸들링할 수 있을 겁니다."

"에이, 국내 유통으로 일단 시작하는 거지, 언제까지 국내 유통만 할건 아니잖아요?"

"예? 미국 수출은 비프스 캘론 사장님이 도맡아서 책임지시는 거……. 아!"

"미국 외에 다른 나라들도 많이 있죠. 쉽게 말해 미국을 제외한, 우리 나라를 포함한 여러 나라들 유통을 진행할 업체를 하나 만들어야 될 거 같아요."

이렇게까지 말을 했는데 받지 않는다면 눈치가 없다고 어필하는 것뿐이다.

"맡겨만 주신다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괜찮겠어요? 황태진 부회장님을 정말 오래 모셨을 텐데."

"부회장님도 이해하실 겁니다."

이해는 개뿔.

마트 사장으로 열심히 일해줘야 할 측근 하나가 독립을 한다는데, 좋아할 리가 없다.

평생 황씨 일가를 위해서 살았고 황태진을 주인으로 모셨다.

죽는 그 날까지 황태진의 그늘에서 안락하게 살다가 갈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박태규는 그런 미래는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좋습니다. 그럼 박 사장님을 믿고 맡길게요. 아, 당분간은 뉴월드마트사장으로 지내면서 구상하고 있어요."

"예,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언제든지 불러만 주십시오."

벌써부터 어떻게 유통을 풀어나갈지 수십 가지 구상안이 떠오르고 있었다.

"참, 수영참치 유통도 맡아야 합니다."

"네, 알겠습니다! 아, 혹시 해운대 펜션 제공 용도로 운영하는 양식장을 크게 확대하실 생각은 없으십니까?"

"생각을 안 해본 건 아닌데, 해줄만한 사람이 마땅히 없어서 미루고 있었죠."

참치 및 다른 어종들 양식장을 운영하는 박영식은 양식업자이지, 유통에는 아는 게 전혀 없다.

"제가 그것까지 묶어서 해보겠습니다. 국내 시장은 물론이고 해외까지 책임지고 진행하겠습니다."

"오, 좋습니다. 그전까지는 황태진 부회장님 앞에서 티 내지 말고 있어요."

"네, 알겠습니다."

"나중에 혹시 부회장님이 갈구면 숨기지 말고 나한테 전부 말씀하시고요."

"예, 회장님."

대한민국에 유통되는 소, 돼지, 닭, 참치, 그리고 양식어들을 좌지우지하는 자신의 모습.

그런 미래를 상상하자, 박태규는 젊은 시절로 돌아간 듯 온몸에 활력이 돌았다.

"그런데 장효주 배우 사인은 정말 필요 없어요? 원하시면 제가 대신 말해주려고 했는데."

"아, 갖고 싶습니다. 오랜 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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