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랜차이즈 갓-525화 (525/1,270)

프랜차이즈 갓 525화

132장 고기 카르텔(1)

하수영은 로한에게 집 키 하나를 내주었다.

다시 아버지를 찾아 떠날 녀석이지만, 간만에 오래전 전생 인연을 만나니 반가웠다.

가이드를 위해 프리덤 단말기도 하나 붙여주고 참치도 먹인 뒤 내보냈다.

그가 통참치 두 마리를 순식간에 먹어치우고 떠난 뒤, 주방장이 질렸다는 듯이 물었다.

"저분 뭐죠? 무슨 먹방 유튜버 그런 분인가요?"

"옛날에 다녔던 회사 막내였는데, 우리 회사가 원래 대식가들 많았습니다. 저만 봐도 그렇잖아요."

"사장님보다 훨씬 더 많이 드시는거 같던데…… 사람이 정말 저렇게 많이 먹을 수 있는 건가요? 물리적으로 가능해요?"

"저 없을 때 오더라도 달라는 대로 다 주세요. 청구서는 저한테 날리시면 됩니다."

"아, 네. 알겠습니다."

***

미국에서 비프스 캘론이 찾아왔다.

안살린의 소개로 알게 된, 미국 최대의 축산업 재벌.

그는 수영목장의 소고기를 하루빨리 미국에 유통하고 싶어 안달이 나 있었다.

청담동 저택을 방문한 그는 한옥에서 함께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제 소는 5만 마리를 확보했습니다. 아직 본격적인 유통을 하려면 멀었습니다."

하수영의 대답에 비프스 캘론은 숨기지 않고 안타까운 감정을 드러냈다.

"겨우 5만 마리라니……."

"그래도 30만 마리는 되어야 미국전역에서 유통을 개시해 볼 수 있지 않을까요?"

비프스 캘론이 준비한 것은 초반부터 물량으로 밀어치는 것.

미국 전역에 수영한우를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밀어붙여 단숨에 브랜드인지도를 쓸어 담는다.

그러기 위해서는 충분한 머릿수가 필요하다.

"미스터 하, 우리 그럼 이렇게 합시다."

"작은 것부터 시작하자는 건가요?"

"그래요, 계획 변경입니다. 몇몇 거 점을 미리 확실히 장악한 후, 머릿수가 충분히 확보되면 전국으로 규모를 키우죠."

"저야 미국 유통에 관해서는 전적으로 캘론 사장님의 뜻을 존중하죠."

"그럼 캘리포니아부터 시작하겠습니다. 당장 출하 가능한 머릿수는 얼마나 됩니까?"

"어디 보자…… 암소 800마리 정도를 출하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정말 소소한 양이군요. 한국인들은 혹시 소고기를 싫어합니까?"

"대체로 좋아하던데요. 흑심을 전달할 때 주로 사용하는 미끼입니다."

그렇게 800마리를 출하하기로 결정했고, 목장사장 최진국은 곧바로 소를 도축장으로 보냈다.

비프스 캘론은 하수영과 함께 도축장으로 달려가서 먼저 도축 시설을 둘러봤다.

"오호, 매우 깔끔하고 위생적이군요."

"도축장은 위생이 정말 중요하죠. 그래서 특별히 신경을 좀 썼습니다."

"아니, 그런데 도축장에 웬 로봇들이 돌아다니는 겁니까?"

비프스 캘론은 여기저기에서 보이는 바퀴보행형 로봇들을 보고 황당해했다.

"위생관리로봇들입니다. 미생물과 오염물질 수치 등을 스캔해서 소독을 하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허어……."

비프스 캘론은 놀랍다는 듯 혀를 타면서도, 눈빛에는 탐이 난다는 감정을 드러냈다.

"이거, 한국의 소고기가 왜 비싼지 이제야 알 것 같습니다."

"……!"

뒤를 따르던 최진국은 프리덤(pro 버전, 비매품)의 실시간 통역을 듣고 눈을 부릅떴다.

'아닙니다! 그런 게 아니라고요!

"이 첨단 도축 시설, 위생을 철저히 하는 로봇들까지…… 당연히 소고기에 이 가격이 반영될 수밖에 없겠지요."

"그래도 비용 반영은 최대한 적게 하고 있습니다. 소고기가 너무 비싸지면 팔기 힘들잖아요."

"도축장 운영 수익은 거의 0에 가깝겠군요. 저도 이런 시설을 도입하고 싶습니다. 저 로봇들은 대당 얼마쯤 합니까?"

"위생로봇들은 보통 500만 달러이상 합니다."

"와우, 생각보다 비싸군요. 그런 로봇들이 한두 대도 아니고 저렇게 많다니, 이 도축장 짓는 데 돈이 정말 많이 들었겠습니다."

"작물 판 돈 열심히 쏟아부었죠, 하하."

도축장을 둘러보는데, 농식품부에서 나온 공무원들과 맞닥뜨렸다.

시설운영감독을 위해 나온 정기관찰이라고 했다.

(도축장은 정부의 관리감독을 받는다)

"하수영 회장님, 안녕하십니까. 양흥명 과장입니다."

"오랜만이네요. 그런데 식량정책국식량정책과장님이 일개 도축장 현장감독까지 합니까?"

"이것 역시 농식품부의 업무인데 누가 하면 어떻겠습니까, 하하……."

사실은 하수영이 미국 바이어와 함께 도축장을 방문한다는 소식을 듣고, 농식품부에서 부랴부랴 사람을 바꾼 것이다.

"여기 이분은 비프스 캘론 사장님입니다. 사장님, 여기 이분은 농식품부 양흥명 과장님입니다."

"반갑습니다. 비프스 캘론입니다."

양흥명 과장은 웃는 얼굴로 악수를 하면서, 상대가 어떤 사람인지 속으로 열심히 생각했다.

"미국에서 축산업을 크게 하시는 분입니다."

"축산업이라고요?"

"네, 그래서 미국 육류 유통망은 거의 꽉 잡고 있으신 분이죠. 수영한우의 미국 수출을 맡아주실 파트너입니다."

"오오, 그렇군요."

미국의 축산업자라면 한국의 축산농가와는 규모 자체가 다르다.

심지어 해외 육류를 수입해서 자국에 직접 유통까지 하겠다니.

이 정도면 한국의 어지간한 기업사장님들은 명함도 내밀기 힘들 것이다.

"아, 그리고 코류드사(社)의 오너이시기도 합니다."

"코, 코류드사 오너시라고요!"

양흥명 과장은 하얗게 질렸다.

그가 모를 수 없는 이름이었다.

한때 한국의 배합사료 원료를 좌지 우지하던 곡물 기업이었으니까.

코류드사의 콩과 옥수수가 없으면 한국에서 가축을 키우지 못한다는 말도 있을 정도였으니.

"축산업 오너라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그 말에는 비프스 캘론이 설명했다.

"축산업을 하려다 보면 가축 먹이 때문에 종종 곤란을 겪게 되더군요. 그래서 내 가축들에게 먹일 사료는 내가 직접 만들자는 생각에 곡물회사를 만들었습니다."

"……."

"아, 그러고 보니 한국에도 제 회사의 가축사료가 수출된다고 언뜻들은 거 같습니다만, 맞나? 아닌가?"

비프스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지 끙끙대다가 수행비서에게 물었다.

"저도 그렇게 들은 적이 있는 거 같습니다. 아마 수출 규모가 작아서 인상에 깊이 남지 않는 듯합니다."

양흥명 과장은 가슴이 콩닥거렸다.

코류드사의 배합사료 원료 공급이 끊어진 것은 수영농장에서 사료용 곡물을 매우 싸게 공급하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비프스 캘론은 그로 인해 저도 모르는 사이에 피해를 본 셈.

그런데 정작 하수영과 비프스 캘론은 그걸 모르거나, 알았어도 별로 상관없을 것 같다.

"양 과장님, 그럼 고생하십시오."

"네, 회장님. 감사합니다."

농식품부 직원들과 헤어진 후, 하수영과 비프스 캘론은 도축 과정을 끝까지 지켜보았다.

해체를 마친 거대한 육류가 대형 냉동고에 차곡차곡 들어가는 것까지 만족스럽게 봤다.

"그러고 보니 도살 과정 자체는 제가 직접 보지 못했군요."

"오늘은 더 이상 도살 일정이 없으니, 다음에 기회가 되면 보시죠."

"아쉽군요. 괜찮습니다. 도축설비와 위생관리가 이 정도인데, 도살도 가축의 스트레스와 고통을 최소화했을 테지요."

최소화한 정도가 아니라 전혀 없다.

가축들은 넓은 목장뜰에 산책을 나온 줄 알고 편히 쉬다가 죽는다.

펄스 발사기, 대항성병기를 다운그레이드해서 만든 도축장치 덕분이다.

도살목표만을 정확히 식별하여 편안히 잠이 들게 한 후, 중추신경을 파괴하여 안락하게 죽이는 도살장비끝판왕.

물론 농식품부는 펄스 발사기의 존재를 모른다.

그냥 전통적인 방법으로 도축을 하는 줄 알고 있다.

최진국 역시 신기술 도축장치라고만 알고 비밀을 유지할 뿐이다.

행성 잡는 총으로 가축을 잡는 곳.

그게 바로 수영목장이다.

***

비프스 캘론은 그 자리에서 800마리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

그는 마진 협상을 깐깐하게 굴지 않고 후하게 처리했다.

"모든 미국 기업들이 래플처럼 마진만을 사랑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하."

"첫 화물이니만큼 운송은 제가 담당하죠."

"아닙니다. 그러실 필요까지는 없습니다."

"항공편으로 보내려고 그렇습니다."

"예? 항공편이라고요?"

비프스 캘론은 눈을 크게 뜨며 놀랐다.

냉동컨테이너를 해상운송이 아니라 항공운송으로 보내면 당연히 가격이 뛰어오른다. 그래서 육류는 당연히 화물선으로 보내는 것인데…….

"미국 현지 반응이 어떤지 저도 빨리 보고 싶어서요. 시간은 금이지 않습니까? 항공 비용은 제가 부담하겠습니다."

"허어, 그렇다면 다시 계약을 합시다. 저도 이번 800마리에 관해서는 마진 제로로 진행을 해야 면목이 설거 같군요."

그렇게 두 남자는 쿨하게 계약서를 다시 썼다.

비프스 캘론은 그래도 미안한 마음이 있었다.

'우리는 마진 제로라지만, 미스터하는 마진 마이너스인데…….'

반드시 캘리포니아에서 큰 불을 지펴야 할 것 같은 사명감이 생겼다.

"수영농장에서 소 외에 다른 가축은 키우지 않습니까?"

"소소하게 돼지 정도는 키우는데 수출은커녕 국내시장에도 못 넣는 물량입니다. 그냥 식구들끼리 잔치나 벌이는 정도지요."

"저런."

"닭은 어떠십니까? 직접 하는 것은 아니지만, 제가 양계산업에서 손이 조금 크거든요."

최진국의 양계장은 하수영이 아니라 본인 것이다.

목장 소유주가 하수영이고 최진국은 월급사장인 것과는 경우가 다르다.

하지만 최진국의 양계장에서 나오는 모든 닭은 수영치킨에서 구매한다.

또 최진국은 수영농장산 콩을 닭사료로 사용한다.

이래저래 하수영한테 귀속된 것이나 마찬가지.

"오, 역시 양계업의 큰손이셨군요. 소만 취급하는 것은 당연히 말이 안되죠."

"마침 우리 최진국 사장님이 양계 장을 운영하고 있어서요."

"가봅시다."

비프스 캘론은 양계장을 방문했고, 닭고기를 맛보고는 감격했다.

"정말 맛있는 닭이군요. 이 닭도 미국에서 잘 팔릴 겁니다. 같이 수출을 해보는 게 어떻습니까?"

"한 번 이야기해 보죠. 최진국 사장님?"

하수영이 돌아보자 최진국은 당황했다.

"예? 설마 이거 제가 이야기를 해야 되는 겁니까?"

"이 양계장이 제 것은 아니잖아요."

"미스터 최, 우리 한 번 같이 해봅시다. 이 닭고기, 분명히 미국에서 먹힙니다."

그렇게 최진국은 얼떨떨한 기분으로 미국 최대 축산재벌과 닭고기 대미 수출 계약을 맺었다.

"그럼 양계장을 크게 키우셔야 될테니까, 닭 대금 나머지 1,400억을 지금 미리 드릴까요?"

"아! 그래주시면 사업 확장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닭 1억 마리를 총 1,500억 원에 납품.

하수영은 선금으로 100억을 준 상태였고, 나머지 1,400억을 지금 준다고 하는 것이다.

"거보세요. 그때 그냥 1,500억 전부 받아서 양계장을 한 번에 키웠으면 그만큼 시간을 절약할 수 있었잖아요."

"그때는 제가 너무 부담스러워서…… 아무튼 감사합니다."

최진국이 심심풀이로 키운다는 돼지고기를 맛본 비프스 캘론은 흥분해서 당장 돼지고기도 수출하자며 나섰다.

"반드시 미국인들에게 이 돼지 고기를 먹이고 싶습니다!"

돼지사육은 최진국이 관리하는 수영목장에서 진행하기로 하고, 하수영과 계약을 맺었다.

만족스러운 계약을 마친 비프스 캘론은 서해호텔에서 김효산 주방장의 요리까지 맛봤다.

"그레이트! 딜리셔스! 뷰티풀!"

골든 트러플이 장식된 수영농장산구운 송이버섯이 곁들여진 수영한우스테이크.

심지어 엘릭서 고춧가루까지 뿌려 신의 맛을 가미했다.

"내 평생 이런 요리는 단 한 번도 먹어본 적이 없습니다! 이건 정말 신들의 만찬이로군요! 아아, 내일부터 이제 어떻게 매번 인간의 음식을 고통스럽게 먹으며 살아가야 할까요……."

"청담동에 싸게 월세 하나 드릴 테니 자주 놀러 오세요."

"이 스테이크를 먹기 위해서라면 일주일에 세 번씩 왕복할 수도 있습니다."

***

비프스 캘론이 대만족을 하고 떠난지 며칠이 지났다.

그룹에서 버림받은 황태자, 뉴월드마트 부회장 황태진은 보고를 받았다.

"뭐야? 이번 달 들어오는 한우 양이 왜 이거밖에 안 돼?"

"부회장님, 지금 시중에 한우가 씨가 말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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