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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갓-519화 (519/1,270)

프랜차이즈 갓 519화

130장 청담 스코프(2)

왕세경 회장은 갑자기 영상이 끊기고 시커먼 화면만 나오자 투덜거리며 서준식에게 눈을 돌렸다.

"준식이, 지금 영상에 문제가 있나 보이…… 응? 자네, 뭐하는가?"

왕세경 회장은 의아했다.

지금 서준식은 두 주먹을 불끈 쥔 채, 어딘가를 노려보는 듯한 자세로 바르르 떨었다.

잠시 후에 무언가를 찾는 듯이 이리저리 고개를 휙휙 돌린다.

허공을 더듬는 그 모습은 분명 무언가를 눈으로 훑는 것이었다.

"준식이?"

왕세경은 조심스럽게 불렀지만, 서 준식은 전혀 반응하지 않았다.

뒤를 뚫어져라 돌아보는 자세 그대로, 모든 것이 멈춰 있다.

갑자기 두 눈에서 눈물이 주르륵흐른다.

"준식이? 준식이? 자네……?"

걱정이 깊어진 왕세경은 손을 뻗다.

가 아차 싶어서 멈췄다.

'누가 갑자기 만지면 놀라서 당황한다고 했지.'

만지기 전에 미리 말을 해달라고 했던 이야기가 생각난 왕세경은 얼른 멈췄다.

그 와중에도 서준식은 몸을 부르르떨면서 거의 흐느끼듯이 울고 있었다.

바로 그때였다.

"아, 이제 잘 나오네."

"몇 분 동안 뭔가 문제가 있었나 봐, 그치?"

"우와, 멋지다!"

다시 영상이 제대로 나오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왕세경은 대형스크린에 눈길을 주지 않았다.

지금 그의 걱정과 신경은 온통 울고 있는 서준식에게 향해 있었다.

"준식이? 준식이? 준식이……."

바로 그 순간 서준식이 오열하기 시작했다.

손으로 입을 틀어막은 채 몸을 말듯이 머리를 숙인 채다.

소리죽여 울며 모든 것을 잃어버린 듯한 상실감에 몸을 비틀어댄다.

어찌나 구슬프게 울던지, 주변에서 사람들이 하나둘씩 알아보고 쳐다보기 시작했다.

"저기요? 이분 괜찮으신 거예요?"

"괘, 괜찮으세요?"

"갑자기 왜 저렇게 우시는 거죠?"

그 순간 서준식이 손목에 차고 있는 의료워치에서 삑삑거리며 요란한 경고음이 울렸다.

그 경고음이 무엇을 뜻하는지 잘 아는 왕세경은 사색이 돼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주변을 돌아보며 외쳤다.

"의료진! 의료진! 지금 여기 심장발작 환자요! 심장 발작!"

"비켜주세요! 비켜주세요!"

위태로워 보이지만 여기는 병원.

불과 몇 미터 떨어진 곳에 앉아 있던 의사들이 후다닥 달려와서 서준식의 상태를 살폈다.

30초도 채 되지 않아 제세동기, 들것, 이동형 침실 등 의료장비들이 도착했다.

"일단 응급실로!"

의료진은 서준식을 이동형 침실에 눕힌 채 응급실로 달렸다.

왕세경은 우주쇼 관람도 뒤로한 채, 의료진을 쫓아 응급실 앞까지 달렸다.

덕분에 수행비서만 기겁했다.

"회장님! 그렇게 뛰시면 안 됩니다!"

"괜찮다! 수영병원에서 내 심장은 절대 부서지지 않는다!"

***

"준식이, 정신이 드나?"

눈을 떴을 때, 낯선 천장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서준식을 반긴 것은 익숙한 어둠이었다.

지금까지는 어둠인지도 몰랐던.

하지만 놀랍도록 찬란한 빛을 경험하고 난 지금, 평생 자신과 함께해온 저것이 어둠이라고 불리는 것을 알았다.

사람들이 말하던 어둠이 무엇인지, 이제는 그들의 입장에서 바라볼 수 있었다.

그만큼 우주에서 바라보던 혜성, 그리고 지구의 모습은 눈이 부셨으니까.

자신이 태어난 이 별이, 그렇게 아름다운 땅인 줄 몰랐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본 풍경이 하필 그토록 아름다운 모습이라는 것.

그것은 다시 암흑에 잠긴 지금, 차라리 불행이었다.

"준식이? 자네, 우나?"

서준식은 꼭꼭 소리 내어 흐느꼈다.

지금은 그저 울고만 싶었다. 아니, 눈물 밖에는 나오지 않았다.

항상 좋아하던 수학은 지금 전혀 위로가 되지 않았다.

미칠 듯한 질투와 상실감을 견딜 수 없었다.

빛, 그렇게나 아름다운 것.

다른 사람들은 그것을 항상, 언제 든, 일 년 내내 자유롭게 누리고 있었단 말인가.

'왜 나만! 왜 나만! 왜 나만!'

"회장님……."

우겨 넣은 듯한 목소리가 힘들게 흘러나왔다.

왕세경은 반색을 하며 물었다.

"준식이 자네, 이제 말할 기운이 드나?"

"빛…… 빛을 봤습니다."

"뭐라고? 그게 무슨 소린가?"

서준식은 다시 한번 울음을 터뜨렸다.

"빛을 봤습니다. 보고 나니 알 수 있었어요. 제가 갇힌 어둠이 무엇인지를요."

-이럴 수가.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하지?

프리덤은 옆에서 전부 들었다.

서준식과 왕세경의 단말기를 통해서.

덕분에 프리덤은 서준식한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대번에 깨달았다.

"으음…… 그렇단 말이지."

왕세경은 서준식의 설명에 무척 당혹스러워하는 눈치였다.

그의 상식에서는 믿어지지 않는 일이었으니.

하지만 서준식의 자세한 묘사와 설명을 듣고 나니, 무언가 짚이는 바가 있었다.

왕세경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어이, 프리덤아. 넌 어떻게 생각하느냐?"

-예? 저 말씀이십니까?

"너 말투가 갑자기 왜 그러냐? 무슨 딴청 부리다가 들킨 사람마냥? 너 기계잖냐?"

-딴청 부리지 않았습니다. 죄송합니다.

프리덤은 플러그 꼽히고 나서 처음으로 큰 위기감을 느꼈다.

"아무튼 다 들었을 거 아니냐? 한번 설명해 봐라."

-글쎄요.

-마스터! 마스터! 비상입니다! 아니, 지금 뭐하시는데 대답 안 해주세요! 마스터! 마스터!

-아마 잠시 꿈을 꾸거나 환각을 본 게 아닐까요? 심장 발작으로 인한 정신적 착란 상태에서는 그럴 가능성이 있습니다.

왕세경은 어이가 없다는 듯이 피식거렸다.

"얌마, 한 번도 세상 구경을 못 해본 애가 어떻게 그런 환각을 보냐? 그런 꿈을 꾸고?"

-…….

"후천적 맹인들이야 꿈에서 풍경도 보고 환각도 보고 그런다지만, 준식이 이 친구는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어."

-…….

"아까 준식이가 아무 말도 없이 멍해 있었을 때하고, 갑자기 화면이 안 나오던 때하고, 같은 시간이었지?"

프리덤은 정당한 질문에 거짓말을 할 수 없다.

-네, 그렇습니다.

"그리고 화면이 다시 나오자마자 준식이가 갑자기 크게 울었던 것도 맞지?"

-……그렇습니다.

"이거 말도 안 되는 공상이지만, 준식이가 그 잠깐 동안 혜성쇼를 혼자만 봤던 거라고 생각되는데, 네 생각은 어떠냐?"

이번에는 프리덤도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었다.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가능성을 고려할 수 없습니다.

"아! 안 된다고만 하지 말고 네놈생각을 말해보라니까!"

-권한을 벗어난 질문입니다.

"이놈 시키가!"

의료진도 서준식의 설명을 자세히 들었지만, 크게 개의치 않았다.

"선천적 시각장애인이 꿈에서 영상을 겪는 경험은 없는데…… 관련 사례가 있나 한 번 찾아봐야겠어요."

"정말 어려서 단 한 번도 빛을 본적이 없는 게 맞으신 거죠?"

거듭되는 질문에 서준식은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틀림없어요! 정말 생생하고 선명했다고요! 아, 그게 선명하다는 거 맞죠? 그렇죠?"

의료진들도 난감했다.

"묘사를 하는 걸 보면 오늘 그 혜성이 맞는 거 같은데……."

"하지만 색을 제대로 설명 못 했잖아요."

"색이 뭔지도 모르는 사람인데, 처음으로 색을 봤다고 그걸 제대로 설명할 수 있겠어?"

"아, 그렇겠군요."

"형체 정도야 설명할 수 있겠지. 네모나거나 둥글거나 긴 것은 촉각으로 이미 인지하고 있으니까."

"뭘까요? 그럼 정말 영상이 끊긴 그 순간, 혼자서만 그 영상을 본 걸까요?"

"말이 돼? 컴퓨터에서 빔 프로젝터 170대로 쏜 영상신호가 길을 잘못 찾아서 서준식 씨 시각중추신경에 동기화라도 되지 않는 이상……."

"……."

"……."

"아냐, 아냐. 다들 그런 표정 짓지 마. 말도 안 되는 일이잖아?"

"하지만 하필 서준식 씨가 묘사한 그 모습이 혜성의 모습하고 똑같았어요. 영상 끊긴 바로 그 순간이요."

"혜성쇼 관람 자리에서 의식에 이상이 생긴 거니까 그런 환각을 본 거겠지."

"한 번도 혜성이나 지구를 본 적이 없는 사람인데요? 그렇게 생생한 묘사를 할 수 있다고요?"

그때 노트북을 두드리던 레지던트 한 명이 호들갑을 떨며 외쳤다.

"아! 저 지금 나사 영상 찾아봤는데요. 여기 360도 VR모드인데, 마우스로 화면 돌려가면서 볼 수 있거든요?"

"그래서?"

"여기서 이렇게 돌리니까 혜성을 바라보다가 지구가 바로 보이는데, 이거 왠지 서준식 씨가 설명한 것과 비슷하지 않아요?"

"……."

"……."

"완전히 똑같은 거 같은데."

안과 교수는 허허 웃으면서 손사래를 쳤다.

"아니야, 너희들 그러지 마."

"교수님."

"무선 영상신호가 어떻게 시각중추에 전송될 수 있어? 불가능해. 말도안 돼."

"하지만."

"야, 전송이 됐다고 치자. 그래 봐야 0과 1로 이뤄진 패킷 덩어리야. 이걸 인간의 시각중추가 어떻게 해독해서 영상으로 인지할 수 있겠어? 서로 해독코드가 전혀 다른데."

"……."

"……"

"말도 안 되는 공상이야. 서준식 씨가 정신착란에 빠졌다, 그게 너무 절묘하게 실제 상황과 맞아떨어졌다. 이게 가장 확실해."

서준식이 울 듯이 외쳤다.

"아닙니다! 전 멀쩡했어요! 절대 정신착란 같은 게 아니었다고요!"

"서준식 씨, 심정은 이해하지만……."

"당신들이 어떻게 날 이해합니까! 평생 암흑이 뭔지도 몰랐는데! 이제 다시 암흑을 보게 됐는데!"

"서준식 씨! 진정해요!"

"진정제 투여해! 어서!"

"암흑, 암흑! 암흑이 싫어요! 나도 당신들처럼, 회장님처럼 빛을 보고 싶습니다! 이렇게 살 수는 없어! 이렇게 못 살아! 제발, 제발……."

맥박이 미칠 듯이 요동을 쳤고, 의료진은 얼른 그를 진정시키려 노력했다.

바로 그때였다.

"보, 보여요! 보입니다! 보이고 있어요!"

"뭐, 뭐라고요?"

"그 혜성! 그 혜성이 다시 보이고 있어요!"

"말도 안 돼!"

의료진은 경악했다.

어느새 진정이 된 서준식은 다른 의미로 흥분해서 어딘가를 바라보고 있었다.

마치 그곳에서 지구를 스치는 혜성을 관찰하는 것처럼.

"진짭니까? 진짜 지금 혜성의 모습이 보입니까?"

"네! 혜성의 모습이 보여요! 혜성이, 아! 혜성이 곤두박질치고 있어요!"

"뭐라고요?"

"땅으로 떨어지고 있는 거 같아요!"

의료진은 빠르게 의견을 주고받았다.

"혜성이 땅으로 떨어질 리가 없으니, 역시 환각을 보고 있는 거네요."

"역시 그렇지? 무선 신호가 시각중 추에 자극을 줘서 영상을 인식하게 만들었다는 가정 자체가 애초에 말이 안 됐어."

"어? 교수님? 지금 나사 홈페이지 터지려고 해요! 으악! 혜성이 정말 땅으로 충돌하고 있나 봐요!"

"뭐야?"

"진짜예요! 속보 떴어요!"

레지던트는 얼른 TV를 켰고, 마침 혜성 관련 속보가 나오고 있었다.

[속보! 혜성, 돌연 궤도 변해!]

[북극 빙하산 충돌 가능성!]

"서준식 씨, 지금 보이는 모습은 어떻습니까?"

지금 이 순간, 의료진은 물론이고 왕세경도 나사 실시간 스트리밍 추락 영상을 함께 지켜봤다.

혜성은 속보 내용대로 북극 빙하산을 향해 떨어지고 있었다.

"저게 뭐지? 다른 지역보다 한참 밝고, 위로 튀어나온 지역이에요! 저기로 떨어지고 있어요!"

'한참 밝다? 위로 튀어나와? 하얀색? 빙하산!'

"부딪쳤어요! 지금!"

정확히 같은 타이밍에, 영상에서도 혜성이 빙하산에 추락하는 장면이 나왔다.

잠시 후 서준식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잔잔해졌어요. 조용해요. 아무 일도 없는 거 같아요."

[빙하산에 추락했으나 다행히 큰 충격파는 발생하지 않아.]

[기이하게도 북극해 쓰나미 걱정우려 없어.]

[혜성이 추락했는데 이렇게 잔잔할 수 있나? 거대 빙하산이 충격 흡수한 덕분?]

SNS에서는 난리가 났다.

저렇게 큰 혜성이 추락했는데 왜 지구가 멸망하지 않은 거냐.

외계인이 충격파라도 줄여준 거 아니냐.

빙하산에 고대의 유물 같은 거라도 있는 거냐.

등등 갑론을박이 펼쳐졌다.

하지만 지금 의료진은 멍한 눈으로 서준식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그가 울먹이며 말했다.

"이제…… 또 아무것도 안 보여요."

***

스위치 OFF.

하수영은 조용히 머리카락을 쓸어올렸다.

"일 났네, 이거."

-마스터! 역시 마스터가 세팅한 다중신호연결장치가 원인이었던 겁니까?

"그래, 이 공유기가 저 사람 시각중추에 자극을 주는 거다. 사람 두뇌가 읽을 수 있는 영상신호로 전환해서."

-그 말씀은……!

"내가 조금 과잉 코딩했나 보다. 아무튼 여기저기서 부품 사다가 만는 이 공유기에 카메라만 붙이고 시각중추 동기화 세팅만 하면……."

-시각장애인도 앞을 볼 수 있겠군요.

사과만 한 크기의 '사제 무선신호 송신기.'

원래는 농장 드론들을 제어하기 위해 부품을 사다가 만들고, 직접 프로그래밍까지 세팅한 것이다.

"이 1,500억짜리 공유기만 있으면,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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