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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갓-511화 (511/1,270)

프랜차이즈 갓 511화

129장 카르텔이 별거냐? (2)

주희도는 서해건설 인수 작전에 나섰다.

일단 서해그룹과 접촉하는 것은 지양했다.

서해그룹은 지금 하수영한테 좋은 마음이 전혀 없을 테니까.

회사를 싸게라도 넘기는 게 이익이지만, 오너 일가란 것들은 현실보다는 감정적인 판단을 우선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주희도는 서해그룹과 협상하는 대신, 서해건설의 채권자인 S 은행, 농협은행을 찾아갔다.

인수 의향이 있다는 말에 은행들은 반색했다.

"은행장님도 아시겠지만, 지금 서해건설은 그룹 차원에서 솥에 삶아지려 하는 상황입니다."

"잘 알지요. 그래서 우리도 이리 답답한 거 아니겠습니까."

채권자들이 눈을 시퍼렇게 뜨고 있는데도 회사를 청산하려고 하니.

이대로는 빌려준 돈만 전부 날리게 생겼다.

하지만 어디 가서 하소연을 할 수도 없었다.

지금 한국은 서해그룹이 검찰, 법원, 행정부까지 전부 꽉 잡고 있으니.

은행 차원에서 강력히 항의했다가는, 당장 서해그룹 장학생 검사들이 은행장 집을 압수수색한다고 들이닥칠 것이다.

물론 주희도는 은행장들이 죽는소리를 해도 눈 하나 꿈쩍하지 않았다.

"지금 서해건설이 진행 중인 공사들은 물산으로 넘긴다고 들었습니다. 쭉정이만 남기고 부도처리를 낼거라고요."

"그건 그렇지 않습니다."

"은행장님, 제가 이미 다 알아보고 왔습니다. 속이려고 하시면 이 거래, 파토 납니다."

"……."

"고철값도 못 받을 쭉정이지만 저희가 사서 제대로 잘 굴려보겠다는 겁니다."

S은행장은 한숨을 푹푹 내쉬며 물었다.

"……원하는 게 뭡니까?"

"1조 원에 사겠습니다. 대신 부채는 모두 털어주십시오."

"지금 서해건설이 지고 있는 부채가 3조 원이 넘는데, 그 무슨……!"

"어차피 폐업 처리하면 허공으로 다 사라질 것들 아니었습니까. 1조원이라도 건지시는 게 어디입니까?"

"……농협은행도 동의했습니까?"

"농협이야 흔쾌히 수락했죠."

S은행은 결국 주희도의 압박에 굴복했다.

만약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시, 하수영이 은행에서 돈을 빼버릴 것도 두려웠다.

지금 하수영이 S은행에 예치한 돈만 조 단위였으니. 빌딩 수집하려고 모아 놓은 돈이다.

그렇게 은행 채권단이 나서서 정부를 움직였고, 그 움직임은 이현덕부회장의 귀에도 들어갔다.

"하수영이 그 친구가 우리 건설을 인수하려고 한다고?"

"네, 은행채권단에 먼저 접촉을 한 모양입니다. 부채를 전액 탕감받기로 했습니다."

이현덕은 왠지 모르지만 불쾌했다.

하수영과 반도체로 직접 얽힌 것은 아니지만…….

'그놈이 정서진이한테 10조 원을 투자하지만 않았어도 이리 되진 않았을 텐데.'

"건설이 전자에 가진 공사대금 채권은 확실하게 정리했겠지?"

"예, 부회장님, 전자에 대해 남아 있는 채권은 깔끔하게 없앴습니다."

"좋아, 그럼 인수를 방해하진 말자고, 그래도 은행들도 차비 정도는 챙기게 해줘야지."

"자비로우신 결정이십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건설에 남아 있는 임직원들 잘 다 독여줘. 정보라인으로 쓸 수 있을 테니까."

"예, 부회장님."

오랫동안 서해그룹에 충성을 해온 임원들.

회사가 넘어간다 하더라도 그들의 마음이 변하진 않을 것이다.

임원까지 올라가면서 그들은 온갖 지저분한 것들을 몸에 묻혔고, 그룹은 그것들을 모조리 간직하고 있으니.

회사 주인이 바뀌더라도 여전히 서해그룹 일가에 충성을 할 것이다.

그렇게 생각했는데…….

"부회장님, 서해건설 기존 이사들이 전원 해임되었습니다!"

"뭐야? 해임이라고?"

"예. 프라임그룹에서 모두 잘랐습니다. 천웅철 사장 한 명만 남기고요."

이현덕은 당혹스러웠다.

아니, 회사를 인수하자마자 기존임원들을 전부 자른다고?

그럼 회사 상황이나 업무 같은 것은 어떻게 파악할 것이며, 당장 멈춰버린 회사를 무슨 재주로 다시 굴리려고?

"그리고 천웅철 사장을 제외한, 해임한 이사들 전원을 상대로 횡령배임 혐의로 고소했습니다."

"이것들이. 지금 우리와 한 번 해보자는 건가?"

이사들이 저지른 비리는 그룹 차원에서 연결이 되어 있다.

그들을 향해 칼을 뽑았다는 것은, 그룹을 향해 겨눈 것이나 마찬가지다.

"임원들만 자른 게 아닙니다. 부장 급도 2/3 이상이 쓸려나갔습니다. 인수하자마자 칼춤을 정말 거하게 춘 셈입니다."

"천웅철 사장은 대체 일을 어떻게 하고 있는 거야? 지금 당장 오라고 해! 어서!"

"네, 부회장님."

혹시 천웅철이 모르쇠로 나온다면 어떡하나, 하는 우려가 조금 있었다.

다행히도 천웅철은 부르자마자 한 달음에 뛰어왔다.

"부르셨습니까, 부회장님."

천웅철 사장은 자신보다 어린 이현덕 부회장 앞에서 언제나처럼 깍듯하게 머리를 숙였다.

그런 태도를 보고 이현덕은 마음이 풀렸다.

"천 사장, 이게 어떻게 된 겁니까? 지금 건설 새 주인이 기존 임원들을 모두 쫓아내고 고소했다고 들었습니다."

"네, 맞습니다."

"새 주인이 지금 우리와 한 번 싸워보자는 생각인가요? 임원들 비위를 캐서 그걸 빌미로 우리 멱살이라도 잡겠다는, 뭐 그런 뜻입니까?"

"그건 아닙니다. 그냥 새 술은 새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게 인수자 생각이었습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일견 납득이 가는 말에 이현덕은 마음이 조금 더 풀렸다.

"주희도라는 인수자 대리인이 회계 법인을 고용해서 재정 상황을 샅샅이 뒤졌습니다. 해임과 고소는 그 뒤에 이어진 조치고요. 주희도 그 친구도 그 이상 진행할 마음은 없다고 합니다."

"확실한 겁니까?"

"네, 부회장님. 그냥 못 본 척하시고 나중에 그 친구들 따로 챙겨주시면 될 거 같습니다."

그룹을 위해 몸에 오물을 묻힌 자들이다.

일자리를 잃었다고 아예 외면을 할 수는 없다.

그러면 다른 계열사 임원들도 더 이상 오물을 묻히려 하지 않을 테니까.

실적에 대한 보답은 확실해야 한다.

"알겠습니다. 난 또 새 인수자가 건설 약점 잡아서 그룹까지 노리려고 했나 싶었습니다."

"아이고, 절대 아닙니다. 그쪽도 건설을 싸게 샀다고 지금 좋아하고 있습니다."

"그래요?"

"네, 전자에 대한 공사대금채권이 없어진 건 그쪽도 굳이 언급하지 않습니다. 어차피 인수하면서 부채는 모조리 탕감했으니까요. 현금 1조원으로 건설인프라 통째로 얻었다고 좋아합니다."

"음…… 빌딩 신축을 자꾸 남에게만 맡기니까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나 봅니다?"

"네, 그런 것 같습니다. 당장 광진구 한강 재건축부터 건설을 투입할 모양입니다."

"부도 직전에서 살아나서 그런지 갑자기 일이 잘 풀리는군요. 아니면 주인이 바뀌어서 그런가?"

"아이고,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지금 그룹의 품에 안겨 있을 때보다 덩치가 엄청 쪼그라들었다고 다들 걱정이 태산입니다."

"천 사장, 비록 잠시 소속이 달라지긴 했지만 난 천 사장을 항상 우리 그룹 사람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럼요.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내 말 무슨 말인지 잘 알겠지요?"

나중에 챙겨줄 테니, 지금은 서해 건설에서 정보망 연락에 충실해라.

그런 의미가 담긴 말에, 천웅철은 씩씩한 표정으로 끄덕여 보였다.

"믿어 주십시오!"

그제야 마음이 완전히 풀린 이현덕은 여유가 생겼다.

"근데 천 사장부터 가장 먼저 날릴 줄 알았는데, 어떻게 자리를 보전한 겁니까?"

"저도 그럴 줄 알았습니다. 서해그룹 사장단이니까요. 그런데 저까지 날려 버리면 당장 회사가 굴러가지 못하니 어쩌지 못한 거 같습니다."

"음, 그럼 시한부일 수도 있겠군요."

"네, 사실상 시한부입니다. 저만큼은 그동안 모든 것을 눈감아줄 테니, 앞으로 새 경영진에 대한 경영인수인계에 충실하라고 했습니다."

"그래요?"

"아마 1년, 길이야 2년일 듯싶습니다."

"인수인계 제대로 안 해주면 천 사장도 다른 임원들처럼 만들겠다. 그거군요. 알았습니다. 인수인계 잘 하시고, 나중에 자리 만들어놓을 테니 그룹에서 다시 봅니다."

"예, 부회장님. 감사합니다."

건설이 날아간 것은 아쉽다.

알짜배기 사업들은 서해물산에 건 설사업부를 만들어 이전하긴 했다.

그러나 서해건설이 단독으로 존재할 때보다는, 훨씬 덩치가 작아진 것은 뼈아픈 사실.

그래도 공장 공사대금을 털어낸 것은, 서해전자에는 나름 호재였다.

'이제 전자에 집중하면 되겠군.'

보고서를 보니 한숨만 나온다.

SSD에 대대적으로 투자한 게 지금보니 뼈아팠다.

인터넷은 온통 옵테인 메모리를 찬 양하는 목소리밖에 보이지 않았다.

이현덕은 위기감을 느꼈다.

'D램은 절대 안 된다. D램까지 빼앗기면 물러날 데가 없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마이크론과 ADM, 윈텔의 수주만으로도 서진파운드리가 허덕인다는 점이다.

일단 시간은 크게 벌었다.

***

"덩치가 좀 줄어들긴 했지만, 원래 시가총액 6조 원 하던 회사를 1조원에 샀으니 이익입니다."

"부채는 잘 정리했지요?"

"네, 채권단과 협의해서 모두 탕감받았습니다. 은행도 이익입니다. 한 푼도 못 건질 거 1조 원이라도 건졌으니까요."

서해전자 반도체 공장 공사대금 채 권까지 없어진 것은 조금 아쉽다.

그걸 쥐고 있었으면 서해전자를 더욱 궁지에 몰 수 있었을 텐데.

하지만 서해그룹도 바보가 아닌 한, 자기들에게 피해를 줄 소지를 남겨둘 리가 없었다.

"천웅철 사장은 뼛속까지 서해그룹사람입니다. 저 자리에 오래 두어서는 안 됩니다."

"알고 있습니다. 길어봐야 한 달일거예요."

"예? 신임 이사들이 회사에 들어오더라도 회사를 완전히 파악하려면 1년 정도는 걸립니다."

천웅철 사장이 인수인계를 자기 집에 난 불 끄듯이 성실히 하진 않을 테니까.

주희도는 1년 정도 예상하고 있었다.

"한 달이면 충분하니, 걱정 마세요. 제가 직접 업무 파악할 겁니다."

"사장님이요?"

건설사업은 잘 모르지 않나?

그러나 그것은 주희도의 착각이었다.

하수영은 그날부터 천웅철 사장을 데리고 회사의 모든 시설을 탐방했다.

또한 회사 내의 모든 서류를 뒤져가며, 천웅철 사장에게 일일이 내용을 확인했다.

천웅철은 거의 취조를 받듯이 자신이 회사에 대해 아는 것을 탈탈 털렸다.

그렇게 2주가 지났다.

"음, 그렇군요. 천웅철 사장님, 오늘부로 사표 제출해 주세요."

"예?"

"회사 상태는 대충 파악했습니다.

이제 사장님이 없어도 될 거 같네요."

하수영의 말에 천웅철은 가슴이 쿵하고 내려앉았다.

2주 동안 열심히 기가 빨린 것은 맞지만, 회사 상황을 전부 파악했다고?

"서해그룹의 눈과 귀가 되어주실 분인데 우리 회사에 오래 두면 안되죠. 오늘부로 당장 나가 주십시오. 아, 개인 짐은 따로 보내드릴 테니 사무실의 아무것도 손대시면 안 됩니다."

그렇게 천웅철은 기습적인 해고 통보를 받고, 핸드폰마저 뺏긴 채 맨몸으로 회사를 나서야 했다.

***

청담동 프라임컴퍼니 본사.

완공되면 우주왕복선이 수직으로서 있는 듯한 멋진 모습이 될 이 빌딩은, 청담동의 젊은 건축사 이도공이 설계한 것이다.

자신이 처음으로 맡은 거대한 프로젝트가 문제는 없는지, 이도공은 공사현장에서 거의 살다시피 상주하며 감리하고 있었다.

그날도 공사현장을 순찰하고 있는 데, 하수영한테서 전화가 왔다.

"네네, 회장님, 이도공 건축사입니다."

-제가 작은 건설업체 하나 인수했는데, 혹시 잠깐만 맡아줄 수 있어요? 지금 윗선을 전부 잘라 버린 터라 당장 머리가 없거든요.

"아, 그럼요. 어느 정도나 맡아드리면 될까요?"

-헤드헌터가 좋은 사람 구해올 때까지만 임시 사장 맡아주세요.

"알겠습니다."

이도공은 흔쾌히 '임시 사장'직을 맡았다.

나중에 그 앞에 '만년'이라는 글자가 붙게 될 줄은, 이때는 꿈에도 모른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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