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랜차이즈 갓-509화 (509/1,270)

프랜차이즈 갓 509화

128장 수영펜션 미만 잡것 (2)

방향을 튼 예능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예능으로 시청률 30%라는 놀라운 기록을 달성했으며, 수영펜션의 홍보 효과도 톡톡히 거뒀다.

네 여배우의 해운대 힐링 라이프에 시청자들은 만족했으며, 4회로 특별편이 끝나는 것을 무척 아쉬워했다.

"여기 펜션 서비스가 말도 안 되는 수준이긴 하지만, 시청률이 이렇게 높게 나온다고?"

"장효주잖아요. 원래 예능 같은 거 일절 안 찍는 여배우인데 펜션까지 겹쳐서 그런 게 아닐까요?"

"그래도 너무 높게 나와서 오히려 당황스러운데."

"진짜 이 펜션 주인은 뭐 대운 같은 게 있나 봐요."

그래도 특별편 마지막 화에서 부활의 이순신 시즌2를 언급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펜션이 있는 동백섬에서 상당한 장면의 촬영이 있을 것이라는 예고였다.

펜션 직원들은 자부심을 품었고, 동종업계 호텔리어들의 부러움을 샀다.

예약 문의가 미어터졌지만, 6개월 이후의 예약은 진행하지 않는다는 방침에 많은 이들이 아쉬워하며 다음을 기약했다.

부활의 이순신 특별홍보편으로 편성되었던 예능은 수영펜션의 이름을 전국에 널리 알리는 데 큰 기여를 했다.

***

숨기는 것도 한계가 있는 법.

이서환이 수영레스토랑 센텀시티점주라는 게 시청 내에 쫙 퍼졌다.

시장까지도 알았으니, 이제는 숨긴다는 게 무의미했다.

애초에 끝까지 숨길 마음도 없었지만,

"아, 이 계장님 출근하셨어요?"

"계장님, 출근하셨습니까?"

"아이구, 오늘 날씨도 안 좋아서 출근길에 엄청 고생하셨을 텐데. 따뜻한 커피라도 한 잔 하시죠."

이서환은 시청 내에서 유명 인사가 되었다.

수영레스토랑 센텀시티점의 일 매출이 3,000만 원이 넘는다는 소문덕분이다.

"세상에, 그럼 월 매출은 10억 정도 한다는 거야?"

"그렇다니까."

"와, 거기서 20%만 가져가도 월수입 2억…… 진짜 개쩐다."

"계장님은 다른 가맹점들보다 훨씬 많이 가져간다는 말이 있어. 하수영사장님이 원래 서울 외에는 가맹점안 내주는데, 계장님과 개인적으로 친해서 내준 거라고 하더라."

"하수영 사장님 화끈하고 통 큰 건 유명하지."

분명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자신들과 같은 입장이었는데, 전혀 다른 세상 사람이 되었다.

상사들은 감히 이서환을 함부로 대하지 못했고, 범대협 과장은 새카맣게 안색이 죽어서 그를 늘 피해 다녔다.

이서환이 조만간 시청을 그만둘 거 같으니, 그때까지만 피해 다니자는 생각인 듯했다.

이서환은 충분히 거만해질 수 있는 환경이었지만, 예전보다 더 친절하고 밝은 웃음으로 동료들을 대했다.

돈이 많다고 해서 상사나 타부서장들 앞에서 거만을 떨지도 않았다.

오히려 예전보다 더 친절하고 깍듯하게 타부서장들을 대했다.

덕분에 타부서장들은 이서환을 더욱 좋게 바라보게 되었다.

"그동안 몰랐는데, 이 계장이 사람이 참 좋아."

"그러게 말이야. 조금은 어깨에 힘이 들어갈 줄 알았는데 그런 것도 일절 없고."

"역시 사람은 돈과 권력을 쥐어줘봐야 본모습을 알 수 있다더니, 지금 저게 이 계장 본 모습이었던 거야."

"예전에 평범한 계장일 때하고 전혀 다를 게 없어. 우리만 몰라봤던 거지."

"그러니까 하수영 사장님이 부산에 레스토랑 가맹점 떡하니 내준 거겠지."

"말 들어보니까 가맹점주 되려면 인품도 엄청 본다고 하더라고."

그렇게 이서환은 시청 내에서 차근차근 좋은 이미지를 쌓아갔다.

모두 미래를 위한 투자였다.

이서환 계장은 최판섭 시장과 종종 저녁 식사를 가지며 친분을 쌓았다.

최판섭 시장은 하수영과의 인연을 위해서 이서환 계장과의 관계를 단단히 다져놓고 싶었다.

"가게 매출이 월 10억이나 된다고? 세상에, 그럼 한 달에 대체 자네 손에 얼마나 떨어지는 거야?"

"가맹점 본사에 내는 돈, 직원들 월급, 임대료 등등 제외하고 나면……. 대충 4억 정도 떨어지는 거 같습니다."

"아니, 요식업이 그렇게 많이 남는 경우가 있나?"

"재료비가 생각보다 많이 들지 않거든요."

"그럼 일 년이면 거의 50억이 남는다는 거 아닌가?"

"세전입니다. 세금은 따로 내야죠."

"허어…… 수영레스토랑이 떼돈을 번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오해이십니다. 모든 매장이 다 그렇진 않습니다."

수영레스토랑 센텀시티점이 다른 가맹점에 비해서 점주의 이익이 높을 뿐이다.

하수영이 원가에 가까운 좋은 조건으로 이익 분배를 해주기 때문이다.

-본전만 대시고 나머지는 다 드세요.

거의 이런 느낌?

그의 정치활동을 위한 일종의 후원이었다.

"대단하이."

최판섭은 부럽다는 눈으로 이서환을 바라봤다.

일개 서민 계장이었던 그가 이제 연 50억 원의 초고소득자가 되었으니.

자신의 전 재산이라고 해봐야 50억이 안 되는 수준인데.

"그럼 이제 자네가 우리 시청에서 제일가는 부자인 셈인가?"

"에이, 설마요."

"연간 50억의 초고소득자인데 당연히 시청 제일가는 부자지!"

"최본승 시의원님이 가장 부자일걸요. 그분 재산이 300억인가 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일 년에 50억씩 버는데 300억쯤이야 금방 따라잡지 않겠나?"

"소득세만 지방세 합쳐서 거의 24억입니다, 시장님."

그 말에 최판섭 시장은 퍼뜩 생각났다는 듯이 손뼉을 쳤다.

"아! 그러고 보니 창업지원이니 뭐니 해서 올해부터 세제혜택 시작하는 거 있지 않았나?"

"네?"

"맞아! 틀림없어! 죽어가는 지방경기도 살리고 지방 창업도 격려한다고 올해부터 세제혜택 시작됐어!

자네도 그 대상자일 거야!"

"어떤 혜택입니까?"

이서환도 반색해서 물었다.

"올해부터 지방에서 새로 창업하는 개인사업자들은 5년간 소득세액의 50%를 깎아준다네. 자네, 올해 창업했고 여기는 지방이잖아?"

"아, 그럼 세금의 절반을 고스란히 깎아주는 겁니까? 상한선 없이요?"

"응, 상한은 없는 걸로 알아. 이야, 진짜 올해 이 계장 재물운이 아주 그냥 굴러들어오는구먼."

이서환은 그 말에 소름이 돋았다.

정말 올해 자신한테 재물운이 크게 굴러들어오는 것인가?

시장은 이서환이 상속빌딩을 팔아서 큰돈을 쥐었다는 것은 몰랐으니..

"그럼 세금 대충 12억 낸다 치면, 일 년에 38억 원이 남는 셈이군. 우와. 자네 몇 년 안에 수백억대 부자 되겠는데? 재테크만 잘하면 나중에 천억대 부자까지도 되는 거 아니야?"

"……천억대라니. 설마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아니야. 가능성 있어. 내가 응원하겠네. 꼭 천억대 부자가 되게나."

"……."

최판섭 시장은 진심으로 응원을 하는 것이겠지만, 듣는 입장에서는 저주라는 게 넌센스다.

상속 빌딩을 하수영이 딱 1조 원에 사주었기 때문이다.

시세는 8,000억 원이 조금 넘지만, 이 정도 프리미엄은 그냥 챙기라고, 그러므로 최판섭 시장의 응원은 객관적으로 보면 자산 감소를 비는 게 된다.

1조 원대 자산가한테 꼭 천억대 부자가 되라고 응원을 했으니.

"시청일은 계속 할 건가?"

"물론입니다."

"소일거리 삼아서 계장일 하는 것도 나쁘지 않지만…… 굳이 시간을 낭비할 필요가 있을까?"

"조금만 더 하면 20년 채웁니다. 그럼 연금 액수가 달라집니다."

"평생 나올 연금이 자네 한달치 수입도 안 될 텐데 무슨."

이서환은 그저 웃다가 대답했다.

"그래도 제가 평생을 바친 직장이 어서요. 그런 식으로 제가 일했다는 세월을 남기고 싶은 겁니다. 연금수령서 볼 때마다 내가 도로계획과 계장이었다는 거 잊지 않으려고요."

"그건 감동인데."

한동안 이런저런 잡담을 섞으며 식사를 하다가 최판섭 시장이 불쑥 물었다.

"혹시 정치할 생각은 없는가?"

"있습니다."

나름 각오를 하고 질문했던 최판섭시장이 오히려 당황해서 경직되었다.

"어? 정말이야? 진짜 정치할 생각 있어?"

"네. 시장님이 먼저 물어보셔놓고는 왜 그렇게 당황하십니까?"

"아니, 나는 당연히 자네가 정치할 생각까지는 없을 거라고 봤지. 그래서 어떻게 설득해서 끌어들이면 좋을까 고민 엄청 했는데……."

큰 결심을 하고 떠봤는데 곧바로 yes라는 대답이 돌아와서 반대로 당황한 것이다.

"다음 부산시의원 선거에 출마할 생각입니다."

"시의회부터 시작하겠다는 건가?"

"네."

"생각해 둔 당은 있고?"

시장은 내심 자신의 소속당일 거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대답은 의외였다.

"무소속으로 출마할 생각입니다."

"시의원 선거를 무소속으로? 그건 좀 힘들 텐데? 자네가 아무리 수영레스토랑으로 돈 좀 번다고 해도, 부산정치판에서 자네는 완전 무명이야."

"……."

이서환 계장이 입을 다물자, 최판 섭 시장의 안색이 굳어졌다.

"설마 하수영 의원님 뜻인가?"

"제 의지이기도 합니다."

"허허…… 그럼 수영레스토랑은 정치자금 확보하라고 내려준 선물이었군, 돈 없이 정치를 할 수는 없으니."

최판섭은 몹시 부럽다는 감정을 느꼈다.

하수영한테 잘 보이고 그의 지원을 얻기 위해 펜션에도 여러 번 찾아가는 등 열심히 노력했다.

그런데 정작 눈에 띄지 않는, 우연히 참여한 말단 수행원에게 이런 큰 행운이 돌아가다니.

너무 부러운 나머지 살짝 허탈하기까지 하다.

"어디까지 바라보고 있나? 여의도까지?"

"부산을 더 살기 좋은 도시로 가꾸는 데 집중하려고 합니다. 이곳은 저의 또 다른 고향이니까요."

"의원님과는 어느 정도로 교감하고 있나? 아, 너무 바보 같은 질문이었군."

"괜찮습니다. 의원님은 제가 정치를 한다면 적극 밀어주신다고 하셨습니다."

"나한테 돌려 말하는 거지? 하수영의원님 끈 잡고 싶으면 자네 잘 챙기라고."

"그런 흑심이 없지는 않습니다."

"돌려 말하는 게 어느새 정치인 다 됐군, 알았네. 내가 앞으로 자네를 적극 지원해 주지. 대신 자네도 날 잊어선 안 되네, 알았지?"

"물론입니다."

"그럼 오늘 이건 자네가 사게. 곧 나보다 훨씬 부자가 될 거잖나."

"알겠습니다. 제가 사지요."

이서환은 자신을 어엿한 하수영계라고 생각했다.

최우석, 박조휘에 이은 3번째 계파 원.

'이곳 부산에서, 하수영계를 위한 나무를 심고 키우겠습니다.'

만년계장을 위한 새로운 인생이 이제 막 열렸다.

***

윈텔의 옵테인메모리.

D램과 SSD의 역할을 동시에 해내는 이 비휘발성 메모리는 컴퓨팅 퍼포먼스를 비약적으로 높여줄 획기적인 반도체로 칭송받고 있었다.

가격이 너무 비싸서 문제지.

그러나 윈텔은 서진파운드리 덕분에 단숨에 가격을 30%나 인하할 수 있었다.

윈텔은 곧바로 세계 1위의 IT제조기업, 래플사와 손을 잡았다.

"새로운 랙북을 공개합니다!"

래플CEO 팀 콕은 신제품 발표회에서 야심 차게 차세대 랙북을 공개했다.

"이 랙북에는 SSD가 들어가지 않습니다. 그것은 D램에 비해 속도가 너무 느리니까요."

팀 콕은 자신만만하게 제품을 소개했다.

"대신 D램만큼 빠른 처리 속도를 가진 새로운 저장장치, 1테라바이트짜리 옵테인메모리가 들어 있습니다!"

새로운 랙북은 CPU-D램 옵테인 저장장치(1테라)로 이어지는 구조였다.

SSD 대신 옵테인메모리를 저장장치로 넣어, 병목현상을 줄이고 컴퓨팅 속도를 크게 높인 것이다.

물론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여전히 눈이 튀어 나올 듯이 비싼 가격이었다.

"아니, 무슨 SSD 대신 옵테인 하나 넣었다고 가격이 140만 원이 더 뛰는 게 말이 돼?"

"혜자로다, 혜자야. 예전에는 200만 원 이상 넘어갔었는데 140만 원밖에 안 뛰었네?"

"뭐? 저게 혜자라고?"

"그럼그럼, 저 정도면 혜자지."

가볍고 고사양 제품을 원하는 랙북의 주소비층은 기꺼이 140만 원을 더 지불하고 옵테인메모리 탑재품을 선택했다.

윈텔이 서진파운드리에 옵테인메모리만 10억 달러어치 생산주문을 넣었다는 소식이 알려졌다.

덕분에 반도체주, 특히 SSD 관련주가 요동을 치기 시작했다.

작년, SSD 캐파 확장에 대대적인 투자를 한 서해전자는 또 한 번 큰 태풍에 휩쓸렸다.

파운드리 증설에 이은 두 번째 악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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