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랜차이즈 갓-508화 (508/1,270)

프랜차이즈 갓 508화

128장 수영펜션 미만 잡것 (1)

"아, 그러네요."

장효주는 환하게 웃으며 끄덕였다.

"다른 방송사들은 전부 부도 정도는 나줘야 시청률 100%가 나오겠어요. 에이, 그럼 100%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거잖아요."

"가능성이 있다고 보셨어요?"

"로또 당첨 정도는 되지 않을까 생각한 거죠."

"로또 생각보다 당첨 잘 돼요."

"제 주변은 그렇게 죽어라 사도 당첨이 안 되던데."

"잘나가는 연예인인데 뭐하러 로또를 삽니까?"

"운과 확률을 시험해 보는 거죠. 그냥 재미예요."

"타고난 운의 총량은 정해져 있어요. 잘나가는 연예인은 로또 당첨돼서 좋을 게 없습니다."

장효주의 눈빛에 의아함이 깃들었다.

"당첨되면 나쁠 게 없잖아요?"

"그만큼의 운이 로또로 흘러간 거니까요. 차라리 당첨이 안 됐으면 영화나 드라마 흥행 쪽으로 운이 흘러갔을 겁니다."

"아, 그렇게 되는 거예요?"

신기하다는 듯이 갸웃거리던 장효주가 물었다.

"그런데 수영 씨는 그런 걸 진지하게 믿어요?"

"믿는 게 아니고 사실이 그렇습니다."

어느새 조용히 다가온 주효정, 임강희, 이다래 세 여배우도 하수영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사람은 태어날 때 정해진 운을 갖고 세상에 나오죠. 누구는 겨우 1인데, 누구는 100억, 1,000억, 1조도 넘어가고요."

"인도 판잣집 아이로 태어나는 것과 서해그룹 후계자로 태어나는 것부터 출발선이 다르긴 하죠."

"대부분은 자기가 받은 운을 평생 소모하며 살아갑니다."

"그럼 운을 중간에 불리지는 못해요?"

"보통은 안 됩니다."

"되는 경우도 있다는 거네요."

"타인이 운을 나눠준다거나 하면 가능하죠. 스스로 불리는 방법도 아주 없지는 않은데…… 대부분은 역사에 크게 언급되는 위인들입니다."

임강희가 입술을 만지작거리며 듣던 중 물었다.

"그럼 우리 같은 배우들은 복권이나 주식 같은 데서 대박이 나면 안좋은 거네요."

"그렇죠. 원래라면 작품 흥행으로 왔을 운이 그쪽으로 빠져나간 거니까."

"그럼 작품도 대박 나고 주식도 잘되고 부동산도 오르는 연예인들은 뭐예요?"

"앞에 말씀드렸다시피 타고난 운의 총량 자체가 큰 거죠."

이다래가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아, 청담동 재벌이 저렇게 말씀하시니까 너무 설득력 있어. 나 앞으로 로또 안 살래. 재미 삼아 샀었는데 내 발등 찍는 짓이었잖아."

"그럼 평범하게 살다가 10억짜리 당첨되는 사람들은 결국 어디서 10억이 생길 팔자였다는 거네요?"

"그것도 맞습니다. 물론 운을 다 쓰지도 못하고 죽는 사람도 있지요. 운이라는 게 반드시 재물에만 관여 하는 게 아니고, 건강, 학력, 가족, 수명, 성취에도 전부 반영되니까요."

"그럼 수영 씨 운은 어느 정도예요? 우리나라 사람 중에서 최고?"

"에이, 최고라면 이현덕 부회장 맏아들로 태어나지 않았을까?"

"수영 씨가 어때서? 혼자 이룬 것들만 봐도 서해그룹 3세보다는 압도적인데."

"제 운은……."

하수영은 어깨를 으쓱했다.

"스무 번째 생일까지는, 이번 생은 다른 생보다는 운이 평범하구나, 하고 착각했었죠."

여배우들은 '이번 생은'보다는 '운이 평범하다는 착각'에 주목했다.

"운이 엄청 좋았는데 스무 살 때까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 이건가요?"

"스무 살 때 아버지 말씀 듣고 알았어요. 아, 내 운이 건재하구나 하고요."

알고 보니 양아버지가 고대 주신.

이 한 줄로 운의 크기 설명이 끝나버린다.

'태어나보니 아버지가 재벌 총수' 인 것과는 비교조차 안 된다.

"아버지가 뭐 시드머니라도 주신 거예요? 그걸 기반으로 지금처럼 큰 부자가 되셨고요?"

"좋은 비료 제조 기술, 무생물과도 소통하는 화법, 다양한 정보가 기록된 서버 액세스 권한을 남겨주셨죠."

"……."

"……"

-아니, 이놈이! 엘릭서, 신언, 주신의 지식창고 접근 권한을 그딴 식으로 표현하느냐!

"그 비료 기술 덕분에 제가 농사로 성공할 수 있었거든요."

하수영은 어깨를 으쓱했다.

"뭐, 그런데 그거 없었어도 아마 농사가 잘되긴 했을 거예요."

초월적인 대운.

고대 주신이 우연히 지구 근처를 들리다가 후계자감을 발견한 것부터, 이미 운의 개입이 시작된 것이다.

주효정이 마른침을 삼키며 물었다.

"그럼 부활의 이순신이 초대박이 난 것도 수영 씨가 투자해서인가요?"

"원래 잘될 작품이었을 겁니다."

"그런데 너무 비정상적으로 잘됐잖아요."

3,000억 원에 조금 못 미치는 제작비, 제작비의 20%라도 건지면 다행일 정도였지만, 어느 순간 상황이 변했다.

말도 안 되는 고공 시청률을 달리며 인기리에 종영.

이후 전 세계 넷플렉스 플랫폼에서 폭주를 시작.

현재는 미국과 캐나다, 남미에서 엄청난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제작비는 예전에 회수했고, 이제는 천문학적인 이익을 남기고 있다.

"원래 계획했던 제작비가 500억원이었죠?"

"네, 그랬어요."

"그 500억으로 제작했으면 지금 같은 완성도가 나왔을까요? 흥행성은요?"

"당연히 수영 씨가 2,000억 넘게 돈 댄 덕분에 지금 같은 완성도가 나왔죠."

엄청난 무대, 세트 시설, 수많은 엑스트라, CG 등을 처바른 덕분에 극강의 작품성을 취했다.

가장 힘을 팍팍 준 1화 제작비에만 500억보다 더 많이 들었으니.

(통상 드라마는 1화에 가장 많이 돈을 쓴다)

"우리나라에서 드라마가 제작비로 3,000억 가까이 확보하고 시작한 것 자체가, 다른 작품들은 비교가 안되는 대운인 겁니다."

"아, 그렇네요!"

주효정이 뭔가 깨달았다는 표정으로 탄성을 냈다.

"다른 드라마들이 평범한 집 아이, 부잣집 아이 그런 거라면, 부활의 이순신은 재벌집 귀염둥이 맏아들로 태어난 거였어요!"

"와, 그게 그렇게 비교가 되는구나."

"나 순간 소름."

"맞네. 사람들은 저거 제작비나 건질 수 있을까 하고 걱정이나 해냈지."

"애초에 그만한 제작비 갖고 시작한 것부터가 이미 대운이었는데, 사람들의 생각이 너무 짧았어."

그 전까지만 해도 가장 많은 드라마 제작비가 600억 원도 채 되지 않았었다.

"물론 돈을 많이 투자한다고 다 잘되는 것은 아니지만, 부활의 이순신은 원래 좋은 작품이었는데, 돈과 운도 많이 들어왔던 거죠."

"수영 씨의 돈을 받으면서 수영 씨의 운도 들어온 거네요."

하수영은 그 말에는 대답을 않은 채 조용히 웃기만 했다.

장효주를 제외한 세 여배우는, 무슨 수를 쓰더라도 자신들의 작품에 하수영의 투자를 받아야겠다고 결심했다.

'타인이 운을 나눠주는 것이 불가능하진 않다고 했지.'

'꼭 수영 씨 운을 받아야 해. 그러려면 투자를 받아야 해."

예능 촬영은 무난하게 전개되었다.

그런데 제사보다는 젯밥이 더 관심이 많은 경우가 되었다.

예능의 중심이 어느덧 수영펜션으로 옮겨간 것이다.

주로 수영펜션에서 예능을 촬영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여배우들이 머무르는 객실이 잡히곤 했다.

1화를 공개하자 시청자들의 반응이 폭발적으로 펜션에 쏠렸다.

-저 호텔 어디임? 짱 좋은데?

-말도 안 돼! 저 방은 1박에 50만 원은 넘을 거 같은데 10만 원이라고? 그게 가능함?

-아니;;; 무슨 호텔에 90인치 티비하고 GTX 3080 탑재 데스크톱하고 콘솔 게임기가 기종마다 갖춰져 있는 거냐고…….

-호텔 식사 봐라. 음식점 가서 저렇게 먹으려면 끼니마다 몇십은 나올 듯.

-근데 저게 숙박료에 이미 포함된 거라는 게 함정.

-맙소사? 리얼?

-이 정도 구성이면 디럭스룸 1박에 100만 원 이상은 받아야 하는거 아니냐?

-?? 간판에 왜 호텔이 아니고 펜션이라고 되어 있어?

수영펜션의 요금은 해운대 다른 호텔에 비하면 저렴하고, 일반 펜션보다는 조금 비싼 수준이다.

하지만 자세히 뜯어보면 '일반 펜션보다 비싸다'는 소리가 못 나온다.

펜션에서 끼니마다 제공하는 식사구성 자체가 이미 숙박료를 초과하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숙박료 10만 원을 내고 들어왔는 데, 끼니마다 10만 원 이상의 식사가 나오는 상황이니.

-미쳤다, 미쳤어.

-이거야말로 진정한, 손해 보고 장사한다는 케이스네.

-이걸 가지고 비싸다고 하는 놈은 정말 사이코패스 검사를 받아봐야 한다.

여배우 특집편 첫 화가 방영되고, 시청자들의 반응은 활화산같이 타올랐다.

시청자들은 드라마 홍보보다는 수영펜션을 좀 더 알고 싶어 했다.

SNS에 올라온 각종 수영펜션 후기들의 조회 수가 폭발했고, 방문 경험자들은 어깨가 으쓱해졌다.

이에 예능 제작진은 다급히 회의를 가졌다.

"남은 편수 다 갈아엎자."

"네? 갈아엎자고요?"

"그래, 3화 남은 거 죄다 갈아엎자고."

특집편은 4화 편성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이제 1화가 나갔으니, 3개 화를 더 방영해야 한다.

이미 2화는 편집이 다 끝났고, 3화도 절반 정도는 편집이 된 상태.

이 상황에서 피디가 갈아엎자고 주장했다.

"남은 3화는 수영펜션을 집중 조명한다는 컨셉으로 진행하자고,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네 여배우들의 호화힐링펜캉스! 어때?"

"호캉스는 자주 들어봤지만 살다 살다 이제 펜캉스까지……."

"발음 잘못하다가 팬티스타킹이라 별명 붙을 수도 있겠는데요. 펜캉스, 펜캉스."

"오, 팬티스타킹! 그거 좋은데? 아예 우리가 밀어붙여 보는 건 어때?"

순간 잠시 정적이 찾아왔다.

스태프 한 명이 간신히 어색한 분위기를 돌렸다.

"근데 KI스튜디오에는 뭐라고 말을 해요? 애초에 이번 특별편은 거기 회사와 계약하고 편성한 건데."

KI스튜디오.

부활의 이순신 제작사이자 이번 예능 특별편의 투자자이기도 했다.

"부활의 이순신 시즌2 홍보하려고 만든 예능인데 이제 와서 컨셉을 바꾼다는 것은 계약 위반이잖아요."

"그게 뭐가 문제라고, 야, 이 펜션주인이 누구인지 생각을 해봐."

"펜션 주인이 왜요? 서울 부자라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피디가 답답하다는 듯이 스태프들을 둘러보고는 입을 열었다.

"여기 펜션 오너가 부활의 이순신 투자자잖아! KI스튜디오가 회장님이라고 껌뻑 죽는 사람인데, 무슨 상관이야?"

"아, 맞다. 내가 왜 그걸 잊고 있었지?"

"헐, 그러네. 펜션 오너가 드라마 최대 투자자였어. 그럼 별문제 없겠네."

"그러고 보니 동백섬 해전씬나올 예정이니까, 그거랑 잘 엮어서 하면 펜션과 드라마를 동시에 홍보할 수 있겠다."

"1화에서 펜션 오너 목소리 출연도 했고, 주효정 씨가 투자자라고 언급도 했는데, 어떻게 모를 수가 있는 거야? 이해가 안 가네."

그렇게 특별편 남은 3화를 갈아엎자는 결론이 났다.

KI스튜디오는 처음에는 당황했지만, 자세한 설명을 듣고 쿨하게 오케이했다.

세상에서 가장 호화로운 펜션.

그러면서 말도 안 되게 저렴한 가격.

숙박료보다 훨씬 비싼 식사를 매끼마자 제공하는 펜션.

사치와 낭만이 존재하는 동백섬 끝에서 여배우가 누리는 힐링펜캉스 라이프!

그런 컨셉으로 방영된 2화는, 1화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폭발적인 반응을 샀다.

-와, 침 넘어간다. 침 넘어가.

-이거 먹방 예능 아니지?

-저 요리들이 저 펜션에서는 그냥 패시브라더라.

-아니, 저렇게 해서 그 돈 받으면 펜션은 어떻게 운영이 되는 거야?

-심지어 저 음식들, 식재료 죄다 펜션 오너가 직접 키운 것들이라는데?

-진짜 뭐하는 사람이야?

2화 막바지는 바로 김호중 펜션지배인이 제공한 영상과 사진으로 대미를 장식했다.

바로 얼마 전에 있었던 펜션 개장축하 파티.

수백 대가 넘는 슈퍼카들이 펜션진입로를 빼곡하게 채운 향연이었다.

-저기 저 차량들 다 합치면 2천억넘을 듯.

-지렸다;;;;

-다 뭐하는 사람들이냐? 아니, 펜션 오너 대체 뭐 하는 사람이야??

2화 방영 후, 펜션 예약 문의가 폭주했다.

시청자들은 빨리 3화를 내놓으라고 아우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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