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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갓-505화 (505/1,270)

프랜차이즈 갓 505화

127장 계장님이 돈을 숨김 (1)

수영레스토랑 센텀시티점 오픈 준비가 끝나자 이서환은 시청 상사 및 동료, 후배 직원들에게 초청장을 돌렸다.

"내부 단장 다 끝났고 이제 오픈만 하면 됩니다. 꼭 한 번 오셔서 축하해주십쇼."

"음식은 당연히 공짜로 주는 거지?"

"하하, 잔칫집인데 그럼 설마 축하해주러 오신 손님께 돈을 받겠습니까? 이날은 전부 공짜니까 마음 편하게 오십시오."

"좋아. 꼭 가지. 그럼 오픈은 언제야?"

"잔치하고 바로 다음 날부터 오픈입니다."

"장사 잘되길 빌게. 아, 화환도 보내야지. 주소가 어떻게 되나?"

"화환은 괜찮습니다. 그런 걸 둘 수 있는 공간이 아니어서요. 임대인이 싫어할 겁니다."

"임대인이 좀 깐깐한가 보구먼."

"깐깐하진 않은데 그런 면에선 좀 제약이 많습니다."

"그럼 어디로 가면 되나?"

"시청에서 30분 거리라서 제가 따로 버스를 대절해서 준비했습니다."

"오, 버스까지?"

"네, 축하 기운 듬뿍 받으려고 힘좀 썼습니다. 근무 끝나고 한 번에 편하게 모시면 좋잖아요. 잔치 끝나고 다시 시청으로 모셔드립니다."

"이야, 아주 세세하네. 손님도 그렇게만 대하면 장사 잘되겠어."

초청장을 받은 직원들은 대체로 만족스러워 했다.

날짜도 좋았다.

시청 전장비시설 교체점검 일정 덕분에 오전 근무만 잡힌 금요일을 잔칫날로 잡은 것이다.

금요일 오전 근무만 하고 뒤풀이 겸 이서환의 가게 오픈 행사에 참여 하면 된다.

물론 계장 개인의 초청이기에 원치 않는 사람들은 참여하지 않으면 그만이다.

시청 직원 전부에게 초청장을 돌린 것은 아니다.

그 많은 인원을 전부 초청할 수는 없으니까.

평소에 교류하던 사람 중 초청장을 주지 않으면 서운해할 사이는 빠짐없이 돌렸다.

심지어 앙숙이나 다름없는 범대협과장한테도 초청장을 돌렸다.

그는 떨떠름해서 초청장을 받았다.

"나도 초청하겠다고?"

"그래도 과장님 밑에서 이십 년 가까이 일했습니다. 과장님을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초청하는 게 도리라고 생각합니다."

"……고맙군."

미운 놈 떡 하나 더 주자는 것도 있지만, 정확히는 미래를 생각해서다.

본격적으로 부산시 정치 무대에 나서려고 하는데, 원한 때문에 일부러 범대협 과장을 빠뜨린다?

정치하려는 사람이 속이 좁으면 아무래도 두고두고 말이 나오기 마련이다.

특히 시청 각 하위부서의 부서장은 한 명도 빠짐없이 초청장을 돌렸다.

마지막으로 최판섭 시장을 찾아갔다.

"그래, 가게가 이제 오픈한다고?"

"네, 시장님. 꼭 와주셔서 자리를 빛내주시면 좋겠습니다. 맛있는 음식도 많이 준비했습니다."

"가게에서 파는 메뉴들로 준비했나?"

"그럼 메뉴가 1가지밖에 안 돼서…… 가게 메뉴도 물론 준비했지만 고기와 생선 요리도 다양하게 준비했습니다."

"뭐야, 가게 메뉴 1개뿐이라고? 만두 가게, 뭐 그런 건가? 아니지, 만두 가게도 여러 가지 만두를 만들어서 파는데."

"하하, 그날 오시면 알게 되실 겁니다. 꼭 와주십시오."

최판섭 시장은 가만히 이서환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자네, 달라졌어."

"그렇습니까?"

"거봐. 여유 있네. 지금도 내가 달라졌다고 말하는데 당연한 듯이 반응하잖아. 본인도 알고 있는 거지?"

이서환 계장은 소리 없이 웃기만 했다.

그 미소도 최판섭 시장의 눈에는 확실히 여유 있어 보였다.

"이야기는 들었네. 로또에 당첨됐다면서?"

하마터면 표정 관리가 흐트러질 뻔했다.

그렇게 입을 다물어달라고 말을 했거늘!

"누, 누가 그런 말을 합니까?"

"누구라고 할 게 있나. 지금 시청에 소문이 쫙 났어. 자네가 로또 당첨금으로 자식들에게 가게 차려준 거라고 말이야."

아무래도 동료가 소문을 낸 것은 아닌 듯싶었다.

"몇 등 당첨인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3등은 아닌 거 같군. 아무튼 축하하고."

"감사합니다. 꼭 와주십시오."

"여유가 되면 가급적 가보도록 하지. 근데 못 갈 가능성이 높아. 미리 말은 해둘게."

시장을 마지막으로 이서환은 로또 1등 당첨으로 오인한 동료를 찾아갔다.

샅샅이 추궁했지만 다행히도 동료가 로또 소문을 흘리고 다닌 것은 아니었다.

갑자기 가게를 차릴 돈이 어디서 났을까 하는 이야기가 와전된 것이었다.

***

잔칫날이 다가왔다.

시청은 모든 부서가 오전근무만 마치고 퇴근을 준비했다.

이제부터 월요일 아침까지 시청은 대대적인 시설 교체점검 작업이 이 뤄진다.

이서환은 전세버스 여러 대를 준비했지만, 초청에 응한 인원은 예상보다 적었다.

특히 국장, 실장급 이상의 인사들은 거의 초청에 응하지 않았다.

소속 부서장인 도시계획실장 정도만 참가했다.

"이 계장, 자네 아무래도 이번에 단단히 좀 찍힌 거 같은데. 앞으로 조심해야겠어."

"찍혔습니까?"

"응, 내가 말을 옮기기 민망하지만 어디서 계장 직급이 음식점 겸직이냐고…… 그리고 한참 윗선 직급자한테 어려워하지도 않고 초청장 돌리냐고 분위기가 좀 안 좋았어."

실제로 도시계획실장이 초청에 응한 이들 중에서 가장 직급이 높았다.

"나도 사실 눈치 보여서 고민했는 데, 자네 시청 곧 그만둔다며?"

"그런 말까지 돌고 있습니까?"

"역시 사실이었군. 그 이야기 들으니까 오늘은 꼭 와야 할 거 같아서 좀 무리했네."

"감사합니다. 그리고 그만두는 건 맞습니다."

"역시. 그럼 겸직허가는 왜 신청했어? 어차피 그만둘 거면 상관없었을 텐데."

"그래도 공무원 신분으로 있는 동안에는 절차를 지켜야죠. 몇 달 안되더라도 말입니다."

"올바른 생각이야. 자네 덕분에 우리 도시계획과가 제대로 굴러갔는 데, 이제부터 어떻게 할지 걱정이 네."

"좋은 사람으로 인원 충원 될 겁니다."

"말이라도 고마워. 자네 반의 반만이라도 하는 친구가 와야 할 텐데."

범대협 과장 역시 오지 않았다.

초청장을 줄 때부터 그럴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이서환은 그래도 할 도리는 다했다.

는 생각에 마음이 가벼웠다.

'나중에 본격적으로 시정치 진출할 때 쪼잔하다는 말이 나오면 안 되니까.'

범대협한테 초청장을 주는 것은 다수의 동료들이 봤다.

그래도 오래 함께한 상사를 사이가 나쁘다고 초청도 안 한 매정한 사람이라는 악소문의 싹을, 미리 잘라버린 것이다.

"생각보다 소소하네요. 버스 한 대면 충분할 거 같습니다."

"자네 인심이 나빠서가 아니야. 다들 윗선들 눈치 보느라고 그래."

"금요일에 일찍 퇴근했는데 집에서 쉬고 싶으시겠죠. 저도 직장인으로서 그 마음 이해합니다."

"긍정적으로 봐주니 좋군. 역시 자네가 그만두는 것은 도로계획과 입장에서 큰 낭비야."

그렇게 전세버스 한 대가 직원들을 데리고 시청을 출발했다.

"근데 센텀시티 어디에 냈어? 역안에? 아니면 역 밖의 상가에?"

"지금 마흔 명이 넘는데 이 인원이다 들어갈 공간이 돼요?"

"전세버스를 여러 대나 불렀던데, 가게 규모가 꽤 큰가 봐?"

"자자, 다들 보시면 압니다."

전세버스는 어느덧 센텀시티에 들어섰다.

아시아 최대 규모라는 센텀시티 뉴월드백화점 앞에 서자 동료 직원들이 호들갑을 떨며 놀랐다.

"우와, 설마 백화점 안에 가게 내신 거예요?"

"완전 대박. 여기 월세도 엄청 비쌀 텐데."

"여기 푸드마켓 장사 장난 아니게 잘 된다는데. 그럼 나중에 2호점, 3호점도 연달아 내시겠네요."

"계장님 금방 부자되시겠다. 이러면 저라도 시청 그만둬요."

그러나 엘리베이터는 지하로 내려가지 않고 상층으로 올라갔다.

"지하 푸드마켓이 아니라 전문 레스토랑층에 가게 내신 거예요?"

"어, 설마 저 가게인가?"

"와…… 가게 엄청 크네."

"잠깐, 간판 이름이 수영레스토랑이잖아?"

레스토랑층 목 좋은 곳에 당당히 자리잡은 '수영레스토랑'이라는 간판을 보고 직원들은 어안이 벙벙했다.

도시계획실장이 잔뜩 상기돼서 이 서환의 어깨를 툭 쳤다.

"이 계장, 수영레스토랑 가맹점 자격은 어떻게 따낸 거야? 오프라인 매장은 강남구 말고는 절대 안 내준다던데."

"운이 좋았습니다."

"혹시 저번에 수영펜션 수행 외근……."

그때였다.

단아한 정장을 입은, 늘씬한 삼십대의 여자가 다가왔다.

그녀는 네 명의 중년 남자를 수행원처럼 뒤에 거느리고 있었다.

"어서 오세요, 대표님."

"아, 사장님. 부산에 출장 오신 겁니까?"

"수영레스토랑 센텀시티점 입점을 축하하기 위해서 내려왔어요."

우리가 너희를 얼마나 중요한지 알아달라는 제스처이기도 했다.

"의원님도 오시나요?"

"모르겠습니다. 지금 해운대 펜션에 와 계시다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그럼 오시겠어요. 알겠습니다. 혹시 불편한 게 있으면 뭐든 말씀해 주세요. 저분들이 오늘 초청하신 분들이죠?"

"네, 감사합니다."

황세라는 시청 직원들에게도 공손히 눈웃음으로 인사한 뒤 그곳을 떠났다.

도시계획실장이 오 하며 바라보다가 이서환에게 눈을 돌렸다.

"똑 부러지고 괜찮은 아가씨네. 백화점 직원인가? 직급 좀 높아 보이 는데?"

"백화점 경영자 황세라 사장님입니다."

"뭐? 사장? 잠깐만, 황씨라면 설마……."

"뉴월드그룹 회장 딸이에요."

"……!"

"……!"

청천벽력 같은 충격이 직원들 사이로 순식간에 뻗어나갔다.

고요한 호수에 운석이 떨어진 것처럼 다들 격동하는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이, 이 계장……! 자네, 대체 어떻게……!"

"귀한 친구를 사귀니 좋은 인연이 자꾸자꾸 붙더라고요."

이서환은 매장 입구 앞에서 시청직원들을 둘러보며 웃음을 보였다.

"수영레스토랑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자, 들어가시죠."

시청 직원들은 이서환이 오늘을 위해 정말 많은 준비를 했음을 느꼈다.

일단 황제의 식사를 방불케 할 정도로 산더미처럼 준비된 음식만 봐도 알 수 있었다.

"광어, 우럭, 돔, 전복, 가리비, 홍합…… 없는 게 없네, 없는 게 없어."

"우리나라에서 먹을 수 있는 모든 해산물은 다 모아놓은 거 같은데?"

"우와! 저거 참돔이지?"

"이건 붉돔, 저건 돌돔이네!"

"와, 다금바리도 있어!"

회, 매운탕, 전골, 초밥, 구이, 찜등 생선으로 만들 수 있는 요리란 요리는 다 갖춰 놓았다.

닭, 오리, 거위, 돼지, 소 등 일반육류 요리도 잔뜩 있었다.

고깃집처럼 불판에 구워먹어도 되고, 바베큐도 미리 만들어져 있고, 그 외에도 신경 써서 만든 갖가지 요리들이 갖춰져 있었다.

"이거 완전히 잔칫집이네."

"인스타에 올려야지."

"그래, 오늘 여기 불참한 사람들 부러워 죽으라고 인스타에 폭격해 버려."

"인스타 사진 보고 뒤늦게 찾아오는 거 아니에요?"

"뉴월드 백화점이라고만 말 안 하면 되지. 자, 다들! 여기가 백화점이라는 것만 말하지 말자고!"

그때 이서환이 요리사들과 함께 손수 카트를 끌고 홀을 돌기 시작했다.

카트 위에는 따끈따끈한 김을 뿜어내는 라면 요리가 놓여 있었다.

밑받침판 1당 라면 한 그릇과 김치, 젓가락, 수저가 놓인 깔끔한 구성이다.

"다들 오리지널 수영라면도 한 번 드셔보십시오."

"우와, 이게 수영라면이라는 거구나. 서울에서만 팔아서 한 번도 못먹어봤는데."

"와, 진짜 대박! 아니, 라면이 이렇게 맛있는 게 말이 되는 거예요?"

"이러니까 만 원, 3.5만 원씩 해도 그렇게 불티나게 팔려나가지 ……."

"라면을 무슨 그렇게 비싼 돈 주고 사먹는지 이해가 안 갔는데, 내가 먹어본 적이 없어서 그랬던 거였구나."

직원들은 행복감에 취한 채 정신없이 다양한 고급 요리를 즐겼다.

비싼 요리는 가성비가 떨어진다는 서민들의 선입견을 사정없이 부수는 맛들이었다.

"국밥 따위는 비교도 안 되네."

"앞으로 그 돈이면 국밥이 몇 그릇이니, 그런 말은 못하고 다니겠다. 진짜 전부 맛있네."

술도 조금씩 들어가다 보니 파티 분위기가 더욱 즐거워졌다.

파티의 주인이 오랫동안 부대낀 편안한 동료라는 점도 좋은 분위기에 한몫했다.

"높으신 분들 없는 게 오히려 좋은 거 같아요. 만약 그분들 있었으면 불편해서 이거 맛도 제대로 못 느꼈을 거야."

"어? 저거 뭐야? 참치 아니야?"

"우와, 생참치다! 생참치!"

해체하지 않은 수십 g짜리 참치를 실은 대형 카트가 줄줄이 들어오고 있었다.

"와, 즉석에서 해체하려나 봐."

"이 계장님 진짜 대박."

"어? 근데 해체칼이 뭔가 이상한데? 무슨 칼이 게임 아이템처럼……."

"서리한이다!"

"하, 하수영 어민회장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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