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랜차이즈 갓-492화 (492/1,270)

프랜차이즈 갓 492화

124장 1타자만 살아남는다 (1)

농민회장.

농축수산물계에서 하수영한테 붙인 호칭이다.

농민, 유통업자 등 농업에 종사하는 자들치고 그 이름을 모르는 이는 없다.

그가 청담동에서 알아주는 부동산재벌이라는 것도 이제는 식상하다.

IT 종사자들이 바라보는 스티브 잡국내 농가에서 하수영의 위상은 그보다 훨씬 높았다.

"진짜 농민회장이 농산물 유통시장 먹으려고 하는 게 맞나 봅니다. 안그러면 매달 500억 원어치씩 농산물을 구매할 이유가 없잖아요?"

"수영마트는 알아봤어? 거기에서 온라인으로 팔거나 그러는 거 아니야?"

"알아봤는데 그런 건 일절 없었어요. 온라인으로 농산물 파는 기색은 전혀 없습니다. 와, 미치겠네요."

"아니, 그럼 대체 500억 원어치나 사서 어디에 쓰는 거야? 설마 바다에 갖다 버린 건가?"

"고아원 같은 곳에 기부하는 것은 아닐까요? 아니면 군에 기부한다는 가요."

수영농장에서 고아원, 군 장병들에게 고급 식재료를 무상으로 고정 지원하는 것은 유명했다.

"진짜 농산물 유통망 먹으려는 거면 난리인데."

"아, 왜 대기업이 골목상권 침투하는 겁니까. 이건 정말 양심 없는 거 아닙니까?"

"세경이가 유튜브 한다고 했을 때 사람들 심정이 바로 이랬었구나 싶네요. 눈물만 납니다."

유통업체라고 해봐야 다들 덩치가 고만고만한 중소형 업체들이 대부분이다.

이 분야의 진짜 갑은 뉴월드유통, 라테유통 등 전국구 온, 오프라인 매장을 쥐고 있는 대기업들.

그들 업체들도 농산물을 사다가 그런 대기업에 납품하면서 마진을 챙기는 구조였다.

"수영마트가 지점 늘린다는 이야기는 없었지?"

"전혀 없었습니다."

"그럼 뉴월드마트나 라테마트와 경쟁하러 뛰어드는 것은 아니고, 우리가 하던 유통시스템을 노리는 게 분명하네."

대기업 마트에 납품하는 자리를 차지하려는 게 틀림없었다.

그렇게 결론을 내린 유통업자들은 숨이 가빠왔다.

"돈이든 뭐든 우리가 정면으로 붙으면 절대 못 이겨."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 수는 없잖아요? 시장 뺏기면 우리 다 굶어 죽습니다."

***

농축수산물 구매 소식은 대형 유통업체인 뉴월드유통, 하우스플러스, 라테유통의 귀에도 들어갔다.

가장 먼저 접한 뉴월드는 비상이 걸렸다.

"수영마트는 청담동 부동산 유지를 구실로 운영하던 거 아니었나?"

"그렇게 알고 있었습니다. 애초에 돈 벌려고 운영하던 마트가 아니었습니다."

수영마트는 월 고정 지출비가 무시무시하다.

흑자로 돌아섰다고 선전하고는 있지만, 경쟁사들은 믿지 않았다. 장부를 볼 필요도 없이, 그들은 적자를 흑자로 거짓말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때문에 라테마트가 그러했던 것처럼, 마트운영은 부동산의 가치를 위해서 하는 거라고 추정했다.

"그렇게 생각했지. 그런데 저번 달에만 500억 원어치나 되는 농축수산물을 사들였어. 마트 사업을 본격적으로 할 게 아니라면 이건 말이 안 돼."

"오프라인 마트를 확장하려는 조짐은 없었습니다. 알아봤지만 마트용 부지나 기존 마트지점을 매입하려는 움직임은 포착되지 않았습니다."

"온라인 전용몰을 생각하는 게 아닐까요? 100% 배송으로 운영하는 마트 말입니다."

"온라인 배송이 대세이긴 합니다. 우리 뉴월드마트만 해도 온라인 배송 매출의 비율이 무섭도록 치솟고 있습니다."

"알아봤지만 아직 온라인몰 사이트를 만들려는 조짐은 없었습니다. 인지도를 쌓으려면 온라인몰 자체는 하루라도 빨리 오픈하는 게 유리한데 말입니다."

뉴월드유통 임원들은 서로 심각하게 의견을 주고받았다.

대형 할인마트 시장은 현재 뉴월드와 라테가 이분해서 점유하고 있다.

그런데 이제 하수영이라는 강력한 경쟁자가 등장하게 생겼다.

"수영농장은 생긴 지 얼마 안 됐지만 전국 농민들에 대한 영향력이 매우 큽니다."

"최악의 경우, 국산 농작물이 우리 뉴월드마트 납품을 거부할 수도 있습니다."

뉴월드유통 사장은 그 말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을 보였다.

"설마, 그렇게까지 할 수나 있을까? 우리 뉴월드마트가 차지하는 점유율이 얼마인데."

"사장님, 수영농장에서 독점 납품을 요구하게 될 가능성을 생각해 주십시오."

"농민들은 수영농장의 요구를 거절하지 못합니다. 농사에 들어가는 비료와 유류, 각종 농기구 지원을 꾸준히 받고 있는 한은 말입니다."

"적어도 육류 시장은 수영농장이 황제 독재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 말에 사장은 의아한 표정으로 반문했다.

"육류 시장? 황제? 그게 무슨 말인가?"

"수영농장은 얼마 전 국내 모든 사료업체에 쌀 같은 곡물을 배합사료원료로 제공하기로 약속을 맺었습니다. 그 덕분에 사료값이 낮아졌고, 농민들도 부담을 덜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황제라고 할 정도는……."

"지금 축산업 농가는 가축 먹이의 90% 이상을 국내산 배합사료로 돌렸습니다. 그게 먹이는 비용을 크게 아낄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국내산배합사료 원료의 99%는 수영농장에서 나오는 곡물입니다."

"뭐? 그게 정말인가?"

사장 이하 대부분의 임원들은 축산업계 생태계에 눈이 어두웠다.

정확히는 가축 먹이는 사료 시장이 어떻게 되는지 알 필요가 전혀 없었다.

육류 가격이 오르든 말든 대형마트입장에서는 알 바 아니다. 도매 공급가에 맞춰서 판매가를 조정하면 그만.

"지금 출하되는 소, 닭, 돼지, 오리…… 모두 수영농장산 곡물로 만든 사료를 먹고 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임원은 축산 시장에 들이닥친 변화를 자세히 설명했다.

"수영농장은 볏짚을 만들면서 나오는 쌀들을 거저나 마찬가지 수준으로 배합사료 업체에 넘기고 있습니다. 그로 인한 원가 절감은 사료값에 그대로 반영되고 있고요."

"……."

"지금 축산농가는 사료를 퍼먹일 때마다 수영농장을 향해 절을 한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임원들의 안색이 흙빛으로 변했다.

상황이 이렇다면, 국내산 육류는 수영농장이 완전히 통제하고 있는거나 마찬가지 아닌가?

'앞으로 댁들 농가에서 나오는 고기는 모두 수영마트에만 납품하세요.'

'왜요?'

'싫어요? 배합사료 필요 없으신가 봐요?'

'죄송합니다. 수영마트에만 납품하겠습니다.'

축산, 양계 농가를 이런 식으로 움직일 수 있는 것이다.

가축의 식량을 독점하는 사람 말을 어떻게 거부할 수 있을까.

"우리나라 사람 모두가 수영농장에 종속되지는 않습니다. 사람을 위한 먹거리는 다양하니까요. 그러나 우리나라 모든 가축은 수영농장에 종속되어 있습니다."

그냥 마당에 풀어서 가볍게 기르는 가축을 제외하면.

뉴월드유통 사장이 떨떠름한 표정으로 설명을 정리했다.

"그러니까 국산 고기는 수영농장이 그 꼭대기에 앉아 있다, 바로 이 소린가?"

"네, 사장님."

사장과 임원들은 불현듯 상상해 봤다.

전국의 모든 뉴월드마트 지점에서 국산 고기가 전부 없어지고, 수입산고기만 남아 있는 광경을.

지금까지 당연히 한 번도 상상해본 적도 없는 일이었다.

그런데 그 말도 안 되는 일이 충분히 현실성이 있다는 것을 일제 알았다.

그들은 오싹 소름이 끼쳤다.

"아니……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그런데 충분히 말이 됩니다. 제가 수영농장주라면 이런 식으로 축산농가들을 움직여서 경쟁 마트 입점을 통제할 겁니다."

국산 고기를 안 파는 마트를 어찌 마트라고 할 수 있겠나.

수영농장의 허락 없이는 계란 하나도 팔 수 없는 신세가 될지도 모른다.

"설마 수영농장이 이렇게까지 나오지는 않겠지? 그래도 우리 뉴월드백화점에 머쉬룸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고, 나름 상호공생하는 사이잖나."

"공생까지는 아니고 서로 편의를 보는 관계입니다. 그리고 우리 뉴월드그룹이 보는 이익이 훨씬 큽니다. 머쉬룸 서비스를 제돈 내고 운영한다면 백화점은 진작 파산했습니다."

"어서 대책 마련해! 수영마트가 그런 최악의 수단을 동원하는 것만큼은 피해야 해!"

그렇게 뉴월드유통은 발등에 불이 떨어진 채 대책 수립에 몰두했다.

***

라테유통도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다만 라테유통은 국내산 고기가 끊어질 수 있다는 상상까지는 이르지 못했다.

그들은 뉴월드와는 다른 부분을 주목했다.

"수영농장이 마트 판매에서 쓸 만한 무기가 뭐뭐 있지?"

"일단 라면은 수영농장이 쥐고 있다고 봐야죠."

"국내 라면이야 그렇다 치고, 수입라면들이 있잖아."

"수입 라면들 박살 나서 철수한 지가 언제인데요. 요즘 소비자들 전부 황비라면만 먹습니다."

1세대 황비버섯라면은 고유이름으로 황비버섯라면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그냥 황비라면이라고 하면, 황비버섯이 들어간 모든 라면을 묶어서 칭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프라임컴퍼니와 JM 식품이 독점하고 있다.

"라면 가지고 장난치면 답 없습니다. 라면을 안 파는 대형마트라는 게 말이 안 되잖습니까."

"그래, 말이 안 되지. 그리고 라면 말고 또 뭐가 있지?"

"이번 연도 쌀이 조금 위험하긴 한데, 이건 농협에 이미 다 팔았으니 크게 개입할 여지는 적을 겁니다."

다른 임원이 생각났다는 듯이 끼어들었다.

"그런데 황비라면보다는 그 안에 든 황비버섯을 요리에 쓰려고 사는 소비자들이 훨씬 많습니다."

"그렇지. 라면보다 그게 더 중요하지. 지금 황비버섯만 사려고 하면 수영마트에 가야 하지?"

"네, 그것도 하루에 들어오는 양이 정해져 있어서 오후쯤 되면 전부 바닥납니다."

"마트 개장해서 황비라면과 황비버섯만 쫙 깔아놔도 손님들이 그쪽으로 다 몰리겠군."

"황비버섯오일로 튀긴 스낵류도 인기입니다. 감자칩, 고구마칩은 이미 오래전에 장악당했습니다."

현재 라테제과는 감자칩을 시장으로 스낵 시장에서도 차근차근 밀려나는 중이었다.

그 불이 이제 라테유통에도 옮겨붙게 생겼다.

"그리고 수영농장은 심심하면 수영치킨 구매쿠폰을 덤핑해서 사업을 확장합니다."

라테유통 사장은 기억났다는 듯이 끄덕거렸다.

"라면, 황비버섯, 스낵, 수영치킨까지 동원하면 마트 인지도 단숨에 올리는 거야 일도 아니지. 그 외 잡다한 물품들이야 어차피 돈만 주면 쉽게 채워 넣을 수 있으니."

장을 보는 소비자들은 한큐 방문으로 모든 걸 해결하려고 한다.

이 마트, 저 마트 돌아다니면서 사려고 하지 않는다. 무슨 컴퓨터 최저가 견적 맞추는 것도 아니고.

라면처럼 꼭 사야 하는 물건인데 그게 수영마트에만 있고 다른 마트에는 없다면?

당연히 수영마트 말고 다른 곳은 발길이 끊긴다.

처참한 것은 대응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이대로 가만히 있을 순 없어! 빨리 방법을 찾아봐!"

***

국내 시장 점유율 2위인 하우스플러스는 뉴월드유통과 라테유통의 생각을 모두 파악했다.

임형필 사장은 방법을 찾으라고 닦달하지 않았다.

"답 없어, 이건 못 이겨."

"사장님, 그래도 방법을 찾으면 됩니다. 아무리 수영농장 자본력이 크다고 해도……."

"박 전무, 이건 자본력 문제가 아니야. 아니, 그것도 문제이긴 한데, 한 번 생각해 봐. 라면, 황비버섯, 국산 소돼지닭오리 고기를 사려면 수영마트에서만 가능해. 그럼 자네는 어디서 장을 보겠나?"

물론 편의점이나 동네 정육점을 가면 살 수는 있을 거다. 그쪽 공급까지 끊어버리지는 않을 테니까.

하지만 대형마트 중에서는 수영마트에서만 유일하게 그것들을 살 수 있다면?

"시장 점유율이 문제가 아니야. 유통사업이 아예 망할 수도 있어."

"사장님,그럼 어떻게 하시려고……."

"어떡하긴, 수영농장 가서 하우스플러스 지분 좀 제발 사달라고 빌어야지. 한 50%쯤 운 없으면 그 이상이 될 수도 있고."

"사업을 넘긴단 말씀이십니까!"

"수영마트 입장에서도 사업 참여하면 시간 절약할 수 있어서 좋은 거잖아."

임원들은 충격에 잠긴 채 말을 잇지 못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할수록 임형필사장의 말이 일리가 있었다.

이대로만 확실히 유통사업은 망한다.

하지만 차라리 그 전에 수영마트에 넘기고 앞으로도 쭉 협업 관계를 구축한다면?

"서두르자고, 뉴월드나 라테가 우리보다 빨리 넘기면 기회조차 없다."

선착순.

가장 발 빠른 놈만 살아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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