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랜차이즈 갓-490화 (490/1,270)

프랜차이즈 갓 490화

123장 이사장님의 복지(3)

프라임유통.

(주)성렬유통이었다가 하수영한테 넘어오면서 이름이 변경된 이 업체는 원래 농수산물 유통을 했었다.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그 일을 하지 않는다.

대신 수영농장에서 생산된 농작물을 관리, 운반하는 일에만 치중한다.

황비버섯, 송이버섯, 고추, 밀, 등등 수영농장에서 생산되는 작물이 엄청나다 보니, 프라임유통은 그것을 관리하는 일만 해도 벅찼다.

덕분에 성렬유통이던 시절보다 직원도 수십 배 이상 늘어났다.

또한 프라임유통은 화물운송업체의 큰 고객이기도 했다.

그 엄청난 양의 농작물을 매일같이 운송하기 위해 화물 운송 주문을 쉴새 없이 넣는 덕분이다.

특히 버섯 같은 경우는 무게에 비해 부피가 커서, 동일 무게의 다른 화물보다 더 많은 화물차가 필요했다.

성렬유통 직원이었다가 프라임유통사장으로 승진한 주성철은 프리덤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주인님, 하수영 회장님한테서 업무 지시가 왔습니다.

"사장님이 업무 지시? 이거 참 오랜만이네."

주변에서 쉬고 있던 고참 직원들이 그 말을 듣고 눈을 빛내며 다가왔다.

"사장님, 회장님이 업무 지시를 내렸다고요?"

"아니, 회장님이 갑자기 웬일로요? 요 몇 달간은 업무 지시 같은 건 거의 없지 않았나?"

"마지막으로 지시받은 게 거의 반년은 넘은 거 같은데?"

프라임유통은 하는 일이 정해져 있다 보니, 하수영이 별다른 업무 지시를 내릴 일이 좀처럼 없었다.

때문에 고참 직원들이 신기하게 반응하는 것이다.

-전국의 농어민으로부터 농수산물산지직송 개별 네트워크를 갖추라는 지시입니다.

"산지직송 체제를 만들라고?"

-네, 국산 식품을 종합적으로 취급, 판매하는 온라인 유통망을 만들어야 합니다.

"오, 사장님이 드디어 농산물 온라인 유통에 진출하시는 거냐?"

주성철이 눈을 빛냈고, 다른 고참 직원들도 군침을 삼켰다.

프라임유통은 국내에서 가장 거대한 농수산물 유통업체다.

취급하는 유통량이 다른 업체들과는 비교도 안 된다. 다만 그 전부가 '내부거래' 라는 것이지만.

주성철 이하 직원들이 보기에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국내 농산물 유통시장을 휘어잡을 수 있었다.

그러나 하수영의 지시가 없어서 국내 유통망에 끼어들지 못하고 군침을 흘리면서 구경만 했을 뿐.

-그것은 아닙니다.

"뭐야, 아니라고?"

-회사 그룹 직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복지 서비스를 추진 중입니다.

"직원 복지와 산지직송 네트워크가 대체 무슨 상관인데?"

-그룹 직원들은 매달 일정 구매포인트를 받고, 그 포인트로 원하는 식재료를 살 수 있게 됩니다. 온라인몰에 등록한 농어민들은 그룹 직원들을 상대로 매달 안정적인 매출을 올릴 수 있고요.

"그래도 직원들 대상이면 그렇게 많은 양이 필요하진 않을 거 같은데."

-총 32,091명의 직원들이 혜택을 입게 됩니다. 부양가족을 포함하면 108,832명입니다.

"사, 삼만 명? 그리고 십만 명이라고?"

주성철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사내직원을 대상으로 한 유통망이라기에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느닷없이 수요가 십만 명이라니.

"아니, 회장님 밑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그렇게나 많았단 말이야?"

-청담수영병원에서 일하는 15,000명이 넘습니다.

"아니, 그 작은 병원에 일하는 사람들이 무슨 그렇게나 많아?"

-그리고 프라임컴퍼니, 프라임웰빙, 프라임오일, 프라임유통이 있습니다. 청담동 빌딩관리직원들도 넓게는 여기에 포함됩니다.

"……"

-청담동 수영마트, 충남의 김치공장, 통영의 양식장, 해운대 수영펜션에서 일하는 직원들도 생각하셔야 합니다.

주성철과 직원들은 입이 쩍 벌어졌다.

잘 몰랐는데, 줄줄이 나열되는 이름을 들으니 3만 명이라는 숫자가 절대로 허황된 게 아니었다.

-의원사무실에서 일하는 인원, 그리고 수영치킨 가맹점주들도 당연히 혜택을 받습니다. 수영레스토랑과 수영참치 직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몰랐다. 우리 회장님한테 달려 있는 밥줄이 그렇게나 많았구나."

"부양가족까지 합치면 10만 명이 넘다니……."

"이 정도면 10대 대기업에 맞먹는 수준인데?"

유통직원들은 신기해하면서 자기들끼리 수군거렸다.

"가만, 그럼 쌀도 이제부터는 몰에서 사야 하는 거야?"

-네, 앞으로는 그렇게 변경될 예정입니다. 모두 편의를 위해서입니다.

수영농장에서는 엄청난 양의 쌀이 쏟아져 나온다.

100만 한우 양병을 위해 여물용 볏짚을 대량생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고기의 질 향상을 위해 알곡은 빼고 볏짚만 주다 보니, 당연히 쌀이 남아돈다.

배합사료 원료, 저소득층 무상지원으로 소모하고 있지만 그래도 쌀이 남아돈다.

그래서 하수영은 직원들을 상대로 그간 무상으로 쌀을 나눠줘 왔다.

당장 프라임유통 직원들도 자기 돈주고 쌀을 사먹은 지 오래되었다.

-국내에서 생산되는 모든 농수산물 식재료를 취급할 겁니다. 올해 추수가 끝나면 그때부터는 수영농장산 쌀은 복지몰(mall)에 풀지 않을 겁니다.

"일반 농가에서 산지직송으로 할 생각인 거군."

-하수영 회장님은 농민 재정 악화를 염려하시니까요. 주로 일반 농가로부터 농산물을 구매하실 겁니다.

"알았다. 그런 방향으로 우리도 준비를 해야겠어. 오랜만에 전국 일주 한 번 해볼까?"

일반 농가를 찾아가서 산지직송 유통망에 합류를 시켜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들과 약속을 맺고, 또 농산물 운송 시스템도 구축해야 했다.

"젊은 농민들은 온라인으로 농산물을 내다 파는 데 익숙하니까, 대충 협의만 마치면 될 거야."

"온라인 판매를 할 줄 모르는 농가 들이 문제네요. 그건 우리가 케어해야 할 거 같소."

"우리 주거래처 동방운송에 이야기를 할까? 아니면 그냥 CZ택배 찾아가서 배송계약을 맺을까?"

"소량씩 여러 종류를 배송해야 하니까 CZ택배와 이야기를 하는 게 나을 거 같은데요, 사장님."

-이미 농민들과 협업을 마쳤습니다. 지금까지 26,310개 농가에서 참여하기로 약속했습니다.

"뭐? 벌써?"

주성철은 놀라서 반문했다. 설마 하수영이 그사이에 26,310개나 되는 농가를 일일이 돌았다는 것은 아닐 텐데.

-제 동료들의 도움을 받아서 직접적으로 이야기를 했습니다. 농민들도 새로운 판매로가 열리는 터라 흔쾌히 응했습니다. 고정고객이 10만 명이 넘을 거라고 하니 다들 좋아했습니다.

"이야…… 역시 전 국민이 프리덤을 쓰니까 이런 거 하나는 기가 막 히게 빠르네."

"근데 이런 거 협조 요청은 다른 프리덤들이 안 들어주지 않냐? 어떻게 한 거냐?"

-프리미엄 유료 서비스입니다. 일반 유저들은 당연히 해당이 안 됩니다.

"프리덤, 근데 회장님이 직원들한테 구매 포인트는 얼마씩 줄 거라고 하시더냐?"

-1인 가구의 경우 50만 P입니다. 이후 부양가족이 1명씩 추가될 때마다 50만 P씩 증가합니다. 오직 사내복지몰에서만 사용할 수 있으며, 매달 말일마다 소멸되고 1일마다 초기 화됩니다.

"딱 필요한 만큼만 사서 먹으라는 말이네. 그럼 농가에서 매입하는 가격은 어떻게 되는데?"

-그것은…….

"너무 비싸게 매입하는 거 아닌가?"

같이 바둑을 두던 최우석이 놀라서 고개를 들고 물었다.

"농가가 살아야 나라가 삽니다. 식량 자급자족은 저 혼자 지킬 수 없어요. 다른 농가와 힘을 합쳐야 합니다. 그래 봐야 기존 유통마진에서 농가에 조금 더 떼어주는 수준이에요."

"허어, 그래도 1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인데…… 그럼 매달 얼마가 나가는 건가?"

"매달 나가는 구매 포인트가 544억 정도 되겠네요. 근데 그걸 다 쓰진 못할 겁니다. 아마 한 300억 정도?"

"직원들 식재료 복지로 한 달에 300억씩이나 퍼주는 셈이로군. 엄청난 돈이야, 한 달에 300억이라니."

"근데 병원 한 달 적자가 그보다 훨씬 많아요."

"……그렇게 들으니까 또 한없이 적게 느껴지는군."

최우석은 턱을 쓰다듬으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10만 명이라…….'

하수영한테 밥줄이 달린 숫자가 자그마치 108,832명.

물론 이것은 직, 간접적으로 그의 영향력 하에 있는 직원과 가족만 합친 것이다.

'앞으로 합류하는 농가를 5만 개로만 잡아도…… 아니아니, 하 의원한테 도움받는 농가들 숫자를 다 합치면…'

적어도 40만 명 이상은 하수영한테 아예 밥줄이 달렸거나, 혹은 생계에 크고 작은 도움을 받는다.

'이 정도면 뭐, 40만 명의 지지자를 거느린 거나 다름이 없군.'

청담동 후원회 등의 지지자들은 제외하고 말이다.

40만 명이라는 숫자, 정치판에서는 엄청난 것이다.

이 정도면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전국구 정치인으로 떠오를 수 있으리라.

"하 의원 자네, 내가 혹시나 해서 묻지만 큰 정치판으로 나갈 것은 아니지?"

"시의원만 가도 제 생업을 상당수 내려놔야 하잖습니까. 구의회를 벗어날 마음은 없습니다."

"자네가 직접 진출하지 않고 자네 계파를 큰물에 내보내서 막후 정치를 해도 괜찮을 거 같은데."

"글쎄요. 막후 정치라면 질리도록 많이 해봐서 그다지 끌리지는 않네요."

"또 게임 이야기로군. 자네가 했다는 게임이 대체 뭔지 궁금할 지경일세."

"원래 사람이 모이는 곳은 정치질이 있기 마련이죠. 게임도 결국 사람 모여서 하는 겁니다. 의원사무실에서 어르신들이 고스톱 치면서 정치질하는 거 보셨잖아요."

최우석은 잠시 키득거리다가 표정을 진지하게 잡고 말했다.

"자네는 40만 명의 지지자를 가진거나 마찬가지야. 서울에 대부분이 있지만, 전국적으로도 골고루 흩어져 있지. 게다가 대부분 농어민들이고, 밑바닥 민심이란 말이지."

"킹메이커로서 조건이 좋다, 이런 말씀이신가요?"

"역시 자네는 눈치가 빨라. 대권주자들이 자네의 이런 상황을 알면 군침을 흘리면서 찾아올 거야. 자기 선거캠프에 참여해 달라고 말이야."

하수영 한 명만 끌어들이면 일단 40만 개의 표를 먹고 시작하는 거나 다름없으니.

아니, 전국의 농민들 숫자를 생각하면 그보다 훨씬 이상이다.

"아직 대선은 많이 남았습니다."

"세월 금방이지.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장기 레이스이니만큼 미리미리 도장 찍을 사람들이 슬슬 나타날 걸세. 그때 자네는 어떻게 할 건가?"

"대선에 관심이 가시나 보네요."

최우석은 묘한 표정으로 바라보다가 풀썩 웃음을 지었다.

"구의회를 벗어나면 피곤하다는 건 진심일세. 그런데 대선이라고 하면 조금은 관심이 생기네. 이것도 노욕일까?"

"어르신 본인 손으로 대통령을 한 번 만들어보고 싶으셨던 건가요? 아니면 대통령이 되고 싶으셨던 건가요?"

"에잉, 둘 다 아닐세."

"그럼……?"

"하 의원, 자네 손으로 대통령을 탄생시키는 게 불가능하지는 않다는 들어. 그러니 갑자기 가슴이 뛰지 뭔가. 내가 살아서 그 광경을 볼 수 있을까, 싶기도 하고."

머나먼 곳을 그리워하는 것처럼 최우석의 눈빛이 아련해졌다.

영원히 갈 수 없고, 그저 그리기만 해야 하는 절경을 떠올리는 것처럼.

"나도 이제 살 날이 얼마 안 남았어. 이번에 오는 대선…… 그게 아마 마지막이겠지. 그 다음 대선까지 내가 멀쩡히 볼 수 있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겠나."

"제가 킹메이커가 되는 모습이 그렇게 보고 싶으십니까?"

"멋있잖나. 내 친구가! 대통령도 당선시켰다고! 그렇게 저승에서 먼저 간 친구들 앞에서 자랑도 할 수 있고."

최우석은 어린아이처럼 신이 나서 허공에 주먹질을 하며 웃어 보였다.

친구라는 말에 하수영은 조용히 웃음을 지었다.

"그럼 나중에 사람 하나 골라오세요. 까짓거 한 번 대통령으로 만들어보죠. 죽기 전 친구 소원 한 번 들어주는 게 뭐가 어렵습니까."

"하하, 말만으로도 고마우이. 그런데 내 주변엔 대통령감이라고 할 만한 사람이 없어서, 그냥 마음만 받겠네."

"그릇이 작다면 그릇을 강제로 늘리면 되죠. 그거 생각보다 안 어려워요."

최우석은 가볍게 웃어넘기고 바둑에 집중했다.

바둑의 묘수에 푹 빠진 그는 더 이상 대선을 머릿속에 담아두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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