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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갓 489화

123장 이사장님의 복지(2)

기숙사 운영 복지.

전문의 이상급 의사들은 전혀 관심이 없었다. 그들은 이미 안정적인 주거 환경을 구축했으니.

그 이하 인턴, 레지던트 의사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대부분이 부유한 가정이었기에 굳이 기숙사 신세를 질 이유가 없었다.

부유하지 않은 가정 출신 의사들도 소득이 높은 까닭에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수영병원은 1년 차 인턴도 1억 이상) 관심을 많이 보이는 것은 간호사와 일반 직원들이었다.

"기숙사? 강남에서 기숙사를 운영한다고? 그럴 만한 시설이 있어?"

"병원까지 짧게 출퇴근 가능하면 진짜 강남인가 본데. 설마 청담동일까?"

"내가 듣기로는 이사장님이 청담동은 아니고 강남 여기저기에 원룸 빌딩을 잔뜩 샀대. 한 8채? 그거 다 합치면 560가구는 나오는가 봐."

"원룸이면 진짜 괜찮네. 어차피 난 지금도 원룸 신세인데."

"20만 원이면 이거 진짜 거저 살라고 내주는 거야."

"와, 우리 병원 진짜 복지는 짱이다. 안 그래도 인원이 많아서 되게 널널한데 강남 기숙사까지 제공이라니……."

수영병원은 전국 종합병원 중에서 근로 강도가 가장 낮다.

환자vs의료진 비율이 다른 병원의 몇 배 이상에 달하기 때문이다.

다른 병원에서는 간호사 1명이 환자 X인을 본다면, 수영병원에서는 그 몇 배의 간호사가 X인을 본다.

"나 출근하는 데만 1시간 30분 걸리잖아. 1호선 타고 부평구청역에서 7호선 갈아타고 오는데 아주 죽어."

"네가 강남 2호선 출퇴근의 지옥을 알아?"

"됐고 이건 무조건 신청해야 해. 근데 어디서 신청하는 거지?"

"그냥 프리덤한테 신청하라고 하면 되지. 뭘 그렇게 어렵게 해."

"맞아, 프리덤이 알아서 신청을 해줄 거야."

병원에서 프리덤을 사용하지 않는 직원은 거의 없다.

간호사와 일반 직원들은 너도나도 프리덤한테 회사 기숙사 입주 신청을 했다.

-단독으로 신청하시겠습니까, 아니면 2인 동반으로 신청하시겠습니까?

"어? 2인 동반은 뭐야?"

-원하는 룸메이트를 찾아서 함께 2인 동반으로 신청하면 우선권이 주어집니다.

"……아, 이거 고민되는데?"

"난 그냥 단독으로 할래. 그래도 원룸에서 둘이 살기에는 너무 좁고 힘들어."

"난 2인 동반으로 해야겠어. 출퇴근만 4시간인데 둘이서 원룸 생활좁더라도 할 수 있어. 어차피 평일에는 잠만 자고 주말에는 본가에 들어가면 되니까."

"그럼 나랑 같이 신청할래요?"

"미안하지만 거절할게요."

"아니, 왜요?"

동료한테 거절당한 직원은 당황했고, 거절한 직원은 미안한 듯이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정운 씨는 집이 30분 거리잖아요. 정운 씨하고 같이 신청하면 아무래도 당첨 가능성이 떨어질 거 같아서요."

당장 확보한 숫자는 560가구.

그러나 청담수영병원에서 의사를 제외한, 간호사 및 그 외 직원들의 수는 13,000명에 달한다.

그중 5,600명만 신청을 한다 쳐도 10 대 1이다.

직원들은 어떻게든 당첨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나름대로 머리를 굴렸다.

-기숙사 입주 선별을 위해서는 집의 위치, 개인 소득 등의 개인정보를 제공해야 합니다. 제공한 정보는 선별을 위해서만 사용되고 철저히 보안이 유지됩니다. 제공하시겠습니까?

"위치는 당연히 제공해야지. 그리고 소득이라고 해봤자 어차피 재단에서 월급 주니까 다 파악되고 있잖아."

월급을 주는 주체가 '네 소득 얼만지 한 번 까 봐도 될까?'라고 묻는 꼴이라니. 직원들은 조금 우스웠지만 다들 어렵지 않게 동의했다.

"프리덤, 혹시 3인 동반 신청은 안될까?"

-그건 안 됩니다. 거주환경이 지나치게 열악하면 근로 효율이 떨어질 우려가 있다고 합니다.

"아쉽네."

직원들은 저마다 당첨을 간절히 바라며 신청을 마쳤다.

그날 오후, 1,000여 명의 직원들은 입주 통과 통보를 받고 뛸 듯이 기뻐했다.

"아싸! 입주 성공이다!"

"나도! 나도 입주 성공!"

"와! 근데 오늘 오전에 공지가 떴는데 벌써 결과가 나온 거야? 원래는 사흘 동안 신청받는다고 하지 않았어?"

그 말에는 프리덤이 대신 대답해 주었다.

-재단에 문의한 결과, 신청할 만한 직원들이 오전 안에 전부 신청을 했기에 사흘씩 기다릴 필요가 없었다고 합니다.

"오늘 비번인 직원들은 어떻게 알고?"

-프리덤을 통해서 저마다 연락이 갔습니다. 기숙사 공지를 모르는 직원은 단 한 명도 없었습니다.

직원들은 새삼 프리덤이 얼마나 편하고 빠르게 일 처리를 도와주는지 깨달았다.

"아마 이사장님도 프리덤을 통해서 처리했을 테니까 이렇게 선별이 금방 끝났을 거야."

"그런데 프리덤은 회사 업무용으로는 못 쓰지 않아?"

"전문 영역에서나 그렇지, 이런 단순 분류 처리 같은 것은 프리덤을 써도 돼. 설마 여태껏 몰랐던 건 아니겠지?"

"와, 여태 모르고 살았는데. 뭔가 억울해."

***

2인 동반 입주자들은 서로 룸메이 트를 찾아 신청을 한 것이기에 같이 산다는 것에 불만은 없었다.

회사에서 랜덤으로 룸메이트를 선정해준 거라면 다소 불만이 있겠지만, 자신들의 선택이었으니.

기숙사 입주자들은 죄다 병원에서 멀리 떨어져 사는 이들이었다.

특히 룸메이트 없는 1인 입주자들은 출근 시간이 최소 1시간 30분 이상 걸리는, 아주 멀리서 거주하는 직원들이었다.

또한 의료 업무와는 무관한, 일반직원들의 비율이 가장 높았다.

직원들은 그 이유를 이해했다.

"우리 병원은 간호사들도 연봉 1억부터 시작하니까 이렇게 된 거 같은데. 소득도 본다고 했잖아."

청담수영병원 비의료 종사자들은 다른 병원 동일 직종에 비하면 급여가 높다.

그래도 의료종사자인 간호사들보다는 급여가 낮기에, 입주 선정에서 가산점을 받은 것이다.

집의 위치, 급여 등을 고려해서 대단히 합리적으로 결정된 선정이었기에, 직원들은 불만이나 의구심을 품지 않았다.

선별 기준이 너무 깔끔했고, 뭔가 불공정하다 싶은 조짐도 전혀 없었다.

-직원들의 반응이 폭발적입니다. 모두 크게 만족하고 있습니다. 혹시 추가 기숙사 입주 신청은 없는지 다들 목이 빠지게 궁금해하고 있습니다.

"그래? 그럼 목이 빠지기 전에 궁금증을 해소해 주는 고용주의 도덕성을 보여줘야겠어."

하수영은 곧바로 추가 공지를 올렸다.

[안녕하십니까, 이사장입니다.]

[기숙사 입주에 당첨되신 직원분들께 축하를 전합니다. 아울러 아까운 차이로 떨어진 직원분들은 너무 아쉬워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본 이사장은 기숙사로 쓸 만한 원룸 빌딩을 지금도 꾸준히 찾아 수집하는 중입니다.

모든 직원들의 마라톤 출퇴근에 고생하지 않는 그 날이 올 때까지, 이 사장은 지속적으로 기숙사를 늘려나 갈 예정입니다.]

입주에 떨어지고 낙담해 있던 직원들은 추가 공지를 확인하고 뛸 듯이 기뻐했다.

"아, 어떡하지? 나 이제 다른 병원에서는 일할 수 없는 몸이 돼버린 거 같아."

"월급 하나만 봐도 비교도 안 되는 데, 종합적인 복지가 일단 너무 좋아."

"원무과 김창식 대리님 와이프 암걸렸는데 병원비 걱정만큼은 전혀 안 하잖아. 와이프분 실비 말고는 보험도 안 드셨는데."

"직원 본인하고 가족들은 우리 병원에서 무상으로 치료해 주니까 걱정 없지. 배우자와 2촌 이내까지가 대상이었지, 아마?"

"노부모 모시는 직원들은 이를 악물고 끝까지 버틴다잖아. 치매요양센터동도 이번에 새로 짓는다는 거 보고."

"우리 병원에서 이를 악물 게 있어요? 환자나 보호자들도 함부로 진상짓 못하는데."

수영병원은 진상 환자나 가족들에게 매우 엄격하다.

환자는 차마 쫓아내지 않지만(병원이 정당한 사유 없이 치료를 거부하면 안 되므로), 그 가족이 소란이나 진상을 피우면 얄짤 없이 내쫓는다.

가족이 내쫓기는 걸 본 환자들은 알아서 좋은 사람이 된다.

간혹 가족이 아예 없거나, 가족이 내쫓기는 꼴을 봐도 정신을 못 차리는 환자도 있다.

그런 환자들은 병원에서 제공하는 치료비 지원 혜택을 박탈해 버린다.

다른 병원에서 보건복지부 기준에 맞춰서 제공하는 의료서비스 기준을 정확히 따른다. 병원 부담으로 효과 좋은 비급여 약을 써준다거나 하는 일도 없다.

그런 치료비 혜택을 박탈당한 환자들을 본 다른 환자나 가족들은 더욱 더 조심한다.

"근데 우리 병원, 아직까지도 사망자는 한 명도 없었지요?"

"밖에서 죽어서 들어온 사람은 있어도, 안에서 죽은 환자는 한 명도 없지요."

"이 기록이 진짜 어디까지 갈까요?"

"정말 우리 병원, 아니, 이사장님은 신께서 어여삐 도우시는 거 같아요."

***

우형신이 찾아왔다.

"사장님, 재건축 아파트 매물이 나왔습니다."

"네? 청담에 재건축 통과될 만한 아파트가 또 있었어요? 다른 아파트들은 재건축 승인 나려면 힘들 텐데요."

"역시 잘 꿰고 계시는군요. 청담동은 아니고 광진구입니다. '박성아파트'라고, 한강변이라서 강을 사이에 두고 우리 청담동하고 마주 보고 있는 곳이죠."

광진구 재건축 아파트면 당연히 하수영의 관심 밖이었다.

하지만 하수영은 우형신이 이 매물을 왜 물어왔는지를 대번에 깨달았다.

"거기에 아파트 단지 올려서 기숙사로 쓰면 딱이겠어요."

"꽤 대단지입니다. 원룸형 오피스텔식 건물로 올린다면 적어도 1만세대 이상은 확보할 수 있을 겁니다. 어차피 기숙사로 쓰실 거 아닙니까."

하수영은 손가락을 세로로 세워 들어서 고개와 같이 도리도리 흔들었다.

"노노, 아니죠, 아니죠. 출퇴근에 힘들어 하는 것은 미혼이나 기혼이나 다 똑같습니다. 경기도나 인천에 아이 키우고 살면서 출퇴근하는 기혼 직원들이 얼마나 많은데요."

"네? 기혼들까지 챙기시려고요?"

"그 사람들이라고 장거리 출퇴근이 좋겠어요? 가족이 있으니까 기숙사입주 신청을 차마 못 한 거죠."

"그럼 설마……."

"싹 밀고 일반 아파트 30평대 정도로 규격화해서 올립시다. 아이들 키우는 기혼 직원들이 들어와 살 수 있는 기숙사도 필요하니까요."

"……으허억. 알겠습니다."

우형신은 자신이 하수영의 스타일을 아직도 모른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그럼 조합장과 약속 잡아보겠습니다."

"부탁합니다."

하수영은 고민에 잠긴 채 왔다 갔다 하고 있었다.

"부족해, 부족해, 부족해, 부족해……."

모르는 사람들이 보기에, 그의 중얼거림은 광기에 가까웠다.

"사람이 어떻게 집과 쌀만으로 먹고 살 수 있겠어. 다양한 반찬도 있어야지. 지금은 너무 많은 게 부족해."

-마스터, 재단에서 제공하는 복지는 지금도 업계 최고 수준입니다. 다른 병원에서는 10%도 채 따르지 못합니다.

"먼 옛날, 조 단위로 거느렸던 노예들한테도 내가 이것보다는 더 잘해줬다. 그런데 겨우 1만 명도 안되는 정규직 직원들이 노예보다 못해서야 되겠냐?"

-…….

"여기 세계관을 너무 해치지 않으면서 또 베풀어줄 수 있는 게 뭐가 없을까? 야, 좋은 생각 좀 제공해 봐라. 난 월급 올려주는 거밖에 생각이 잘 안 나."

이곳 현대의 기준을 '너무 해치지 않는' 선, 이게 어렵다.

신입 간호사들한테도 1억 이상씩 꽂아주는 것도 지금 아슬아슬한 수준인데…….

-사내전용 농수산물 마트를 운영하는 것은 어떻습니까?

"사내전용? 농수산물?"

-마스터는 전국의 농어민들 네트워크가 있습니다. 저를 통해 그들과실시간으로 연동해서 농수산물 산지 직송 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겁니다. 마스터의 농민으로서의 정체성에도 어울립니다.

"오."

-매달 초에 일정량의 구매 포인트를 제공하고 말일이 되면 소멸하게 하는 겁니다. 그럼 아까워서라도 다들 산지직송 농산물을 구매해서 먹을 겁니다. 농어민들에게도 도움이 될 겁니다.

"그런데 규모는 소소하겠구나."

-작은 배려가 때론 더 크게 보이기도 합니다.

"좋아, 디테일한 곳에서까지 배려 심이 넘치는 이사장 이미지를 보여줄 수 있겠어."

프리덤은 곧바로 농수산물 산지직송 유통을 위한 작업에 들어갔다.

병원 직원 먹거리 복지를 위해서다.

가장 첫걸음은 바로 전국의 농어민들과의 대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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