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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갓-480화 (480/1,270)

프랜차이즈 갓 480화

121장 청담의 아버지(4)

"역시나 거기일 줄 알았습니다."

하수영은 차분하게 고개를 끄덕거리며 중얼거리듯이 말했다.

"이만큼 덩치가 큰 매물을 낼름 먹어치우려면 그 정도 연합은 되어야겠죠."

하수영은 갑자기 조합장을 노려보듯이 바라보고는 물었다.

"지금은 계약만 한 상태고, 자금이라던가 뭐가 집행된 건 전혀 없는 상태죠?"

"예? 아, 예. 그렇긴 합니다만……."

"그럼 일단 올스톱하세요. 제가 그 두 곳과 한 번 이야기를 나눠보겠습니다."

하수영은 더 이상 볼 것 없다는듯이 바로 일어났다.

***

라테그룹과 하수영은 공식적으로 화해를 한 상태다.

한때 뉴월드백화점, 백두백화점에만 들어가는 머쉬룸 서비스(VVIP들에게 제공하는 트러플 요리 서비스) 때문에 라테백화점의 매출은 박살이 났었다.

하지만 진세호는 청담동의 라테마트(현 수영마트) 부지를 하수영에게 넘기고, 수영레스토랑의 백화점 입주를 따내면서 극적으로 화해를 이루었다.

"역시 사람이 너무 날만 세우고 사는 것보다는 가끔은 자존심 상해도 순둥순둥하게 굴어주는 게 좋아. 언젠가는 반드시 돌려받는다니까?"

라테그룹 차남 진세호의 중개로 하수영은 라테건설과 어렵지 않게 협상을 마쳤다.

건설에는 라테건설이 그대로 참여 하는 대신, 일체 하수영에게 모든 것을 넘기기로 한 것이다.

라테건설 사장은 몇 가지 신신당부를 했다.

"시에서 내건 조건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으면 여러 가지로 힘들 겁니다. 분양가는 어느 정도 각오하셔야 합니다."

비싸게 팔 수밖에 없다는 예고.

하지만 하수영은 쾌활하게 받아들였다.

"괜찮아요, 괜찮아. 일본에 참치 팔아서 돈 많이 벌었는데, 이참에 그거 다 써버리죠, 뭐."

"참치라고 하셨습니까?"

참치 팔아서 번 돈, 이라는 단어에 담긴 의미를 건설 사장은 아마 모를 것이다.

그렇게 협상을 마친 하수영은 개운한 기분으로 라테그룹과 헤어질 수 있었다.

"그냥 라테백화점에도 머쉬룸 서비스 준다고 하고 시공지분 자체를 가져올 걸 그랬나? 아니야, 겨우 그 정도 가지고 머쉬룸을 베풀기에는 너무 약해."

아무튼 라테는 통과했고, 이제 서해건설만 남았다.

***

"하수영입니다. 반갑습니다."

"건설사장 천웅철입니다. 영광입니다."

하수영의 방문에 서해건설은 비상이 걸렸다.

고용사장이나 임직원들 입장에서 하수영은 오너 일가나 다름없는 거물이다.

그가 건설에 무슨 볼일이 있어서 찾아왔는지를 놓고, 임원들 사이에 추론이 팽팽했다.

"혹시 이번에 우리가 따낸 해진타운 재건축 때문에 온 게 아닐까요? 자기한테도 아파트 몇 채 분양해 달라고."

"하수영 의원님이 청담동 부동산콜렉터라는 것은 이 바닥에서 아주 유명하죠."

"그런데 겨우 몇 채 찜해두겠다고 이렇게 직접 찾아올까? 우리가 너무 쉽게 생각하는 거 아니야?"

그렇게 의견이 분분한 사이, 하수영은 천웅철 사장 및 부사장, 전무와 함께 협상에 들어갔다.

"청담동 해진타운 재건축 때문에 왔습니다."

"그거일 줄 알았습니다. 내부분양을 원하시는 거겠지요. 몇 채 정도를 원하시는지 말씀해주신다면 따로 물량을 빼두겠습니다."

천웅철 사장은 무난하게 넘어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의 예상은 빗나갔다.

"이야기가 쉽게 돼서 다행입니다. 안 그래도 지금 라테건설을 만나고 오는 길입니다."

"라테건설을요……?"

"네, 라테건설은 공사만 자기들이 맡고 모든 물량을 저한테 매도하기로 약속했습니다."

"네?"

"새로운 해진타운 부지, 제가 전부 사겠다는 겁니다."

"그게 무슨……."

천웅철 사장은 어이가 없었다.

서해건설은 조합 지주 몫 아파트 531채를 제외하고, 약 2,000여 채의 아파트, 오피스텔, 상가 등을 일반분양해서 수익을 낸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물론 라테건설과 나눈 다)원래 아파트 지역이었고 한강이기에 고층 아파트를 세우는 것에 큰 부담은 없다.

아마 제일 작은 평수만 60평 이상 될 것이다.

전체 분양가가 10조 원은 넘어갈 물량인데, 그걸 모두 자기가 사겠다니.

"돈은 걱정 마시죠. 그 정도 여유는 거뜬합니다."

"……."

"아니면 시행권을 저에게 넘기셔도 됩니다. 그러면 공사를 귀사에 맡겨 드리지요. 어차피 제가 따로 시공사를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니까요."

"너무 갑작스러운 이야기여서 당황스럽습니다만……."

"아, 만약에 저에게 전부 넘긴다면 전체 설계도 바꿨으면 합니다. 어차피 저 혼자만 살 물건이니 제 입맛에 맞게 짓는 게 낫지요, 안 그렇습니까?"

하수영은 태블릿을 꺼내 그 자리에서 바로 빔 프로젝터와 연결했다.

"프리덤."

-예, 마스터. 조감도를 재생하겠습니다.

곧이어 예상 3D 조감도의 모습이 나타났다.

한강을 배경으로 우뚝 선 웅장한 두 개의 고층 타워의 모습이 나타났다.

타워의 뿌리 부분은 거대한 원형 건물에 연결되어 있고, 지상은 공간이 탁 트여 있어 많은 사람들이 자유롭게 한강둔치를 드나들 수 있게 해놓았다.

탄성이 나올 만큼 아름다운 가상조감도였다.

"일단 이름은 청담수영타워로 생각하고 있는데요, 나쁘지 않지요? 이대로 가면 될 거 같은데요."

참고로 천웅철 사장은 아직 예스라고 수락한 적이 없다.

"좌측 타워는 상가 겸 오피스 빌딩으로, 우측 타워는 순수 주거용으로 사용하면 어떨까 싶습니다. 지상 4층부터 15층까지 올라간 공동건물은 복합쇼핑문화센터로 활용하면 좋을 거 같고요."

"저, 의원님. 자세한 설계는 모르지만 이 설계도는 언뜻 보기에도 2,000채는 절대 안 나올 것으로 보입니다만."

"그럼 타워 하나를 더 추가할까요? 하지만 세쌍둥이 타워는 멀리서 보기에 너무 디자인적으로 없어 보이 는데. 갑갑한 느낌도 있고 한강 조경도 너무 가리고요."

천웅철 사장, 부사장, 전무는 한눈에 알아봤다.

저 설계대로 갈아엎으면 공사비는 훨씬 더 많이 나올 것이다.

애초에 서해라테 컨소시엄은 시에서 허용하는 한계치까지 오피스, 상가, 아파트를 꽉꽉 채워서 가급적 많이 분양해서 이익을 남길 생각이었다.

'이래서야 판돈은 커지지만 정작 우리가 남는 건 없잖아.'

천웅철 사장은 신이 나서 설명하는 하수영을 조용히 바라봤다.

사실 하수영의 제안을 받는 게 회사 입장에서는 이익이다.

하지만 이번 대공사를 통해 진짜로 추구해야 하는 이익은 제대로 건지지 못할 것이다.

'부회장님께서 적어도 천억 이상 남기라고 하셨는데.'

바로 비자금.

자재 다운그레이드, 인력수 조작등을 통해 총수 일가의 쌈지주머니에 꽂을 비자금 조성에서 남는 게 적어진다.

'라테놈들은 왜 그렇게 쉽게 오케이한 거야? 우리하고 제대로 상의도 안 하고.'

상대가 청담을 꽉 쥐고 있는 정치 인이라서 부담스러웠던 것일까?

"의원님, 죄송하지만 설계는 이미 나왔습니다. 이제 와서 설계를 변경할 수는 없습니다."

"제가 전부 다 산다고 해도 말입니까?"

"일단 531채는 기존 지주들에게 분양해 줘야 합니다. 그 외의 물량중 상당수는 의원님에게 따로 빼드릴 수 있겠지만, 아무튼 설계 변경은 불가능합니다."

"2,500채의 대단지를 만들어 올리시겠다는 거군요. 한강접근로 공중 공개는 딱 시가 용인할 만큼만 하고요."

"회사는 영리를 추구하는 사적 집단입니다. 죄송합니다."

"으음…… 알겠습니다."

하수영은 곧바로 조감도를 꺼버렸다.

의외로 바로 돌아서는 쿨함에 천웅철 사장은 혹시 심기가 불편해진 것은 아닌가 우려되었다.

막말로 하수영이 구의원 신분을 이용해 훼방을 놓기 시작하면 꽤 귀찮아진다.

"죄송합니다, 의원님. 하지만 일반물량에서는 의원님이 원하시는 만큼 최대한 배려를 해드리겠습니다."

"전부 제가 살 거니까 더 비싼 설계로 바꾸자고 해도 거절을 하신다면 나름 이유가 있는 거겠죠."

천웅철 사장은 괜히 속이 뜨끔했다.

건설에서 빼돌리려는 비자금을 지적하는 것은 아닌가 하고 제 발이 저렸던 것이다.

하지만 하수영은 별 말 없이 서해 건설을 나섰고, 경영진은 그제야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라테건설에 전화해서 확인해 봐. 어떻게 된 건지. 물량을 전부 넘겼다는 게 무슨 말이야?"

"거기는 건설로 빼돌리는 돈의 비중이 낮으니까, 이참에 하수영 의원한테 빚 하나 지워두자는 생각이 아니었을까요?"

"그럴 수도 있겠군. 아우, 그 멍청이들하고 손을 잡는 게 아니었어."

"워낙 덩치가 커서 어쩔 수 없었습니다. 시에서도 탐탁지 않아 하고요."

"그나저나 하수영 의원이 많이 서운했던 거 같은데…… 이거 가지고 우리한테 보복하려고 들진 않겠지?"

"아무리 돈 많아봐야 결국 개인입니다. 우리 서해그룹에는 못 당하지요. 행정적으로 몇 번 깔짝대면서 견제구 날리는 게 전부일 겁니다."

"하 의원 청담동 부동산 욕심은 하여튼 알아주니까, 일단 웬만한 물량은 킵해두고 있어. 달라고 하면 넘겨는 줘야지. 물론 제값 받고."

그리고 며칠 후,

서해건설은 서울시에서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다.

"네? 설계를 바꾸라고요?"

"그렇습니다. 기존 설계는 뭔가 마음에 들지 않았는데, 이번에 제대로 된 설계안을 받았습니다. 아직 철거를 시작한 것도 아니니 설계 전면 변경을 검토해 주시죠."

말이 검토지, 하라는 것이나 다름없는 어투였다.

임원은 차마 하수영의 이름을 꺼내지는 못했다.

'혹시 하수영 의원이 보여준 조감도인가요?'

라고 물었다가는 '아니, 이런 좋은 걸 봤으면서 왜 여태껏 아무 말도안 했습니까?'라고 반격이 들어올게 뻔하니까.

"하수영 구의원께서 보여주신 조감도입니다. 설계도 이미 전부 나왔고, 주무부처에서 문제가 없는지 검토중입니다."

아니, 쓸데없이 왜 그걸 검토하는데 행정력을 넣고 있는 거지?

그 사람은 시행권, 시공권에 전혀 자격이 없는데.

"시장님은 한강로를 장식할 청담동대단지 주상복합시설이 서울을 대표할 만큼 멋진 디자인이기를 바라고 계십니다. 기존의 디자인은 너무 투박했어요."

"일단…… 우리도 긍정적으로 검토는 해보겠습니다."

임원은 시간을 끌 생각으로 미팅을 마쳤다.

이것은 서해건설 선에서 결정을 할 문제가 아니었다. 부회장님의 지시가 필요했다.

***

"그래도 시행권을 따낸 공이 있어서 웬만하면 안고 가려고 했는데, 안 되겠네. 비자금으로 대체 얼마나 빼먹을 생각이었던 거야, 그놈들."

최우석은 인자한 미소로 부채질을 천천히 하면서 말했다.

"깔끔하게 다 엎고 새로 시작하게. 그러는 게 두고두고 속이 편해. 정 뭐하면 후원회 친구들한테 도움을 청하던가. 그 친구들이 나서면 승인 재검토부터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거네."

"그러면 시작점에서 다시 다른 건설사들과 불필요한 경쟁을 해야 하죠. 시간도 많이 걸리고요. 그냥 서해건설만 쳐내려고 합니다."

"방법이 있는 건가?"

"서해전자가 반도체 확장에 80조원을 넘게 쏟아부었죠. 공장 건설비용이다. 백두반도체 인수다 뭐다 해서요."

"서해건설이 공장 건설을 맡고 있었지, 아마?"

"계열사 간 거래이지만 공사대금을 전액 받은 것도 아니죠. 이럴 때 적당한 악재 하나 터지면…… 서울시에서 재정능력을 의심받게 되겠죠?"

하수영은 비릿한 미소로 지시를 내렸다.

"프리덤, 때가 됐다. 여의도에 정보 풀어라."

-예, 마스터.

***

여의도 증권회사에 투자하는 샐러리맨들은 갑작스럽게 퍼지는 은밀한 정보를 접할 수 있었다.

[마이크론, 서진파운드리에 50억달러어치 램 위탁생산 주문!]

[향후 램 생산은 모두 서진파운드리에 맡길 예정!]

[엔비도, 서진파운드리산 그래픽램의 가성비에 경악!]

"뭐야, 이거? 누가 이런 찌라시 퍼뜨리는 거야?"

"마이크론은 서진파운드리의 공정라인을 통해 램 생산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었다…… 그래서 50억 달러를 미리 입금하면서 일부 공정라인을 독점했다……."

"서진파운드리? 그냥 정서진이가 입 잘 털어서 성공적으로 사기 친케이스 아니었어?"

"아닌데? 뭔가 정말 있나 본데? 일단 마이크론이 서진파운드리에 그래픽 램 시범생산까지 맡긴 건 사실이야. 내가 지금 확인했어."

"뭐야, 이거 반도체 판이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그때 누군가 불현듯이 말했다.

"서해전자가 반도체 공장 늘린다고 투입한 돈이 거의 90조 원 가까이 될 텐데……."

"서진파운드리 공정효율이 어느 정도인지부터 빨리 확인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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