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갓 475화
120장 종합그룹 체제를 갖추다(1)
닥터헬기 20기 및 공중급유기 3기의 추가 도입이 완료되었다.
추가 도입된 20기의 닥터헬기는 당분간 기존 본원과 분원에서 운용 하기로 했다.
또한 당장은 분원이 없는 울릉도에 1기, 그리고 제주도에 2기를 별도로 분산해서 운용하기로 했다.
덕분에 프라임오일은 또 한 번 크나큰 지출을 감내해야만 했다.
그동안 국제자원투자회사에서 공짜로 원유 받아서 번 돈을 탈탈 털린 것으로도 모자라, 은행에서 추가로 대출까지 받아야 했다.
"우리가 모회사가 아니라 병원재단이 모회사인 거 같네."
"원래 부모가 열심히 벌어서 자식에게 갖다 바치는 것은 자연 생태계의 자연스러운 흐름인 거야."
"안 그래도 재단 운영비가 기름 새듯이 줄줄 새는데 닥터헬기를 20기나 더…… 거기다가 공중급유기 3기까지……."
"대체 병원에서 공중급유기는 왜 필요한 건데요?"
별수 있나. 오너가 까라면 가야지.
추가 도입기들도 마찬가지로 소유권은 병원재단이 갖되, 운용과 관리는 주한미군에서 전적으로 맡는다.
주한미군에서는 실전 경험도 쌓고, 운영비도 받으니 일거양득.
지방 분원도 크게 확장을 한다고 했으니, 프라임오일은 앞으로도 돈이 줄줄 나갈 일만 남았다.
열심히 벌어봤자 수영병원이 쪽쪽 다 빨아먹는 신세.
하지만 프라임오일 임직원들은 재단 탓만 하고 있기에는 민망했다.
"그래도 우리 회사가 땅 짚고 헤엄치기로 돈 벌고 있으니, 뭐라 할 말은 없지 않나……."
"회장님이 국자투에서 무상으로 들여오는 원유 덕분에 이만큼 많이 남기는 거라서, 뭐……."
"솔직히 우리 회사 잘나가는 데 우리가 크게 기여한 것은 별로 없지."
그런 와중, 프라임오일 임원들은 증권가를 휘어잡는 소식을 알게 되었다.
"서해생명보험이 요즘 엄청 흔들린다고?"
"저번에 보험금 대란 사태 말이야. 그거 때문에 사방에서 욕먹고 탈퇴러시가 줄을 잇는다는데요?"
"서해그룹에서 서해생명을 과감하게 정리할지 말지를 고민하고 있나 봅니다."
"과감한 정리?"
"생명이 더 망가지기 전에 보유한 계열사 주식 다 옮기고, 짬처리를 하는 거죠."
"만약 정말 정리하게 된다면, 전자 주식과 화재 주식만 옮기고 생명은 매각을 하든가 하겠군."
"보험업이 캐시 카우로서 얼마나 가치가 큰데, 정말로 회사를 정리하려고 할까요?"
"지금 그걸 진지하게 논할 정도로 서해생명보험 이미지가 최악입니다.
더 붙잡고 있어 봤자 닭 쫓던 개신세만 될 수 있어요. 그 전에 팔아 치우는 게 나을 수도 있습니다."
"……."
"음……."
"전무님, 이거 우리가 한 번 인수해보는 건 어떨까요?"
깊은 생각에 잠겨 있던 전무는 속마음을 들키기라도 한 것처럼 소스라치게 놀랐다.
"서해생명을 우리가 인수하자고?"
"네, 서해전자 같은 그룹 계열사지배지분만 옮기고 나면, 뭐 그냥 덩치 큰 보통 보험회사잖습니까. 그리되면 서해그룹 출자 구조와는 무관해질 테니, 우리가 인수한다고 해도 그쪽에서 경기 일으키지는 않을 거 같은데요."
"나도 그 생각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정말로 이창영 회장이 서해생명을 매각하려고 할까?"
"제가 지금 프리덤 시켜서 시장 상황 정리해 봤는데, 서해생명이 그만큼 안 좋습니다. 주가 하락은 둘째치고 탈퇴 러시가 너무 커요. 더군다나 이번에 마저 남은 보험금까지도 다 지급하고 나면 미래 전망이야 불을 보듯 뻔하죠."
"음…… 보험회사는 금산분리 제한은 크게 상관없지?"
"네, 은행이 아니니까요. 한 번 계획서 근사하게 정리해서 사장님들께 결재 올려보는 건 어떨까요?"
이만한 안건을 집행하려면 프라임컴퍼니 부사장, 정서희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
고심하던 전무는 끄덕여 보였다.
"좋아, 그럼 다양한 상황 고려해서 우리가 인수할 수 있는 방안 한 번 구상해 보자고."
"네, 전무님."
***
이창영 회장은 두말할 것 없다는듯이 냉랭히 말했다.
"생명이 갖고 있는 계열사 지분, 전부 옮겨."
"예, 회장님. 그럼 B안을 따라 진행하겠습니다."
"차라리 잘됐어. 어차피 현덕이한테 그룹 승계하려면 출자 구조 한번 크게 손봐야 했으니."
"생명이 보유한 우량 고객층도 화재보험으로 이참에 전부 옮기겠습니다."
"기관 애들 잘 다독이는 거 잊지 말고, 특히 연금공단이 태클 걸고 나서면 곤란해."
"걱정하지 마십시오, 회장님."
일선에서 물러난 지 한참이지만, 지배구조 같은 그룹의 존속과 밀접 한 분야에서는 지휘를 맡을 수밖에 없다.
오랫동안 자신을 모신 비서실장 우학서가 정중히 절을 하고 물러갔다.
이창영 부회장은 부채질을 하면서 불현듯 그리운 얼굴을 생각했다.
'하원석이…….'
과거 한남동을 주름잡았던 박수무당.
정말 신이 내린 것으로밖에 믿어지지 않는 정확하고 놀라운 핀포인트예측은, 지금의 서해그룹을 만드는데 큰 도움을 주었다.
그는 미래에 대한 질의에 항상 시원하면서도 정확한 예측으로 120%의 만족도를 안겨주었다.
'그 친구는 지방선거 결과까지 1석의 오차도 없이 항상 정확하게 맞추곤 했는데.'
심지어 이창영의 개입 결심이나 정도에 따라서 달라지게 될 루트까지 반영해서 말을 해주었다.
-여당에 100억을 지원하면 2석, 200억을 지원하면 4석을 더 얻을 겁니다. 그 이상을 들으시려면 복채를 더 내셔야죠.
단점이라고 하긴 뭐하지만, 그만큼 정확한 대신에 복채가 무지막지하게 비쌌다.
농담이 아니라 복채 값을 대기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면서 비자금을 만들었을 정도니까.
그래서 가끔 아들인 이현덕의 얼굴을 보기가 민망할 때가 있었다.
'아버지, 비자금이 그래도 <이만큼>은 있으시죠?'
라는 얼굴로 자신을 바라볼 때면 시선을 회피하고 싶어진다.
지금까지 축적한 총 비자금에서 절반 이상은 박수무당 복채로 나갔다는 사실을, 아들 이현덕은 전혀 모르기 때문이다.
물론 그 복채값이 아깝지는 않다.
그보다 더 많은 돈을 부어서라도 들을 가치가 있는 점괘들이었으니까.
'이 친구야, 지금 대체 어디에서 한가하게 신선놀음하고 있는 겐가…….'
과연 지금 자신이 제대로 된 결정을 내린 것일까.
미래를 알 수가 없으니 확신을 품을 수가 없고, 불안한 마음이 샘솟음을 막을 수가 없다.
이럴 때 그의 든든한 1,000억짜리 점괘 하나면 마음이 사르르 풀어졌을 텐데.
-잘될 겁니다. 이대로 진행하면 됩니다.
그의 점괘가 환청처럼 들리는 것 같다.
솔솔 불어오는 바람에 의지해 부채질을 하며, 이창영 회장은 스르륵 잠이 들었다.
***
서해생명 임원들은 프리덤의 존재가 탈퇴자들의 증가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음을 인지했다.
실비아컴퍼니가 작정하고 엿을 먹이는 것은 아니다.
이용자가 물어보면, 프리덤은 객관적인 공개 정보를 열람해서 그에 대한 대답을 해줄 뿐이다.
광고를 집행하는 언론사를 총동원해서 감춰놓았던 진실을 알려줄 뿐이니, 그걸 가지고 실비아컴퍼니의 훼방이라고 몰아붙이기는 뭐했다.
프리덤이 능력이 닿는 한에서 항상 객관적, 진실성, 신뢰성만을 추구한다는 것은, 임원들도 이용자이기 때문에 잘 알고 있었다.
당장 민영진 사장부터 더 이상 프리덤을 논하려고 들지 않았다.
"이걸 프리덤 탓으로 밀어붙이는 것은 우리의 무능함을 부각시킬 뿐이다. 회장님이 뭐라고 생각하시겠나?"
"맞습니다. 사용자가 물어보면 아는 대로 대답을 해줄 뿐인데, 그걸로 실비아컴퍼니를 물고 늘어지는 것은 부담스럽죠."
"일단 보유 중인 계열사 지분을 옮기는 것은 확정이 났으니, 그거부터 처리하자고, 화재보험으로 옮겨야 할 우량고객층 명단도 정리하고."
"네, 사장님."
"지배구조 개편 지시가 떨어졌다. 이제부터 눈코 뜰 새 없이 바쁠 테니까 다들 각오하고 있어."
임원들의 얼굴에 결연함이 깃들었다.
이미 9조 원대의 보험금 대란 때부터 망조가 단단히 들었다.
어찌어찌 잘 수습하나 했지만, 결국 이렇게 후속타가 터지고 말았으니.
하지만 위기를 기회로 다시 빚어내는 것도 임원들의 역할이요, 능력이다.
여기서 우물쭈물대다가는 새로 옮겨가는 회사에서 제대로 된 자리를 보장받지 못한다.
***
한국대학교 농대관 인근 학내식당에서 혼자 쓸쓸히 점심을 먹고 있던 하수영은, 학교까지 찾아온 정서희의 방문을 받았다.
식판을 받아온 정서희는 하수영 앞에 앉아 식사를 하며 이야기를 꺼냈다.
"서해생명, 전자니 화재니 보유하던 계열사 지분 싹 옮기고 매각하기로 했대요."
"그렇군요."
"보험업 캐시 카우로서의 역할은 앞으로 화재에 주력하려나 봐요. 우량고객층도 가능한 많이 이전을 권하고 있어요."
"근데 그걸 사시겠다고요?"
"보험회사 하나 정도는 있어도 좋을 거 같아서요. 수영보험, 어떠세요?"
하수영은 정색을 하고 대답했다.
"수영보험은 안 됩니다. 하실 거면 차라리 프라임보험이라고 하셔야죠."
"전성렬 사장님이 요즘 노래 부르고 다니는 거 알아요? 프라임컴퍼니를 수영식품으로 바꿨으면 좋겠다고, 왜 하필 프라임컴퍼니예요? 식품회사 이름이라기에는 너무 동떨어져 있는데."
"제 이름은 제가 혼자서 하는 취미사업에만 붙여야지요. 아, 근데 학식은 어떻게 구매하신 겁니까? 외부인은 학식 구매 자체가 안 되는데……."
"이거 덕분이죠."
그 말에 정서희는 보란 듯이 학생증을 꺼내서 흔들어 보였다.
"여기 학생이셨어요? 아니, 옛날에 대학교 졸업하신 거 아니었습니까?"
"석박사 밟으려고 대학원 입학했어요. 그래도 직장인이라고 이거저거 배려를 많이 해줘서 편하네요."
"설마 우리 농대에 오신 건 아니죠?"
"아니에요. 경제학과로 들어갔어요.
아무래도 경제 쪽을 좀 더 깊이 파고들고 싶어서요. 한국대 경제학과 박사 출신 정서희 부사장, 뭔가 신뢰가 듬뿍 생기지 않나요?"
정서희는 식사하면서 향후 인수 계획에 관해서 설명했다.
아직 인수전에 뛰어들었을 뿐, 결과는 모른다.
그리고 프라임오일이나 프라임컴퍼니 밑으로 인수하는 것은 어렵다.
그래서 금융지주회사 설립을 고려 중이다.
"정서희 부사장님이야 종합사업체로 키울 야망이 오래전부터 있었으니까요. 알아서 하십시오. 열심히 버신 돈, 제가 알뜰하게 재단 운영에 쓰겠습니다."
"닥터헬기를 더 도입할 것도 아니니 앞으로는 돈이 쌓일 일만 남았거든요?"
"하지만 대학 재단을 인수하면 어떨까요? 의대를 짠 하고 갖다 붙이는 겁니다."
"혹시 한국대 인수를 노리시고 입학을……! 안 돼요! 지금 프라임오일에 대학까지 살 돈은 없어요!"
하수영은 키득거리며 식판을 마저 치우고, 곧바로 옆에 있던 새 식판을 끌어와서 식사를 이어 갔다.
"아참, 그래서 서해그룹이 본 손해는 총 얼마죠?"
"추가 보험금 지급한 것으로 5조원 넘게 날렸고, 이번에 계열사 주식 옮기고 구조지배 재편성하면서 10조 원 정도 또 손해 봤다는 말이 있어요."
"15조 원이라……."
하수영은 조용히 입안으로 중얼거렸다.
"처음부터 1,200만 원으로 막을 것을, 호미 아끼려다가 굴착기만 날아갔네. 쯧쯧."
"생명이 갖고 있던 서해전자 주식은 이현덕 부회장 개인한테 들어갔어요. 출혈은 좀 있었지만, 승계 생각하면 오히려 잘된 걸 수도 있죠."
"그게 또 거기로 들어갔어요?"
서진파운드리 오픈 게이지가 차오르고 있는 지금, 비싼 값에 전자 주식을 인수했다고? 부회장 개인 돈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