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갓 465화
117장 슬기로운 청강생활(6)
-하수영 이사장님이 간호대 진학을 준비하고 있다!
-그 전에 미리 간호대 수업을 청강 신청해서 듣고 있다!
간호대는 크게 술렁이고 있었다.
한국대 간호대, 의대에서 하수영의 이름을 모르는 학생은 없다. 청담수영병원은 명실공히 국내에서 따라올 자가 없는 최고의 병원이니까.
"정말이야? 하수영 이사장님이 정말 우리 간호대 수업을 청강하고 계셔?"
"그렇다니까. 소문이 돌고 있어."
"어머, 어쩜."
"다음 학기에 후기입학 준비하고 계신다는 말도 있어. 그래서 미리 분위기 파악할 겸해서 듣는 거라고."
"전부 전자출결하니까 출석 체크로 찾아보기는 힘들겠네."
"눈에 안 띄려고 살짝 변장까지 한 채로 청강한다던데. 그래서 아직까지도 아무도 못 찾은 거라고."
"우리 간호대 수업 듣는 것은 확실한 거지?"
"간호대 아니면 의대 수업 청강하시는 거라는데, 의대는 너무 어려우니까 간호대이지 않을까? 선배들은다들 그렇게 생각하고 있던데."
"어쩜, 어쩜."
간호대 학생들은 설렘에 가슴이 부풀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간호대 학생들에게 있어 청담수영병원은 꿈의 직장이었기 때문이다. 누구나 들어가고 싶어 하는 곳.
일단 청담수영병원은 급여가 사기적으로 높다. 다른 어떤 병원도 상대가 안 된다.
1년 차 간호사도 연봉 1억(세전이지만)을 찍고 시작하는 곳은 수영병원뿐이다. 수습 3개월만 끝나면 연봉 1억 원이 바로 적용된다.
근로 환경도 아주 좋다. 태움이나 군기 문화 같은 것은 일절 존재할 수 없다.
병원 내에서는 병원전용 프리덤 프로 버전과 연동된 모니터링 시스템이 항상 감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간호사 한 명당 담당하는 병상 수도 다른 병원보다 압도적으로 적다.
수영병원에서 원체 많은 간호 인력을 고용해서 운용하기 때문이다. 덕분에 다른 병원에 비하면 천국인가 싶을 정도로 일이 여유로운 편이고, 그래서 사고나 실수도 잘 안 난다.
그렇게 인력풀이 풍부하다 보니, 근로 시간도 무척 적다.
평균적인 간호사의 근무 시간이 주 32 시간이다.
하루에 8시간씩 일을 한다 치면 4일만 출근하면 끝이다.
이렇게 최고의 완벽한 근무 조건을 갖춘 병원이다 보니, 간호대 학생들은 누구나 졸업하고 청담수영병원취직을 꿈꾼다.
"이번에 지방 분원을 더 크게 확장하고 개수도 늘린다고 하던데, 그럼 간호사도 당연히 더 많이 뽑겠지?"
"지금도 간호사만 4,000명인가 하지 않아?"
"인건비 지출만 일 년에 3조 원가까이 된다던데. 2.8조 원쯤 한다고 했던가?"
"청담 본원 말고 영등포하고 종로 쪽에도 분원 더 낸다는 말이 있어."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
"누굴까? 혹시 맨날 뒷줄에서 오렌지색 잠바 입고 모자 눌러쓴 남자가 아닐까?"
"그럴 수도 있겠다. 그 사람 얼굴, 아무도 못 봤지?"
"아는 체하지 마! 절대로 아는 체하면 안 돼! 몰래 청강하시는 건데 우리가 알아보고 다가가면 얼마나 부담스러워 하시겠어."
"그래, 맞아. 괜히 이사장님 진노하시면 내년 공채 때 우리 한국대 출신은 서류에서 광탈할지도 모른다고."
그렇게 간호대 학생들은 누가 하수영인지 불필요한 관심을 기울이지 않기로 했다.
의대도 간호대 못지않은 분위기였다.
아니, 오히려 의대이기 때문에 간호대보다 더 크게 술렁거리고 들떠있었다.
"정말이야? 하수영 이사장님이 우리 의대 수업을 청강하고 계신다고?"
"그렇다던데. 간호대 아니면 의대, 둘 중 하나는 확실히 청강하시는 거래. 아니, 어쩌면 둘 다 청강하고 계실지도 모르지."
"환자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소통하고 공감하고 싶으셔서 의료 관련 공부를 하시는 거래."
"정말로 참된 의사시군. 환자의 고통은 외면한 채 그저 돈독만 오른 의사들하고는 비교가 안 돼."
"감히 비교할 수가 없지."
의대생들에게 있어 수영병원은 간호대생들보다 더 큰 의미를 갖고 있다.
의대생들은 간호대생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열망으로 청담수영병원에 취직되기를 갈구한다.
흉부외과 개원의를 하다가 말아먹고 수영병원에 스카우트된 황태수교수는 현재 한국대 의대에서도 강의를 하고 있다.
그리고 황태수 교수는 물려받을 병원이 없거나, 개업 생각이 없는 모든 의대생들이 본받고 싶어 하는 모델이자, 전설이었다.
"황태수 교수님이 수영병원에서 일년에 실수령으로 10억 넘게 찍는다지?"
"세금이나 4대 보험 같은 건 전부 병원에서 대납해 주니까. 기본급 5.5억에 수술수당 등등 다 합치면 실수령 10억 넘는대."
"한 달에 9,000만 원 넘는 돈이 따박따박 통장에 꽂히면 어떤 기분일까."
"우리처럼 비빌 병원 없는 페이닥터 예정자들한테는 수영병원이 그저 진리지, 진리."
물려받을 병원이 있거나, 집에서 병원을 차려줄 역량이 되는 의대생들도 크게 다르진 않았다.
수영병원은 최고의 병원이었고, 그곳에서 의사로서의 커리어를 쌓으면 나중에 자기 병원에서 환자들을 끌어들이기 쉬울 테니까.
기왕이면 근무 환경도 좋고, 명성과 시설도 최고인 병원에서 전문의 따고 교수도 하다가 자기 병원을 운영하는 게 낫지 않겠는가.
"하수영 이사장님이 생각보다 머리가 좋으시다고 들었어. 아마 간호대는 아닐 거야. 난 우리 의대라고 생각해."
"근데 어떻게 알아보지? 하수영 이 사장님 직접 뵌 학우 있어?"
"사진은 인터넷에서 구할 수 있긴한데, 강남구의회 홍보부에서 이사장님만 포샵을 정말 과도하게 한다고 해."
"이런, 사진만으로 알아보는 건 힘들겠군."
"목소리 데이터는 없나? 무슨 강연이나 인터뷰 같은 건 공개된 거 없어?"
"전혀 없을걸."
"교수님들이 먼저 말을 해주진 않을 거고, 전자출결이라 출석체크로는 알 수가 없고, 그럼 포샵된 사진 만으로 하수영 이사장님을 찾아야 한다는 건데……."
"찾지 마라. 이사장님이 조용히 청강하고 싶으셔서 알리지 않는 건데 우리가 들쑤시고 다니면 얼마나 불편하시겠어?"
"어, 그런가?"
"간호대 애들도 조용히 있자고 합의했대. 괜히 이사장님 불쾌하셔서 다른 학교로 가버리시면 어떡하냐?"
"아, 그럴 수도 있겠다. 그럼 조용히 있어야지."
간호대, 의대만 뒤집힌 게 아니었다.
약학대 분위기도 크게 술렁이고 있었다.
개업 약사를 할 생각인 학생은 '그게 뭐라고?'라는 반응이지만, 제약회사 연구직을 꿈꾸는 학생들은 달랐다.
청담수영병원은 온갖 비싼 약도 효과만 있다면 일단 쓰고 보자는 식의 운영을 하는, 제약회사 입장에서는 큰손 고객이었으니.
-지금 단계에서 벌써부터 이 약제를 쓰면 건강보험 적용이 안 되지만 한 번 써봅시다. 이 약이 효과는 종은데 너무 비싸서 더 나빠지면 그때 쓰라고 공단에서 막아놓은 거거든요.
-약값은 우리 병원이 부담하니 상관없어요.
이렇게 쿨하게 돈을 팍팍 써주는 큰손 병원인 것이다.
약학대는 하수영이 자기들 학부를 지원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봤지만, 그래도 청강 정도는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약학대는 간호대나 의대와는 달리 하수영이 누군지 조용히 몰래 찾아내는 쪽으로 노선을 정했다.
물론 아무리 뒤져도 하수영을 찾아 낼 수는 없었다.
***
"어떻게 아직까지도 소문이 전혀 안 날 수가 있지?"
-한국대학교의 신원보호 능력이 대단히 뛰어난 듯합니다.
"가십거리 좋아하고 자랑하기 좋아하는 대학교가 이렇게 일개 청강생의 신원을 철저히 지켜준다고? 겨우한 학기에 10억씩 낸다고?"
-충분히 지켜줄 만한 동기라고 생각되는데요. 제가 한국대 교수들이라도 황금알을 낳는 거위배를 굳이 가르려 하지는 않을 듯합니다.
청강 생활은 아무 문제 없이 순탄하게 흘러갔다.
너무 순탄해서 가끔 재미가 없다고 느껴질 때가 있어서 그렇지.
농대 학생들은 철저히 개인플레이 위주였고, 뭉치는 일이 일절 없었다.
"내가 살다 살다 과대표가 한 명도 없는 학부는 처음 보네. 이렇게 다들 학부에 애정이 없어서야."
오죽하면 과대 역할을 조교가 수행하고 있었는데, 정작 과대가 해야 할 일이라는 게 거의 없었다.
물론 조교는 하수영의 신원을 알고 있었지만, 당연히 철저히 비밀을 유지했다.
조교 또한 평생 농업과학 일을 하면서 하수영과 얽힐 수밖에 없기에, 그의 화를 사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
저녁에는 장효주와 같이 식사하기로 했다.
그녀는 하수영과 프리덤의 대화를 듣는 내내 웃음을 참고 있었다.
하수영이 자기 폰을 놓고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장효주는 그의 폰에 대고 말을 걸었다.
"프리덤, 수영 씨는 적당한 선에서 자연스럽게 사람들이 자기를 알아봐주기를 바라는 거야. 그런데 전혀 아무도 모르고 있으니 답답한 거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그렇다면 처음부터 교수들에게 그렇게 요구를 하면 될 거 아닙니까?
"민망하잖아. 내가 딱 기분 좋은 선만큼만 나를 찬양해 달라는 요구를 어떻게 할 수 있겠니?"
-인간이란 어렵군요.
"수영 씨도 은근히 관종이야. 관심을 즐긴다고. 난 처음부터 그렇게 생각했는데."
-관종이라…… 알겠습니다. 딥러닝 데이터베이스에 관련 정보를 저장해 두겠습니다.
잠시 후 하수영이 돌아왔고, 장효주는 키득거리면서 말을 꺼냈다.
"얘기 들어보면 대학 생활이 그렇게 재밌지는 않은가 보네요. 불만이 많아 보여요."
"학위 때문에 다니는 거지, 재밌으려고 다니는 게 아니니까요. 기왕이면 학교 다니는 재미도 좀 있었으면 좋겠다, 뭐 이런 겁니다."
"공직자 신분 때문에 너무 본인을 감춰야 하니까 스트레스받아서 그런걸 거예요."
"그게 맞는 거 같아요. 어휴, 구의원 출마는 괜히 했나 봐요."
프리덤은 그 말을 듣고 혼자 생각했다.
-구의원이라는 신분은 한국대 측에서도 전혀 신경 쓰지 않는 것으로 보였다.
"그럼 자연스럽게 적당한 정도로 관심을 받게 하는 방법을 알려드릴까요?"
"저는 관심을 받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습니다. 학위만 잘 따면 그만이에요."
"……."
"그런데 그런 방법이 있다는 게 조금 궁금하기는 하네요. 어떻게 하는거죠?"
"SNS에 올리면 되죠."
"제가 개인 SNS는 없는데……."
"구의회 SNS나 의원사무실 SNS에 올리면 되죠. 하수영 구의원님이 학업에 매료돼서 한국대 입시를 준비중이고, 현재 일반인 청강도 하고 있다. 그렇게요."
"제 의원 SNS는 팔로워가 거의 없는데요. 올려봤자 볼 사람도 별로 없습니다."
"제가 거기에 모르는 척 댓글 달게요. 우리 지역구 구의원님이 이렇게 훌륭하신 줄 몰랐네요, 이런 느낌으로요. 그럼 사람들이 많이 볼 거예요."
"아!"
"제가 SNS에 댓글 한 번 달면 원글까지도 쫙 퍼져요. 그럼 같이 수업 듣는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알게 될 거예요."
"좋은 생각이군요! 당장 해봅시다!"
***
간호대, 의대는 오늘도 침묵한다.
"하수영 이사장님으로 추정되는 사람이 보이면 절대 가까이 다가가지 말고 거리를 유지해, 눈길도 주지 마."
약대는 오늘도 분주하다.
"젠장, 이사장님이 대체 어디에 계시는 거야? 진짜 우리 수업은 전혀 청강 안 하시는 건가?"
건축학과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하수영 회장님하고 안면만 틀어놓으면 5대 건설사에 입사하는 것은 일도 아니라고!"
"간호대, 의대가 확실해? 우리 건축과가 아니야? 본업이 부동산이시잖아."
"당연히 우리 건축과지. 여기 장효주가 댓글 단 거 보면 간호대, 약대라는 말은 전혀 없다고!"
심지어 정치학과, 로스쿨 등 다른 학과도 하수영 찾기에 혈안이 되어 있었다.
교수들은 그런 움직임에 우려를 표하며 말렸지만, 학생들은 알음알음 하수영을 찾기 위해 애쓰고 있었다.
그리고 각자 취업과 자격증 시험, 고시 등에 올인하고 있는 농대 학생들은 그런 분위기와 여전히 동떨어져 있었다.
"혹시 우리 농대는 아닐까?"
"말이 되는 소리를 해. 그분이 농대를 원하셨으면 애초에 C대학교 농대를 가셨겠지. 우리 농대는 절대 아니야."
"하긴, 그렇겠다. 농업기술 전문지식을 원하면 나라도 C농대를 가지, 우리 농대는 안 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