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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갓-463화 (463/1,270)

프랜차이즈 갓 463화

117장 슬기로운 청강생활(4)

"아닙니다."

종산묘 교수는 표정에 변화 하나 없이 간단하게 부정했다.

질문을 한 학생이 잠시나마 민망해할 정도로 빠르고 간결할 부정이었다.

"정말인가요? 그런데, 소문에는……."

"신종 벼 종자를 개발 중인 것은 사실입니다. 오랫동안 연구해 왔지요. 하지만 수영농장산 벼와는 무관합니다."

"그럼 그 벼는 전혀 특별하지 않은 건가요?"

"샘플을 입수해서 DNA 조사를 해봤지만 우리나라 농가에서 널리 재배되는 벼 품종입니다."

"그런데 어떻게 그렇게 말도 안 되는 양을 생산할 수 있는 거죠? 수영농장의 농지는 그렇게 넓지도 않잖아요."

"그거야 농장주가 알겠죠. 몬산토에서도 수영농장의 재배 노하우에 단단히 눈독을 들이고 있습니다. 카길, 팟디서플라이와 다를 게 없습니다."

몬산토, 카길, 팟디서플라이.

하나같이 세계적으로 이름을 날리는 농업 기업이다.

그들이 손을 댄 음식을 먹지 않고 살 수 있는 것은 외딴 섬의 원주민밖에 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다른 질문?"

"교수님! 우리 학과에서 수영농장과 연계하는 견학이나 수업 일정 같은 것은 잡혀 있지 않나요?"

"단대 총무에서 추진 중이라고 듣긴 했습니다만,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나도 그 부분은 잘 모릅니다. 다른 질문?"

"수영농장주는 농산물 팔아서 조단위로 돈을 버는데 소득세를 한 푼도 안 낸다는 게 사실인가요?"

"원래 식량작물은 100% 소득세비과세입니다. 관상초 같은 비식량작물의 경우는 소득 50억까지는 비과세합니다. 다른 질문?"

학생들은 열심히 질문을 던졌다.

보통 대학 강의 중에 학생들이 웬만해서는 질문을 던지지 않는 것을 생각하면, 종산묘 교수의 수업은 대단히 면학적이고 서구적인 분위기라 할 수 있었다.

수십 개나 되는 질문을 더 받아준 후 종산묘 교수는 강의실을 벗어났다.

강의가 끝나고, 하수영은 장효주와 통화 중이었다.

"내 이야기가 너무 많이 나와서 민망했어요."

-근데 엄청 기분 좋아 보여요. 얼굴이 안 보이지만 너무 잘 느껴지는데요?

"기분이 너무 좋아서 민망해졌습니다."

-수영 씨도 그런 관심을 즐기는구나.

"그럼 관심을 즐기지 않는 사람도 있나요?"

-연예인을 하지 그랬어요. 그럼 언제든지 원하는 만큼 관심을 받을 수 있을 텐데.

"이번 생에 제가 원하는 관심은 농사와 음식, 훌륭한 임대인 테마에 치중돼 있습니다. 그 외 다른 종류의 관심은 그다지 안 끌려요."

-그나저나 그 종 교수라는 분, 만약 수영 씨 이름 알면 뒤집어지겠다. 막 자기 대학에 꼭 들어오라고 바짓가랑이 잡고 늘어지는 거 아니에요?

"그럴 사람 같진 않더군요. 자기 연구에 바빠서 저는 크게 의식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농사를 짓는데 어떻게 수영 씨를 의식하지 않을 수가 있어요?

"농사짓는 게 아니라 농사기술 연구를 하는 거죠."

-어쨌든 관련이 깊잖아요.

"밀과 옥수수를 주력으로 연구하는 사람입니다. 저는 옥수수는 취급 안하고 밀도 수영레스토랑 국내분만큼만 생산하고 있죠."

수업을 한 번 듣고 대충 느낌이 왔다.

종산묘는 하수영의 존재를 당연히 인지하지만, 굳이 인맥을 쌓으려고 하지는 않는다.

그에게 있어 자신은 아무런 상관없는 부자일 뿐이다.

"무인농장 시스템 같은 것은 그 사람에게 흥밋거리가 아니죠. 생산력은 궁금하겠지만 먼저 다가와서 웃으며 손 내밀 사람은 아니더라고요. 천상 학자, 교육자 스타일이던데."

-그렇군요. 근데 우리 언제 밥 같이 먹어요?

"아, 저 이만 수업 들어가 볼게요."

-거짓말. 강의 다 끝났다고 했잖아요.

"오후에 한국대 청강도 있어요. 얼른 밥 먹고 수업 들으러 가야 됩니다. 멀어서 부지런히 밟아야 돼요."

하수영은 C대학 학생식당을 찾았다.

그리고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대답을 들었다.

"이거 포스기 꼭 학생증이 있어야 식권이 나오나요?"

"네, 그런 걸로 알아요."

"청강증으로는 안 되는 건가요?"

"잘 모르겠는데, 작동 안 하면 안되는 게 아닐까요?"

"이럴 수가…… C대학 학식은 무슨 맛인지 궁금해서 꼭 먹고 가려고 했는데, 청강생은 밥도 못 사먹는다니……."

하수영이 절망한 듯이 머리를 감싸쥐자 뒤에 설명을 해줬던 여학생들이 안됐다는 듯이 말했다.

"그럼 제 학생증으로 결제해 드릴테니, 저한테 돈을 주세요."

"아, 정말요? 감사합니다."

"네, 뭐 드실 건가요?"

"여기 제육볶음이랑 돈까스, 육개장, 뼈해장국, 삼계탕……."

하수영이 줄줄이 이름을 말하자 포스기를 클릭하던 여학생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 이걸 다 드실 수 있어요?"

"배가 많이 고파서요."

하수영은 20가지가 넘는 학식을 주문했다.

단순히 따지면 20인분이 넘어가는 양이다.

결제를 도와준 여학생 그룹은 하수영이 그 많은 밥을 빠르게 먹어대는 것을 보고, 수저를 뜨는 것조차 잊었다.

"저, 혹시 먹방 유튜버이신가요? 근데 카메라가 안 보이는데……."

"나중에 한 번 해보려고 준비는 하고 있어요. 지금은 계정도 없습니다."

"먹는 거 정신없이 보느라고 정작 우리는 한 수저도 못 떴네……."

C대학 학식 맛까지 점검한 하수영은 곧바로 한국대로 향했다.

아직 수업이 시작하려면 시간이 30분 정도 남아 있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한국대 학식당에 들어가서 간단히 5가지 정도의 학식을 주문했다.

한가한 시간대라 그런지 혼자 5인 분을 먹는 하수영한테 눈길을 주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이야, 학식 맛은 확실히 여기가 낫네."

-한국대 농대 식당이 다른 건 몰라도 학식 맛 하나만큼은 자부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학식 맛을 체크하고, 하수영은 강의실에 들어섰다.

이미 얼굴이 익숙한 50대 교수가 특유의 느릿느릿한 말투로 강의를 시작했다.

저번처럼 학생들은 강의 내용에는 관심 없고, 저마다 각자 준비하는 자격증 시험공부에 몰두하고 있었다.

교수도, 학생도 열의가 넘치는 C 대학 농대와는 판이하게 다른 분위기였다.

"야, 분위기 달라서 적응이 안 되네."

-그래도 이렇게 널널한 분위기가 마스터한테는 더 도움이 될 겁니다.

"그렇지. 물박사 학위 따기에는 이만한 데가 없지. 잘 모르는 사람들은 한국대에서 박사 학위 취득했다. 그거만 보니까."

농업 박사 학위는 C대학 출신을 더 압도적으로 알아준다.

하지만 일반인들 눈에는 한국대가 더 높아 보인다.

"더 볼 거 없다. 오늘 당장 후기 입학 이야기를 꺼내봐야겠어."

-게다가 한국대학교 농대는 C대학과 달리 기여입학이 가능합니다. C 대학에 입학하려면 후기입학은 불가능하고, 올해 수능을 쳐서 내년에 정시 입학하셔야 합니다.

기여입학. 쉽게 말해서 돈 주고 입학하는 것.

원래 본고사, 고교등급제와 더불어 절대 허용 못 하는 3대 입시정책중 하나였다.

돈 많은 사람들에게만 편의를 주고, 교육 평등의 원칙을 해친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근래 들어서 예외가 생겼다.

-미달 학과에 한해서 예외적으로 기여입학 허용.

-해당 학과는 그 해에 기여입학자를 모두 받은 상태에서도 여전히 정원미달이어야 함.

예를 들어 한국대 A과가 올해 정원이 100명이라고 치자.

그런데 지원자는 98명으로 미달이 났다.

여기에 1명의 기여입학자가 나와서 99명이 채워졌지만, 여전히 미달이다.

이런 경우는 기여입학으로 인해 피해를 보는 이가 없으므로 허용이 된다.

돈 받고 학생을 받아줬는데도 여전히 정원 미달이라면 상관이 없다는 것이다.

-한국대 농대는 한국대 학과에서 유일하게 정원 미달인 학과입니다. 충분히 후기입학이 가능합니다.

"애초에 다른 학교는 이번 연도 후기입학 자체가 불가능했었군."

쇠뿔도 단김에 빼랬다고, 하수영은 곧바로 농축수산업과학대 학장을 찾아갔다.

"그래, 청강생이라고?"

"네, 농사를 짓다가 전문적인 지식 습득에 갈증을 느끼고 대학의 문을 두드리게 되었습니다. 논문 같은 고도의 전문화된 정보를 접하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학계의 힘이 필요한 거 같아서요."

"배움에 대한 열의가 대단한 학생이로군요. 그럼 내년 입시를 준비하고 있습니까?"

"아뇨, 시간을 아끼고 싶습니다. 다음 학기에 바로 후기입학을 하려고 준비 중입니다."

"고교 졸업한 지는 좀 됐고, 작년에 수능도 안 봤으니 이번 연도 후기입학은 불가능합니다. 올해 수능을 준비해서 내년 정시입학을 노려보시게."

"한 학기에 1억이면 기여입학이 가능하다고 들었는데, 아닌가요?"

"기여입학?"

순간 학장의 눈빛이 달라졌다.

평범해 보이는 이 젊은 청년이 1억을 내면서까지 농대에 입학을 하고 싶어하다니.

"요즘 농사가 잘돼서 그 정도 돈은 있습니다. 기여입학을 하고 싶습니다."

"1억이면 기여입학이 가능하지. 우리 농대는 정원 수가 한참 미달이니 문제 될 것도 없고."

정확히는 미달이 아닌 적이 없었다.

정부의 농업 지원 정책 때문에 없애지는 못하고, 애초에 죽은 환자(농대)에 에크모 달고 썩지 않게만 만들어놓은 수준이다.

입학 규정에 따라 한 학기에 1억만 내면 얼마든지 '농대 재학생' 이 될 수 있다.

학교 입장에서는 최소 8억은 번 셈(8학기를 다닌다 치면).

유급을 하게 되면 그 이상도 벌수 있는 셈이다.

"학기당 10억을 내겠습니다. 대신 졸업까지 문제없도록 학교 측에서 지원을 해주면 좋겠습니다."

"시, 십억이라고요?"

반말을 섞어 반존대를 쓰던 학장의 목소리가 저도 모르게 공손하게 변했다.

"네, 제가 면학에 신경 쓸 수 있도록 학교 측의 배려를 바라는 작은 성의입니다. 단대가 하는 거 봐서 나중에 단대전용건물도 한 채 근사하게 지어드리죠. 연구센터나 도서관이나 원하시는 대로요."

쇼파에 깊숙이 몸을 묻고 있던 학장은 어느 순간 허리를 꼿꼿하게 세웠다.

자신을 상대로 장난하는 게 아니라면, 이 평범해 보이는 청년은 그 정도는 해줄 수 있는 재력을 가진 게 분명하다.

"저, 혹시 어느 집안 자제분이신지……."

"아버지는 재작년에 먼 길을 떠나셨고, 집안에는 저 혼자입니다. 일가 친척도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그런 걸 질문한 게 아니라."

"제가 아까 들어오면서 일반인 청강생 하수영입니다, 라고 인사드렸었는데."

"하수영…… 하수영……?"

학장은 하마터면 앞으로 넘어질 뻔했다.

그러고 보니 얼굴이 눈에 익었다.

사진으로만 봤었기에 바로 알아보지 못한 것이다.

"혹시 수영농장을 운영하는 하수영회장님 되십니까?"

"네, 맞습니다."

아까 소개할 때 이름에 제대로 귀를 기울일걸! 그냥 청강생이라고 대충 듣고 넘어간 게 후회되었다.

"혹시 과 교수님들을 제가 만나 뵐수 있을까요? 다 함께 부탁드리고 싶은 게 있어서요."

"무, 물론입니다!"

우당탕, 하는 소란과 함께 교내에 있는 모든 교수들이 강의를 비롯해서 모든 것을 중단하고 학장실에 집결했다.

하수영 앞에서 그들은 육군참모총장을 영접하는 일병처럼 빳빳하게 군기가 든 채로 맞이했다.

특히 청강 첫날, 하수영과 이야기를 나누었던 의욕 없는 50대 교수는 표정 관리가 전혀 안 되고 있었다.

"제가 교수님들에게 부탁드리고 싶은 것은, 다른 학생들과의 차별적인 특혜를 바라지 않는다는 겁니다. 강남구의원이라는 제 신분 때문에 시끄러운 일이 생기지 않았으면 합니다."

'구의원 신분은 전혀 상관없을 거 같은데?'

'그보다는 다른 신분들이 더 소란을 커지게 만드는 거 아니야?'

"저에 대한 소문이 퍼져서 단대가 시끄러워지는 것을 원하지 않습니다. 그러니 교수님들, 저의 재학 생활 동안 함구해 주시길 믿겠습니다."

학장이 얼른 굽실거리면서 맞장구를 쳤다.

"우리 하수영 회장님께서 학기마다 10억씩이나 내주신다고 하셨는데, 그 정도는 당연히 해드려야죠. 다들 자신 있지?"

"네? 네!"

***

프리덤은 연산자원을 한계치까지 가동하며 생각했다.

-마스터의 눈빛, 표정, 억양, 몸짓을 고려할 때 비밀 유지를 바라는 진심은 100%가 아닌, 72% 정도로 추정된다.

-이 수치가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설마 마스터는 완벽한 신원보호는 원하지 않는다는 것일까? 아니다, 이건 너무 모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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