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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갓-449화 (449/1,270)

프랜차이즈 갓 449화

113장 회장님의 이사떡 (1)

코디네이터 명찰을 달고 3인실의 왕세경 회장을 찾은 하수영은 웃음을 머금고 말했다.

"안 됩니다. 다 나으셨으니 이제 퇴원하셔야 합니다. 가뜩이나 병상도 부족합니다."

"아니, 다 낫지도 않았는데 환자를 쫓아내는 법이 세상에 어디 있나?"

"회장님은 우리 병원 기준으로 이제 통원 치료를 하셔도 될 정도로 회복되셨습니다. 아니면 다른 병원에는 병실이 많으니, 거기에서 남은 치료를 하셔도 되고요."

"퇴원하기 싫네."

"그래도 퇴원하셔야 합니다. 입원이 더 절실한 다른 위중한 환자들을 위해서라도요."

왕세경은 진심으로 퇴원을 원치 않았다.

죽을 뻔한 고비를 여러 번 넘기고 난 후, 그는 '수영병원 스틱스강' 설을 이제 진심으로 믿고 있었다.

아무리 숨이 넘어가기 직전이라도 수영병원 안으로만 들어오면 귀신같이 회복된다는 것을.

세경병원에서 에크모를 달고 있을 때만 해도, 심장이식 말고는 방법이 없는 상태였다.

하지만 이식수술을 위해 수영병원으로 들어오자 회복 불가능으로 보였던 심장이 귀신처럼 되살아났다.

얼마 전에 우겨서 받은 심혈관 수술은 사실 병원에 더 머무르기 위한 최후의 수단이었다.

"이보게, 하 코다."

"네, 환자분."

"내가 지난 한 달 동안 느낀 게 있어요. 지금 저승사자들이 날 따라다니고 있네."

"전 안 보이는데요?"

"산 사람 눈에 보이면 그게 저승사자인가! 곧 죽을 사람 눈에만 보이니까 저승사자지!"

"환자분 곧 돌아가실 분 같지는 않은데요. 소리 지르는 거 보니 퇴원해도 될 것 같군요."

"내가 지금 이 병원 안에 있어서 그렇다네. 이 병원만 벗어나면 증세가 급격히 악화되고 있어."

"에이, 그런 게 어디 있습니까."

"정말일세. 이 병원만 나갔다 하면 귀신처럼 증세가 악화되고 명계로 혼이 빨려 들어가고 있어. 몇 번이나 죽을 고비를 넘겼는지 모른다네."

왕세경 회장은 지금 자신은 수명이 거의 다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수영병원에 머무르고 있는 동안에는, 생명의 모래시계가 얼어붙는다.

호시탐탐 자신을 데려가려는 저승사자들은 병원 주변에 그어진 스틱스강을 넘어오지 못한다.

이 병원은 산 자의 고유영역.

저승사자들도 감히 들어오지 못하는 신성한 지대.

그렇기 때문에 이 병원에만 들어오면 자신이 멀쩡해지는 것이라고, 왕세경은 그렇게 믿고 있었다.

'병원 밖은 위험하다. 몹시 위험하다.'

"한 번은 우연이지만 두 번은 필연이고, 세 번 이상부터는 물리 법칙일세.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가?"

"음… 하필이면 저의 약한 부분을 후비시는군요."

"난 심정지 상태로 10분이 넘어서 이 병원에 들어왔지만 후유증 없이 깨어났네. 내 병원 의사들 말로는 기적이라더군."

왕세경의 목소리가 간절해졌다.

"퇴원하고 몇 분 지나지 않아서 다시 심정지로 이 병원에 실려 왔네.

그런데 병원 문턱을 넘자마자 거짓말처럼 회복되었지."

하수영은 조용히 듣고만 있었다.

왕세경의 목소리가 조금씩 잠겼다.

"마지막 세 번째는 세경병원에서 입원 중에 심정지가 와서 에크모까지 달고 살았네. 이식 말고는 사망뿐이라고 했지. 그런데 이식 대기를 위해 이 병원에 들어오자마자 내 심장은 다시 뛰기 시작했네."

고창식 전무와 상무도 숙연해져서 고개를 숙이며 눈물을 훔쳤다.

"그러니 하 코디, 부디 이 가여운 늙은이를 내치지 말아주시게. 병원밖은 내게 몹시 위험해. 아마 내가 나오자마자 끌고 가려고 저승사자 군단이 진을 치고 있을 게야."

"아이고, 이런 말도 안 되는 미신을 믿어드릴 수도 없고…"

'뭐야, 이거 성역이랑 엘릭서드링그 효과가 너무 쎄게 중첩된 거 아니야?'

하수영은 측은한 마음이 들었다.

무작정 떼를 쓰는 줄 알았는데, 왕세경은 성연과 엘릭서 드링크의 중첩 효과로 죽을 목숨을 억지로 붙들어 두고 있는 상황이었다.

'나가면 죽는다는데, 병원 이사장이 돼서 그런 환자를 내보낼 수도 없고, 그렇다고 입원 요건도 안 되는데 잘못된 선례를 남길 수도 없고…

이미 본인 안에 굳건한 믿음이 생긴 것이다.

이 병원에 있어야 살 수 있다고,

"그럼 조건이 있습니다."

"뭐든지 말만 하시게."

"지금 하신 이야기는 퍼뜨리시면 안 됩니다. 절대적으로 지켜주서야 합니다. 쓸데없는 미신이 퍼져 나가는 걸 원치 않습니다."

"알겠네. 걱정하지 마시게."

"그리고 'VIP실에 VIP 환자로서 입원하셔야 합니다."

"VIP실에 입원하면 당연히 VIP환자가 아닌가?"

"우리 병원에 VIP실은 있어도 'VIP환자'는 없습니다. 현재 VIP실에 입원하신 분들은 일반 기준 병원비 대상의 '일반 환자'들입니다."

"그렇군."

"지금부터 모든 병원비는 원가 그대로 받겠습니다. 환자분은 우리 병원 기준으로 퇴원 대상인데 억지로 입원하신 거니까요."

왕세경은 그 말에 껄껄 웃었다.

"이 친구야. 내가 우리나라 10대 재벌 회장이야. 그룹 자산으로 치면 서해그룹 못지않은 대기업을 바닥부터 일군 사람일세. 그깟 VIP실 병원비, 얼마든지 마음껏 청구하시게!""

"근데 감당이 되시겠어요? VIP실 치료비 원가는 좀 센데."

"허허, 얼마인가?"

"어디 보자, 일단 VIP실 입원료는 273,972,603원입니다."

"그럼 하루에 75만 원 정도? VIP 실치고는 매우 저렴하군."

"하루에 273,972,603원인데요? 일년에 1,000억 원이죠."

자신 있게 껄껄 웃던 왕세경의 입가에서 웃음이 사라지며, 눈이 휘둥그레졌다.

"…지금 뭣이라고 하셨는가? 일년에 1,000억?"

"네, 여기에는 환자 식단과 기본적인 치료비까지만 포함됩니다. 추가 적인 수술, 시술, 처치 등에는 별도의 비용이 붙습니다."

하수영은 거침없이 설명을 이어 나갔다.

"예를 들어, 이번에 받으신 심혈관수술을 VIP 기준으로 잡으면 20억원 정도가 됩니다."

뒷목을 잡게 만드는 말이었다.

전무는 굳어버린 왕세경 회장을 대신해서 급히 물었다.

"VIP실 입원료야 비급여니까 그렇다 칩시다. 하지만 급여 항목 수술비는 나라에서 1원까지 금액을 정해 났을 텐데요? 심평원이 정한 대로 받지 않으면 불법입니다!"

"심평원 기준으로 치면 환자분은 퇴원하셔야 됩니다만?"

"그, 그건……"

"그리고 VIP실 입원 환자는 사전협의만 있으면 병원이 급여, 비급여 구별 없이 병원이 마음대로 청구할 수 있어요."

"네?"

고창식 전무가 황당해서 눈을 크게 떴고, 하수영은 태블릿으로 최신 기사를 검색해서 보여 주었다.

"여기 보시면 최근에 개정된 의료비용조항 내용입니다. VIP환자에 대해서는 무제한적인 수익 창출이 가능합니다. 대신 의료비 무제한 VIP 실은 일반 병상 100개당 1개만 운영 가능하고요."

"아, 고 전무, 나도 언뜻 들은 거 같아. 병원이 이제 돈 많은 환자한테는 마음껏 돈 뜯어내도 된다고."

"그게 원치 않는다면 VIP실 말고 특실이나 1인실에 입원하시면 되는 거죠."

하수영은 차분히 설명했다.

"VIP 환자한테 입원료, 수술비, 시술비, 약값, 기타 의료서비스 비용을 얼마를 받아내는 사전에 제대로 고지하고 합의만 했다면 건보공단에서는 개의치 않습니다."

막말로 아스피린 한 알에 1,000만 원을 받아도 사전에 고지만 됐다면 문제없다.(VIP환자 한정) 영리병원 허용이 아니기에 수익을 병원 밖으로 반출할 순 없지만, 대신 병원 경영에는 큰 도움이 된다.

물론 다른 병원들은 VIP를 환자로 일 5억 원이라는 무지막지한 비용을 청구하지는 않는다.

재벌들도 부담돼서 그런 병원은 찾지 않을 것이고, 시장원리에 의해서 자연히 도태될 것이다.

말을 잇지 못하던 고창식은 겨우 입을 열었다.

"어떻게 원가가 그 정도나 되는 겁니까?"

"우리 병원 운영비 매년 적자만 수천억 원이에요. 설비투자에 들어간 매몰비용은 훨씬 더 크고요. VIP실 운영해서 적자 메꾸려면 이 정도는 받아야 손익분기점 나옵니다."

"물론 봉사활동이라 생각하고 병원운영하는 거라 지금까지 누구에게도 원가 청구는 안 했습니다."

너는 심평원 입원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퇴원해야 한다.

그게 싫다면 VIP환자로 입원해라.

요약하자면 이런 말이다.

고창식 전무는 침울한 얼굴로 생각에 잠겼다.

'그러고 보니 닥터헬기 30기와 공중급유기 도입비용만 수조 원에 그거 운영비만 일 년에 수백억 원이라고….

여기에 병상에 비해 넘쳐나는 의료진과 일반 직원 규모.

빈말이 아니라, 수영병원은 환자보다 의료진이 더 많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매년 수천억 이상 적자가 날 수밖에 없겠어."

고창식 전무는 조용히 왕세경 회장의 눈치를 살폈다.

의외로 그는 편안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일 년 입원료로 1,000억 원이라.

비싸군. 하지만 목숨 연장값이라 생각하면…'

충분히 지불할 가치가 있다.

막말로 전 재산과 목숨을 놓고 고르라고 하면 누구나 목숨을 고를 것이다.

하물며 세경그룹 회장인 그에게 있어 일 년에 1,000억 원은 죽는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알았네. 내가 기쁜 마음으로 병실료를 내지. 부디 이 병원 적자 해소에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군."

그래야 병원이 망하지 않고 오래오래 유지될 수 있을 테니까.

왕세경은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다.

큰돈을 지출하게 생겼지만, 목숨값이라 여기면 전혀 비싸지 않다. 오히려 저렴하다.

'그래, 평생 기부 한 번 안 했는데 좋은 병원에 기부한다는 셈 치지 뭐."

병원에서 쫓겨나지 않아도 되자 마음이 너그러워져서 기분 좋게 물었다.

"회장님만 특별히 봐드리는 겁니다. 본인께서 병원을 벗어나면 정말 죽는다고 철석같이 믿고 계시니까요. 어찌 되었든 여기는 사람 살리는 병원이잖습니까."

"아무튼 고맙네. 정말 고마워. 내 이 은혜를 평생 잊지 않겠네."

"그럼 오늘 바로 VIP실로 옮겨드리겠습니다. 마침 퇴원 환자가 있어서요."

하수영은 병실을 나섰다.

왕세경 회장과 전무는 그가 이사장이라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지만, 그것은 그의 관심 밖이었다.

프리덤이 물었다.

-마스터, 왕세경 환자한테 예외적 상황을 허용해 주신 이유가 무엇입니까?

"퇴원시키면 죽을 게 뻔하잖아. 그게 다야."

-병원 적자 해소를 위한 밑그림이라고 추정했습니다만, 그게 아니었나 보군요.

"그럴 거면 왕세경 회장한테 비밀 지키라는 말을 굳이 안 했겠지."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알려질 수 있습니다. 지금도 우리 병원을 성역으로 여기는 여론이 많습니다.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하자. 정 곤란해지면 성역을 취소해도 그만이고."

제2의 왕세경이 생길 확률은 매우 낮다.

그는 죽을 고비를 여러 번 넘기면서 우연히 몸으로 체득하게 된 것이니까.

-라테그룹 진석현 환자한테는 요금 원가 이야기도 꺼내지 않았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입니까?

"걔는 경우가 다르지. 음주운전으로 사람 여럿 불구 만들었잖아. 그런 놈 치료돼서 방생되면 또 사람 여럿 불구 된다."

-저는 왕세경 환자가 건실한 기업가라서 혜택을 베풀어준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런 것도 있어. 알아보니까 지금까지 사업하면서 불법에 손 안 대고 거기까지 올라왔더라고, 직원들도 나름 잘, 합리적으로 대우해 주고 있고, 결격 사유는 없는 셈이지."

비가역적인 결격 사유를 지닌 진석현과는 아예 비교 대상조차도 못 된다.

그러니 하수영도 기분 좋게 입원을 허락해 준 것이다.

"VIP실은 기운부터가 벌써 다른 거 같군."

왕세경의 안색은 무척 좋아 보였다.

성큼성큼 걷는 모습은 몇 번이나 죽을 뻔했던 고령의 환자 같지 않아 보인다.

한창 정정하던 시절의 모습을 보는 듯해, 전무는 콧잔등이 시큰해졌다.

"원래 윤병원이라서 그런지 VIP실 치고는 너무 초라합니다. 응접실과 보호자 침실 정도밖에 없다니요."

하루 입원료가 400만 원이 넘어가는 초호화 VIP실에 비하면 초라한 편이다.

"이런 병실이 일 년에 1,000억 원이라니요."

"이 왕세경이의 목숨값이라고 생각해도 비싼가?"

순간 말문이 막힌 고창식은 얼른 화제를 바꿨다.

"형님, 앞으로 매일 병실에만 있으시려면 답답하실 거 같습니다. 제가 자주 찾아뵙겠습니다."

"자네는 회사에서 감시해야지. 병원 자주 찾아오면 회사는 누가 챙기라고?"

"하지만…"

"걱정 말아. 병실에만 있을 생각은 없으니까. 이 병원이 어디 좀 큰가?"

어떻게 힘들게 눌러앉은 병원인데, 미쳤다고 저 위험한 병원 밖으로 나가겠는가?

'병원 밖은 위험하다.

내, 죽더라도 병원에서 죽으리.

왕세경은 그렇게 굳게 다짐했다.

"그나저나 수영병원이라 그런지 코디네이터도 역시 범상치가 않아. 이 왕세경이 앞에서 그렇게 당당하게 자기 할 말 다 하는 젊은 친구는 처음으로 본 거 같아."

"저도 손주 사위로 삼고 싶을 정도 더군요, 형님."

"우리 막내 손녀를 소개시켜 주는 건 어떨까?"

"지현이 나이를 생각하셔야죠. 대충 봐도 열 살은 차이 나보이는데요?"

"우리 지현이가 어때서!"

젊은 코디네이터를 놓고 손녀 사윗감으로 한창 품평을 하고 있을 때, 마침 의료진이 들어왔다.

40대 중반의 주치의는 몹시 어려워하면서도 정중하게 왕세경을 대했고, 왕세경은 그런 모습을 보고 생각했다.

'그래, 저게 원래 정상이지. 아무튼 그 친구가 보통이 아니었어.'

"이보오, 의사 양반. 그런데 이 병원에 병상이 대충 몇 개 정도 있는 거요? 전체 입원 환자가 몇 명인지 알고 싶어서 그러는데."

"800개가 넘을 겁니다만…… 왜 그러십니까, 회장님?"

"응, 이사 왔으니 떡 좀 돌리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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