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랜차이즈 갓-446화 (446/1,270)

프랜차이즈 갓 446화

112장 부자는 입원하고 싶다(1)

최만식 점장은 하수영 앞에서 들뜬반응을 보였다.

"회장님, 수영한우가 불티나게 팔리고 있습니다! 손님들이 너도나도 할 것 없이 수영한우만 찾고 있어요!"

"수영한우는 1++ 한우 맛에 길들여진 사람일수록 더욱 그 진가를 알아보는 법이지요. 물론 소고기 맛을 모르는 사람들이 먹어도 맛있지만요."

"저도 먹어봤는데 정말 맛있습니다. 일단 한우 특유의 느끼하고 물리는 맛이 없습니다. 육즙을 가두면 가두는 대로, 빼면 빼는 대로 다른 맛이 있는 정말 놀라운 고기입니다."

최만식 점장의 감탄은 진심이었다.

수영한우는 일단 아무리 먹어도 물리지 않았다.

그리고 어떤 식으로 조리를 하든간에 서로 다른 맛이 있었다.

심혈을 기울여서 구우면 최고급 스테이크를 비웃는 놀라운 맛이 났고, 대충 굽거나 삶아도 털털한 입맛을 사로잡는 친근하면서도 중독성 있는 맛이 났다.

널리 모든 입맛을 이롭게 하는 정신을 지녔다고 할 수 있다.

나라와 민족, 연령, 조리법을 가리지 않고 누구나 좋아할 법한 고기였던 것이다.

"이런 훌륭한 고기가 겨우 3등급이라니요!"

"어차피 미국에서는 더 싸게 팔 거라서 상관없어요. 국내 유통도 안할 건데요."

"네? 국내 유통을 안 하신다고요?"

최만식은 믿을 수가 없어서 눈을 휘둥그렇게 떴다.

이런 고기라면 국내 소고기 시장을 단숨에 장악할 수 있을 텐데, 어째서?

"수출 물량만 해도 모자랍니다. 지금 수영마트에 유통하는 것은 고기 관리 노하우를 축적하기 위해서예요. 고기 팔아서 돈 벌려는 게 아닙니다."

"아…… 관리경험 축적이 목적이었군요. 그럼 설마 나중에 미국 수출이 본격화되면 수영마트에서는 안파는 겁니까?"

"그럴 리가요. 수영마트는 수영농장의 이름으로 생산한 모든 식품을 판매하는 곳입니다. 메뉴에서 내려갈 일은 없습니다."

수영마트 한 곳에서 판매하는 것은 농식품부에서 우려한 국내 소고기 시장 진입하고는 무관하다.

만약 그것도 국내 시장 진입이라고 그들이 주장한다면?

그냥 처음에 약속한 대로 국내 한우 시세의 30%를 추가해서 가격을 매기면 그만이다.

농식품부가 피해달라고 한 것은, 다른 한우 농가와 동등한 가격으로 국내 시장에서 경쟁하는 것이니.

"지금 목장은 머릿수 불리기에 올인하고 있어요. 수영마트에서 파는 물량도 어디까지나 고기 관리 경험을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양만큼입니다."

"그렇군요."

최만식 점장은 못내 아쉬웠다.

이렇게 훌륭한 고기가 국내에는 거의 유통되지 않을 거라니.

하지만 미국 시장을 노린다는 포부를 보면 납득되지 않는 것도 아니다.

미국 소고기 시장과 한국 소고기 시장이 어디 비교할 바나 되겠는가.

그 후로도 수영마트는 꾸준히 수영한우를 팔았다.

수영농장산 볏짚을 먹고 자란 소는 맛있고 질리지 않으면서도 중독성이 있었고, 덕분에 강남 주민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마트를 방문해서 한우를 사갔다.

하수영후원회 멤버 노인들도 매일 같이 사람을 시켜서 수영한우를 사가곤 했다.

심지어는 후원회 멤버들 간에 싹쓸이 다툼이 일어나기도 했다.

결국 할 수 없이 마트에서는 1인 당 1일 구매량을 제한하는 방법을 두기로 했다.

후원회와 무관한 일반 소비자들은 구매량 제한에 기가 막힌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아니, 고기 구매량을 제한하는 경우가 어디 있어요?"

"아무리 요즘 한우가 씨가 말랐다고 하지만, 개인 구매량을 제한한다.

니요?"

"죄송합니다. 만약 구매량을 제한하지 않으면 마트 오픈하자마자 싹쓸이되는 경우가 있어서요."

"싹쓸이라고요?"

"네, 혼자서 100kg 이상씩 구매하시는 VIP 고객분들이 계십니다. 그래서 많은 고객분들께서 허탕을 치곤 하십니다."

"어쩔 수 없이 개인 구매량을 제한한 것이니, 너그러운 마음으로 양해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최만식 점장까지 나서서 사정을 설명하며 싹싹 비니, 일반 소비자들은 결국 누그러질 수밖에 없었다.

"아씨, 요즘 밥 대신 수영한우로 만든 스테이크 먹는 낙으로 사는

"그렇게 반찬 투정하던 애들도 수영한우 불고기 해주면 걸신들린 듯이 먹어서 편했는데, 이거 가지고 누구 코에 붙이지 ……"

청담수영마트가 규모가 크다 하나, 마트 1개 지점에서 하루에 소고기를 팔아봐야 얼마나 하겠는가.

하지만 수영한우는 꾸준히 입소문을 타면서 그 존재감을 널리 알리고 있었다.

수영농장산 콩은 거의 대부분 최진 국의 양계장 닭사료로 사용된다. 당연히 엘릭서 특유의 성장 및 육질 촉진 기능이 있다.

덕분에 최진국은 빨리 성장하고 맛도 좋은 육계를 출하할 수 있었다.

"프리덤, 배합사료 원료용 콩을 새로 재배해야겠다. 엘릭서 농도를 낮줘서 따로 재배해."

-어느 정도 농도로까지 낮춥니까?

"수확만 많이 거둘 수 있을 정도로 해. 배합사료에 엘릭서 효능을 넣을 필요는 없다."

- 예, 마스터.

당연하지만 엘릭서 비료를 만들 때 농도를 낮추면 곡물의 '가축 성장촉진 등 이로운 효능이 줄어든다.

그저 생산량 증대에만 초점을 맞추면, 엘릭서 효능이 거의 없다시피한 작물을 키워낼 수 있다.

"배합사료에 엘릭서 타이틀을 붙일필요는 없지. 우리 농장 가축들이 먹을 것도 아닌데."

벼의 경우는 줄기에 효능이 대부분 깃들었고, 사료용 콩 역시 다운그레이드한다.

그렇게 해서 배합사료를 만들어 먹이면, 약간의 가축 성장 촉진은 있겠으나 그리 눈에 띌 정도는 아니다.

축산농가 입장에서는 애들이 그래도 별 탈 없이 튼튼하게 잘 자라네?'

하고 느낄 정도의 효능만 나올것이다.

배합사료에 다운그레이드 콩을 섞지 않으면 그런 효능도 없을 것이다.(볍씨 자체는 성장 촉진 효능이 거의 없다. 볏짚에 대부분 몰려 있다)하지만 콩을 섞지 않으면 단백질이 부족해지므로, 볍씨와 콩을 함께 주원료로 제공한 것이다.

이 두 가지만 해도 사료 영양소의 99%는 해결한 셈이다.

"사장님, 프리덤 쓰시죠? 여기 링크 들어가셔서 동의하세요."

"이거 뭐요, 최진국 사장?"

"우리 수영농장에서 관리하는 회계 장부 프로그램입니다. 동의하시면 우리가 사장님 회삿돈 운용 내역을 볼 수 있어요."

"아니, 왜 이렇게 하는 거요?"

사료 원료로 이익을 완제품 판매가에 반영하는지 아닌지를 보려고 그러는 겁니다. 애초에 우리 회장님과 약속하셨잖아요?"

"응. 그랬지. 알겠소. 여기 따라 들어가서 동의만 하면 되는 거요?"

"네, 그럼 사장님 프리덤이 회사장부 내역을 관리해서 우리에게 알려 줄 겁니다."

"으잉? 프리덤은 회사업무는 개인 비서 범위를 넘어선 거라고 안 도와주려고 하던데?"

"이건 프로 버전이라서 가능해요."

"그 프로 버전은 어떡하면 살 수 있는 거요?"

"저도 모릅니다. 우리 회장님이 어렵게 구매하신 걸로 아는데, 일반서비스는 아직 안 한답니다."

"우리 회사에서도 그런 거 구매해서 쓰면 좋겠는데……"

사료업체 사장들은 순순히 권한 허용에 동의했다.

덕분에 수영농장은 사료 원료를 가지고 그들이 어떻게 사업하는지 훤히 들여다볼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업체 사장이 프리덤이 취득하는 정보 자체를 숨긴다면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앞뒤 숫자 내역을 맞추는 과정에서 결국 거짓을 취했다는 게 들통나게 된다.

프리덤을 속일 만큼 장부 숫자를 완벽하게 맞출 수 있는 사람이라면, 사료업체 사장이 아니라 대기업 전속 회계사를 해야 할 것이다.

기존에 생산하고 남은 배합사료 재고는 전량을 농협에서 구매하기로 했다.

하수영이 압박을 넣은 것이다.

'내가 쌀 팔아서 받은 돈 굴려서 농민들 도우라고 예치했잖아? 그 운용 수익으로 배합사료 사서 뿌려!"

라는 압박을 농협이 받아들인 것이다.

애초에 거절할 명분이 없기도 했고,배합사료 업체들은 수영농장산 볍씨와 공을 주원료로 해서 가축사료를 만들기 시작했다.

농협은 가축사료의 99%를 국산화하는 데 성공했다며 대대적으로 선전해서 농민들의 환심을 사고자 했다.

[더 저렴해진 사료, 더 저렴해질 육류!]

[국산 육류가 보다 선진화됩니다! 보다 저렴해집니다! 보다 고급스러워집니다!]

김산 회장 측은 하수영이 국민 주식량을 틀어쥐게 된 것이 마냥 마음편하지만은 않았지만, 당장은 뭘 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나름대로 잘하고 있는 사람을 견제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는 그저 식량이라는 것을 단 한 명이 독점하게 되는 폐해가 가져올 미래를 두려워했을 뿐이었다.

"배합사료 원료를 저렴하게 생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해. 머리가 한 개뿐이면 위기 상황에서 대응할 수 없다. 적어도 세 개, 네 개는 있어야 한다."

농협은 김산 회장의 주도하에, 배합사료 원료 개발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

수영농장의 경쟁 상대(어디까지나 가축 원료에 한해서)를 키워서 육류시장의 안정성을 꾀하고자 하는 것이다.

물론 농협 내부에서는 돈만 쓰고 실패하게 될 것이라며 회의적인 시선을 보냈다.

특히 회장 선거에서 낙선한 조만식 영등포농협 조합장이 가장 맹렬하게 반대했다.

농협 내부에서 어떤 대립이 오가든간에, 원산지 수영농장 배합사료는 국내 축산계에 해일처럼 파고들고 있었다.

라테그룹과 하수영은 몇몇 악연이 있었다.

수영레스토랑을 후려쳐서 백화점에 입점시키려다가 무산된 적이 있고, 또 진철진 회장의 손주인 진석현이 해운대에서 음주운전으로 하수영의 캠핑카를 박은 적도 있다.

이에 하수영은 뉴월드백화점에 머쉬룸서비스(VIP를 대상으로 골든 트러플, 송이버섯 요리를 대접하는 것)를 무기로 라데백화점 VIP고객을 빼내오도록 도왔다.

무차별로 VIP고객이 빠져나가자 결국 라테그룹은 오너 일가의 정중한 사과와 함께 라테마트를 넘기는 것으로 극적인 화해를 이루었다.

라테백화점은 머쉬룸서비스는 유지하지 못했지만, 대신 수영레스토랑을 후한 조건으로 유치함으로써 화해무드를 세웠다.

즉 라테백화점 수영레스토랑 매장은 양측이 화해했다는 상징인 셈이다.

물론 진철진을 비롯한 오너 일가 중진들의 마음이 완전히 풀린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하수영과 더 이상 무의미하게 다툼을 벌일 이유는 없다는 것에 수긍한 상태다.

제대로 붙게 되면 라테백화점이 잃을 게 훨씬 많기 때문에.

진태호 부회장은 하반신 불구가 된장남을 생각할 때마다 속이 터질 것 같았다.

자신의 뒤를 이어야 할 소중한 장남, 진석현이 병신이 돼버렸으니.

부친인 진철진 회장은 진석현을 포기한 듯이 보였다.

그룹을 이어받을 장손은 따로 있으니, 하반신 불구자 손주한테는 더 이상 관심을 두지 않겠다는 것일까.

지끈거리는 이마를 짚는 그의 앞에서, 비서실장이 난처한 듯 허리를 숙이고 있었다.

"어떻게 됐어?"

"저번하고 대답이 같습니다. 특실은 자리가 없어서 입원이 힘들다고 합니다."

"입원료는 달라는 대로 준다고

"그렇게 말을 했지만 자리가 없는데 기입원한 환자들을 내보낼 수는 없다고 합니다."

"끄응, 망할 인생."

진태호는 요즘 불구가 된 장남을 청담수영병원 재활센터에 입원시키기 위해 밤낮으로 노력하는 중이었다.

현재 입원한 서해서울병원에서는 영구적으로 신경이 손상되어 다시는 걷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재활치료도 의미가 없다고.(일단 조금이라도 움직일 가능성이 있어야 재활을 하든 말든 할 텐데) 하지만 진태호는 포기할 수 없었다. 그게 아버지의 마음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청담수영병원의 소문을 듣게 된 것이다.

'정담수영병원은 지금까지 병원 내에서 단 한 명도 죽은 사람이 없다.'

'입원한 사람은 하나같이 완치돼서 퇴원했다. 다시 악화돼서 재입원한 경우는 있어도, 일단 한 번 병원에 들어오면 반드시 완치돼서 나갔다.

진태호의 마음을 가장 흔든 소문은 바로 다음과 같았다.

재활 치료의 성과가 다른 어느 병원과도 비교가 안 될 만큼 훌륭하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