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갓 445화
111장 카르텔의 파편들(6)
근래 고기류 값은 예전에 비해 엄청 오른 상태였다.
작년 물난리 때 돼지와 소, 가금류의 폐사율이 무척 높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수영마트에서 고기 프리데, 이 행사를 위해 엄청난 물량의 소고기를 싹쓸이하다 보니, 특히 한우는 돈을 주고도 구하는 게 불가능해졌다.
전국적으로 장을 보는 소비자들은 난리가 났다.
"아니, 고기값이 왜 이래요? 이 돼지는 무슨 금가루 뿌린 사료 먹여서 키운 거래요?"
"올해 고기값이 다 폭등했어요. 작년 물난리 때 가축들이 폐사를 많이 했잖아요."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건 무슨 고깃집에서 사먹는 가격 수준이잖아요."
"지금 고깃집 가면 이 돈 주고 절대 못 먹습니다. 거기는 안 올랐겠어요? 다 똑같지."
정육점이나 마트에 진열된 소고기들은 하나같이 의심을 받았다.
"이거 한우 맞아요? 마블링에서 영신토불이 냄새가 안 나는데?"
"한우 맞습니다. 진짜 맞아요."
"수입산 아니에요? 요즘 수입산을 한우로 속여서 파는 경우 많다던
"하. 제가 설마 속여서 판단 말입니까? 손님, 저 평생 정직을 가훈으로 알고 살아온 몸입니다!"
"아니, 도매상한테 사장님이 피해를 보신 걸 수도 있잖아요. 한우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고 하는데, 이렇게 버젓이, 그것도 마블링이 이상하니까 확인하는 거죠."
시간이 흐르자 이 정도 문제는 약과로 보일 일도 벌어졌다.
"사장님, 왜 정육 코너가 텅텅 비었어요?"
"오전에 다 팔렸어요. 그래서 오늘은 일단 문 닫아야 할 거 같아요."
"네? 오전에 다 팔렸다고요?"
"아마 내일이나 모레는 문을 안 열거 같습니다. 도매처에 물어봤는데 고기가 없대요."
"한우만 동난 거 아니었어요?"
"한우가 동난 건 사실인데, 국산돼지나 가금류도 공급이 턱없이 부족했어요."
"그래도 수입산은 있어야잖아요?"
정육점을 찾은 손님은 텅텅 빈 정육 진열대 내부의 풍경이 그저 황당하기만 했다.
"손님, 고기 절대 물량이 부족하니 당연히 수입산 고기들도 부족하지 않겠어요? 국산 육류가 없으니 자연히 수입산 육류 소비도 늘어나는 겁니다."
"그래도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지금 수입산 고기 컨테이너 들어온 것들, 검역 끝나는 대로 국내 시장에 풀릴 겁니다. 한 보름 정도 기다리라고 하네요. 도매처에서."
"보름이나 고기 없이 살아야 한다고요?"
"어쩔 수 없습니다. 하여튼 당분간 국산 육류는 금고기다 생각하시는 게 마음 편할 겁니다. 그리고 이건 업계 풍문인데…"
정육점 사장은 문득 목소리를 낮춰서 설명했다.
"앞으로 한우값이 더 오르면 올랐지, 떨어질 일은 절대로 없을 거랍니다."
"아니, 왜요? 폐사한 만큼 다시 복구하면 그만이잖아요?"
"허허, 소 임신 기간이 대충 290일인 데다가 출산 이후 적어도 2년은 키워야 출하할 수 있는데, 그게 금방 복구가 되겠어요? 적어도 2, 3년은 걸리지."
정육점 사장의 설명에 단골손님은 벙찐 표정을 지었다.
소고기 한 점을 먹기 위해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릴 줄이야.
"문제는 지금 수영농장이에요. 아시죠? 황비버섯 출하하는 경기도 농장."
"알죠. 들어봤어요. 황비버섯라면도 그 농장주가 실제 오너라면서요?"
"거기서 한우 축산업을 새로 한답니다. 지금 1만 두가 넘었고, 2만 두를 바라보고 있대요. 그런데 그렇게 밑천으로 모은 소가 다 어디서 난 것들이겠습니까?"
"아, 올해랑 내년에 출하될 소들을 긁어모은 건가요?"
"맞습니다. 지금 내년까지 출하될 한우 암소 물량이 전혀 없다고 난리가 났어요. 거세우나 육우라면 모를까, 한우 암소 고기는 이제 먹기 틀렸어요."
한우 농가에서 출하 목적으로 키운 암소는 수영농장에서 싹쓸이하고 있다.
심지어 출하까지 아직 상당 기간 남았어도, 출하 시의 가격을 기준으로 미리 사들인다.
소주인 입장에서는 지금 파나 나중에 파나 가격이 똑같다면, 지금 파는 게 이익이다. 사료값도 아낄 수 있고, 또 질병 등으로 인한 폐사 리스크도 없앨 수 있으니.
한우 농가들은 송아지를 생산할 어미소를 제외한, 출하 예정의 암소는 연령을 가리지 않고 팔아치우고 있었다.
그게 무조건 남는 거니까.
"수영목장이 칼을 빼 는 건가요?"
"업계에서는 그렇게 보고 있어요.
미국에 한우도 수출하는 겸해서 우리나라 한우 시장도 장악하려고 한다고, 수영목장에서는 최소 한우 100만 두 이상을 확보해서 목축 사업을 개시할 예정이라네요.."
하수영이 농식품부와 맺은 이면 계약은 알려지지 않았다.
수영한우에서 국내 시장에 소고기를 풀 경우, 시세보다 비싼 가격
(30% 이내에서)으로 공급한다는 조건.
바로 국내 시장을 노리지 않고 미국만을 생각하겠다는 증거로 붙인.
때문에 축산 관계자들은 하수영이 미국뿐만 아니라 국내 시장도 동시에 공략할 거라고 여기고 있었다.
암소 판매를 거절하는 농가는 하수영이 강력한 경쟁자가 될 것을 두려워해서 방어하는 것이다.
"수입 육류 냉동 컨테이너가 검역끝나면 육류 시장은 안정될 겁니다.
그런데 한우 가격은 수영목장이 정상화되기 전까지는 절대 그럴 일 없
"앞으로 한우가 진짜 금한우 되겠네요."
최진국은 어느덧 2만 5,000두의 한우 암소를 확보했다.
여기에 씨를 제공할 튼튼한 우량수소를 다수 확보해서 교배 계획에도 차질이 없도록 했다.
"교배 말고 정액 자체 공급이 가능하면 더 좋을 텐데."
"그건 농협 가축개량원 애들이 독점하고 있어서 당분간은 힘들 거요.
일단 교배소 확보나 열심히 합시다.
나중에 보증받아서 씨수소 허가받으면 되지."
사촌동생 최신철은 감개가 무량한 표정이었다.
"첫 교배부터 쌍둥이라니, 우리 수영목장 운이 참 트인다고 생각하지 않소? 형님?"
지금 최진국은 수의사를 불러서 얼마 전 첫 교배를 한 암소들을 검진 하고 있는 중이었다.
총 50마리를 교배했는데, 처음부터 무사착상 결과가 나와서 기뻤다.
심지어 쌍둥이 송아지가 들어섰다.
그때 수의사가 조금 황당한 웃음을 지으면서 최진국을 돌아봤다.
"사장님, 축하합니다."
"오, 착상 잘 됐어요?"
"네, 게다가 또 쌍등이에요."
"오, 2연속 쌍둥이?"
"이야, 이거 우리 수영목장 운수가 대통할 모양입니다. 2연속 쌍둥이라니요."
"이놈도 착상이 잘됐… 그런데, 쌍둥이네요? 축하드립니다."
"오! 또 쌍둥이!"
"……사장님, 또 쌍둥이인데요?"
"…… 뭐라고요?"
"……계속 쌍둥이입니다."
"…… 거듭 쌍둥이네요."
"…… 으어억! 세쌍둥이! 세쌍둥이입니다!"
"장난하는 거 아니오? 세쌍둥이라 고요?"
"또! 또! 세쌍둥이입니다!"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쌍둥이가 들어설 확률은 5% 미만, 세쌍둥이는 1% 미만이다.
그런데 연속해서 쌍둥이 이상이라고?
한 마리만 들어선 배는 단 하나도 없다고?
1차 교배를 마친 50마리 검진이다 끝났다.
"처음에 검진한 5마리만 두쌍둥이
"그 후 검진한 나머지 45마리는 전부 세쌍둥이입니다."
1/20이 연달아 5번 나오고, 그 후 1/100이 연달아 45번 나올 확률은?
"이게 말이 되나?"
"아니, 어떻게 한 마리 배는 없고 죄다 세쌍둥이, 어쩌다가 두쌍둥이가 들어설 수 있어?"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졌네요, 형님."
최진국과 최신철은 기가 막혀서 할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
"백만 두, 이백만 두 노래를 부르시더니 소들도 그 마음을 알았나 봅니다. 이렇게 떡하니 여러 배가 들어서고 말입니다."
"그래도 그렇지, 이건…."
최진국은 역시 소먹이가 좋아서 쌍둥이가 잘 들어서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수영농장산 볏짚을 먹은 소들은 성장이 빠르고 덩치가 유달리 크며, 고기 질도 좋다. 임신 능력에도 그 영향력이 작용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이건 확률의 문제가 아니라 사료의 차이가 낳은 긍정적 현상이다.
'그렇다고 사료 하나 때문에 출산 능력이 이렇게 좋아지는 게 말이 되나?'
그런 생각이 문득 들긴 했지만, 따지고 보면 볏짚이 배합사료보다 더 좋은 효과를 내는 것도 말이 안 되긴 하다.
2차 교배를 마친 암소 100마리의 검진일이 다가왔다.
불과 3마리를 제외한, 97마리의 암소들이 세쌍둥이를 배었다는 놀라운 결과가 나왔다. 당연히 그 3마리도 두쌍둥이였다.
다른 농가와의 차이점이라곤 단 하나.
바로 먹이를 수영농장산 볏짚으로 바꾸었다는 것 하나뿐이다.
"덩치만 빨리 커지게 해주는 줄 알았는데, 출산 능력도 강하게 해줄 줄은 몰랐네."
송아지 한 마리만 배는 암소는 그 후로도 나오지 않았다.
최만식 청담수영마트 점장은 고기 프리데이를 마치고, 한숨을 돌리고 있었다.
처음에 고객당 한우 1g을 준다는 행사 내용에 그는 크게 우려했다.
금방 고기가 동이 나서 고객들한테서 항의를 받지 않을까, 그래서 마트 이미지가 깎이지는 않을까.
하지만 그런 일은 없었다.
수영마트는 거의 무제한적으로 한 우를 수급해서 고객들에게 나눠 주었고, 행사는 호평 속에서 마무리를 지었다.
"김 실장, 회장님 목장 소고기 들어왔어?"
"네, 500kg 들어왔습니다."
"내일부터 한정판매로 팔면 되는거 알지?"
"네, 그런데 회장님 목장 소고기 인데 왜 전부 3등급입니까? 이해가 안 되네요."
3등급 한우.
1++, 1+, 1, 2, 3 이렇게 총 5단계로 구분되는 소고기 등급에서 최하위 등급이다.
"지방이 너무 적으니까 그렇지. 애초에 우리나라 소고기 등급 분류가 말이 안 되는 거야. 거의 뭐 지방량차이로만 등급을 매기고 앉아 있으니."
"지방은 적어도 정말 부드럽고 맛있는데 3등급이 떡하니 찍혀 있으니까 너무 속상합니다. 회장님께서 정성 들여서 유기농으로 건강하게 키우신 소인데, 고작 3등급이라니요."
"농식품부를 족쳐야지. 소고기 등급 분류법부터 싹 다 바꿔 버려야 한다고."
"목장이 커지면 미국 수출 위주로 한다고 하는데, 부디 잘됐으면 좋겠습니다."
"잘될 거야. 수영레스토랑처럼 미국 소고기 시장을 아주 싹 쓸어버릴 거라고."
다음 날,
대행사가 끝난 수영마트는 평소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수백만 원짜리 유모차를 끌던 젊은 애엄마는 정육 코너에서 고개를 가웃거렸다.
"소고기가 3등급밖에 없어요?"
"네, 이번 행사 때문에 좋은 등급 한우는 전부 나갔거든요."
"그래도 청담동인데, 3등급 한우를 들여놓는 것은 좀 아니지 않아요?"
"아이고, 손님. 3등급이라고는 하지만 1++등급보다 맛과 질은 훨씬 좋습니다. 우리 마트 회장님께서 직접 기르신 소거든요."
"그래요? 하수영 회장님이 키우신 소라고요?"
그 말에 애엄마의 눈빛이 생기 있게 반짝였다.
"네, 그저 지방기가 적어서 3등급인 거지 절대 질적 차이는 없습니다. 오히려 많이 먹어도 건강에 좋고 1++보다 더 부드럽습니다. 심지어 가격은 더 싸고요. 한 번 드셔보시죠."
"좋아요. 믿고 사볼게요. 수영마트는 한 번도 실망을 준 적이 없으니까요."
"아이고, 감사합니다. 오늘 마침 소고기를 사면 송이버섯을 드리는 특별행사가 있습니다."
"어머, 정말요?"
"네, 지방기 적고 건강에 좋고 맛있는 수영한우를 송이버섯과 함께 드셔보시죠."
그날 3등급 수영한우는 불티나게 팔렸고, SNS에 비슷한 해시태그를 단 글들이 올라왔다.
-원래 3등급 한우가 이렇게 맛있는 거였어?
-3등급은 처음 먹어봐서 몰랐는데 진짜 맛있는데?
-아니, 느끼하기만 한 1++등급은 대체 왜 그렇게 비싼 돈을 받고 파는 거야?
#3등급수영한우, #1보다3, #3등급 첫경험, #한우등급분류개떡같다. #다른목장 3등급은안이래, #왜안 3등급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