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갓 444화
111장 카르텔의 파편들(5)
하수영은 '대항성병기를 다운그레이드한 수면도살기' 외에도 도축장에 필요한 모든 설비를 갖추었다.
계류장, 생체검사실, 병축격리사, 작업장, 소독실 등등.
여기에 가축 기절을 위한 Co2 질식설비 및 총격 장치 등도 모두 갖추고, 도축장 관리로봇 군단도 완성했다.
물론 일반적인 기절 설비가 쓰일일은 없을 것이다. 어디까지나 대외에 보이기 위한 위장용이니..
'대항성병기를 다운그레이드한 수면도살기'를 공개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리고 드디어 허가를 신청했다.
도축업 허가 검증을 위해서 농식품부는 차관급 인물을 직접 내려보내기도 했다.
다른 이 같으면 어림도 없지만, 상대가 하수영이었으니.
원래 도축장 허가를 위한 실사에 차관급이 나서는 일은 절대 없다.
농식품부 직원들은 열심히 도축장을 둘러보았지만, 국내의 어느 도축장보다도 쾌적하고 흠잡을 데 없는 시설에 거듭해서 합격점을 매기고 있었다.
"훌륭합니다."
"지금 바로 영업을 개시해도 괜찮을 거 같은데요?"
"세척, 소독 설비가 특히 매우 대단합니다. 무슨 생화학 연구소를 방불케 하는 수준이군요."
"그런데 이런 식으로 도축장을 운영하면 마진이 남기는 합니까? 세척시스템 하나만 봐도 가격이 어마어 마할 거 같은데……."
"근데 작업장 공간만 차지하는 저 기계는 뭐야? 무슨 용광로라도 갖다 놓은 건가?"
"크기는 정말 무식하게 크네. 무슨 대형 통신장비 같기도 하고."
"아, 도축장을 로봇으로 무인화해서 운영한다더니, 제어 컴퓨터 뭐 그런 걸까요?"
"어, 정말 그럴 수도 있겠어."
농식품부 직원들이 가장 놀랐던 것은 바로 도축장 로봇들이었다.
수영농장 로봇들과는 다르게 몇 체급 이상 덩치가 큰 로봇들이 굉장히 많았다.
심지어 이것은 1차 작업단이고, 앞으로도 계속 로봇들을 늘려갈 계획이라고 한다.
"하수영 회장님은 농축산업이 아니라 IT나 로봇공학 쪽으로 진로를 잡았어야 하는 거 아니야?"
"그러게 말이다."
"그나저나 로봇을 이용하면 도축자들 트라우마 걱정 같은 것은 안 해도 되겠어. 어떻게 보면 인도주의적이네."
쌀 매입 건으로 하수영과 이미 면식이 있는 윤홍식 차관은 연신 사교적인 웃음을 머금은 채 대했다.
누가 보면 윤홍식 차관이 아니라 하수영이 도축장 실사를 나온 줄 알것이다.
"회장님, 잠깐 둘러봤는데 문제 될게 전혀 없습니다. 오히려 다른 도축장들도 이곳 수준을 본받도록 정책을 고쳐야 하나 싶을 정도입니다.
절차 지연 같은 건 전혀 걱정하지 마십시오."
"네, 감사합니다."
윤홍식 차관은 하수영 앞에서 잘 보이기 위해 연신 노력했다.
원래는 장관이 직접 내려오려고 했지만, 가까스로 물리치고 쟁취한 기회였다.
무슨 도축장 허가 실사 방문에 장관이 직접 오다니, 언론에서 알면 뭐라고 하겠는가.
장관은 눈물을 머금고 포기했고, 윤홍식 차관은 당당히 하수영을 대면할 수 있었다.
최진국은 도축 장면을 여러 번 봤다.
소를 키워서 팔아 먹고사는 입장이지만, 도축 과정이라는 것은 못 볼거라는 생각이 든다.
아주 오래전, 처음으로 도축장에 왔을 때의 일이다.
소가 자기 운명을 알기라도 하듯이 도축장에서 들어가지 않으려고 버티며 눈물을 흘렸다.
마음이 약해진 최진국은 그날 소를 데리고 돌아오고 말았다.
'예전에 비해 나아지긴 했지만, 그래도……."
소들은 일단 좁은 트럭에 태워서 최소 1시간 이상 도축장을 향해 이 동해야 한다.
이 과정 자체가 소들에게 엄청난 스트레스다.
또 도축장에 도착하면 하루 이틀 이상은 아무것도 먹지 않은 채 대기 해야 한다.
이동 중에 받은 스트레스를 낮춰고기의 질을 향상하고, 내장을 비우기 위해서다.
하루 이틀 이상을 굶으면서, 아마 자신의 운명을 직감하는 소들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본격적인 도축을 하기 전 기절을 시킨다.
이때 총격장치를 이마에 발사해 두뇌에 충격을 주어 정식을 잃게 만든다.
사람으로 치면 이마에 총을 겨누는 것과 비슷하니, 상황을 인지한 소들은 죽음을 직감할지도 모른다.
"가자, 이 녀석들아."
최진국은 오늘 도축할 소들을 직접 데리고 최신 도축장을 찾았다.
실제로 어떻게 도축이 되는지 지켜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소들은 목장 들판에서 하루의 대기 시간을 자유롭게 가졌다.
마지막으로 가지는 자유 시간.
그리고 도축 시간이 되자 소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꾸벅꾸벅 졸다가 머리를 바닥에 내려놓고 눈을 감았다.
숨도 새근새근 쉬는 게, 편안하게 잠이 든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어느 순간 갑자기 소들은 일제히 숨을 쉬지 않았다.
그 순간 최진국은 눈을 부릅떴다.
'저건 삶?'
야생동물인 삶 두 마리가 소들 사이를 자유롭게 뛰어다니고 있는 모습이 보였던 것이다.
소들의 무리에 중심에 있었는데 잠이 들지도 않고, 숨이 멎지도 않다.
니.
정말 하수영의 말대로 소들만 정확하게 골라서 편안한 죽음을 맞이하게 한 것이다.
"허허…… 이게 가능한 일인가?"
과학기술에 관해서 잘은 모르지만, 보통 기술은 아닌 게 분명해 보였소들이 죽자 로봇들이 나타나서 소들을 작업장 안으로 실어 나르기 시작했다.
로봇들은 전문가보다 더 능숙한 솜씨로 방혈, 절단, 박피, 적출, 육질 세척 등의 작업을 이어나갔다.
도축이 다 끝나가 이번에는 세척로봇이 들어와서 물을 분사해서 피와 찌꺼기를 모조리 씻어냈다.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마무리로 소독액을 뿌려 박테리아 및 세균 번식까지 완벽하게 틀어막았다.
세척과 소독까지 모두 끝나자 작업장은 마치 새것처럼 깨끗한 광경을 되찾았다.
열심히 작업하는 로봇들 사이에서 최진국은 멍하니 중얼거렸다.
"고통도 없고, 위생도 철저해서 좋긴 한데…… 이 도축장 장사가 되기는 하려나 모르겠네."
만약 미국에 매년 한우 1,000만 두씩 수출한다 해도, 도축장 유지비나 감당할 수 있을까?
[고기 프리데이!]
[수영마트에서 고객감사 대행사를 개최합니다! 오는 목, 금 토요일은 고기 프리데이!」]
[1만 원 이상 구매 고객에 한해서 수영치킨 구매쿠폰과 최상품 국내산한우 1g을 드립니다!」]
[사은품 수령은 하루 1회 가능!]
청담동 수영마트에서 대대적인 사은품 행사를 벌였다.
1만 원 이상 구매자는 무조건 수영치킨 구매쿠폰과 한우 1g을 준다는 행사였다.
수영마트는 일주일 전부터 미리 실독을 통해서 대대적인 홍보에 나섰다.
"뭐? 수영치킨 쿠폰을 준다고? 거기에 한우 1g까지?"
"아니, 수영치킨 한 마리만 해도 벌써 16,000원인데 거기에 한우까지?"
"수영치킨 한 마리와 한우 1g을 단돈 만 원에 팝니다. 사은품으로 1만 원어치에 달하는 생필품을 자유자재로 고를 수 있습니다. 이렇게 읽어야 바로 읽는 거 아니냐?"
"그러네. 그 말이 맞네."
"아하, 그러니까 치킨과 한우를 만원에 사면 생필품을 준다는 행사로
"프리덤, 근데 이거 추첨제는 아니겠지?"
-아닙니다. 제가 수영마트에 문의 하고 공지사항도 확인했지만, 1만 원 이상 구매자라면 누구나 사은품을 받을 수 있습니다. 하루에 한 번만 응할 수 있으니 총 3번의 기회가 있는 겁니다.
"사람들 엄청 몰려들 텐데, 고기가 충분하겠어?"
-수영치킨 쿠폰은 소진되지 않죠.
그리고 한우 같은 경우는 재고 소진 시에 수영치킨 쿠폰 3장으로 대체한다고 합니다.
최악의 경우에도 수영치킨 쿠폰 4장(1+3)은 건진다는 뜻이다.
소비자 입장에서 전혀 나쁠 게 없는지라, 광고를 접한 이들은 그날 반드시 청담동을 들리겠다고 별렀다.
'닭하고 한우만 따져도 거의 10만 원 가까이 되는 행사인데 당연히 가야지.'
-다만 마트 내 질서 유지를 위해 한 번에 출입 가능한 인원수에는 제 약을 둔다고 합니다.
"상관없어. 이런 행사에서는 원래 당연히 줄 서서 기다리는 거야."
많은 수의 손님들이 수영마트를 찾기 시작했다.
원래 빈자는 부자는 공짜는 좋아하는 법.
만 원어치만 사면 치킨 한 마리와 한우 1g을 거저 얻는 파격적인 행사 아닌가.
3일 동안 손님들은 줄을 서서 수영마트에서 사은품을 쇼핑했다.
심하면 몇 시간을 기다려서야 겨우 들어갈 수 있었다.
SNS에서는 네티즌들이 부지런히 수영마트 대행사를 자발적으로 홍보했고, 막바지인 토요일에는 손님들의 줄이 블럭 하나를 채울 정도로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마지막 날, 줄을 선 손님들은 결코 줄어들 것 같지 않은 긴 줄을 보면서 걱정했다.
"이거 줄이 너무 긴데?"
"우리 오늘 한우 받을 수 있을까?
이미 다 동난 거 아니야?"
"이 정도면 이미 다 동났어도 이상하지 않을 거 같은데."
"그래도 어제까지는 모두 한우 받았나 봐. 쿠폰으로 대체해서 받은 사람은 아직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반은 불안한 마음으로 마트에 입장한 손님들은 다행히 사은품으로 한우 1g을 받을 수 있었다.
"근데 수영마트가 이번 행사로 대체 얼마를 쓴 거지?""
"한우만 몇백 톤은 푼 거 아니야?"
"몇백 톤이라고? 그거밖에 안 돼?
몇천 톤이 아니라?"
"겸손하게 100톤으로 잡아도 17억원은 썼다는 소리가 된다."
"흐익! 17억 원이라고!"
"100톤이라는 전제하에서, 1,000톤이면 170억은 썼겠지."
한편 라테마트, 뉴월드마트 등 대형마트 체인점을 운영하는 대기업들은 수영마트의 공격적인 고객행사에 바짝 긴장했다.
수십, 수백억이 넘어가는 돈을 그냥 이유 없이 퍼붓지는 않았을 테니.
"수영마트가 설마 청담동을 벗어나서 전국으로 시장을 확대하려는 게 아닐까요?"
"그럴 수도 있어요. 파격적인 행사로 마트 인지도를 잔뜩 띄워놓은 다음, 먼저 수도권 전역에 진출을 하면……."
"수영마트에서 땅 매입했다는 정보 있어? 매장으로 쓸 만한 땅 말이야."
"그런 정보는 아직 못 들었습니다."
"설마 대놓고 땅을 매입하겠어? 몰래 매입했겠지. 그러니까 제대로 알아보란 말이야!"
신흥 강자의 등장에 바짝 긴장한 경쟁 마트들은 발등에 불이 난 듯이 뛰어다녔다.
수영마트가 청담동에만 머물러 있을 때는 괜찮았다.
본점 1개로는 엄연히 한계가 있으나.
하지만 전국에 진출하면 경쟁으로 인한 출혈이 커진다.
"수영마트는 조커가 2개나 있어.
황비버섯라면과 황비버섯. 그 둘을 끊어버리면 우리 마트는 경쟁에서 불리해진다."
국민 식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황비버섯라면과 황비버섯.
그 둘의 공급이 끊어지면 대형마트로서의 가치가 줄어든다.
'아니, 마트가 이렇게 큰데 그런 것도 없어요?"
'죄송합니다. 손님. 저희 마트에는 이제 그 두 가지 상품이 납품되지 않아서요.'
'아! 그냥 수영마트나 가야겠네. 무슨 그런 기본적이고 당연한 것도 없어?'
이처럼 고객의 이탈이 줄줄이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정작 수영마트 내부 분위기는 전혀 달랐다.
"국내 한우 재고가 싹 동이 났다던
"우리 마트에서 싹쓸이해서 풀었잖아요. 당연한 일이죠."
"정말 우리 마트가 청담동을 벗어나서 전국으로 진출하는 거예요?"
"에이, 그건 아니고, 우리 사장님이 이번에 축산업 진출하셨잖아? 그래서 사업 번창하게 해달라는 의미로 손님들에게 크게 한 덕 쏘신 거래."
"와, 정말요? 하여튼 사장님은 통도 크셔."
"그러게 말이에요. 덕분에 지금 시 중에서 한우가 씨가 말랐대요. 마트가면 한우는 다 동났고, 한우라고 버젓이 파는 것들 죄다 한우로 둔갑한 수입산이라고 하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