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랜차이즈 갓-436화 (436/1,270)

프랜차이즈 갓 436화

110장 소 사료를 만들려고 했을 뿐(1)

백만 두, 혹은 이백만 두 이상.

그런 엄청난 규모의 소목장을 유지하려면 당연히 막대한 양의 사료가 필요하다.

볏짚만으로 감당하려면 당연히 엄청난 양의 곤포 사일로지를 생산해야 한다.

물론 생산은 못할 게 없다.

엘릭서 비료와 프리덤, 농사로봇들의 시너지 효과는 이루지 못할 게 없으니까.

문제는 볏짚 사료를 만드는 과정에서 엄청난 양의 쌀이 부산물로 생겨난다는 것이다.

"내가 벼 시장만큼은 진출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하수영은 국내 다른 농가들과 공존을 원한다.

그래서 가급적이면 그들의 생계를 침범하지 않는 쪽으로 농사 방향을 잡아 왔다.

황금비단우산버섯 시장을 독점했지만, 본래 황비버섯을 재배하던 농가들이 큰 피해를 본 것은 아니었다.

황비버섯은 대부분 농가에서 주로 부업으로 재배하던 작물이었고, 황비라면이 등장하자 농가들은 미련없이 손을 털고 정리했다.

골든 트러플은 말할 것도 없다. 국내에서 원래 나지도 않는 품종이니까.

송이버섯도 국내 시장에 대량유통하지 않으니, 시장이 망가질 일이 없었다.

송이버섯은 수영레스토랑 등 프랜차이즈 가맹점과 직영점에서 식재료로 공급하는 게 대부분이었으니, 버섯을 원형 그대로 공급해서 판매하는 곳은 청담동 수영마트 본점 하나뿐이다.

그 밖에 고추와 밀, 콩 등도 마찬가지였다.

국내 다른 농가의 수입을 거의 침범하지 않거나, 경계선 밖에서 서로 무관하게 잘 지내왔다.

참치는 중금속 중독 사망 사건 때문에 이미 망한 시장에 진출한 것이고,충남에서 안희철이 운영하는 김치 공장도 수영레스토랑에서 스페셜 반찬으로 내놓을 김치만을 생산할 뿐이다. 시장에는 유통하지 않는다.

그러나 벼는 다르다.

"내가 누누이 말했지만, 벼 같은 골목시장까지 진출해서 먹어치우면 두고두고 욕을 먹는단 말이지. 욕먹는 거야 상관없는데 나 때문에 파산하는 사람들이 나오는 건 원하지 않는다고."

-그럼 역시 유엔에 무상 기증을…….

"그런 곳과는 안 얽히는 게 낫다니까. 그리고 한 번 무상으로 주면 계속 달라고 조른다고. 그럼 두고두고 피곤해져."

일단 목장 규모를 100만 마리로 가정하자.

이 소들을 일 년간 먹일 볏짚을 생산하면, 쌀은 얼마만큼 나올까?

"소 먹을 사료보다 사람 먹을 식량이 더 많이 나오겠네. 못해도 몇천만 명, 몇억 명은 먹을 쌀이 나오겠는데."

-매우 친인간적인 가축 사육법입니다. 고기를 생산하기 위해 사람이 먹을 식량 재배지를 오히려 줄이는 다른 나라와는 전혀 방향성이 다릅니다.

소먹이를 만들려고 했는데, 어쩌다 보니 부산물로 쌀이 잔뜩 나와 버렸어요. 이거 어떻게 처리하나요?

대충 이런 상황이 펼쳐질 것이다.

"이건 좀 생각을 해봐야겠다. 어쨌든 간에 국내 시장에는 풀 수 없어. 벼 농가들 망하면 안 되니까."

-예, 마스터.

"혹시 쌀 필요한 저소득층 있으면 무상으로 받을 건지 물어보고 집계해 봐. 저소득층 기준은 프리덤 네가 알아서 하고."

-네, 사회 통념적인 기준으로 선정하겠습니다.

"그래, 너무 법대로만 하면 울타리에 못 들어오는 사람들 있으니까 그런 일 없도록 하고."

부산물로 나오는 쌀 일부는 저소득층에 일정량을 무상으로 나눠주기로 했다.

그래 봐야 얼마 되지 않을 테지만, 막말로 창고 하나 빌려서 쌓아놓고 신청하는 이라면 누구나 착불로 가져가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 역시 벼 농가를 망가뜨리는, 그들 입장에서는 덤핑 행위일 뿐이다.

"진짜 썩어서 바다에 퍼붓는 일이 생길지도 모르겠네."

-매우 큰 비난을 받을 겁니다. 지구상에 굶어 죽는 사람이 수두룩한데, 멀쩡한 쌀을 바다에 갖다 버린다고요.

"별수 없잖아. 우리나라에서는 그게 필요하지 않으니까. 빈민국 기아자가 안됐긴 하지만 내가 그 사람들 모두를 구제하려고 이 땅에 내려온 것은 아니니까."

하수영은 어깨를 으쓱했다.

"아무튼 쌀 처리할 방법은 좀 더 고민해 봐야겠어."

***

최진국은 축사장을 대대적으로 개조했다.

가능한 많은 소를 키울 수 있도록 축사장을 크고, 많이 지었다.

그렇다 해도 기존 축사장의 근본적인 대지 한계가 있어, 소 100만 마리를 이곳에 수용하는 것은 어불성설이었다.

나대지로 놀고 있던 땅을 전부 활용해도, 10만 마리나 겨우 수용할 수 있을까 말까 하다.

최진국은 탄식했다.

"우리나라가 새삼 작은 나라라는 것이 느껴지네. 미국은 역시 위대한 나라야. 거기서 농사짓고 소 키우고 돼지 치고 양 키우는 사람들은 얼마나 좋을까."

"형님, 어쩔 거요? 역시 다른 지역에도 목장을 사야겠지?"

"그래야겠지. 목장이든 나대지는 뭐든 잔뜩 사서 큰 축사장을 짓자고"

"그냥 막 사기만 하면 되오?"

"안 되지. 적어도 10만 마리 이상을 키울 수 있는 면적 아니면 눈길도 주지 마라. 규모가 그보다 작으면 두고두고 관리하기가 힘들어져."

기왕이면 하나로 뭉치는 게 좋지만, 100만 마리 이상을 수용하는 목장은 한국에서는 불가능했다.

어차피 분산해야 한다면, 목장 개수를 최소로 하는 것이 관리에 유리하다.

"그럼 일단 제주도부터 알아봐야겠네. 거기 목장으로 쓸 만한 매물이 얼마나 되려나 모르겠슈."

"네가 직접 건너가게?"

"형님은 여기서 하실 게 많으신데, 제주도 발품은 내가 팔아야지."

최신철은 최진국의 사촌 동생으로, 원래 돼지축산업을 하다가 최진국의 목장을 돕기 위해 합류했다.

돼지 사 오래전부터 안정적으로 굴러가고 있어, 이렇게 부업으로 최진국을 도와도 무리가 없기 때문이다.

최진국은 축사장이 완성되는 대로 미리 매입한 소들을 데려와서 몰아넣었다.

"좁은 우리에 평생 가둬서 기르지는 않을 거다. 산책도 하고 바람도 씰 공간은 있어야지."

소들이 바람을 쉴 울타리 목장도 만들어서 축사장과 연결했다.

제주도로 내려간 최신철은 닥치는 대로 목장으로 쓸 만한 땅을 사들였다.

기존에 소를 기르던 목장주들은 좀처럼 목장을 팔지 않으려고 했다.

그렇다고 무한대로 웃돈을 남발할 수도 없었다.

상당한 웃돈을 제시해도, 목장을 넘기는 사람은 절반도 채 되지 않았다.

그 대부분은 소 사육 자체에 애착을 가진 사람들이었다.

그렇게 확보한 목장 면적을 대충 계산한 최진국은 나름 흡족해했다.

"지금까지 확보한 면적만 해도 30만 마리 정도는 사육할 수 있겠는데?"

"좀 더 욱여넣어서 키우면 200만 마리도 거뜬할 거 같은데요, 형님."

"인마, 서양에 갖다 팔려면 동물복지도 중요해. 평생 축사장에만 갇혀 지낸 소라고 하면 이미지도 안좋다고."

"아, 그래도 소 너무 많이 운동시키면 사료도 많이 나가고 고기도 질겨지고 안 좋은데."

"우리 한우 시장 노리는 거 아니다. 마블링 덕지덕지 붙어서 좋을 것도 없다."

목장은 일단 급한 대로 어느 정도 확보했다.

앞으로도 계속 땅을 확보해야겠지만, 그래도 30만 마리는 키울 수 있는 면적을 손에 쥐었으니, 문제는 소의 개체 수다.

"이제 1만 마리 겨우 넘어서 언제 100만 마리, 200만 마리를 다 채운다냐."

새로 확장한 목장에는 일단 5,000마리를 몰아넣었다.

머릿수를 채울 때까지는 도축은 당분간 금지였다.

"임신 기간이 얼추 290일에, 새끼 소가 어른소가 되려면 대충 1년 걸리고, 많이 낳아봤자 두 마리니 이거 어느 세월에 머릿수를 다 맞추지?"

목장이나 목장 지을 땅을 사는 것 외에, 웃돈을 주고 한우 농가 자체를 인수하는 방법도 병행하고 있다.

하지만 농장주들은 웬만해서는 목장 자체를 넘기는 것은 꺼려 했다.

평생을 바친 일이기 때문에 목장자체를 넘길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최진국은 결정했다.

"어이, 박씨."

"아, 최씨, 축사장은 안 판다니까 그러네. 내가 평생 소만 키웠는데 이거 싹 팔면 남은 인생 뭐 하고 살 거야? 그래도 사람이 일은 하면서 살아야 할 거 아니겠어?"

"자네 인생까지 같이 팔어."

"뭐? 내 인생을 팔라고?"

"어차피 축사장 운영하려면 경험많은 전문가가 필요해. 축사장 팔고 관리인으로 일하는 게 어때?"

박씨는 잠시 머뭇거렸다.

처음에 축사장을 팔라고 할 때 제시했던 웃돈이 상당했던 게 기억났다.

"자네가 잘될 때 보통 얼마나 벌지?"

"2억은 조금 넘지."

"연봉 2억 쳐줄게. 축사장 팔고 일해. 자네가 태업하는 것만 아니면 은퇴하고 싶을 때까지 고용 보장 할 테니까."

"그…… 쩐주가 허락한 건가?"

"물론이지. 우리 쩐주가 얼마나 돈이 많은 사람인데, 자네 연봉 정도는 아무것도 아닐세."

"……생각해 보고 답 주겠네."

"잘 생각해 보게. 이번에도 거절하면 나도 깨끗하게 포기할 테니까."

며칠 후, 박씨는 처음 제시했던 웃돈을 포함하는 조건으로 승낙했다.

소 매입, 땅 매입, 축사장 통째 매입 등 여러 가지 방법을 통해서, 최진국은 착실하게 '수영목장'의 규모를 불려 나갔다.

그리고 마침내 농협 250만 톤 벼납품 소식을 들었다.

"오, 드디어!"

벼가 납품되었다는 것은, 소들을 먹일 볏짚 사료도 나왔다는 것을 뜻했다.

하수영이 정부와 농협에 납품한 쌀은 총 440만 톤, 이 정도면 올 한해 전체 소비량과 비축해야 할 양은 충분히 확보한 셈이니, 나라에서도 한숨을 돌렸다.

쌀이 모자라 난리가 벌어지는 사태는 막은 것이다.

그것도 해외에서 쌀을 수입할 필요도 없이.

"정부납품쌀을 생산하면서 나온 곤포는 다 소비했고, 이번에 나온 곤포는 우리 소들을 몇 달이나 먹이려나. 직접 보기 전에는 가늠이 안 되네."

최진국은 소사료를 확보할 생각에 즐거운 마음으로 경기도로 올라갔다.

수영농장에서는 화물차와 지게차들이 수없이 몰려들어 생산된 벼를 한 창 싣고 있었다.

하수영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대신 프라임유통에서 나온 직원들이 현장을 통제하고 있었다.

최진국은 안면을 익힌 직원을 찾아서 물었다.

"김 대리, 곤포는 어디에 있죠? 그거 확인하러 왔는데."

"아, 곤포요? 그건 저기에 쌓아놨습니다."

"우리 귀여운 소들이 일용할 주식이 어디에 있을……."

우뚝.

최진국은 말을 잇지 못하고 그 자리에 굳어 있다가, 눈을 비비고 다시 보았다.

조금 과장해서 작은 산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많은 양의 곤포가 쌓여 있었다.

'벼 250만 톤이면 곤포가 원래 저렇게 많이 나오나?'

많아도 너무 많았던 것이다.

저걸 다 신고 가려면 과연 화물차가 몇 대나 필요하며, 며칠이 걸려야 작업을 마무리할 수 있을까?

"벼란…… 정말 위대한 작물이군요. 와, 쌀 250만 톤에서 저리 많은 곤포가 나온단 말입니까?"

"그게, 250만 톤이 아니에요."

"네? 김 대리, 그게 무슨 말이에요?"

"사장님한테 들었는데 이번에 생산한 벼 총량이 1,000만 톤 이상이랍니다. 지금 저희도 난감해요. 당장 750만 톤이나 되는 쌀이 남아도는 데, 이 많은 걸 어디에 보관해야 할지 큰일입니다."

"1,000만 톤이라고요?"

"지금 다른 직원들은 보관할 창고 알아본다고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중입니다. 이거 창고 보관료만 해도 엄청 깨지겠는데요."

재작년 국내 쌀 총 생산량이 350만 톤.

그리고 하수영이 작년 하반기부터 올 초까지 생산한 쌀이 총 1,190만 톤.

그가 팔고 남은 쌀이 750만 톤.

농식품부와 농협은 발칵 뒤집혔다.

"쌀값을 잡아야 한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