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갓 435화
109장 확장과 확장(4)
최진국은 농식품부 과장 앞에서 자신만만하게 대답했다.
"네, 국내 시장에는 거의 영향이 없을 겁니다. 소고기 가격에 영향을 줄 일은 없을 테니 안심하시오."
안덕훈 과장은 당황해서 바로 말을 잇지 못했다.
이런 대답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것이다.
미국 수출을 위해서 목장 규모를 대대적으로 키우겠다니.
'그게 가능한가?'
지금까지 확보한 머릿수만 1만 마리다. 그리고 앞으로 더욱 개체수를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그 말인즉슨, 기존에 미국 시장을 공략한 한우처럼 프리미엄육 시장을 노리는 게 아니라는 뜻이다.
미국인들이 주식으로 먹는 일반 보급형 고기와 경쟁을 하겠다는 것인데, 말도 안 된다.
"그럼…… 최진국 사장님, 목장 규모는 어느 정도까지 키울 예정입니까?"
"소만 확보할 수 있다면 백만 마리 든 이백만 마리든, 되는 대로 목장을 키울 생각입니다."
"배, 백만 마리나요?"
안덕훈 과장은 머릿속이 아찔해졌다.
만약 그만한 수의 머릿수가 갖춰진다면 국내 한우 시장은 완전히 박살난다.
'아무리 미국 진출을 노린다고 하지만…….'
만약 미국 시장 공략에 실패할 경우, 어떻게 되겠는가?
최진국으로서는 파산을 감수할 수 없으니, 국내 시장에라도 풀려고 하지 않겠는가?
그리고 덤핑(매우 싼 가격으로 팔아버리는 것)은 피할 수 없겠지.
당연히 국내 한우 가격은 엉망이 될 테고,
'이건 막아야 한다!'
안덕훈은 마음이 다급해졌다.
미국 진출 이야기를 믿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앞으로 국내 한우시장이 어떻게 흘러갈지 눈에 뻔히 보이는 일이었으니.
"사장님, 미국 시장이라는 게 그렇게 만만치 않습니다. 프리미엄육 시장으로 진출한 우리 한우도 지금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그 정도 목장 규모면, 혹 일반 보급형 주식 소고기 시장을 생각하시는지요?"
"두루두루 진출할 예정이요. 미국에서 보편적인 소고기 공급업체로 자리 잡는 게 목표요."
"미국의 그 무수한 축산농가들을 생각해 보십시오. 우리보다 훨씬 저렴한 옥수수 사료를 먹여서 소를 키우는데, 가격 경쟁력에서 어디 상대가 되겠습니까?"
"안 될 게 뭐 있어요?"
"미국 축산농가들이 그렇게 만만한 이들이 아닙니다."
안덕훈은 마음이 답답해졌다.
지역에서 알아주는 축산농가라는 자부심 때문인지, 세상을 똑바로 보는 법을 잊어버린 건 아닌가 싶었다.
'한국 소고기가 어떻게 미국에서 미국 소고기를 이겨! 가격이 전혀 상대가 안 되는데! 고기 등급 기준도 다르고!'
고기를 주식으로 삼는 이들한테 지방 가득한 육질이 어디 먹히기나 할까. 한두 끼만 먹어도 금방 질려 버릴 덴데,
"안덕훈 과장님, 너무 걱정하지 말아요. 미국 소비자와 우리나라 소비자의 차이는 저도 잘 압니다. 미국소비자들 기호에 맞춘 소고기를 출하할 겁니다."
"하지만 가격은 어떻게 하실 겁니까?"
"다 생각해 둔 방법이 있어요. 가격 경쟁력에서 미국 소들을 이기지 못할 것은 없습니다. 정부에 손을 벌리지는 않을 테니까 안심하세요."
'손을 벌리고 말고,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니까! 당신이 미국에서 실패하면 그 많은 소들이 다 어디로 몰려오겠어요!'
소 백만 마리를 키우는 목장이 망한 뒤, 그 소들이 한국 한우 시장을 덮칠 미래를 생각하니 끔찍하다.
"그리고 제대로 된 진출을 하려면 한참 멀었어요. 백만 두 이상이 하루아침에 갖춰지는 것도 아니고요. 벌써부터 정부에서 나설 것도 없습니다."
"최진국 사장님."
안덕훈은 정부의 입장, 그리고 국내 한우 농가의 미래를 열심히 설명했다.
하지만 최진국은 허허 웃으면 '다 잘 될 겁니다'라고만 넘어갈 뿐이었다.
그렇다고 위법한 행동을 하는 것도 아닌데, 정부에서 강제로 제지할 구실도 없었다.
소를 잔뜩 키워보겠다는 게 무슨 범죄는 아니니까.
"그럼 이렇게 합시다."
"어떻게 말입니까?"
"내가 국내 시장에는 연간 100두이상은 출하하지 않겠다고 정부와 약속을 하리다."
"……."
"유통 경험 축적과 홍보 겸해서 직영매장 몇 개 정도는 운영을 하려고요. 100두라고는 했지만 그것보다는 아마 훨씬 못 미칠 겁니다."
"네, 이해했습니다."
"그리고 시장 붕괴를 염려하셨는 데, 국내 판매 가격은 정부에서 정한 기준 시세를 따르지요."
"가격결정권을 정부에 주신다고요?"
"그렇소. 다른 한우들보다 무조건 비싸게 판다면, 과장님이 염려하시는 그 뭐냐 덤핑 같은 것은 없을 거 아니오?"
안덕훈 과장은 필사적으로 머리를 돌렸다.
'현실적으로 이 정도가 최선인 것 같다.'
대목장 운영 자체를 막을 수는 없을 테니까.
"문서로 약속하실 수 있습니까?"
"약속하지요."
"어떤 경우, 목장이 파산하는 경우라도 국내 시장에는 연간 100두 이상 출하 금지, 가격은 정부가 정한 시세로 받아야 한다는 것, 동의하시는 거 맞습니까?"
"물론이지요. 다만 그 시세는 합리적이어야 하오. 예를 들어서 다른 소들은 한 마리에 600만 원씩 하는 데, 우리 소만 한 마리에 1,000만 원 이상씩 받으라는 것은 너무 말이 안 되는 가격이니까."
"그 점은 염려 마시지요. 상한선 책정 기준을 엄밀하게 명시하겠습니다. 아마 평균 시세의 130% 이내에서 설정을 하면 어떨까 합니다."
"자세한 건 문서로 가져와요. 내가 검토하고 알려드리지요."
겨우 한숨을 돌린 안덕훈 과장은 그제야 불현듯 궁금한 마음이 들었다.
"그런데 그런 엄청난 목장을 운영하려면 많은 돈이 들 텐데, 어디서 투자라도 받으신 겁니까? 혹시……?"
"제가 수영치킨 소속 양계장주라는 것을 이미 들으셨을 텐데요."
"아, 역시 하수영 회장님한테서 투자받으신 겁니까?"
"정확히는 그분 밑에서 일하기로 했어요. 난 그냥 월급 사장일 뿐입니다. 전문경영인, 뭐 그런 거지요."
1만 마리를 쓸어담은 놀라운 자금력이 이제야 이해가 갔다.
'그러고 보니 생닭 선금 일부로 이미 100억 원을 받았다고 들었는데.'
넌지시 그 이야기를 꺼내자 최진국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껄껄 웃었다.
"회장님이 1억 마리 값을 한 번에 주려고 하셨는데 부담스러워서 100억만 먼저 받았습니다. 말이 1억 마리지, 앞으로 몇 년은 더 출하해야 겨우 다 깔 수 있을 겁니다. 그전까지는 전 수영치킨을 벗어날 수 없어요."
한 개의 양계장에서 생닭 1억 마리를 납품하려면 얼마나 세월이 걸 안덕훈은 처음에는 회의적이었지만, 소목장 규모 이야기를 들으니 생닭 1차 납품 완료는 금방 끝낼 것만 같았다.
"그래도 전부 납품하면 1,500억 원이 되지 않습니까."
"한 마리에 1,500원씩 받아서 그중 얼마나 남겠습니까. 한 순수익 100억이나 남으면 좋겠네요."
"그래도 1억 마리나 되면 마진이…… 어유, 정말 엄청나겠습니다 그려."
연간 100이상 국내 출하 금지.
가격은 기존 시세의 120% 이내에서 정부가 책정하는 대로, 수영한우의 국내 진입을 효과적으로 차단하는 데 성공한 안덕훈 과장은 밝은 마음으로 복귀할 수 있었다.
훗날, 이 같은 조치가 국내 한우소비자들에게 어떤 분노를 불러올지 아직 알지 못한 채.
***
최진국이 소를 키우고, 미국인 비스가 미국에 유통한다.
하수영은 그저 소 키울 돈을 대주기만 하면 된다.
아울러 한 가지를 더 대줘야 한다.
바로 사료로 쓸 볏짚이다.
"확실히 콩과 볏짚이 가축의 성장을 촉진하고 고기 맛을 더 좋게 하는 효과가 있는 것 같군."
-아들아, 수련은 대체 언제? 이제는 하다 하다 소고기까지 직접 키워서 먹을 셈이냐?
"어제도 부지런히 신어 수련하는거 보셨잖아요. 덕분에 밤을 새워서 지금 졸려 죽겠다고요."
-그게 수련을 한 거냐? 나 때는 말이야, 한 번 수련을 시작했다가 잠깐 정신 차리고 나면 초은하단 하나가 없어지고 그랬어요. 그만큼 집중을…….
"네, 좀 더 집중할게요. 근데 아버지, 제 동생감은 찾으셨나요?"
-본체에서 아직 수신이 없구나.
"아무래도 '진짜 아버지'가 절 잊으신 모양이네요."
-그럴 리가 있겠느냐! 잠시 다른 일에 정신이 팔린 거지. 인마, 1, 2년이라는 세월은 프랜차이즈 갓인 이 애비한테는 찰나와도 같은 순간이라고!
관악산을 찾은 하수영은 정상에서 아래를 굽어보며 신어 능력을 갈고닦았다.
신어, 주신의 의지를 언어로서 세상에 구현하는 절대적인 권능.
말로는 우주를 무에서 창조할 수도 있는 끝판왕 권능이라고 하는데, 아직까지는 바위를 겨우 쪼개는 수준이다.
그것도 도도하고 연애 경험 없는 톱급 여배우를 유혹하듯이 아주 절실하고 간절한 마음으로 굽실굽실 빌어야 한다.
'이게 무슨 신어야.'
-어허, 아직 너의 경지가 한참이나 부족해서 그래요. 그래도 작년에 태풍을 그치게 한 것은 기특했다. 물론 수백 명이 넘는 사람들의 힘을 빌리긴 했어도.
아버지의 닦달을 달래주기 위해서 등산해서 주신 후계자 수련을 대충 보여주기 식으로 마친 뒤, 하수영은 다시 터덜터덜 산을 내려왔다.
'차라리 옛날에 쓰던 왕명 권능이 훨씬 낫겠다. 아, 그러고 보니 여기관악산…….'
산을 내려오던 중에 불현듯 저 멀리 한국대학교가 보인다.
관악산 아래에 자리 잡은, 우리나라 최고의 명문대학.
"……."
-아들아, 갑자기 눈빛이 왜 그렇게 아련한 거냐?
"갑자기 옛날 생각이 나서요."
-무슨 옛날 생각? 우리 아들의 과거 중에서 내가 모르는 게 있을 리가 없을 텐데.
"한국대에서 반도체를 좀 배우고 싶었거든요."
-……아들아, 설마 평범한 젊은이들의 캠퍼스 라이프가 부러워서 그러는 거냐? 어허, 너는 고결한 주신이 될 몸인데 겨우 그런 하찮은 미물의 찰나와도 같은 쾌락에 흔들려서는 아니 된다!
"아, 이번에는 반도체 말고 농업대학 수업이나 청강해 볼까? 뭔가 새로운 농업 기술 같은 걸 접할 수 있을 거 같은데."
-어허, 그런 거 공부할 시간에 주신이 될 수련에나 힘쓰거라!
***
"프리덤, 이번에 농협에 출하하기로 한 벼 250만 톤은 일회성으로 지어. 그래야 소사료로 쓸 볏짚을 확보하지."
-알겠습니다.
원래 프리덤은 한 번 키운 볏짚에서 알곡만 수확한 후, 거듭해서 이삭을 얻는 방식으로 벼를 확보했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 충분한 양의 볏짚을 확보할 수 없다.
한 번 수확할 때 볏짚까지 모두 수확한 후, 다시 이삭을 심어서 키우는 게 낫다.
-사료용 곤초를 제대로 확보하려면 더 많은 중장비가 필요합니다. 지금 있는 중장비로는 턱없이 모자 랍니다.
"주문 넣어 놔."
-예, 마스터.
무겁고 거대한 곤초를 다루려면 지금 있는 농사용 로봇으로는 절대 불가능하다. 출력 자체가 감당이 안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하수영은 곤초 작업용 중장비를 기존에 여러 대 주문해서 로봇으로 개조했다.
그래 봐야 조종석을 프리덤과 연동하고, 카메라와 각종 센서 등을 장착한 것뿐이지만.
-마스터, 문제가 하나 있습니다.
"뭔데?"
-사료용 볏짚을 축적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대량의 쌀이 만들어지게 됩니다. 이 쌀들을 어떻게 처리할까요?
"그러게. 시중에 풀었다가는 쌀값폭락에 벼농가들 죄다 망할 텐데."
-운송과 관리를 전적으로 책임지는 조건하에 유엔에 무상 기증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인마, 유엔 같은 곳하고 잘못 얽히면 나중에 귀찮아진다. 거긴 안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