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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갓-434화 (434/1,270)

프랜차이즈 갓 434화

109장 확장과 확장(3)

최진국이 서울로 올라왔다.

진지한 이야기가 있다기에 양계사업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주제는 전혀 의외였다.

"제 밑에서 일하고 싶다고요?"

"네, 회장님."

최진국은 자신이 생각한 바를 차분하게 이야기했다.

"소목장을 하실 거면 관리인이 필요하실 겁니다. 통영 양식장도 박영식 전무가 일체 관리하고 있지 않습니까. 저도 그런 역할을 맡고 싶습니다."

"흐음. 맞는 말이긴 하죠. 하지만 지금 하시는 목장을 넘기는 건 아깝지 않으시겠어요? 그래도 대를 이어서 하신 건데."

"괜찮습니다. 잘 먹고 잘사는 게 중요하지 가업을 유지하고 말고가 뭐가 중요하겠습니까. 그리고 제가 축산을 그만두는 게 아니라 더 큰 축산에 도전하는 건데요."

"인수합병이라고 생각하시는 거군요."

"잘할 수 있습니다. 믿고 맡겨 주십시오."

옆에서 손부채를 접은 채로 탁탁흔들던 최우석 노인이 한마디 거들 있다.

"진국이 이놈이 딴 건 몰라도 사람 하나는 실해. 뒤통수치거나 딴 주머니 찰 놈은 아니니까, 따로 골라둔 사람 없으면 한 번 믿고 맡겨 보게."

"최진국 사장님이 맡아주신다면 저야 좋죠. 안 그래도 목장 관리 맡길 사람을 어디서 구하나 난감했는데, 자기 목장 잘 운영하시는 분한테 먼저 제안하기가 좀 그렇더라고요."

최진국의 안색이 밝아졌다.

"그럼 저에게……."

"네, 수영목장의 총운영을 맡기겠습니다. 지금 가지신 목장도 제가 인수하죠."

최진국은 목장 외에도 상당한 넓이의 땅이 있었다.

목장과 양계장은 그가 가진 땅의 일부분을 사용하고 있을 뿐이었다.

참고로 양계장은 하수영이 마리당 1,500원으로 1억 마리 매입을 약정하고, 선금 일부로 100억 원을 지급한 상황이다.

즉 최진국은 닭 매매대금으로 100억 원을 먼저 거머쥔 현금 부자다.

물론 순수익 계산을 하게 되면 그중에서 떨어지는 것은 한 자리수 이겠지만…….

"소목장만 제가 매입하고, 양계장은 지금처럼 그대로 하시면 됩니다.

물론 남는 담은 다른 곳에 파셔도 되고요."

"알겠습니다. 그래도 수영치킨 납품을 언제나 0순위로 지키겠습니다."

하수영이 원한 것은 치킨 프랜차이즈 사업이지, 생닭 프랜차이즈 사업은 아니었다.

때문에 양계장은 인수하지 않고 그대로 최진국의 소유로 유지하기로 했다.

즉 소목장은 하수영의 명의로 최진 국이 총체적인 운영을 하고, 양계장은 최진국이 하청 납품업체 지위로 서 계속 운영을 하기로 한 것이다.

"양계장을 제외한 땅은 전부 제가 사겠습니다. 목장 크기를 더 늘려야 하니까요."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최진국은 소목장과 땅을 시세보다 저렴하게 넘기려고 했다.

어쨌거나 하수영한테 양계업으로 큰 은혜를 입었고, 앞으로 평생 밑에서 일할 생각이니.

하지만 하수영이 만류했다.

"안 됩니다. 이제 제 밑에서 일하실 분인데 착취할 순 없죠. 원래 우호적 인수합병으로 회사를 사들일때도 프리미엄을 얹어주는 법인데요."

"그럼……."

"목장과 땅값은 시세 그대로 매입하고, 따로 100억 원을 더 드리겠습니다. 프리미엄입니다."

최진국은 크게 감격했다.

100억 원이면 자신이 넘기는 땅값의 몇 배가 넘어가는 큰돈, 그걸 프리미엄으로 주다니.

닭값 선금 일부로 받은 100억 원은 사실 닭을 키우면서 나가는 비용을 결국 상계해야 하기에, 그중에서 진짜 자신의 몫은 그리 비중이 크지 않다.

게다가 1억 마리를 전부 납품하려면 아직도 갈 길이 멀었다.

하지만 지금 이 100억은 다르다.

온전한 자신의 몫으로, 언제든지 자신이 쓸 수 있는 돈이다.

최우석이 흐뭇하게 바라보며 한마디 했다.

"거봐, 이놈아. 내가 옛날에 귀인을 소개해 준다고 했었지?"

최진국과 모든 서류 작업을 마쳤다.

이제 최진국의 소목장은 정식으로 '수영목장' 이란 새 이름을 얻었다.

"머릿수를 최대한 많이 늘려야 합니다. 당분간은 머릿수 늘리는 것에만 집중하세요. 일정 머릿수를 확보하기 전까지 출하는 없습니다."

소는 어른이 되려면 생후 10개월이 지나야 한다.

임신 기간은 약 290일이며, 많이 낳아봐야 2마리, 보통은 1마리 정도를 낳는다.

마릿수 확보를 위해서는 당분간 도축은 중지하고 번식에만 치중해야 한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마세요. 다른 축산농가를 찾아다니고 웃돈을 얹어 줘서라도 암소를 사오세요."

"네, 회장님."

최진국은 올해 한우 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을 것을 예감했다.

도축되어야 할 소들이 도축장으로 가지 않고 수영목장으로 몰린다면, 시중에는 당연히 한우가 품귀해진다.

최진국은 부지런히 발품을 팔며 돌아다녔다.

"암소를 자네 목장에 팔라고?"

"그렇다네. 올해 출하할 암소는 전부 내가 사지. 두당 700만 원 쳐줄게."

괜찮은 가격이었기에 목장주는 귀가 솔깃해졌다.

"이번에 30마리를 출하하려고 했는데 그럼 그걸 전부 자네가 700만 원에 사주겠다고?"

"그렇지. 혹시 내년에 출하할 암소도 지금 판다면 내가 그 가격에 사주겠네."

1년 일찍 판다면 사료값을 아낄수 있으니 이득이다.

물론 번식을 위한 소는 제외다. 목장 규모는 계속 유지를 해야 하니까.

"진국이, 자네 암소만 사는 거지?"

"암소만 사네. 다른 건 필요 없어."

"워, 목장 규모를 이번에 크게 한번 키우려나 보군?"

"맞네. 머릿수를 확 늘려보려고."

"안 그래도 이 지역에서 가장 큰 목장을 운영하면서 거기서 얼마나 더 키우려고, 허허."

동료 목장주는 기껏해야 몇백 마리에서 천 마리 정도로 상상하고 있을 것이다.

최진국은 속으로 웃음이 나왔다.

미국 수출을 위해 최소 수만 마리 이상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하면, 이 친구는 과연 어떤 반응을 보일까?

말도 안 된다고, 홀딱 말아먹는 일이라며 정색을 하고 말리지 않을까?

동료 목장주는 곰곰이 생각하다가 돌아보았다.

"처녀우하고, 이제 새끼를 그만 낳고 내년에 출하할 암소만 팔지. 나도 목장은 유지해야 하니까 나머지는 안 되네. 어차피 수소나 거세우는 안 산다면서?"

이것들만 일찍 팔아도 목장주 입장에서는 충분한 이득이다.

"좋아. 그렇게 하지."

"주변에 소문 좀 내주면 되나? 자네가 소목장 키우려고 암소를 찾는다고 말이야."

"그래 주면 나야 좋지."

"너무 나이 든 암소도 상관없는 건가?"

"상관없네. 어차피 제아무리 나이 들어봤자 3, 4살일 거 아닌가."

최진국은 부지런히 암소를 사러 다녔다.

올해와 내년에 출하할 예정인 암소는 당연히 쓸어 담았고, 번식에 기여하지 않는 처녀우도 조기에 쓸어 담았다.

출하 기준 가격으로 매입했기에 목장주들도 최진국의 제안을 반겼다.

1, 2년 치 사료값을 거저 아끼는 셈이었으니.

물론 모두가 최진국의 행보를 반기는 것은 아니었다.

당장 자신들에게는 이익이 되겠지만, 먼 미래를 걱정하는 목장주도 있었다.

"진국이 그놈이 지금까지 사들인 소만 5,000마리가 넘는다는데?"

"뭐야? 그렇게나 많다고?"

"아니, 그놈한테 그 많은 소를 살돈이 있었다고?"

"양계장이 그렇게 잘된단 말이야? 아니, 한 마리에 천 원, 이천 원 하는 생닭 팔아서 대체 얼마나 번다고?"

"소 값만 350억이 넘는 거 아녀, 그럼?"

"대체 그런 돈이 어디서 난 거여?"

알음알음 소식을 들은 목장주들은 경악했다.

몇백 마리 정도 사 모은 줄 알았는데, 벌써 5,000마리가 넘었다니.

"그놈 목장에 그 많은 소가 들어갈 자리가 있기는 한대?"

"일단 사두고 당분간은 그 목장에서 계속 키워달라고 하던데. 나중에 자기 목장 크게 지어서 데려올 때까지만, 사료값이랑 품삯은 또 추가로 주고."

"어이구, 노났구만, 그러니 다들 안팔고 배겨?"

"진짜 최진국 사장이 우리나라 한 우는 모조리 다 쓸어 담을 기세인데?"

사실 한우 농가는 그리 전망이 좋지 않은 편이다.

수입산 소고기와 경쟁도 해야 하고, 여기에 사료값도 큰 부담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2, 3년 뒤에는 한우 머릿수가 크게 늘어나는 거 아닌가?"

"……."

"안 그래도 지금 정부에서 한우 머릿수를 줄이라느니 마느니 하는 판인데, 머릿수가 대폭 늘어나면 큰일인데."

소가 무조건 늘어난다고 좋은 게 아니다.

원래 수요에 비해 공급이 늘어나면 가격은 폭락하는 법.

그리고 가격 폭락은 한우 농가의 생존과도 직결된 문제다.

때문에 정부는 한우 수요와 적절한 균형을 이루는 소 머릿수 유지를 목표로 하고 있다.

너무 적어도 곤란하지만 너무 많아도 곤란하다.

"지금 최진국이가 암소만 사들이는거 보면 머릿수 팍팍 늘리려고 벼르는 게 틀림없는데."

"몇 년 뒤에 우리 한우농가 자체가 붕괴하는 거 아닌가 모르겠는데."

"그럼 이걸 막아야 되는 거 아니야?"

***

드디어 1만 마리를 달성했다.

대한민국 전체 한우 중에서 약 0.3%에 달하는 머릿수를 확보한 것이다.

하지만 최진국은 아직도 배가 고팠다.

미국 전체 시장을 생각하면, 겨우 1만 마리 가지고는 어림도 없다.

"일단 땅도 더 확보해야 돼. 지금 목장 규모로는 절대로 1만 마리나 되는 소를 키울 수 없어."

데려와도 둘 곳이 없다 보니, 값은 치르고 일단 원래 목장에 그대로 두고 있는 중이었다.

"그러고 보니 볏짚은 문제가 없을까?"

일단 수영한우는 수영농장산 볏짚, 혹은 그 외 사료로만 키울 예정이다.

과연 그 많은 소들을 일 년 내내 먹일 만한 사료를 재배할 수 있을까?

1만 마리를 달성한 이후, 어느 정도에서 멈춰야 할지 최진국은 하수영한테 문의했다.

-백만 마리든 이백만 마리는 얼마든지 먹일 수 있으니 걱정 마시고 소를 확보하는 데 주력하세요.

참으로 든든한 대답 아닌가.

최진국은 새삼 소목장을 하수영에게 넘기고 그 아래로 들어오기를 잘 했다고 생각했다.

"좋아. 이대로 수영한우가 미국 소고기 시장을 점령할 때까지 밀어붙이면 돼."

최진국은 다시금 팔을 걷어붙이고 번식용 암소를 확보하기 위해 나섰다.

오늘은 저 멀리 구미에 있는 축산농가를 찾아갈 예정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약속하지 않은 손님이 찾아왔다.

"안녕하십니까, 농식품부에서 나왔습니다."

소를 키우다 보면 농식품부 관계자를 자연히 접하게 된다.

그런데 알고 지내는 지역공무원은 오늘 자기들끼리 온 게 아니었다.

멀쑥한 정장을 입은, 한눈에 보기에도 직급이 높아 보이는 인물을 에스코트해서 왔다.

"최진국 사장님 되시죠?"

"그렇소만, 그쪽 선생님은 누구요?"

"저는 농식품부 축산정책국 축산정책과장 안덕훈이라고 합니다. 긴 이야기를 좀 나눌 수 있을까요?"

"오늘 약속이 있는데…… 30분 정도면 가능하지만 그 이상은 힘듭니다."

"그 정도면 충분할 거 같습니다."

최진국은 일단 농식품부 인원들을 집안으로 안내했다.

세종시에서 중앙공무원이 지방까지 내려와서 그런지 매일 얼굴 보던 지역공무원 친구는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요즘 암소를 긁어모으듯이 사들인다고 들었습니다. 이제 1만 마리가 넘었다지요?"

"맞아요."

"혹시 소 머릿수를 크게 늘리려고 생각 중이십니까?"

"그것도 맞아요. 목장을 아주 크게 확장할 생각입니다."

"아주 크게라면, 어느 정도나……?"

"현재로써는 백만 마리 이상 운영하는 대목장을 생각하고 있어요. 그만한 목장을 지을 땅이 없어서 고민중이지요. 아무래도 목장을 여러 개로 분산해서 운영해야 하는지 그것도 고려 중이고요."

그 말에 안덕훈 과장은 '역시' 라는 표정을 지으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최진국 사장님. 제가 농식품부 축산 공무원으로서 한 말씀 올리겠습니다. 한우 머릿수를 너무 늘리면 안 됩니다. 지금도 감축 정책을 하니 마니 하는 상황입니다."

"왜요, 국내 한우 시장 폭락할까봐서요?"

"네, 아시잖습니까. 요즘 한우 농가 사정 많이 어려운 거. 아니면 그 많은 동업자들의 피눈물을 외면하고 한우 시장의 공룡이 되려고 하시는 건……."

최진국은 허허 웃으며 손을 가볍게 흔들었다.

"걱정 마쇼. 소 키워서 우리나라에 팔 거 아니니까, 우리나라 소고기 시장이 폭락하니 마니 하는 건 상관없는 이야기요."

"네?"

"미국에 갖다 팔 거요, 미국에."

"미, 미국이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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