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갓 431화
108장 펜션 개장!(5)
룸 사이즈는 시골 산골짜기 펜션.
인테리어와 서비스는 5성급 호텔.
요금은 그 사이 어디쯤, 그래도 호텔보다는 펜션에 더 가까운.
이래서 과연 장사가 될까 싶은 조경숙 부부는 펜션 측이 마련한 늦은 점심을 보고 또 한 번 놀랐다.
"홈페이지에 분명 식사 or 식재료제공이라고 되어 있긴 했는데……."
"여, 여보. 당신 도대체 얼마짜리 패키지를 끊은 거야? 이거 함부로 먹었다가는 추가 요금이 덕지덕지 붙는 거 아니야?"
"그냥 기본 패키지로 끊었어. 그리고 이용요금은 전부 선불로 냈다고."
"그럼 이게 전부 서비스?"
"서비스가 아니라 기본 제공!"
조경숙의 남편은 마른침을 삼켰다.
도미회를 중심으로 각종 다양한 활어회와 초밥, 매운탕, 생선가스 등으로 구성된 점심 요리였다.
말이 점심이지, 이 정도 구성이면 저녁 만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거 횟집 가서 먹으면 2, 30만 원은 나올 구성인데…….'
이게 기본 구성이라고?
이 펜션, 장사할 생각이 있긴 한 거야?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아빠, 여기 와이파이 속도 짱 빨라! 다운로드가 400Mbp/s 넘게 나와!"
"뭐? 호텔 공유기 빵빵하게 잘 터져! 우와, 신난다!"
"호텔이 아니고 펜션!"
심지어 룸에 설치된 TV는 90인치 초대형 TV였다.
X박스 시리즈 X, 플레이스테이션이 기본으로 설치되어 가족끼리 게임을 즐길 수 있게 만들었다.
"아빠, 여기 안내서 보니까 프론트에 신청하면 호텔이 가진 게임 타이틀을 빌려준대! 이게 뭐야? 와! 무료로 VR 기기 오큘러스 퀘스트2도 빌려준대!"
"뭐? 정말?"
남편은 화들짝 놀라서 얼른 인터폰을 집어들고 프론트에 문의했다.
과연 몇 분 지나지 않아 벨보이가 미소 띤 얼굴로 VR기기 박스를 들고 찾아왔다.
"VR기기 가져왔습니다. 소독은 깨끗이 마친 제품이니 안심하고 사용하셔도 됩니다."
"가, 감사합니다."
남편과 아들은 콩닥거리는 심정을 안은 채 박스를 개봉했다.
마누라 눈치가 보여서 갖고 싶어도사지 못했던 오큘러스 퀘스트 2를 받아는 남편은 감격의 눈물을 쏟을 뻔했다.
그러다가 정신이 번쩍 들었다.
"아, 근데 이거 룸 컴퓨터 사양되나?"
"응, RTX 3080."
"……."
"다른 옵션도 말해줘?"
"아니, 됐다. 그래픽 카드가 3080이면 검증은 다 끝난 거지."
본체값만 2, 300은 거뜬히 하는 최신형 컴퓨터 기종이었던 것이다.
'하긴, 이 90인치 TV 가격 하나만 봐도 이미…….'
컴퓨터를 켜자 펜션관리프로그램이 나온다.
보니까 프론트와 통화를 하지 않고서도 톡 기능을 통해서 실시간 의사소통을 나눌 수 있었다.
수건 등 소비품, 룸서비스 등도 컴퓨터를 통해서 주문할 수 있게 설정되어 있었다.
'이게 펜션이야, 피시방이야?'
"오, 아빠. 여기 하프라이프 알릭스 깔려 있어."
"하하, 이제 그 정도로는 놀랍지도 않구나. 당연히 그럴 거라고 생각했어."
최신형 지포스 3080 사양을 확인한 순간, 이제는 뭐가 나와도 놀랍지 않다.
"아빠, 근데 이 호텔은 그럼 모든 객실이 그런 거야?"
"호텔 아니고 펜…… 가만, 모든 객실이 전부 이렇다고?"
남편은 그 순간 오싹 소름이 끼쳤다.
빵빵한 와이파이와 인터넷 속도, 90인치 TV, 엑스박스와 플레이스테이션, 무상 대여 VR기기, 최신형 그래픽카드가 장착된 데스크탑 컴퓨터와 기계식 키보드 및 마우스…….
모든 객실에 전부 이런 시설을 구비했다고?
'이런 미친…….'
그는 갑자기 얼굴도 보지 못한 호텔 오너를 만나서 포옹을 퍼붓고 싶어졌다.
점심을 먹고 나서 내내 VR기기와 컴퓨터를 붙잡고 있는 남편과 아이들에 지친 조경숙은 룸을 나섰다.
그녀는 야외 정원을 거닐면서, 옛 자태를 간직한 누리마루 본채를 바라봤다.
저기가 부산 국제정상회담이 열린 역사적인 장소라고 했었지?
누리마루 및 주변 대지를 사들여서 펜션을 올리면서도, 저 본재만큼은 없애지 않고 관광기념으로 보존했다고 들었다.
"뭐야? 남자들은 거의 안 보이네?"
그러고 보니 펜션 정원에는 대부분 여자들이 많았다.
어쩌다 젊은 남자가 보이긴 했지만, 주로 젊은 커플이었다.
심지어 그런 커플도 남자가 산책을 그다지 내키지 않아 하며, 서둘러 룸으로 들어가고 싶은지 여자를 보채고 있었다.
아마 침대보다는 룸의 전자오락설비들에 목적이 있으리라.
조경숙은 즉석 유부녀 모임에 금방 끼어들어 친해졌다.
"어머, 그쪽도요?"
"네, 남편하고 아이들하고 VR기기인지 뭔지 뒤집어쓰고 나올 생각을 안 해요. 이러려고 펜션 여행 온 건지 자괴감 들어요."
"그래도 식사 하나만으로도 올 가치는 충분하지 않았나요?"
"그건 맞아요. 와, 점심이 그 정도인데 저녁은 대체 어느 정도 수준일지 기대되네요."
"난 그것보다 저기 저 해상공원이 빨리 준공되면 좋겠어요. 저건 펜션보다는 좀 더 시간이 걸린다는데. 그래서 올여름쯤에나 개장하려나 봐요."
한 여자가 바다 쪽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곳에는 몸체만 갓 만들어진 해상공원이 바다에 부유해 있었다.
몸체 위에는 수십 개가 넘는 크레인들이 부지런히 오고 가며 각종 공원시설들을 한창 짓고 있는 중이었다.
"그래도 귀찮은 남편과 아이들 떼어놓고 아줌마들끼리 이러고 있으니 좋네요."
"아참, 그거 들었어요? 병동 건물에서 진상 부리던 고객이 환불서비스 받고 퇴실당했나 봐요."
수영펜션의 3개 본채는 각각 '갑동', '을동', '병동'으로 불린다.
"어머, 정말요?"
"진상을 좀 심하게 부리긴 했는데 그래도 호텔이 고객 퇴실까지 시키다니, 정말 대단한 자신감이네요. 보통은 어떻게든 참고 넘어가지 않아요?"
조경숙은 '호텔 아니고 펜션' 이라는 말이 나오려는 것을 가까스로 참았다.
"근데 홈페이지 주의조항에 보면 크게 명시돼 있더라고요. 다른 고객이나 호텔 직원한테 과도한 피해를 끼치거나 모욕을 가하면 퇴실당할 수도 있다고요."
"이런 호텔은 처음 봤어요. 근데 차라리 이런 식으로 물관리 해주는 게 내 스타일이긴 해요."
"들었어요? 여기 호텔 애초에 숙박업으로 돈 벌려고 만든 게 아니라 강남 부자가 심심풀이 자기 별장으로 쓰려고 지은 거래요. 그래서 진상 고객한테 더 가차 없나 봐요."
"어머, 정말요? 별장으로 쓰려고 호텔을 올려요?"
펜션에 얽힌 여러 가지 소문을 공유하며, 여자들은 신나게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저녁이 되었다.
야외 정원 여기저기에서 바비큐를 굽고 고기를 가열하는 냄새가 흘렀다.
조경숙 그룹은 수다를 떨면서 소고기를 조금 구워 맛을 보고는 깜짝놀랐다.
"어머, 고기가 너무 맛있다!"
"말도 안 돼! 미쳤어! 이건 미친 맛이야!"
"우리 바깥양반 운영하는 정육점에도 이 고기 쓰고 싶은데…… 와, 어디 가면 이 고기를 구할 수 있지?"
고기 맛에 놀란 여자들은 난리가 났다.
조경숙은 참지 못하고 서빙을 위해 지나다니는 '호텔 직원'을 불러다가 물었다.
"이 소고기, 어디서 파는 거예요? 나중에 집에 가면 주문해서 먹고 싶은데."
"아, 고객님. 이 소고기는 시중에서 팔지 않습니다. 저희 펜션 소유주께서 농장에서 직접 키운 소를 도축한 거라서요."
"직접 키운 소라고요?"
"네, 그래서 고기가 소모되면 언제든지 보충될 때까지 제공이 일시적으로 중지될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물론 오늘 소진될 염려는 없으니 안심하세요."
조경숙은 마음이 급해져서 남편에게 연락했다.
얼른 애들 데리고 내려와서 이 맛있는 소고기를 먹이고 싶었다.
하지만 남편은 좀처럼 연락을 받지 않았다. 밥 먹을 시간이 한참 됐는데, 배도 안 고픈가?
"이 인간이 애들 데리고 아직까지 게임 삼매경에 빠져 있네!"
"그 VR기기인지 뭔지, 못 사게 막기를 잘했어. 어휴, 펜션 와서도 이정도인데 집에서 하면 하루 종일 하겠어."
"밥은 먹고 게임해야 할 거 아니겠냐고!"
"좀 기다려요. 나, 당장 방 올라가서 애들 아빠하고 애들 끌고 내려와야겠어요!"
***
수영펜션 개장 첫날, 사람들이 고대했던 숙박 후기가 실시간으로 올라오기 시작했다.
수영펜션 태그가 달린 게시글에는 온갖 칭찬글, 감탄글이 넘쳐나고 있었다.
-여기는 펜션이 아니다. 꿈의 멀티방이다.
-최고의 펜션이라고? 자신 있게 단언하지. 여기는 최고의 피시방이다.
-여기가 게임을 하면 소고기와 회를 무료로 준다는 해운대 최고 피시방인가요?
-고주사율 모니터가 없는 게 조금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최고의 환경이라고 할 수 있지.
-ㄴ윗글러가 잘못 안 사실 : 예약시 사전요청을 하면 고주사율 모니터를 미리 설치해 준다.
-ㄴㄴ앗, 정말?
-……다들 객실 게임 환경만 이야기하는데, 건물 밖으로 한 번 나와 봐. 해운대의 경치와 풍경을 가득 느낄 수 있다구. 고기는 또 얼마나 맛있는데,
-맞아. 난 원래 소고기 두세 점만 먹어도 물리는 사람인데 거기서 주는 소고기는 먹어도 먹어도 계속 들어가더라.
-개장 사흘째 되는 날에 결국 소고기 다 떨어져서 투숙객들 실망이 얼마나 컸었는데.
-소고기 가져오라고 직원들한테 고래고래 소리 지르다가 환불받고 퇴실당한 팀 있었지, 아마?
-쉿, 수영펜션에서는 다들 매너 있게 행동해야 해, 거기는 진상손님한테 정말 가차 없어. 선 넘었다 싶으면 곧바로 퇴실 요구하고 블랙리스트에 올려서 앞으로 안 받는대.
-헉, 정말?
-어떤 의미에서는 퇴실당한 진상손님들 참 안됐네. 그러게 왜 직원들한테 소리 지르고 욕을 하고 물컵을 던지고 그러냐.
-그 정도면 내가 사업주라도 영원히 손님으로 받고 싶지 않을 만하다.
-솔직히 수영펜션은 인테리어로 보나, 서비스로 보나, 시설로 보나, 지금보다 요금을 몇십 배는 더 받아야 겨우 적자를 면할 정도인데, 이정도로 혜자 장사 하는 거면 손님 마음대로 골라 받아도 됨.
-그만한 시설 갖춘 게임룸 이용료로만 계산해도, 수영펜션은 이미 적자를 보고 있는 거야.
-주문하면 수영라면으로 식사 메뉴를 바꿀 수도 있더라. 나 처음으로 수영라면 먹어봤음. 진짜 개감동!
수영펜션에 머무른 사람들의 후기들이 널리 퍼지면서 인기와 관심도가 증가했다.
안 그래도 개장 전, '초호화 명품카 전시회 이벤트'덕분에 홍보 하나 없어도 인터넷상의 관심이 엄청났는데, 모닥불에 그냥 화약을 끼얹은 셈이 된 것이다.
풍경, 시설, 친절, 서비스, 식사, 요금 등 뭐 하나 압도하지 않은 게 전혀 없었으니까.
해운도 특급호텔에 묵는 것보다 수영펜션에 묵는 게 더 저렴하고, 서비스는 비교할 수조차 없으니, 자연히 해운대를 찾는 사람들은 닥치고 수영펜션부터 예약을 시도했다.
하지만 수영펜션은 예약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였다.
전체적인 규모에 비해서 객실 수가 너무 적었기 때문이었다.
쾌적한 규모의 객실을 추구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객실 수 자체는 줄어들 수밖에 없었고, 투숙을 원하는 희망자는 넘쳐 나고, 자연히 예약은 힘들게 밀려나고…….
보통 겨울은 해운대의 비수기로 일컬어지는 계절이지만, 수영펜션만큼은 예외였다.
***
"펜션 장사 잘된다면서? 호평이 엄청나던데."
"에이, 잘돼 봐야 직원들 바쁘기만 하죠. 이럴 거면 차라리 요금을 좀 올려서 객실 점유율을 좀 떨어뜨릴까도 생각하고 있어요."
"하긴, 거기는 손님을 받으면 받을수록 적자가 쌓이는 구조지?"
"기본 지출고정비가 있어서 그렇지, 손님을 더 받는다고 적자가 누적되는 건 아닙니다."
"그래? 하지만 식재료 나가는 것만 해도……."
"그것들이야 돈 안 들이고 생산하는 거라 손해 보는 건 없습니다. 시중에 내다 팔았을 때의 기대이익을 상실한 거라고 보면, 적자로 볼 수 있겠지만요."
수영펜션이 매달 유지운영비(인건 비 등)로 -100을 찍고 시작한다고 가정해보자.
손님을 많이 받으면 많이 받을수록 마이너스 수치를 줄일 수 있다.
하지만 매일 만실을 꽉꽉 채워도, 결코 마이너스 수치를 플러스로 돌릴 수는 없다. 숙박료 수익 자체에 기본적인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펜션을 짓는 데 들어간 비용, 내부 인테리어 및 시설 구축에 들어간 비용(TV와 게임기 등)은 아예 회수가 불가능하다.
"별장 사치세라고 생각하면 그만이 죠."
"역시 우리 하 사장이 배포가 크다니까. 그나저나 미국 소고기 수출은 어떻게 됐어?"
"그래서 요즘 소목장 알아보고 있어요. 본격적으로 소 키워 보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