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랜차이즈 갓-430화 (430/1,270)

프랜차이즈 갓 430화

108장 펜션 개장!(4)

비프스는 수영농장산 소고기에서 짜릿한 중독의 맛을 느꼈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매일 소고기를 먹어온 몸이다.

어디 소만 먹었을까. 돼지, 닭, 오리, 거위, 사슴, 칠면조 등등 식용 고기라면 입에 안 대본 게 없을 정도다.

미국산 고기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 유통되는 고기들도 웬만한 것은 다 먹어봤다.

이 정도는 미국 최고의 축산농가를 운영하는 기업가로서 당연한 것이다.

당연히 한우도 먹어봤다.

그는 한우의 고기 등급이 미국과는 다른 기준에서 매겨진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마블링의 정도를 따지는 한우는 결국 지방이 많을수록 사람들이 선호 한다. 기름기가 빠진 고기를 선호하는 미국인과는 기호가 정반대다.

이 소고기는 다르다.

겉으로 보면 마블링이 그렇게 짙어 보이지 않는다.

처음에는 넓은 목장에서 건강하게 뛰어놀면서 성장한 소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한입 먹자마자 묘한 중독성을 느꼈다.

치아에 전혀 저항하지 않고 부드럽게 찢어지면서 입안에 퍼지는 맛은, 마치 콜라의 탄산수처럼 혀 전체에 연신 달라붙는다.

그리고 비프스 캘론은 이와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었다.

'수영라면하고 같다.'

수영라면이 혀에 끊임없이 던지는 중독적인 유혹의 짜릿함.

이 소고기는 그것과 놀랄 만큼 닮았다.

마치 다른 고기들을 모조리 비웃고 있는 듯하다.

지방의 함유량 따위는 고기왕이 되는 데 전혀 중요하지 않다고, 고기의 본질은 다른 곳에 있다고.

그래서 주저 없이 하수영한테 다가가서 말을 꺼낸 것이다.

"유통이라면, 설마 프리미엄 고기로 유통하자는 뜻입니까?"

하수영은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반문했다.

현재 한우는 미국에서 주로 프리미엄육으로 수입되고 있으니 물어본 것이다.

"물론 프리미엄 등급도 출시해야겠지만 일반육 시장도 빼놓을 수는 없지요. 아시겠지만 미국의 소고기 소비량은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그거야 당연히 알죠."

"이 소고기라면 분명 미국 시장에서도 먹힐 겁니다. 이참에 축산 규모를 키워서 제대로 미국에서 유통해보지 않겠습니까?"

"흠…… 그럼 제가 미스터 비프스와 나중에는 경쟁자가 되는 거 아닌가요?"

"하하, 안심하십시오. 우리 농가는 소고기 생산뿐만 아니라 유통과 수입, 수출에도 주력합니다. 경쟁자가 아니라 파트너가 되는 거지요. 귀하는 생산, 저는 미국 내 유통을 하는 것이니까요."

비프스는 하수영의 말에 껄껄 웃어 넘겼다.

하수영이 키운 소고기가 묘한 중독성을 가진 뛰어난 맛을 지닌 것은 인정한다. 자신의 농가에서 나온 그 어떤 고기도 그 맛을 따르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규모 자체가 다르다.

한국처럼 좁은 땅에서는 축산농가가 소를 많이 키워봤자 몇백 마리 수준이다. 그럼 매년 출하량이 얼마나 될까.

미국 최대 규모인 자신의 축산농장에 비교하면, UFC 챔피언과 갓난아이의 전투력을 비교하는 수준이다.

'수영레스토랑하고 소고기는 전혀 다르지.'

하수영이 수영라면 하나로 미국인들의 입맛을 사로잡긴 했지만, 소고기 유통은 전혀 맥락이 다르다.

경쟁자라니.

그저 좋은 협력자로만 남을 것이라고 비프스는 확신했다.

"좋습니다. 그럼 같이 미국 유통을 해봐요."

다른 이도 아닌 안살린 왕자의 친구다. 사업적으로는 신뢰할 수 있는 사람.

하수영은 흔쾌히 수락했다.

왁자지껄한 펜션 파티였다.

사람들은 끝없이 나오는 다양한 요리와 술을 밤새도록 즐기며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특히 안살린 왕자가 타고 온 크루즈선에서 온갖 종류의 고급술이 공수되며 파티 분위기를 더욱 뜨겁게 가열했다.

수영레스토랑 본점 직원들은 매순간을 황홀한 기분에 휩싸인 채 보냈다.

"전 세계 최고 부자와 함께 파티를 하다니…… 믿을 수가 없어."

"우리 사장님, 정말 대단하신 분이었구나, 그냥 평범한 청담동 부동산재벌인 줄만 알았는데."

"청담동 부동산 재벌 자체가 이미 평범한 게 아니거든? 아무튼 우리 사장님, 진짜 끝내준다."

"그것보다 이 소고기 정말 끝내주는 거 같아. 처음에는 마블링이 별로 없어서 고소하진 않겠다 싶었는 데, 고기가 아주 부드럽고 뭔가 묘한 중독성이 있어."

"그러게. 원래 소고기가 금방 질리고 물리는데 이건 전혀 안 그래. 먹으면 먹을수록 자꾸 먹고 싶어져."

"이것도 우리 사장님이 키운 소를 도축한 거라는데, 그럼 소고기 유통도 준비하시는 걸까?"

"와, 이것도 직원 복지서비스로 풀었으면 좋겠다."

수영레스토랑은 직원 복지서비스라는 명분으로, 매주 일정량의 식재료를 무상으로 공급한다.

수영라면은 맛도 워낙 좋고, 또 가격도 비싼 편이라 직원들도 좋아하며 식재료를 가져간다.

그렇게 다들 흥겨운 분위기 속에서 늦은 밤을 맞이하고 있을 때였다.

의외의 손님이 펜션을 찾아왔다.

"부산시장이 찾아왔다고요?"

"네, 확인해 본 결과 부산시장이 맞습니다. 어떻게 할까요?"

펜션 주변을 지키던 한국계 미국경호원이 다가와서 그렇게 보고했다.

아마 소문을 듣고 얼굴도장이라도 찍으려고 부랴부랴 달려온 것이리라.

"부산시장이면 누리마루 부지를 매입하는 데 여러 가지로 도움을 주신 분이죠. 어서 들어오시라고 하세요."

"네, 알겠습니다."

잠시 후 60대 남자 한 명이 경호 원의 안내를 받으면서 조심조심 펜션으로 들어왔다.

하수영은 왼손에는 소고기구이가 담긴 접시를, 오른손에는 갓 오픈한 맥주병을 들고 그를 맞이했다.

"어서 오세요, 시장님. 제가 펜션 때문에 여러모로 신세를 졌는데 그동안 인사 한 번 제대로 못 드렸었네요."

"아닙니다, 회장님. 그저 서울에서 오랜만에 내려오셨다기에 인사 한번 올리려고 왔을 뿐인데, 너무 친절하게 맞아주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펜션이 이제 곧 개장합니다. 어때요, 건물이나 시설이 꽤 괜찮죠?"

"예, 정말 대단합니다. 앞으로 우리 해운대의 관광명소 중 하나로 손꼽힐 게 틀림없습니다."

부산시장은 연신 하수영의 뒤쪽을 살피면서 누군가를 찾고 있는 듯했다.

하수영이 그에게 고기 접시와 맥주를 쥐여주면서 물었다.

"누구 찾으시는 분이 있나요?"

"저어, 실은 다저스 구단주께서 여기 있다는 소문을 들어서 반신반의 하고 있습니다. 제가 다저스 팬이거든요. 허허."

"저기 있네요. 소개해 드릴까요?"

"히히익! 아, 아닙니다! 그러실 필요는 없습니다!"

"말과 얼굴이 전혀 다른데? 제가 소개해 드릴게요. 자, 따라오세요."

하수영은 반강제적으로 부산시장을 끌고 안살린 앞으로 다가갔다.

얼큰하게 술에 취한 그는 사람들을 모아놓고 그 앞에서 한창 지질학 강의를 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렇게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흔적을 찾아 꾀한 저의 3주간의 발굴 작업은 허탕을 치고 말았습니다. 쓸데없는 금광석만 잔뜩 쏟아져 나오는 바람에 그 문제를 처리하는 데 더 많은 시간과 행정력을 낭비해야만 했죠."

"이거 어디서 많이 듣던 이야기 아니야?"

"우리 하 의원도 농사짓다가 땅 밑에서 금이 쏟아져 나오는 바람에 두번이나 이사해야 되잖아?"

안살린은 술에 취한 채 자신의 지질 탐사 경험을 신나게 풀고 있었다. 하수영은 부산시장을 돌아보며 난처한 듯이 말했다.

"이런, 타이밍이 안 좋네요. 이따가 교수님 혼자 남으면 그때 인사하기로 해요."

"가, 감사합니다."

"어? 진영이? 네가 여긴 웬일이냐?"

그때 잔뜩 취한 청담동 후원회 노인 셋이서 부산시장을 알아보고 다가왔다.

세 노인을 본 부산시장의 안색이 새파랗게 질렸다.

"어, 어르신들!"

"인마, 네가 부산에 왜 있어?"

"왜 있긴, 자네는 왜 이렇게 소식이 느려? 진영이가 작년인가 재작년인가 부산시장으로 당선돼서 임기 중이잖아."

"아, 그래? 부산시장에 당선이 되셨어? 코찔찔이가 자기 한 번 밀어 달라고 엎드려 빌던 게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어엿한 지자체장이네?"

"어, 어르신들……."

"인마, 왔으면 같이 한 잔이나 하자. 어서 따라와."

"그래, 너 설마 다저스 구단주한테 어떻게 비벼볼 생각으로 온 게 아니라면 당장 우리 따라와라."

"그, 그런 것은 아닙니다!"

"아니라면 얼른 우리 따라와. 지금 구단주 라떼경험담 늘어놓느라 바쁜 거 안 보이나?"

"그래그래, 저런 건 방해하는 건 아니지. 와서 신명 나게 노래곡조나 한번 뽑아봐라. 부산시장 됐다고 이제 비싼 척하려는 것은 아니지?"

"그, 그럴 리가요!"

부산시장은 결국 후원회 노인들한테 잡혀서 그들 무리로 질질 끌려갔고, 하수영은 어깨를 으쓱했다.

"어르신들도 참, 파티에서 인사 한번 주고받는 게 뭐 대수라고."

***

펜션 파티가 끝나고, 크루즈선과 슈퍼카 무리도 언제 해운대를 찾았냐는 듯이 조용히 사라졌다.

하지만 그날 해운대를 찾은 관광객들은, 동백섬 진입로부터 빼곡하게 주차된 수백 대의 슈퍼카 전시회를 절대 잊지 못했다.

오죽하면 해운대구청에서 그 풍경을 촬영해서 차후에 구 홍보용으로 쓰게 될 정도다.

더베이101, 요트선착장, 마린시티의 초고층 아파트를 밤 배경으로 끝도 없이 늘어선 슈퍼카들은, 앞으로 해운대에 다시 재현될 일 없는 절경이었다.

이 사건은 SNS에도 대대적으로 언급되었고, 네티즌들은 동백섬에 뭐가 있는지 뜨거운 관심을 가졌다.

-호텔이라는데?

-호텔?

-누리마루 허물고 거기에 특급 호텔 하나 올라갔잖아. 여기 사진.

-와, 호텔 예쁘게 생겼네. 근데 누리마루 위치면 해운대 백사장은 안보이겠다.

-강남 부동산 재벌이 직접 부지도 사서 지은 호텔이라는데, 그거 개장축하한다고 지인들이 모여서 파티한 건가 봐.

-어쩐지, 그래서 그 많은 슈퍼카들이 모였구나.

-강남 부자란 부자들은 그날 다 해운대까지 내려왔다더라. 크루즈선까지 불러서 아주 신명 하게 광란의 파티를 한듯.

-여배우 장효주도 갔었다는데, 인스타 가보니 인증 사진 올렸더라고.

-장효주 옆에 이 남자는 누구냐? 왠지 재수 없어.

-나도나도, 장효주가 뭔가 관심 있는 거 같지 않아?

-근데 특급호텔이면 우리 같은 보통 사람들은 특별한 날 아니면 묵을 일은 없겠구나.

크루즈선과 슈퍼카 전시회 덕분에 펜션 홍보는 아주 자연스럽게 이뤄졌다.

-호텔 아니고 고급 펜션 같은데? 홈페이지 들어가 보니까 호텔이 아니라 펜션으로 홍보하고 있어. 간판 명도 '수영펜션'이잖아?

-어우, 저런 진지한 궁서체 간판 진짜 오랜만에 본다. 대체 무슨 생각으로 글씨체를 저렇게 한 거지?

-어디 보자, 가격이…… 어? 생각보다 그렇게 엄청 비싸진 않은데?

-그러게. 펜션치고는 좀 비싸긴 한데 여기 시설들 사진이 지나치게 뽀샵된 게 아니라면 이 가격이면 혜자다. 혜자.

-한 번 가볼까? 안 그래도 겨울에 어디 놀러 가려고 알아보는 중이었는데 사진들 보니까 여기 가보고 싶어.

***

조경숙은 남편과 두 아이들을 데리고 해운대를 찾았다.

어렵사리 2박 3일 예약에 성공한 수영펜션에 묵기 위해서였다.

다른 펜션보다 요금이 비싼 편이지만, 해운대 다른 호텔들에 비하면 싼 편이었다.

3채의 본동을 본 조경숙이 소감을 내뱉었다.

"외관은 사진으로 봤던 것보다 괜찮네."

건물 로비에 들어선 조경숙은 황당해서 우뚝 굳었다.

남편도 당황해서 바로 들어가지 못하고 머뭇거렸다.

"여보, 이거 펜션 맞아? 아무리 봐도 호텔인데?"

"간판에 수영펜션이라고 붙어 있었잖아. 우리가 잘못 찾아온 건 아니야."

"무슨 펜션 시설이 이래?"

방으로 안내받은 조경숙 부부는 더욱 할 말을 잃었다.

인테리어 시설 수준은 호텔인데, 4인실 면적 사이즈 규모는 펜션이었기 때문이었다.

"이 호텔, 아니, 이 펜션…… 이렇게 해서 장사가 되기는 하는 거야?"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