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갓 428화
108장 펜션 개장!(2)
수영펜션이 내부 단장도 마치고, 드디어 개장 직전에 들어섰다. 언제든지 손님을 받아도 거뜬히 해낼 수 있는 상태를 맞이한 것이다.
펜션 지배인 김호중은 호텔리어 쪽에 가진 자신의 인맥을 총동원해서 펜션에서 일할 직원들을 구했다.
처음에 반응은 대동소이했다.
"제가 호텔 근무가 몇 년인데, 퇴물도 아니고 이제 와서 펜션에서 일을 하라는 게 말이 됩니까?"
"일단 내부 사진이나 한 번 보고 이야기하게. 일부러 광각 촬영이나 보정은 안 넣었어."
그리고 수십 장의 펜션 사진들을 보고 난 이후에는 한결같은 반응이었다.
"이게 펜션이라고요?"
"규모나 시설만 보면 해운대 웨스틴은 비교도 안 되겠는데요?"
"급여 조건도 좋아. 일반 직원도 최소 월 500은 가져갈 수 있어."
"아니, 왜 그렇게 많이 줍니까?"
"여기 오너께서 기본 성품이 베푸는 주의라서 인건비를 후하게 쳐주시는 분이셔서 그래."
"그래도……."
"아니야. 정말이야. 오너께서 운영하시는 다른 사업체도 알아봤는데, 일반 음식점 홀서버도 300 이상씩 주시더라고."
그리하여 김호중은 상당한 경력을 가진 호텔리어들을 끌어모을 수 있었다.
대부분이 호텔리어로서 자신의 미래에 슬슬 불안과 걱정을 품을 시기를 맞이한 이들이었다.
내가 과연 계속 이 짓을 해도 되는 건가, 하는 근심이 깊어진 이들에게, 상대적으로 좋은 급여 조건이 유혹 강한 미끼가 되어주었던 것이다.
"어차피 부지배인 되기도 글렀는 데, 차라리 월급 조건 괜찮은 직장으로 옮기는 게 더 낫겠지."
"여기 펜션 짓는 데 2,000억 넘게 투자했다며? 그럼 몇 년 하고 사업접을 건 아닌가 본데."
"해상공원도 짓고 있는 거 보면 사업주가 작정하고 해운대 랜드 마크로 만들려는 거 같은데, 지금 옮기는 게 미래를 생각해서 현명할 수도 있어."
덕분에 김호중은 경력과 젊음이 적절히 조화된 인재들을 대거 긁어모을 수 있었던 것이다.
3개 동으로 이뤄진 지상 10층짜리 펜션 빌딩은 1층에 넓은 로비를 자랑하고 있었다.
이건 누가 봐도 펜션이 아니라 호텔이었지만, 간판에 궁서체로 당당하게 쓰인 것은 수영펜션.
펜션 개장을 앞두고 직원들은 해운 대에 거주할 집을 구하느라 분주했다.
여기서 직원들은 말도 안 되는 감동의 선물을 받았다.
"거주할 곳 없는 사람은 회사에 거주지 제공 신청하래요."
"거주지 제공?"
"회사에서 집을 임대해서 직원 숙소로 무상 제공하려나 봐요."
"오…… 우리 펜션 직원이 한둘이 아닐 덴데?"
지금까지 채용된 펜션 인원만 100명이 조금 안 되었다.
적지 않은 숫자인데, 숙소를 무상으로 제공하겠다니.
다른 호텔에서 일반 직원들한테 이런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는 없었다.
"펜션에서 1km 이내 지역으로 최소투룸 이상 제공…… 꺅! 해운대 제니스도 집단 숙소로 제공한대요!"
"뭐? 해운대 제니스?"
한국에서 3번째로 높은 '아파트'로 마린시티의 명물.
서울 부자들이 별장 삼아 구매했다는 80층짜리 초고층 아파트를 숙소로 제공하겠다니.
"거기 제일 작은 게 44평 아니야?"
"제일 큰 건 94평이죠."
"방 개수는 정작 몇 개 없어서 단체 숙소로 쓰기에는 좋지 않을 텐데."
"무슨 상관이에요? 그냥 마음 맞는 사람들끼리 칸막이 대충 설치하고 살면 되지. 이럴 때 아니면 언제 한번 그런 아파트에서 살아보겠어요? 월세만 수백이라는데."
회사의 공문은 정말이었다.
진짜로 고급 아파트를 집단 숙소로 제공하고, 단독 거주를 원하는 이에게는 투룸을 제공했다.
전기수도가스는 물론이고 인터넷등 거주에 필요한 비용은 일체 회사가 부담한다고 했다.
불투명한 미래와 월급을 저울질하다가 이직을 결심한 이들은 여기가 뭔가 다르구나 하는 걸 절감했다.
대체 어느 호텔에서 일반 직원들한테까지 이런 복지를 베풀어준단 말인가.
"역시 수영치킨 오너는 배포가 다르구나, 달라."
"수영치킨보다는 황비라면을 생각해야지. 우리나라 라면 시장의 황제잖아, 황제."
"아, 그래? 우리 펜션 오너가 황비라면 오너였어?"
"그렇대. 본인께서 직접 경영은 안하시는데 지분 85%를 갖고 있으시다잖아."
"와…… 소위 말하는 진짜 자수성가 부자구나."
그렇게 직원들은 사기가 높이 오른 상태에서 열심히 개장을 준비 중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회사에서 지침이 내려왔다.
"이번 주 수목, 1박 2일로 회장님께서 지인들과 펜션 전체를 이용하신다고 합니다. 그러니 우리 모두 준비에 차질이 없도록 회장님을 맞이합시다."
김호중은 업무 시작 전, 직원들을 전부 호출해서 그와 같이 선언했다.
첫 이용 손님이 회장님이라니.
직원들은 다들 하나같이 긴장해서 속으로 각오를 다졌다.
그리고 마침내 당일 아침이 다가왔다.
커다란 활어차 여러 대가 펜션을 찾았다.
"어디에서 오셨어요?"
"아, 나는 수영참치 양식장을 관리하는 박영식 전무예요. 회장님 지시로 오늘 펜션 숙박에 먹거리로 쓸 생선들을 가져왔습니다. 짐 내려야 하니 주방이 어디인지 좀 알려줘요."
"아, 네, 이쪽으로 오세요."
1월이지만 부산이라 그런지 날씨는 상당히 따뜻한 편이었다.
오늘따라 바람도 잔잔해서, 바다의 경치를 즐기면서 야외 파티를 벌이 기에는 딱이었다.
부산도 회장님이 모처럼 찾아주시는 걸 알아서 반기는 것이라고, 펜션 직원들은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와우, 무슨 활어들이 이렇게 많아?"
"이거 전부 수영양식장에서 양식한 거래요. 앞으로 우리 펜션에서 쓸 생선들만 키운다는데요?"
"우리 펜션에서 쓸 생선들이라고? 이게 전부?"
"네, 다른 펜션들과 다른 차별점을 부여하기 위해서 회장님이 펜션 활어 공급 전용 양식장을 새로 인수하셨대요. 박영식 전무님이라는 분이 그랬어요."
"우리 펜션, 진짜 적자에서 벗어날 수가 없겠구나. 숙박료 책정한 거 봤는데 도저히 그 가격으로는 적자 경영을 못 피하겠던데."
"총지배인님이 그러셨잖아요. 애초에 돈 벌려고 지은 게 아니고 해운대 랜드마크 1위의 명예를 위해서 지은 펜션이라고요."
사실과는 전혀 달랐지만, 펜션 직원들 사이에서는 어느새 그런 오해가 돌고 있었다.
오전이 되자 하수영이 펜션에 도착했다.
그는 자신의 전용 캠핑카를 손수 운전해서 해운대 동백섬까지 내려왔다.
김호중 이하 간부급 인사들이 얼른 나서서 공손히 하수영을 맞이했다.
"오셨습니까, 회장님."
"네. 파티 준비는 잘 돼가고 있죠?
이제 곧 제 친구들이 올 겁니다."
"네, 물론입니다."
하수영은 친구가 몇 명 온다고 말하지 않았지만, 펜션 측은 몇 명이 오더라도 자신 있었다.
3개 동 전체가 풀로 광을 낸 채 손님을 맞이할 준비를 완료한 상태였으니, 가장 먼저 도착한 것은 전성렬과 정서희였다.
"펜션이 아주 멋지고 좋군, 부럽네. 나도 해안가에 이런 펜션 하나 별장삼아 지어서 즐겨볼까?"
"생각보다 관리비가 많이 드니까 무턱대고 저지르지 마시고 꼼꼼하게 따져 보세요."
"수영 씨, 경치가 진짜 예뻐요. 이 따가 밤에 조명 켜고 야외 바베큐하면 장난 아니겠어요."
그 다음에 도착한 것은 수영레스토랑 본점 직원들이었다.
그들에게는 일종의 워크샵이었는데, 당연히 펜션에서 놀고먹는 1박 2일 동안 야간, 새벽 수당까지 계산되어서 나간다.
이택진 셰프,
수영레스토랑 본점을 책임지는 그는 원래 1박 2일 동안 편히 놀고먹으려고 했다.
하지만 수영치킨 양계사업을 하는 최진국이 가족들과 함께 도착하자 그런 마음이 씻은 듯이 사라졌다.
"최진국 사장님? 이게 무엇입니까?"
"이번에 수영농장산 사료만을 먹여서 키운 소고기입니다. 2두를 도축해서 가져왔죠. 이건 숙성을 마친 거고, 이건 일부러 숙성을 하지 않은 겁니다."
"……고깃결이 예사롭지 않은데요?"
셰프의 본능은 어쩔 수 없다.
좋은 식재료를 만난 이택진은 핥을듯이 낱낱이 '수영한우'를 살폈다.
만약 안구에 식도가 있다면 단번에 삼켜 버렸을지도 모를 만큼 탐욕이 절실한 눈동자다.
"이거 안 되겠어요. 워크샵 동안 열심히 배 터지게 먹고 가려고 했는 데, 칼을 잡아야겠습니다."
"네? 요리를 하시게요?"
"이래 봬도 특급 호텔 총주방장 출신입니다."
그 말에 펜션 직원들 사이에서 웅성거림이 일었다.
직원들을 헤치고 덩치 좋은 한 남자가 성큼 다가와서 이택진을 쏘아보았다.
"오늘 회장님 일행을 모시는 것은 우리의 신성한 의무입니다. 귀하도 그저 즐기시죠."
"펜션에서 숙박객들이 직접 고기 구워 먹고 칼질도 하고, 원래 그러는 겁니다."
"……아, 죄송합니다."
약간의 긴장감이 도는 대립이 있었지만, 이택진은 곧 펜션 직원들과 처음부터 한 팀이었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
박호진 변호사, 조성만 검사도 속속들이 도착했다.
심지어 제주지검의 임탁정 검사도 초청을 받고 해운대로 날아왔다.
"하 사장, 여기 이분은 처음 보는 얼굴인데?"
"안희철 사장님이라고, 우리 수영김치 공장을 운영하시는 분입니다."
"오오, 사장님이 바로 김치 명인이 시군요! 사장님이 만드신 수영김치는 언제나 맛있게 먹고 있습니다!"
하수영 빼고는 모르는 얼굴이라 서먹서먹했던 안희철은 김치공장 사장 타이틀 하나로 순식간에 그들 사이에 녹아들었다.
프랜차이즈를 관리하는 주희도, 실비아컴퍼니의 박덕준과 오철현도 속속들이 도착했다.
"꺅! 저게 뭐예요!"
"해운대 폭주족인가?"
그 순간 멀리서부터 찌렁찌렁 울리는 굉음에, 야외 정원에 있던 사람들이 일제히 놀랐다.
그들은 곧 저 멀리 동백섬 진입로에서부터 줄을 지어 주행하는 슈퍼카 무리를 볼 수 있었다.
페라리, 람보르기니, 부가티 등 초고가 슈퍼카들이 언뜻 보기에도 백대는 훌쩍 넘어 보였다.
절대 쉽게 볼 수 없는 진귀한 장 면에, 해운대를 찾은 관광객들도 풍경을 찍다 말고 폰카메라를 차량 무리에 들이대고 있었다.
"어? 왜 다 이쪽으로 오죠?"
피리 부는 사나이처럼 선두에서 당당히 달리던 흰색 롤스로이스 리무진이 마침내 펜션 안까지 들어와서 잠시 멈춰 섰다.
뒤를 따르던 슈퍼카들도 일제히 멈춰 서며, 앞쪽 무리의 차들의 조수석 문이 일제히 열렸다.
"하 의원, 우리도 이제 도착했어. 아, 고속도로가 제법 막히더군."
최선두의 롤스로이스에서 내린 강남구의회 부의장 최우석은 뒷짐을 진 채 웃으며 다가왔다.
뒤에 있던 슈퍼카 조수석에서 내린 '하수영의원후원회' 멤버 노인들도 주위를 어슬렁거리며 다가왔다.
"오랜만에 친구들끼리 드라이브하니 좋긴 좋구먼."
"우리 하 의원 아니었으면 언제 우리가 이렇게 뭉쳐서 해운대까지 내려올 일이 있었겠는가?"
"카본 시트에 몇 시간 동안 앉아 있었더니 허리가 너무 쑤셔."
"으그, 이 양반아. 그러게 나처럼 진작에 조수석을 가죽 시트로 교체 했어야지."
"근데 우리 후원회 정모 때 꼭 스포츠카를 타야만 하나? 그냥 자기 편한 차 타면 안 되나?"
"우리 하 의원 나이를 생각해 봐. 후원회 멤버라는 친구들이 죄다 블랙 세단 끌고 다니면,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조폭 무리처럼 보일 거 아니야?"
"박씨 말이 맞아. 이런 식으로라도 하 의원의 젊은 감각을 돋보여줘야지."
"그럼 최씨는 왜 혼자 롤로인가?"
"최씨야 후원회장이고 하니 무게감이 있어야지. 그래도 선두에는 묵직하게 롤로 팬텀 같은 게 딱 버티고 있어줘야 남들 보기에도 좋지 않겠나?"
후원회의 충격적인 등장에, 펜션직원들과 먼저 왔던 지인들은 얼어붙은 상태였다.
수백 대에 달하는 슈퍼카들이 펜션진입을 위해 줄을 지어 도로를 점령하고 있는 모습은, 잊을 수 없는 장관이었다.
저 차량 값을 다 합치면 1,000억은 족히 넘지 않을까?
오죽하면 국민 여배우 장효주가 연예계 지인들과 함께 도착했을 때에도 그다지 주목을 받지 못했을 정도였다.
물론 그녀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인정해요. 나도 무슨 슈퍼카 야외전시회 여는 줄 알았거든요. 신기해서 정신없이 봤어요. 그 와중에 또 서로 겹치는 모델은 없네요."
"그나저나 하 사장, 이제 대충 다 온 건가?"
"아직 한 분이 안 왔습니다. 올 때가 됐는데……."
"그러면서 왜 도로가 아니고 바다 쪽을 보는 건가?"
"그분 이번 주 일정을 생각하면 당연히 저 방향에서 나타나실 것 같아서…… 아! 저기 보이는군요."
하수영이 바다를 손가락으로 가리키자, 지인들은 반사적으로 시선을 돌렸다가 동공이 커졌다.
거대한 초호화 흰색 크루즈선이 저 멀리 당당히 떠 있었던 것이다.
크루즈선이 가까이 다가오며 압도적인 크기가 더욱 선명해졌고, 다들할 말을 잃은 채 멍하니 바라보다가 장효주가 겨우 입을 열었다.
"누구예요?"
"교수…… 아니, LA다저스 구단주님이라고 소개하는 게 더 간단하겠네요."
"그럼 설마 그 아부다비 안살린 왕자님……."
쉴 새 없이 시끌벅적하던 후원회멤버들조차 이 순간만큼은 정적에 동참했다.
하수영만 조용히 투덜거렸다.
"교수님도 참, 설마 자기 수행원들 잘 곳 없을까 봐 아예 호텔을 타고 오셨네. 어휴, 센스쟁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