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랜차이즈 갓-420화 (420/1,270)

프랜차이즈 갓 420화

106장 여기서 왜 나와?(3)

"아주 좋은 생각입니다. 실비아컴퍼니도 쌍수를 들고 환영할 겁니다."

비서실장은 백동원의 말에 맞장구를 쳤다.

백동원은 자신이 생각하기에도 흐뭇하다는 듯이 미소를 지으며 마저 지시했다.

"그럼 임원회의에서 그런 방향으로 안건 정해서, 가닥 잡히면 오퍼 가져와."

"네, 사장님."

그리하여 백두자동차그룹 경영진은 백동원의 발상을 구체화하기 위해 열심히 의논하여, 실비아컴퍼니한테 먹힐 만한 제안 내용을 만들었다.

물론 자사에도 손해가 되지 않고 이익이 되도록 적당히 변형을 주는 것을 잊지 않았다.

최종 제안서가 백동원의 손에 들어 왔다.

"지분은 50:50으로 정확히 나눠 갖되, 대표이사 자리는 우리 백두자동차가 갖는군."

"네, 물론 실비아컴퍼니에서도 경영 참여는 합니다. 다만 자동차를 만들어본 적 없는 회사이니만큼 이사 비율을 이 정도로 하는 게 어떨까 싶습니다."

"반발하지는 않을까?"

"대신 회사 설립에 필요한 모든 현물과 자본금은 우리 그룹이 75%나 부담합니다."

"뭐야? 실비아컴퍼니는 겨우 25% 밖에 부담 안 시킨다고?"

지분은 50%를 가져가는데 투자금 은 25%밖에 안 내다니.

백동원은 자사가 너무 손해 보는게 아닌가 싶었다.

"우리 회사가 대표이사까지 가져가는데 이 정도 양보는 해줘야 실비아 컴퍼니도 긍정적으로 생각할 겁니다."

"너무 아까운데. 그래도 30%만 됐 어도…… 할 수 없지. 이대로 제안하지."

백동원은 다시 박덕준 회장을 찾았고, 깜짝 놀란 그의 표정에 만족감 을 느끼며 일어섰다.

"부디 좋은 대답을 기다리겠습니다."

"아, 네. 연락드리겠습니다."

타이어 한 번 만들어본 적 없는 IT회사를 전통 제조업 자동차 회사에 끼워주는 비즈니스다.

이 정도면 상대도 대만족하겠거니, 하고 백동원은 기분이 좋아져서 복귀했다.

***

백동원이 돌아가고, 박덕준은 오철현 대표를 비롯한 경영진을 모두 호출했다.

"백두자동차에서 하다하다 이런 제안까지 가져왔는데, 다들 한 번 읽어봐."

"자동차 합자회사를 만들고 프리덤 자율주행 기능은 독점적으로 제공하는 대신 지분은 반반…… 어? 이거 뭡니까?"

"우리더러 25%의 설립자본을 내라 고 한 건가요?"

"그래, 25%지. 지분은 50%를 갖는데 말이야."

만약 백동원이 여기까지 도청을 했다면, 자신의 상상대로 되어 가고 있다고 흐뭇해했으리라.

그러나 한국말은 끝까지 들어봐야 하는 법.

"아주 날로 먹으려고 드네요."

"지분 50%를 줄 테니까 자율주행 기술 자체는 무상으로 제공하라? 어차피 우리도 절반은 주인이니까? 이런 논리입니까?"

"어처구니없네요. 헤슬라와 비교하면 짜다 못해 아주 소금덩어리입니다."

해슬라 자동차도 비슷한 제안을 했다.

하지만 백두자동차그룹과는 전혀 궤도가 달랐다.

-개별 자동차마다 자율주행 구독 서비스를 사겠다.

-독점을 요구하지 않겠다.

-그리고 회사 주식 15%도 주겠다.

증자 및 신주 발행 등의 수단을 동원해 회사 주식을 늘리고, 늘어난 주식을 실비아컴퍼니에 무상으로 양 도한다고 한 것이다.

이 늘어난 지분은 전체 주식의 15%로, 실비아컴퍼니는 단숨에 2대 주주가 된다.

실비아컴퍼니 입장에서는 자율주행 기술만 팔아도 그만인데, 독점 제한 없이 주식까지 주겠다는 것이다.

이러면 너희가 너무 손해이지 않느 냐는 질문에, 헤슬라는 이렇게 대답 했다.

-귀사에 독점을 요구하는 것보다. 우리 회사에만 팔고 싶은 마음이 들 도록 만드는 게 더 중요합니다.

박덕준 이하 경영진은 그 대답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지분도 얻고, 제값도 받고, 독점도 아니니까.

그래서 헤슬라의 카드를 만지작거리면서 다른 곳도 간을 보고 있는 데, 백두자동차의 제안을 보고 김이 팍 새버렸다.

"폭스바겐은 어때?"

"거기도 백두자동차와 비슷합니다. 거긴 그래도 좀 더 낫네요. 합자회사 지분도 주고, 투자금도 자기들이 전부 부담한다고 했으니까요."

"GM에서는 뭐라고 했지?"

"회사 지분을 좋은 조건으로 양도 하는 대신 독점 제공을 요구했습니다. 구독 서비스는 따로 돈을 주고 구매한다고 했고요."

"그나마 GM이 헤슬라 다음으로 좋은 제안을 했군."

자동차 회사들 간의 제안을 놓고 더 이상 고민을 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마음은 이미 헤슬라 자동차에 가 있었다.

다만……

"사실 프리덤이 우리 것이 아니지 않습니까. 이게 가장 큰 문제입니다."

"그래, 좋아라 하고 자동차 지분을 받아도 아무 소용이 없는 거지."

실비아컴퍼니는 하수영이 설정한 독점 라이선스를 통해 프리덤을 서비스하는 회사일 뿐이다.

프리덤 인공지능의 본체라고 할 만 한 것은 하수영의 개인 슈퍼컴퓨터에 있기에, 훔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신 데이터센터는 컴퓨팅 자원을 제공하는 보조메모리부품 같은 것이다.

당연히 헤슬라의 제안을 받는다고 해서 지분을 넙죽 받을 마음은 없었다.

"헤슬라 지분은 개발자한테 주면 되겠지. 대신 자율주행 공급 기간은 10년을 보장해 달라고 하자고."

"우리가 좋은 제안을 따냈는데, 아예 프리덤 라이선스 자체를 10년, 보장해 달라고 하면 어떻겠습니까?"

"이참에 그냥 개발자도 우리 회사 주주로 참여시키는 것은 어떨까요? 헤슬라가 우리한테 했듯이 말입니다."

"오, 그거 좋은 생각인데. 아무튼 이것저것 전부 끌어모아 보자구."

***

곽철태와 홍윤주는 결국 구속집행 정지로 풀려났다.

검사장 출신의 변호사가 법조계에 끼치는 영향력은 막강했다.

임탁정은 이가 갈렸지만, 일개 검사인 자신 혼자서 대선배한테 대들기는 요원했다.

'지금도 검찰 내부에서 또라이로 찍혀 있는데, 일단 조금이라도 사려 야겠다.'

최소한 검사 신분은 지켜내야 증오하는 마약 범죄 수사를 계속할 수 있으니까.

임탁정은 자존심은 잠시 접고, 대신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결정적인 증거를 찾는 데 몰두했다.

삼화제약의 존재를 눈치챈 것을 철저히 감춘 채 조사에 공을 들였다.

저들이 초반에 알게 되면 미리 대비를 할 테니, 보안 유지에 신경을 썼다.

그리고 마침내 큰 성과를 이뤄냈다.

길고 끈질긴 잠입 수사, 라테그룹 오너 경호원들의 눈을 피해서 결정적인 정황을 포착한 것이다.

"라테 회장 친딸이 마약 중독자였다니…… 이걸 누가 알았겠어?"

삼화제약 대표의 와이프, 즉 라테 그룹 회장의 친딸,

올해 40대인 진세주의 사생활은 지극히 문란했다.

남편이 있음에도 버젓이 젊은 남자들과 어울려 놀았고, 상습적으로 마약을 투여하기도 했다.

"진세주는 곽철태의 가장 큰 후원자이기도 합니다. 곽철태의 쩐주죠. 지금처럼 곽철태가 강남 밤의 황제 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진세주의 지원이 컸습니다."

"애인 사이는 아니겠지?"

"절대 아닙니다. 진세주의 취향은 모델 스타일의 젊고 잘생긴 남자입니다. 곽철태는 나이 든 뚱뚱한 돼지죠."

수사회의에서 가벼운 웃음이 일었다.

"곽철태는 진세주의 측근…… 이라 기보다는 그냥 쓸 만한 머슴입니다. 라테 회장 친딸 눈에 어디 곽철태 같은 게 사람으로 보이기나 하겠습니까?"

"그렇겠지."

"진세주가 원래 마약 금단 현상 때문에 그렇게 고생을 했답니다. 재벌가 사이에 소문이 파다하게 나서 어디 시집갈 만한 처지도 안 돼서, 늦게나마 라테 회장이 데릴사위를 들 인 겁니다."

남편이자 삼화제약 사장인 그도 돈을 보고 마약 중독자를 아내로 맞아 들인 것이다.

실제로 부부는 서로 다른 애인을 얼마나 거느리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고 한다.

"그렇게 마약을 좋아하면서 용케 살아 있군."

"오히려 예전보다 몸이 훨씬 좋아 졌습니다. 그게 모두 엘릭서 드링크 덕분이랍니다."

"엘릭서 드링크?"

"네, 프라임웰빙이 시판하기 전부터 일본 부자들 사이에서 알음알음 돌았답니다. 라테 회장이 그걸 구해서 딸에게 먹였는데, 먹일수록 금단 현상이 점점 해소되었습니다."

"진세주는 삼화제약을 통해 엘릭서 드링크를 대량으로 구매해서 농축한 다음 복용한 거 같습니다. 사람이 하루에 드링크 100병을 마실 수는 없으니까요."

"그렇겠지."

이제야 가닥이 잡힌다.

임탁정 검사는 눈을 빛내며 탁자를 쾅 하고 내리쳤다.

"마약 중독자 버릇이 어디 가겠어?? 그걸 마약에 섞어서 먹어 보니까 금단 현상도 없고 다음 날 몸도 가뿐 하고, 아주 신세계였을 거야. 그렇지 않나?"

"진세주가 화이트 스카치 마약 제조유통을 지시했는지는 불분명합니다."

재벌 일가가 뭐가 아쉬워서 마약을 팔아서 돈을 벌겠나.

마약을 자기가 직접 하거나 주변 사람들에게 나눠주기 위해서 들여온 다면 모를까.

"곽철태가 삼화제약 경영진 일부와 짜고 화이트 스카치 제조를 한 것은 사실로 보입니다."

"진세주 몰래 하기에는 간이 작은 친구니, 적어도 암묵적인 묵인 정도는 얻었겠지."

"어찌 되었든 진세주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습니다."

임탁정은 어깨가 가늘게 떨렸다.

드미온뷰 오피스텔에서 죽은 19세 여자는 아마 곽철태의 아들 그룹과 놀다가 중독사로 죽었을 것이다.

정액 DNA로 대조를 해보면 무조 건 밝혀진다.

하지만 지금 곽철태의 아들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그런 잔챙이를 노리다가 진짜 큰 대어가 유유자적하게 도망을 갈 테니까.

'여기까지 올 줄이야.'

살인사건도 아니고, 마약중독 사망자 사체 유기를 수사하다가 재벌 일가에 칼끝을 겨누었다.

가슴이 마구 벅찼다.

자신이 칼을 뽑는 순간 온 사방에서 라테그룹을 지키기 위한 압력이 쏟아질 것이다.

청와대, 국회는 물론이고 법원에서도 온갖 전화가 쏟아질 것이다.

검찰 내부에서도 총장을 비롯하여 윗기수 선배 검사들이 앞길을 만류 할 것이다.

과연 그 가시밭길을 뚫고, 진세주를 체포할 수 있을까?

임탁정의 눈에는 이미 미래가 어떻 게 흘러갈지 파노라마처럼 훤히 보이고 있었다.

무수한 백기사들이 재벌 딸을 지키기 위해 방패를 자처하고 나설 것이다.

그것을 어찌어찌 뚫고 들어가서 기어이 법정에 세운다고 해도, 결국 증거불충분으로 무죄나 나오겠지.

그 과정에서 오직 자신과 수사팀만이 만신창이가 된다.

"검사님, 수사 더 진행합니까?"

사무관이 눈치를 보면서 물었다.

그도 알고 있는 것이다.

이건 자신들이 절대로 소화시킬 수 없는 음식이라는 것을.

감히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위장이 터지고 녹아내릴 수 있는 엄청난 과잉 양분덩어리다.

"글쎄, 지금 저울질하고 있어."

"……"

"내가 왜 일만 많고 알아주는 사람은 없는 마약수사팀에 목매는지는 다들 알지?"

마약으로 죽은 가족 때문에 생긴 증오심의 폭발.

식구 중에 그 사실을 모르는 이는 없었다.

"일단 자리 보전해서 남은 검사 인생 동안 잔챙이 마약범이나 열심히 잡으러 다니면서 살까, 아니면 화끈하게 큰 거 한 방 터뜨리고 장렬하게 산화할까. 너무 고민이 되는데. 다들 어떻게 생각해?"

"뭘 하든 검사님의 선택입니다."

말은 저울질이라고 하지만, 처음부터 이미 답을 정해놓은 상태였다.

임탁정은 씩 웃었다.

"나는 마약범 때려잡으려고 사법고시를 본 사람이야. 두 번, 세 번 인 생을 산다 해도 이런 대어는 다시 구경 못 하겠지."

"검사님, 그럼……."

"진세주를 친다. 잡아넣진 못해도 개망신이라도 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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