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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갓-417화 (417/1,270)

프랜차이즈 갓 417화

105장 술 팔아주는 새 건물주(3)

"아주 잘됐다니요? 그게 무슨 뜻이세요?"

아이리스는 아직 분위기 파악을 하지 못한 얼굴로 되물었다.

하수영은 손으로 깍지를 낀 채 가볍게 기지개를 켰다.

자기 집 안방에라도 온 것처럼 태연자약한 태도에, 아이리스는 기묘 한 불안감을 느꼈다.

"오늘 매출 크게 올려드리는 건, 사실 미안한 마음이 있어서입니다."

"미안한 마음이요?"

"네, 어쨌든 안 좋은 말을 하러 온 거니까요. 제 잘못은 전혀 없다지만, 그래도 마음이 안 좋은 건 안 좋은 거죠."

"그게 무슨……?"

"혹시 화이트 스카치라고 들어보셨나요?"

"네, 그럼요. 요즘 강남 클럽 사이에서 암암리에 유통된다는 마약이잖아요. 프로포폴처럼 다음날 아주 깔끔해서 좋다고, 물론 전 마약 같은 건 안 하지만요."

아이리스는 태연하게 반응했다. 그게 무슨 상관이냐는 듯한 태도였다.

저게 연기가 아니라면, 답은 간단 하다.

아이리스는 마약 유통과는 일절 관련이 없는 것이다.

그저 클럽 운영에 이름 빌려주고 관리하면서 월급 받아가는 바지사장 일 뿐.

"여기 핀익스에서도 유통된 건 아시죠?"

"어느 클럽을 가도 약쟁이들이 있 어요. 저희가 판매 장소를 제공하는 것도 아니고, 자기들끼리 주고받는 것을 어찌할 수는 없어요. 현장을 적발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요."

"맞는 말이긴 합니다."

"클럽 내에서 마약 유통이 이뤄지지 않게 최대한 조심해 달라는 건가요? 그건 지금도 하고 있어요. 하지만 가드들 감시 눈길 피해서 몰래 주고받는 것은 어쩔 수가 없어요."

"핀익스가 본거지라면 어쩌시겠어요?"

"네?"

아이리스는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듯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반문했다.

하수영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아이리스는 마약 유통과는 전혀 무관하다. 클럽을 관리하는 월급사장일 뿐이다.

"곽철태라는 이름 들어보셨습니까?"

"몰라요. 처음 들어요."

"그럼 홍윤주는요?"

"……."

"잘 아시나 보군요."

"이 클럽 지분 절반 이상을 가지신 분이에요. 소속사 전 사장님 애인이기도 하고요. 지금은 사장님이 감옥에 계시지만."

"곽철태가 홍윤주 새 애인입니다. 홍윤주가 가졌다는 클럽 지분의 진짜 주인은 아마 곽철태일 겁니다."

"그런……."

"지금 곽철태와 홍윤주는 화이트 스카치 유통 혐의로 검찰 마약수사 팀에 체포된 상태입니다."

아이리스의 눈이 다시금 크게 떠졌다.

표정을 보아하니 전혀 모르고 있었던 모양이다.

"클럽을 조사하면 마약 유통에 깊이 관여했다는 증거가 쏟아져 나올 겁니다. 마약이나 대금을 보관하는 비밀금고도 클럽 어딘가에 있을 테고요."

아이리스의 안색이 파리해졌다.

비밀금고라는 말에 퍼뜩 머릿속을 스치는 게 있었던 것이다.

진짜 사장(인 줄 알았던) 홍윤주가 관리하는 개인비밀금고라고만 생각 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는데.

"이거 터지면 성진주 씨 연예인 이미지에 얼마나 치명적인지 아시겠습니까?"

"잠시만요. 잠깐만 기다려 주실래요? 확인할 게 있어서요."

아이리스는 벌떡 일어나서 구석으로 갔다.

여기저기 다급하게 전화를 돌리는 걸 보니, 홍윤주가 제포된 게 정말 맞는지 확인하는 모양이었다.

이윽고 자리로 돌아온 아이리스는 황망한 얼굴로 말했다.

"진짜네요. 진짜 홍윤주 사장님 마약 유통 혐의로 체포되셨네요."

"바로 확인이 되셨다니, 저도 다행입니다."

"저는 아무것도 몰라요! 전 그냥 이름 빌려주고 클럽에 얼굴도장만 열심히 찍었을 뿐이에요! 마약이라니, 그런 건 전혀 상관없어요! 대마초 한 번 건드린 적도 없어요! 담배도 전혀 안 피는 걸요!"

"세상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겁니다. 검찰 수사가 진척되면 성진주 씨 이름도 오르락내리락할 수밖에 없어요."

"믿어주세요! 전 정말 결백해요!"

"임대차 계약을 해지하세요. 그럼 믿어드리겠습니다. 성진주 씨가 마약 유통과 전혀 무관하다는 것을."

"해지만 하면 되나요? 그럼 되는 거죠?"

성진주는 당장에라도 해지합의서에 도장이라도 찍을 듯이 달려들었다.

잔뜩 겁을 먹은 모습은 그녀의 결백함에 한층 더 강한 확신을 주고 있었다.

"그렇게 간단히 해지를 결정해도 되는 건가요?"

"제 연예인 인생이 달린 일이잖아요! 그리고 어차피 진짜 제 클럽도 아닌데, 저까지 끌려가서 망할 순 없어요."

전개가 너무 쉽게 흘러가자 하수영은 살짝 맥이 빠졌다.

마약 유통 혐의와 홍윤주 체포.

그 사실에 바로 백기를 들어버리다니.

아이리스가 지금 마약 유통에 연루되는 것을 얼마나 두려워하는지 알 수 있었다.

"바지사장이 멋대로 계약을 해지하면 나중에 보복이 들어올 수도 있습니다. 그건 대비가 되어 있나요?"

"그건 제가 알아서 할게요. 일단 마약쟁이하고 얽히지 않는 게 중요 해요. 지금 소속사 새 사장님도 그런 건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시니까 도와주실 거구요."

"아시겠지만 임대차 계약을 해지하 면 원상복구 의무가……."

"그냥 몸만 나갈게요. 인테리어도 설비고 집기고 그냥 싹 놔둘 거예 요. 클럽 운영하겠다는 사람은 많고 많으니까 아무나 구해서 하시면 될 거예요."

"알겠습니다. 오늘은 일단 운을 띄웠으니, 며칠 동안 천천히 생각해 보세요."

"알겠어요. 감사해요."

아이리스는 초조해서 손톱을 연신 물어뜯었다.

자신의 연예인 인생이 걸렸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극도로 혼란스러운 모양이다.

마약 복용도 아니고 유통이라니.

잘못 얽혔다가는 골로 간다.

"혹시 최현영 씨 소식을 아십니까? 여기 클럽 관리자 중 한 명이었다는데."

"부모님이 아프셔서 시골 갔다는 말만 들었어요. 아직 연락은 안 해 봤어요."

"그 여자도 마약 사망사건에 연루 돼서 잠수 탄 겁니다."

"사람까지 죽었어요?"

"네, 얼마 전에 이태원 호텔에서 마약 중독사로 죽은 10대 여자 이야기 들어보셨죠? 사실은 이태원 호텔이 아니라 삼성동 고급 오피스텔에서 죽었는데 사제를 유기한 겁니

다. 그 오피스텔은 최현영, 그 여자 명의였고요."

"세상에."

갈수록 가관이다.

아이리스는 생각만 해도 머리가 지끈거린다는 두 손으로 이마를 눌렀다. 잔뜩 찡그린 얼굴은, 어쩌다가 이런 골치 아픈 일에 얽혔나 하고 짜증스러워하고 있었다.

"돈 오천 더 받자고 내가 호랑이굴 에 들어왔네요."

"오천?"

"클럽 얼굴값으로 월 오천씩 받았어요.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횡재 라고 생각했는데."

"이제라도 아셨으니 다행입니다. 그럼 이만 가보시고, 천천히 생각을 정리해 보세요."

"……네, 감사해요."

아이리스는 꾸벅 인사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표정을 보니 클럽 매출이나 운영에는 이미 완전히 마음을 떠난 것처럼 보였다.

그녀만 임대차 해지계약서에 도장을 찍으면, 법적인 장해는 완전히 사라진다.

막말로 클럽 간판만 바꿔 달아서 운영을 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는 셈이다.

클럽의 진짜 주인인 곽철태와 홍윤주는 아마도 분통이 터지겠지만.

"그나저나 곽철대 말고도 지분 사장이 몇 명 더 있을 텐데, 누구인지를 모르겠네."

하수영이 중얼거리듯이 말하자, 맞은편에 앉아서 술잔을 기울이던 최 씨 노인이 입을 열었다.

"하 의원, 무슨 고민이 있나? 왜 술을 앞에 두고 표정이 그렇게 어두워?"

"음, 제가 실은……."

하수영은 간단하게 클럽에 얽힌 사정을 설명했고, 최씨 노인이 혀를 찼다.

"철태 그놈이 강남에서는 아주 유 명하지."

"어르신도 그 이름을 아십니까?"

"우리 후원회 일동 중에서 철태 그 놈한테 술 접대 한 번 안 받아본 친구가 없을걸? 강남에서 비싼 술 먹고 다니다 보면 한 번씩은 철태 그놈하고 얽히게 되네."

"밤의 황제라고는 들었습니다."

최씨 노인이 말하는 비싼 술이라는 것은, 일반인들의 상상을 넘어서는 범주였다.

적어도 하룻밤 술값에 천만 원이 훌쩍 넘어가는 사이즈를 말하는 것 이리라.

"여기 술집에도 아마 그놈 돈이 들 어가 있을 거라고는 생각을 했어. 규모가 되잖나."

"네, 맞습니다."

"근데 그놈이 철칙이 있어요. 절대 자기 돈만 가지고 술장사를 안 해."

"뒷배를 끌어들인다는 거군요."

"그렇지. 정치인이나 지역 유지들 한테 가게 지분 중 일부를 거저 쥐여주고 계속 도움을 받는 거야. 혼자 다 해먹으려고만 들면 주변에서 견제를 받으니까. 그런 사회성 덕분에 그놈이 수십 년간 별 탈 없이 강남에서 술장사 해올 수 있었던 거고."

"여자 장사도 한다고 들었습니다."

"그러고도 남을 놈이지. 아마 이 가게도 거물이 끼어 있을 건데, 아무튼 유의하게. 언제 어디서 생각지도 못한 이름이 튀어나올 수 있네."

"그래도 마약은 안 되죠."

"암, 마약은 안 되지. 철태 그놈이 돈 욕심에 눈이 멀다 보니 건드려선 안 될 것까지 건드렸구만, 마약이라니, 마약이라니. 에휴, 못난 녀석 같으니."

최씨 노인은 혀를 차며 빈 잔에 술을 따랐다.

어느덧 11시가 되었고, 젊은 손님 들이 줄을 지어 안으로 입장하기 시작했다.

젊은 손님들은 이미 홀을 점령한 노인 손님들을 보고 충격을 받은 듯이 굳어버렸다.

노인들은 그런 그들의 반응을 보고 즐거워하며 낄낄거렸다.

"저 표정들 좀 보게나. 여기 웬 늙은 꼰대들이 한 가득인가 하고 충격 받은 거 보시게."

"우리가 주차해 놓은 거 보고 잔뜩 기대해서 들어왔겠지? 오늘 물 좀 좋겠구나, 하고 말이야."

"딱 차만 봐도 나이가 좀 있겠거니 하는 생각이 들 텐데 말이야. 누가 새파랗게 어린 것들이 마이바흐 타고 다녀?"

"이봐, 처자. 자리 없으면 여기 앉 아서 술 한 잔 받아. 안 잡아먹을 테니까 그냥 앉아도 돼."

노인과 클럽.

이런 풍경을 맞닥뜨릴 거라 생각을 못 한 젊은이들이 충격을 받은 나머지 굳어 있었다.

심지어 어떤 이들은 다른 클럽으로 가야겠다며 입구에서 등을 돌리기도 했다.

물론 그중에는 테이블 위를 차지한 값비싼 빈 양주병을 보고 눈을 빛내며 다가오는 이들도 있었다.

"하 의원, 우리 이제 그만 2차 가 자구."

"그러세나, 젊은 친구들 들어왔으니 이제 우리가 자리 비켜줘야지."

"시끄러운 데 너무 오래 있으면 귀 먹어서 안 돼. 이제 그만 일어나세나."

"그러세. 일어나세."

하수영은 노인들의 권유에 끄덕이며 자리를 정리했다.

"네, 어르신들. 그럼 서해호텔 레스토랑에 가서 한잔하시죠."

"호텔 레스토랑이 지금 문을 여나?"

"원래는 안 열죠. 오늘은 제가 호텔 지배인한테 말해놔서 괜찮습니다. 얼마든지 놀아도 되니까 거기로 이동하지요."

"거기 막걸리도 있겠지?"

"없지만 괜찮습니다. 말만 하면 다 준비해 줄 겁니다."

노인들은 우르르 일어나서 클럽을 나섰다.

밖에서 입장을 위해 줄을 서 있던 젊은 손님들은 갑자기 노인들이 몰려나오자 당황했다.

그 노인들이 전시회처럼 주차한 슈퍼카에 오를 때는 더욱 당황했다.

곧이어 백여 명이 넘는 남자들이 나타나 일사불란하게 차 운전석을 찾아서 탑승했고, 시동을 걸었다.

"뭐야, 오늘 핀익스 물 엄청 좋다며? 그래서 출근도 제끼고 달려왔는데?"

"완전 다 할아버지들이잖아? 지금 할아버지들 보고 물 좋다고 한 거야?"

"야, 그래도 지금 다 나가잖아. 괜찮아, 괜찮아."

"그래, 죄다 빠져나가니까 이제 물 좋아질 거야. 돈 많은 노인네들이 젊은 기분 내보려고 단체로 몰려왔나 보네."

차들이 요란하게 엔진음을 울리며 도로를 빠져나갔다.

우렁찬 배기음이 멀어지는 것을 얼빠진 표정으로 바라보던 어느 누군가가 중얼거렸다.

"이게 더 안 좋은 거 같은데……."

"그러게. 차들 구경하는 맛에 일부 러 안에 안 있고 밖에서 노닥거리고 있었는데……."

"아, 오늘 기분 잡쳤다. 그냥 집에나 가자."

클럽 인생에서 다시없을 좋은 구경 거리를 잃어버리고 허탈해하는 이들이 훨씬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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