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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갓-415화 (415/1,270)

프랜차이즈 갓 415화

105장 술 팔아주는 새 건물주(1)

"여기가 놈들 물자 본거지가 틀림 없습니다."

대장 형사가 다가와서 황홀한 표정으로 말했다.

"판매대금뿐만 아니라 공급마약도 쌓여 있습니다. 정말 대박입니다. 대마를 잡았어요!"

마약범들을 검거하기 위해 몇 달 이상씩도 잠복을 해본 경험이 수두룩하다.

하지만 지금까지 이렇게 본진 자체를 털어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애초에 마약범들은 이렇게 돈과 마약을 한곳에 모으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아마 오늘 밤에 확인하고 모두 반출할 예정이었던 모양입니다."

"음, 조금만 더 늦게 덮쳤다면 대장을 잡을 수도 있었을 텐데."

임탁정은 그 점이 안타까워서 발을 동동 굴렀다.

우두머리가 정산 확인을 하러 들렀을 때 덮쳤더라면 일망타진할 수 있었을 텐데.

녀석들도 당연히 습격 정보를 들었을 테니, 바보가 아닌 이상 이쪽으로 오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이 정도만 해도 어디입니 까. 어우, 이 현금 좀 보세요. 못해도 600억은 넘을 거 같은데요?"

"마약은 어느 정도나 되나?"

"이 정도면 어디 보자…… 대충 잡아도 500억 원어치는 될 겁니다."

"현금 600억에 마약 500억 원어치라."

대충 오차는 있겠지만, 그래도 천억 원 이상의 범죄물자를 획득한 것 이다.

현장을 덮친 만큼 사전영장을 신청 하지 않은 것은 이제 아무런 의미가 없게 되었다.

"이제 영장 가지고 물고 늘어지는 사람은 없겠군요."

"아니지, 왜 영장 미리 청구하지 않았냐고 물고 늘어지는 놈이 있어야해."

"예?"

"그놈이 바로 배신자거든."

"아하, 그렇군요."

임탁정 검사는 손뼉을 짝짝 치며 현장을 지휘했다.

"자, 모두 체포하고 지원팀 부릅시다. 어휴, 이 많은 걸 다 싣고 가려면 현금 수송차 두 대는 불러야겠어."

***

검거한 마약 일당 중에는 다수의 높은 중간책임자도 포함되어 있었 다.

압수한 현금은 약 650억 원.

마약 품목에는 화이트 스카치, 헤로인, 엑스터시, R2D3, LSD 등 다양한 종류가 있었다.

"큰 줄기를 잡은 건 좋아. 하지만 영장도 없이 함부로 쳐들어가면 어떡하나?"

"부장님, 영장 청구하고 기다리는 동안 놈들은 이미 다 뺐을 게 틀림 없습니다. 시간이 없었습니다."

"그래도 그렇지. 놈들을 잡았기에 망정이지, 증거가 없었다면 검찰 위신만 떨어지는 거였어. 다음부터는 좀 더 조심해."

"알겠습니다."

임탁정 검사는 묘한 눈빛으로 부장 검사의 뒷모습을 훑었다.

영장을 가지고 물고 늘어지는 놈이 배신자다.

'놈들 영향력이 생각보다 깊이 뻗 어 있군.'

이 정도면 단순한 마약 일당이 아니다.

경찰과 검찰에까지 손이 닿아 있다니.

불현듯 10대 제약회사들을 겨냥한 하수영의 발언이 떠올랐다.

'분명히 국내에서 제조된 마약이라 고 했지. 그리고 10대 제약회사 이상의 제조설비가 있어야 가능한 마약이라고…….'

큰 증거를 잡았지만, 앞으로의 수사길이 마냥 순탄하지는 않을 것 같다.

분명히 여러 방면에서 다양한 압력이 들어올 것이다.

부장검사의 타박도 그중 하나가 아니겠는가.

"이 정도면 녀석들도 엄청난 타격을 입었을 겁니다. 앉은 자리에서 천억 이상을 날린 셈이니까요."

현금과 마약을 합치면 천억은 가뿐히 넘는다.

특히 마약은 즉시 현금화가 된다는 점을 생각하면, 배후는 이미 잔뜩 열이 받았을 것이다.

"잡은 놈들 조사는 해봤어?"

"강남 화류계 황제 곽철태 밑에서 일하는 놈들입니다."

"곽철태라고?"

임탁정의 눈빛이 차분해졌다.

유명한 이름이다. 강남에서 다수의 클럽과 룸사롱, 성매매업소를 운영하는 밤의 황제.

"곽철태가 핀익스 클럽에도 지분이 있지? 그렇다면 최현영이가 곽철태 여자일 가능성이 높겠군."

"드미온뷰 2701호도 아마 곽철태가 차명으로 소유한 게 틀림없습니다."

"곽절태를 잡아 와야 하는데, 이 정도로는 영장을 못 치겠지?"

"이 정도 정황으로는 판사가 절대 허가를 내주지 않을 겁니다."

드디어 몸통이라고 할 만한 이름이 나왔지만, 곽철태를 잡아들이기에는 물증이라고 할 만한 게 없다.

마약 일당들이 곽철태의 친한 동생들이라고 해서 영장을 청구한다면 판사는 들어주지 않을 것이다.

아니, 이미 곽철태가 판사한테 손을 써놨을 수도 있다.

밤의 황제인 곽철태는 술집, 여자 접대 등을 통해서 정치인, 경찰, 검 사, 판사 등 고위 공무원들과도 끈끈한 친분을 쌓아둔 인물이니.

그 끈끈한 카르텔을 뚫고 그를 잡아넣으려면 좀 더 확실한 증거가 필요하다.

그때였다.

"검사님! 이무진 배우가 입을 열겠답니다!"

"어서 준비해! 병원으로 가야겠다!"

임탁정은 재킷을 집어 들고 부리나케 움직였다.

***

"여배우 고서정이 줬습니다."

이무진은 두려움을 지우지 못한 안색이지만, 그래도 차분하게 자신이 아는 것을 말했다.

"서정이는 홍윤주라는 여자한테서 받았습니다. 홍윤주는 핀익스 클럽 경영자고요. 아마 홍윤주의 남자가 클럽의 최대지분자일 겁니다."

임탁정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수사관은 녹음한 내용을 잘 정리해서 보관했다.

녹음이 끝나고, 임탁정이 물었다.

"왜 갑자기 마음을 바꾼 겁니까? 목에 칼이 들어와도 아무 말도 안 할 것처럼 굴더니."

"…… 친한 여배우가 그러더군요. 가만히 있으면 입막음을 위해서 나중에 처리당할 거라고요. 차라리 알고 있는 걸 모두 불어버리고 보복을 피해 다니는 게 나을 거라고 했습니

다."

"현명한 결정입니다. 협조 감사합니다."

입막음만 생각하면 이무진을 처리하는 게 마약 일당 입장에서는 편하다.

하지만 이미 불어버린 이상은 입막음을 할 필요가 사라진다.

보복을 걱정해야 하겠지만, 입막음을 위해서 무조건 처리해야 하는 상황은 벗어난다.

"병원에는 경호경찰을 배치했으니 안심하십시오. 지료가 끝나면 수사를 위해서 경찰에 출두해야 할 겁니다. 어쨋든 당신은 마약을 복용한 상태에서 교통사고를 내어 사람을 여럿 죽인 몸이니까요."

"……네, 알겠습니다. 죗값은 치러 야지요."

병실을 나선 임탁정은 복도를 걷다가 새삼 여기저기 보이는 병원 경비원들을 의식했다.

'병원치고는 경비가 너무 많은 거 아닌가.'

어딜 가도 2인 1조를 이룬 경비원 들의 모습이 항상 보인다.

그저 병원일 뿐인데, 이렇게 경비를 많이 운용하는 이유라도 있을까?

'그래도 놈들이 이무진을 건드릴 염려는 없어서 다행이네.'

"최 수사관, 지금 바로 영장 때릴 준비하고, 홍윤주라는 여자 잡으러 갑시다."

"네, 검사님."

***

-홍윤주와 곽철태를 체포했습니다. 이제 진짜 몸통을 잡아들이는 일만 남았습니다.

조성만 검사의 목소리는 무척이나 밝았다.

-임탁정 선배님이 회장님께 무척 고마워하십니다. 회장님의 결정적인 제보들 덕분에 수사가 빨리 진척될 수 있었다고요. 놈들 본거지는 대체 어떻게 아신 겁니까?

"지페에 추적 장치를 달았거든요. 여기저기서 구매하는데 쓴 돈이 자꾸 한곳으로 모였다가 다시 흩어지더라고요. 그래서 거기가 중간 본거지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아아, 그렇군요. 고맙습니다. 이건 선배님께도 비밀로 하겠습니다.

전화를 끊자 정서희가 호기심 가득 한 얼굴로 물었다.

"빨리 해결될 것 같아요?"

"마약유통 책임자는 잡았답니다. 강남 밤거리를 주름잡는 밤의 황제라고 하네요. 클럽, 룸싸롱, 안마방, 뭐 손을 안 대는 곳이 없다는데요."

"그나저나 핀익스 클럽도 결국 마약유통에 얽혀 있었네요."

"얽혀 있는 정도가 아니라 본점이나 마찬가지죠. 바로 내보내야겠어요."

범죄 장소로 활용했으니 계약 위반으로 내보낼 이유가 된다.

"굳이 내보낼 필요가 있을까요?"

"무슨 말이죠?"

"그냥 수영 씨가 받아서 운영하면 어떨까 해서요. 거기 장사도 잘되는 데."

"흠……."

"깨끗하고 건전하게 운영하면 되잖아요."

"에이, 그럼 건물주의 횡포가 되잖아요. 장사 잘되는 가게 내쫓아서 빼앗는."

"나쁜 놈들이 나쁜 짓 해서 가게 나가는 건데 무슨 상관이에요. 설비 야 어차피 두고 나갈 테고, 거기서 수영 씨가 클럽 장사 이어서 한다고 잘못은 아닌데요."

"솔깃하긴 하네요. 일단 임대계약 자체는 문제없이 종료하고 생각해 보겠습니다. 세입자 만나서 이야기 해봐야겠네요."

"지금 세입자는 체포됐잖아요? 홍윤주라는 여자와 곽철태 말이에요."

"지들끼리 지분 관계가 어찌 됐든 저는 신경 안 씁니다. 전임대를 하든 전전임대를 하든, 저는 임차인 한 명 하고만 이야기하면 그만이죠."

하수영은 보란 듯이 계약서를 흔들어 보였다.

"세입자는 어디까지나 가수 아이리스 한 명이거든요."

***

밤 9시.

가수 아이리스는 핀익스 클럽의 홀에서 새 건물주를 기다리고 있었다.

"건물이 언제 팔렸대?"

"얼마 안 됐나 봐요. 저도 1층 편의점에서 들었어요. 새 건물주가 순례 한 번 했다고."

"어떤 사람이야?"

"좋은 사람 같대요. 청담에서 손꼽 히는 큰손이라나? 아직 이십 대래요."

"금수저인가 보네."

개장을 앞두고 클럽은 열심히 단장 중이었다.

클럽의 주인인 홍윤주가 경찰 수사 중이라는 말이 오가는 상황이지만, 직원들은 아무것도 모른 채 부지런히 영업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일반 직원들은 클럽 실제 주인이 누구인지, 몇 명인지, 뭐하고 있는지 알 바 아니다.

그냥 장사 잘되고 자기 월급만 잘 나오면 그만,

'잘 되겠지. 보통 분이 아니니까.'

아이리스도 홍윤주를 별로 걱정하지 않았다.

밤일을 하다 보면 종종 있는 일이었고, 그럴 때마다 홍윤주는 미꾸라지처럼 잘 빠져나오며 해결을 했다.

이번 일도 지나가는 해프닝으로 끝날 것이다.

그때 클럽 총관리자가 호들갑을 떨며 달려왔다.

"사장님! 사장님! 건물주가 왔나 봐요! 지금 밖에 차들이, 아우 그냥, 막!"

"1,400억짜리 건물을 일시불로 산 사람이니까 당연히 좋은 차 타고 다니겠지. 최소 부가티? 그게 뭐 대수라고."

"그 정도가 아니라니까요! 일단 나 와 보세요!"

"뭔데 그래."

아이리스는 얼른 일어나서 1층으로 올라왔다.

빌딩 밖을 내다본 그녀는 저도 모르게 딱 굳어지고 말았다.

"이게 다 뭐야?"

거리에 슈퍼카 야외 전시회라도 열 린 것인가?

페라리, 람보르기니, 벤틀리, 벤츠 말고 진짜 마이바흐, 부가티, 맥라 렌, 캐딜락, 애스턴마틴, 롤스로이스…….

진짜 부자들만이 향유한다는 슈퍼 카 수십 대가 전시회라도 하듯이 진입로를 온통 점거하고 있었다.

80대? 90대? 아니, 100대도 훨씬 넘어 보인다.

심지어 지금 이 순간에도 빵빵거리면서 들어오려고 하는 슈퍼카들이 있었다.

"아니, 김씨? 지금 대체 뭘 타고 온 거야?"

"내 애마가 뭐가 어때서?"

"공지사항 확인 안 했어? 포르쉐 이하 잡것은 출입금지라고 했잖아. 어디서 911 따위가 슬그머니 끼는거야?"

"뭐야, 공지에 그런 내용이 있었어?"

"빨리 비서 시켜서 다른 차 끌고 오라고 해. 저 911은 눈에 안 보이 게 어서 치우고, 안구 버리겠네 그려."

슈퍼카 차에서 노인들이 내려서 자기들끼리 잡담을 떨기 시작했다.

평범한 옷을 입고 있지만 한눈에 보기에도 돈 많은 강남 부촌 노인들 이다.

"아가씨가 여기 사장인가?"

개량한복을 입은 노인이 노란 맥라렌 버터플라이 도어를 열고 내려서 부채질을 하며 물었다.

얼이 빠져 있던 아이리스는 찬물을 끼얹은 듯 정신이 번쩍 들었다.

"네? 저 부르셨어요?"

"아가씨가 여기 가게 사장이냐고."

"마, 맞는데 저희 가게는 11시부터 영업을……."

"응? 오늘 9시에 단체예약 잡았다고 들었는데?"

"단체 예약이요? 누, 누구한테서 들으셨어요?"

"여기 건물주가 아무 말도 안 했어?"

"……아."

그제야 새 건물주와의 대화가 기억 났다.

건물주와 세입자 간 상견례 겸해서, 금일 영업전에 친구들 데리고 간단하게 술 몇 잔 팔아주겠다고.

"저기 오네, 건물주."

아이리스는 정신을 차리고 개량한 복 노인이 가리킨 방향을 바라보았다.

커다란 덩치를 자랑하는 흰색 캠핑카가 슈퍼카 야외 전시회장을 가로 지르며 당당히 다가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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