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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갓-413화 (413/1,270)

프랜차이즈 갓 413화

104장 이런 중환자실은 처음이 지?(2)

"정보가 새다니?"

임탁정의 안색이 굳었다.

최현영을 감시한 것은 딱 한 번뿐이다.

그것도 상대에게 접근하지 않고 원거리에서 몰래 촬영만 하면서 접촉하는 사람만을 확인했다.

최현영은 당연히 검찰이 자신을 감시한다는 것도 모른 채로 지냈다.

그런데 느닷없이 잠적하다니?

"정보가 샌 게 맞아? 우리 때문이 아니고 다른 이유 때문에 잠수 탄거 아니야? 빚을 졌거나 남자 문제거나."

"그런 건 없습니다. 최현영은 돈 문제로 곤란을 겪은 적이 없습니다. 지금 거주하는 청담동 아파트도 부채 없이 자기 명의입니다."

"우리 때문에 잠수를 타는 건 더 말이 안 되잖아? 우리가 지켜보는 것 자체도 몰랐을 텐데?"

"이전에도 몇 번 이런 일이 있었습 니다. 강남에서는 가끔 있는 일입니다."

임탁정 검사의 안색이 차갑게 굳어 지며 꽉 다문 입술이 부르르 떨렸다.

"강남경찰서에서 샜나?"

"아무래도 그런 거 같습니다."

"……2701호 실소유주가 어지간히 돈을 처먹인 모양이군."

임탁정이 납득한 눈치이자 수사관은 그제야 자세히 설명을 늘어놓았다.

"최현영을 감시한 것은 강남경찰서 형사들입니다. 처음에 잠복 감시 지시를 내리고, 이것저것 물어보더군요. 당시에는 수사에 필요한 질문이 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임 검사님 이야기를 듣고 눈빛이 달 라졌습니다."

"마약 수사건이라고 감을 잡은 건가."

"강남경찰서에 마약 브로커와 손을 잡은 형사들이 있다는 건 공공연한 비밀입니다. 최현영의 잠적 타이밍도 너무 공교롭습니다. 우리 움직임을 감시하다가 곧바로 물주한테 알려서 잠적시킨 게 틀림없습니다."

"2701호 CCTV 감시도 강남경찰서에 맡긴 건 아니겠지?"

"아닙니다. 그건 우리가 직접 했습니다. 강남경찰서는 모를 겁니다."

"망할 놈들. 경찰이 돼가지고 마약하고 붙어먹어?"

강남구역 고위 경찰들의 부패는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전부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일부 고위 경찰'들은 강남을 자리 잡은 지하계와 손을 잡고 상납을 받는다.

심지어는 성매매업소에 투자해서 고수익을 올리는 고위 경찰도 있다고 하니, 그 부패가 얼마나 심한지 말 다한 셈이다.

"예민하게 반응하는 거 보니, 아무래도 이거 엄청 큰 게 얽혀 있는 거 같습니다."

"할 수 없군. 광수대 쪽과 손잡고 움직여야겠어. 강남경찰서 놈들은…… 그냥 한패라고 생각하고 움직이는 게 속이 편할 거 같다."

"네, 검사님."

"최현영이 행방 은밀히 찾아보고, 2701호 감시도 소홀히 하지 마. 특히 강남경찰서 놈들에게 안 들키게 조심해."

일이 이렇게 됐으면 아마 2701호는 지금쯤 아무도 없이 깨끗한 상태일 가능성이 높다.

영장을 받아서 2701호를 수색해 봤자 건질 수 있는 것은 없을 것이다. 이미 모든 물증을 다 없했을 테니까.

괜히 적들의 경계심만 높여주고, 이쪽이 2701호를 주목하고 있다는 것만 알려주는 셈이다.

"검사님! 일 터졌습니다!"

그날 저녁, 퇴근도 마다한 채 사건 을 파악하던 임탁정 검사는 갑작스러운 소식을 들었다.

"무슨 일인데?"

"중년배우 이무진 말입니다! 그의 소지품에서 화이트 스카치가 나왔습니다!"

"화이트 스카치? 확실해?"

"네, 지금 언론에는 내보내지 않았습니다! 이무진의 소지품에서 화이트 스카치 1정이 발견되었습니다."

"음주운전이 아니었어?"

"혈중 알코올 반응은 전무했습니다. 이무진 배우는 술 한 잔도 마시지 않았습니다."

임탁정의 눈빛이 서늘해졌다.

단순 음주운전 교통사고인 줄 알았는데, 마약이 나왔다니.

"화이트 스카치 먹고 환각 상태에서 운전대 잡은 건가?"

"아무래도 그런 거 같습니다."

"그 친구, 살아날 수 있겠어? 지금 중환자실에 있다고 들었는데?"

"외상이 너무 심해서 절망적이랍니다. 현장에서 병원까지 동행한 형사 말로는, 아마 살아남기 힘들 거 같다고 했습니다."

"그 정도로 심한가?"

임탁정은 안타까웠다.

이무진을 취조할 수만 있다면, 화이트 스카치 공급 배후의 몸통에 한 발짝 더 다가갈 수 있을 텐데.

"박 수사관, 이건 내 감인데…… 화이트 스카치 공급자와 이태원 19세 사망자, 서로 연결되어 있을 것 같지 않아?"

이태원 사망자가 화이트 스카치를 복용한 정황은 없다.

그 둘은 엄연히 별개다.

하지만 좁은 마약 유통의 세계를 생각하면, 분명히 밀접한 연관이 있 을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제 느낌도 그렇습니다. 애초에 이런 비싼 마약은 잔챙이들이 함부로 유통 못 합니다. 그리고 이태원 사망자는 비싼 초호화 오피스텔에서 죽은 걸로 보이고요."

"최현영과 2701호는 게속 은밀히 조사하고…… 이제 핀익스를 덮쳐야 할 때인가?"

"더는 시간을 주면 안 될 거 같습니다. 저쪽이 그래도 아직은 상황을 모를 때 덮쳐서 증거를 확보해야 할 거 같습니다."

***

하수영은 자신의 제보가 어떻게 되어 가고 있는지, 조성만 검사를 통해 확인했다.

조성만은 연락을 받자마자 한달음에 달려왔다.

"수사가 꽤 난항을 겪는 중입니다."

"난항이요?"

"네, 아무래도 생각보다 큰 거물이 얽혀 있는 거 같습니다. 지금 강남 경찰서도 그쪽과 한 패입니다."

"경찰까지 얽혀 있었군요."

"아무나 함부로 유통할 수 있는 저급한 마약이 아니니까요."

"그래도 어느 정도 진전이 있는 줄 알았는데."

하수영은 화이트 스카치의 제조법에 관해서 말을 할까 말까 고민했다.

바로 엘릭서 드링크를 100인분 이상 농축해서 마약에 섞었다는 사실 말이다.

"사망자는 이태원 호텔이 아니라, 삼성동 고급 오피스텔에서 사망한 것으로 확인됩니다. 마약 중독사는 맞습니다."

"삼성동 오피스텔이라고요?"

"네, 그런데 오피스텔 소유주가 파악이 되지 않습니다. 텐프로 출신 클럽 매니저 명의로 되어 있는데, 아마 실소유주는 아닐 겁니다. 현재 잠적한 상태고요."

"정보가 샜나 보네요."

"강남경찰서에서 샌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아마 마약공급책 배후가 강남서 고위 경찰들한테 이미 오랫동안 공을 들인 모양입니다."

하수영은 팔짱을 낀 채 잠시 생각 하다가 말했다.

"보통 이런 경우는 아주 높은 선까지 닿아 있더라고요. 예를 들면 경찰청장 이상?"

"청장까지요? 설마……."

"원래 마트에서 파는 품목 몇 개 가격을 보면 그 마트의 규모나 재정 상황이 대충 나옵니다. 지금까지 드러난 걸 보면, 이건 서장 혼자서 해먹을 수 있는 사이즈가 아니죠."

돈에 빗대어서 이야기를 하니 조성만 검사는 강한 신뢰가 생겼다.

상대는 누가 뭐니 해도 청담에서 알아주는 부동산 큰손이다.

"지금은 오피스텔 명의자인 여자가 일했던 클럽을 중심으로 조사하고 있습니다. 참, 핀익스 클럽입니다."

"그럴 거 같았습니다."

"그리고 핀익스 클럽 소유자 중에 홍윤주가 포함돼 있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홍윤주요?"

하수영은 귀에 익숙한 이름에 순간 멈칫했다.

조성만 검사는 목소리에 힘을 주고 강조하듯이 끄덕였다.

"네, 수감 중인 백호열 전 대표의 내연녀입니다."

"얼굴 사장 여가수가 원스타엔터 소속인 건 알았지만, 홍윤주 그 여자까지 얽혀 있는 줄은 몰랐네요. 그럼 백호열 이사가 만든 클럽인가요?"

"그건 아닙니다. 핀익스 클럽 자체는 원스타엔터와는 전혀 무관합니다."

"그럼?"

"여가수 아이리스는 홍윤주의 제안을 받고 뒤늦게 클럽 경영에 참여한 겁니다. 이름만 빌려준 거죠. 아이리스가 운영하는 클럽이라는 소문이 나서 더 장사가 잘됐으니까요."

조성만은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열심히 설명했다.

"홍윤주가 어떻게 핀익스 클럽 경영에 참가했는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백호열 전 대표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원스타엔터도 마찬가지고요."

"홍윤주라니."

하수영은 쓴웃음이 나왔다.

3호기 빌딩 지하에서 텐프로 술집을 운영하던 여자 이름이 이렇게 또 나올 줄이야.

청담에 적을 둔 이상 언제고 자주 부딪힐 거라고는 생각했지만, 이렇게 빨리 그 날이 올 줄은 몰랐다.

"피해자가 사망한 오피스텔 명의자가 현재 잠적 중인 까닭에 수사가 막힌 상태입니다. 임 검사님이 강남 경찰서 눈을 피해 핀익스 클럽을 조사했지만, 결정적인 증거를 잡지 못 했습니다."

"일단 그 명의자를 찾아내야 뭐라도 되겠군요."

"네, 오피스텔 실소유자가 누구인지만 알아낸다면 사건이 급전개 될 거 같습니다."

하수영은 잠시 생각하다가 입을 열 었다.

"제약회사 쪽을 한 번 파보는 건 어떨까 싶습니다."

"제약회사 말입니까?"

"네, 화이트 스카치는 국내에서 제조되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어떻게 그렇게 확신하십니까?"

조성만도, 임탁정도, 당연히 화이트 스카치가 해외에서 밀수된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기존 마약 용의자들을 대상으로 출입국이나 통관 기록을 열심히 뒤지는 중이다.

그런데 느닷없이 국내 제조 가능성을 말하다니.

"정확히 설명할 순 없지만, 국내에서 제조되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그런 설비를 갖추려면 적어도 10대 제약회사 안에 들어가는 규모의 설비가 필요할 겁니다."

조성만의 안색이 더욱 나빠졌다.

"아까는 청장선까지 얽혀 있을 거라고 하시더니, 이번에는 10대 제약 회사까지 말씀하시는군요. 그럼 해외 출입통관 기록은 괜히 뒤졌나 봅니다."

"시골 공장 부엌에서 만들어낼 수 있는 마약은 아니니까요. 아, 물론 그래도 재료 중 일부는 해외에서 수입을 했을 겁니다. 제조를 국내에서 했을 거라 보는 거지요."

검찰에서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면 자연스럽게 마약 공급 일당을 검거 할 테고, 그럼 엘릭서 드링크를 언급할 필요도 없었다.

하지만 말을 들어보니 수사 자체가 답보 상태에 빠진 것 같다.

"전 마약 제조에 엘릭서 드링크를 썼을 거라고 봅니다."

"엘릭서 드링크요? 프라임웰빙에서 출시한 그 건강보조 식품 말입니까?"

하수영은 자신이 아는 바를 간결하게 설명했고, 조성만의 안색이 창백하게 변했다.

"엘릭서 드링크를 섞는다고 마약의 효과가 사리진다는 게 정말입니까?"

"사람 몸에 해로운 성분을 기가 막히게 해독하는 효능이 있거든요. 마약에 취해 있는 동안 건강성분이 열심히 혈관을 돌아다니면서 해독해 주는 거죠."

"그럴 수가……."

"물론 한계는 있습니다. LSD 같은 것을 부작용 없게 만들려면 몇천, 몇만 병 이상을 섞어도 모자랄 겁니다."

"엘릭서 드링크를 현금으로 대량 구매했다는 그 도매상도 조사를 해 야겠군요."

"아마 쉽진 않을 겁니다. 용의주도한 녀석들이니까요."

조성만 검사는 푹 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다지 어렵지 않게 해결할 수 있 을 것 같았는데, 생각보다 수사가 난항이다.

강남경찰서까지 움직일 수 있는 상당한 거물이 끼어 있다는 것을 확인한 게 일단은 큰 소득일까.

"이무진 씨가 무사히 깨어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현재로써는 유일하게 취조 가능한 참고인이니까요."

"많이 위중한가요?"

"네,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은 상태랍니다. 현장에서 즉사하지 않은 게 기적이라고 합니다."

"저런…… 근데 어디에서 사고 났나요? 강남구라고만 들은 거 같은데."

"청담동에서 사고 났습니다. 아, 그 러고 보니 수영병원 중환자실에 입원해 있네요."

하수영은 아무렇지 않게 어깨를 으쓱했다.

"그럼 무사히 깨어나겠네요."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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