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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갓-407화 (407/1,270)

프랜차이즈 갓 407화

102장 핀익스의 비밀(4)

하수영은 정서희가 웃음을 터뜨린 것이 언짢지 않았다.

자신 역시도 하마터면 그 말에 웃음을 터뜨릴 뻔했으니까.

장수말벌집을 잘못 찾아온 어린 꿀벌이 여기가 어디인지 아느냐고 방방 날뛰는 꼴같지 않은가.

"이그, 귀여운 것들."

하수영은 고개를 설레설레 젓다가 찍눌러 놓았던 브로커를 일어서게 했다.

그리고 정서희에게 손짓해서 자신의 뒤쪽으로 오게 했다.

덩치들보다 자신한테 훨씬 가까이 있지만, 아예 자신의 뒤쪽으로 오게 한 것이다.

그리고 브로커의 뒷목을 잡고 번쩍 들어올렸다.

건장한 성인 남자를 한 팔 힘으로 가볍게 들어 올린 모습에, 덩치들은 물론이고 정서희도 눈이 휘둥그레졌다.

'아니, 저게 된다고?'

하수영은 그런 눈빛에 가볍게 답해 주었다.

'된다. 병신들아.'

그리고 브로커를 앞으로 가볍게 던졌다.

덩치들은 반사적으로 브로커가 다치지 않도록 잘 받아서 부축했다.

칼날 앞에 머리를 처박히랴, 번쩍 들어 올려지랴, 앞으로 내던져지랴.

이리저리 패닉이었던 브로커는 겨우 정신을 차렸다.

부하들의 부축을 받아 비틀비틀 서 있던 브로커는 눈에 쌍심지를 돋우며 하수영을 노려보았다.

"저 새끼 잡지 않고 다들 뭐해!"

"예!"

그제야 덩치들은 하수영을 향해 달려들었다.

하나같이 체격 좋은 6인의 덩치들이 달려들었지만, 하수영은 눈 하나 꿈쩍 않고 움직였다.

가장 먼저 좌우에 달려드는 놈들의 가슴팍을 쥐고, 그대로 뒤로 가볍게 밀었다.

가슴팍을 치는 압도적인 힘에 두명은 숨도 제대로 못 쉰 채 뒤로 밀려나며 친구들을 덮쳤다.

단 두 번의 손짓에 여섯 명이 우르르 중심을 잃고 서로 뒤엉킨 채 넘어져 버렸다.

"……."

"……."

지극히 효율적인 반격, 제압.

브로커는 넋을 놓은 채 쓰러져서 신음하는 부하들을 바라보기만 했다.

그러다가 정신이 번쩍 들어서 룸출입문을 향해 달려들었다.

슉!

바로 그 순간 금속이 공기를 찢는 파공음과 함께 눈앞 출입문에 칼날이 박힌 채 부르르 진동했다.

"동작 그만, 거기까지."

브로커는 하얗게 굳은 채, 서서히 하수영을 돌아보았다.

지금 이 순간, 칼을 뽑아서 반격한다는 생각 자체도 머릿속에 들지 않았다.

"뽑아서 달려들 거냐? 할 거면 빨리 하고."

하수영은 곧바로 던질 것처럼 양주병 목을 잡은 채 브로커를 향해 물었고, 그는 황급히 고개를 설레설레저었다.

"착하군. 좋아, 그럼 앉아야지?"

"……네, 넷."

"너희들도 엄살 그만 피우고 앉아."

신음하던 덩치들은 힘겹게 일어나서 브로커의 눈치를 살폈다.

브로커는 하수영이 어느새 자리에 앉아서 술을 오픈하는 것을 보고, 덩치들에게 눈짓을 주었다.

일단은 함부로 덤비지 말라는 뜻이었다.

덩치들은 뒤로 돌아와서 브로커의 좌우에 조심스럽게 앉았고, 하수영은 오픈한 양주병을 들고 흔들어 보였다.

"한 잔 받지?"

"네!"

브로커는 황급히 달려오듯이 좌측 사선에 앉아 공손히 잔을 내밀었다.

하수영은 주르륵 술을 따라주고, 브로커가 병을 건네받으려는 것을 가볍게 무시하고, 자신의 잔에도 따랐다.

그리고 단숨에 잔을 입에 털어 넣었다.

잔을 부딪칠 줄 알고 어정쩡하게 두 손으로 잡고 있던 브로커도 눈을 질끈 감고 목에 털어 넣었다.

"마셨으니 가져와."

"뭐, 뭘 말씀이십니까?"

"화이트 스카치, 가져오라고."

그제야 브로커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렇다. 애초에 이 사달이 난 게 화이트 스카치 매매 과정에서 새파랗게 어린 고객이 자꾸 반말을 하는 것에 자신이 신경질이 나서…….

'아니, 아니지! 그게 아니잖아!'

분명히 누군가의 심부름꾼으로 보이는 이 어린놈이 오늘 밤새도록 강남 클럽을 돌아다니면서 화이트 스카치를 사 모은다는 말에 한 번 찔러보다가 이 사달이 난 것 아닌가.

그런데 이 배짱과 싸움 실력을 보라.

적어도 말단 심부름책 따위는 아니다.

그럼 대체 누구지? 아니, 어디지?

'설마 마약 조직에서 화이트 스카치를 꿀꺽하려고…….'

그렇게 생각하자 저절로 식은땀이 났다.

일단 자신의 선에서 정리할 일은 아니었다.

"얼른 가져오겠습니다!"

"내 말이 짧은 게 아직도 불만이냐?"

"아닙니다! 절대 아닙니다!"

"따라 해. 손님은 왕이다."

"소, 손님은 왕이다!"

"약팔이 하급인생 따위가 손님이 반말을 하는 랩을 하는 얌전히 약만 팔면 그만이야, 그렇지?"

"그렇습니다!"

"빨리 가져와."

브로커는 그제야 지옥에서 벗어나는 심정으로 후다닥 룸을 나섰고, 덩치들도 얼른 그의 뒤를 따랐다.

한바탕 정신 사납던 분위기가 지나고, 정서희가 묘한 웃음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힘이 엄청 세시네요. 몰랐어요. 싸움도 대단히 잘하시고."

"에이, 기본적인 호신술이죠."

"너무 자연스럽던데요. 격투기 선수들도 그렇게 간단하게는 제압 못할 거 같아요. 그런 건 언제 배웠어요?"

"살다 보니 그냥 저절로 체득한 거죠. 아참, 부사장님은 이제 가보시는 게 좋을 거 같아요."

"왜요?"

"저놈이 약 가지고 돌아올 거 같습니까?"

"잔뜩 겁에 질려서 갔던데. 수영씨가 주는 권주까지 맛있게 받아먹었잖아요."

"정정하죠. 저놈 윗선이 순순히 약을 내어줄 것 같습니까?"

브로커는 몰라도, 그 윗사람은 이 사태를 심각한 도발로 여기고 팔을 걷어붙일 수도 있다.

그 점에 생각이 미친 정서희는 안색이 살짝 굳었지만, 아까 하수영이 가볍게 제압하던 모습을 떠올렸다.

"이번에는 더 많이 끌고 올 수 있다는 건가요?"

"자존심이 크게 다쳤으니 회복하려고 들겠죠. 구경하고 싶으면 말리진 않겠지만, 가보시는 것도 나쁘진 않죠."

"제가 참관하면 방해가 될까요?"

"저야 보는 사람이 있으면 더 신이 나죠. 관객이 없으면 원래 재미가 없거든요."

"그럼 왜 아까는 가라고 했어요?"

"부사장님이 겁에 질렸을 수도 있잖아요. 그래서 말은 해본 겁니다."

"제가 위험해질까요?"

하수영은 그녀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피식 웃었다.

"아니요."

짧은 대답이지만, 무한한 신뢰를 불어넣어 주는 힘이 있다.

그 기묘한 끌림에 정서희는 저도 모르게 편안한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제가 봐주면 힘이 난다는 거죠?"

"누가 봐주면 신이 난다는 거죠."

"같은 말이잖아요, 그거."

"전혀 다른 말이죠."

"아무튼 그럼 저도 볼래요. 뭐가 어떻게 되어가는지 끝까지 보고 싶어졌어요. 내내 클럽 에스코트도 했으니 그럴 자격은 되죠?"

"그러세요."

하수영은 피식거리며 빈잔에 다시 양주를 따랐고, 정서희가 걱정스럽게 물었다.

"더 큰 싸움이 날지도 모르는데 술마셔도 돼요?"

"술을 마셔야 흥이 나죠. 그리고 저 말술이라 이 정도는 목구멍 넘어가면서 다 깹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왜 그렇게 자극하신 거예요?"

"자극한 게 아니라 시비 걸어오는 걸 받아준 거죠. 그놈도 일부러 시비를 건 거고요."

"우리가 다른 클럽 순방하면서 화이트 스카치 사 모은 걸 알고 있던데, 그거와 관련이 있어요?"

"방금 그놈, 다른 공급책보다는 좀 더 중요한 공급책일 겁니다. 최종판매책을 묶어서 관리하는 친구 같더군요. 그러니 이리저리 살살 긁으면서 떠본 거죠."

정서희는 가볍게 떠본 것치고는 대가를 너무 크게 치르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근데 정말 괜찮은 거 맞죠? 만약 그 사람들이 클럽을 아예 송두리째 봉쇄라도 하면……."

"저는 제 건물에서는 무적입니다. 걱정 마세요."

"킥. 근데 아까 그 말은 정말 웃겼어요. 지금 누구 앞에서 청담동에서 밤길 조심하라고 하는지. 번데기 앞에서 주름잡는 것도 아니고요."

그렇게 자기 집 안방에 온 것처럼 편안하게 이야기를 주고받는데, 문득 출입문 밖에서 소란이 느껴졌다.

이윽고 출입문이 열리며, 두 명의 부하를 거느린 한 40대 남자가 안으로 들어섰다.

겉보기에는 변호사 같은 전문직에 종사할 것 같은 깔끔한 이미지였다.

남자는 맞은편에 앉아 말없이 하수영을 바라보았다.

하수영은 피식거리며 아무렇지 않게 빈잔에 술을 따라 다시금 마셨다.

남자의 시선이 정서희로 돌아가서 위아래로 잠시 훑어보다가 다시 하수영을 향했다.

"애인이 예쁘네."

"고맙군."

"아니, 진심으로 예뻐. 배우를 해도 되겠는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남자는 다리를 꼬았다.

"그 남자가 가진 힘을 알고 싶으면 옆에 있는 여자를 보라는 말이 있지. 이런 여자는 아무 남자나 못 가져. 게다가 우리 애들 상대로 보인 배짱과 싸움 실력에, 오늘 화이트스카치도 1억 넘게 샀다며? 본인 돈인가?"

"그럼 남의 돈일까?"

"좋아. 우리 애들 눈이 삔 건 인정하지. 그래서, 우리한테 원하는 게 뭔가?"

"화이트 스카치 좀 사자는데 왜 이리 번거롭지? 다른 데서는 군말 없이 팔던데 말이야."

"이제부터는 조금 조심하는 게 좋을 거야. 여기는 다른 클럽하고 다르거든."

"아하, 본진이라도 되나 보네."

"적 진영에서 말 함부로 하면…… 알지? 오늘 여기서 너희 둘 다 쥐도 새도 모르게 없어져도 아무도 몰라."

본진, 적진영.

그 단어에 정서희는 가볍게 몸을 떨었다.

저자는 클럽 핀익스의 지분을 가진 이거나 혹은 그 대리인일 가능성이 높았다.

"아이리스였나? 나름 유명하던데, 그 가수. 청순한 이미지로 팬들에게 인기도 많고 말이야."

"말조심하라고 했을 텐데."

"그 가수도 아나? 자기 이름으로 운영하는 클럽에서 화이트 스카치 제조해서 유통하는 거? 아니, 혹시 설마 그 가수가 핵심 주모자는 아니겠지? 그럼 꽤 흥미로운 스캔들인데?"

"기어이 좋게 갈 마음이 없으시겠다?"

남자의 표정이 험악해지자 옆에 서 있는 부하들이 눈알을 부라렸다.

하수영이 6인의 동시습격을 어떻게 제압했는지 보지 못해서인지 자신감이 넘쳤다.

하수영은 빈잔을 내려놓으며 손가락의 관절을 뚜두둑 소리 나게 풀었다.

"할 거면 빨리 하자. 낮에 할 게 많아서 말이야."

남자는 조용히 하수영을 노려보았다.

저 체격으로 혼자서 6명을 가볍게 제압했다고 들었다. 하지만 쉬이 믿어지지는 않는다.

'대체 뭐 하는 놈이지?'

상대의 정체가 감이 오지 않는다.

강남 지하세계에 저런 놈이 있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도 없었다. 그렇다면 진작에 자신이 알았을 것이다.

여기가 자신들의 본진이라는 것도 넌지시 밝혔다.

그런데 혼자, 그것도 보호해야 할 여자까지 있는 놈이 여전히 저런 자신감을 갖고 있다니.

공격과 타협 사이에서 심각하게 저울질하던 남자는 최대한 안전한 선택지를 우선 내놓았다.

"10억…… 10억 원어치를 산다면 VIP고객으로 인정하고 오늘 있었던 모든 일을 우리 잘못이라고 사과하겠다."

"혀, 형님!"

"안 됩니다! 우리 체면은요!"

"저놈이 10억이나 되는 큰돈이 어디 있……."

툭, 투둑, 투두두둑.

"여기 있네?"

"……."

"……."

테이블 위에 수북이 쌓인 현금다발을 보고 그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이 입을 다물었다.

남자는 자신의 조심스러운 판단이 틀리지 않은 것에, 일단 한숨을 돌렸다.

10억이나 되는 현금을 만 원짜리 몇 장처럼 아무렇지 않게 들고 다니고, 또 마약 구매에 턱하니 내놓다니.

쪽수만 믿고 함부로 건드리면 절대 안 되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남자는 언제 그랬냐는 듯 밝은 미소를 지으며 머리를 꾸벅 숙였다.

"감사합니다, 고객님. 바로 가져오겠습니다."

"한바탕 크게 싸움이 날 줄 알았는 데, 저기서 먼저 숙이고 들어오네요? 역시 돈이 지닌 힘이란…… 근데 지금 제 말 듣고 있어요?"

"잠시만요. 지금 확인 중인데, 돈이 이동을 안 해요."

"네? 무슨 말이에요?"

"돈이 움직이질 않아요. 다른 데서 쓴 돈은 정신없이 여기저기 움직였는데, 저 돈은 몇 미터 움직이나 싶더니 멈췄어요."

"그게 무슨 말이에요? 혹시 현찰에 추적 장치라도 달아놨다는 뜻이에요?"

"네. 어디로 모이는지 확인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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